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47)
〈 147화 〉 147 아직 뭘 모르네
* * *
1.
창원길드는 단단히 이를 벼려왔다.
“휴가면 얌전히 집에서 쉬기나 할 것이지, 무슨 대회를 나가서 줄줄이 탈락하고 앉았어?!”
“아 장이사님, 저희 그래도 4 5 6위 나란히 먹었단 말입니다!”
“올림픽도 금은동메달까지만 쳐준다, 이 꼴통들아. 4 5 6위를 누구 코에 붙혀?”
창원길드의 꼴통트리오.
C급 각성자 김길태, 안창윤, 이정.
세 사람이 나란히 묵언검객배 무술대회에 참가했다가 줄줄이 탈락하는 망신을 당한 것이다.
대회기록 6위,
참가번호 93번 김길태.
대회기록 5위,
참가번호 92번 안창윤.
대회기록 4위,
참가번호 94번 이정.
대회 후반부에 악질인터뷰를 통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창원길드 꼴통트리오.
세 사람은 나름 만족했지만
고지식한 길드 이사진은 납득하지 못했다.
대회 우승자가 오션월드길드 소속 C급 각성자 렉스였기 때문이다.
“니들 때문에 길드장님이 회의 나가서 얼마나 개쪽을 당한지 아냐? 유망주 세 놈을 합쳐도 오션월드 한 놈만도 못하단 소릴 들으셨댄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제 잘못 아님. 전 저새끼들한테 배신당했습니다.”
“…김길태. 물구나무서기 실시.”
“실시!”
사서 벌을 자처하는 머저리는 있지만.
아무튼 이사진은 꼴통트리오에게 감봉 3개월을 먹인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로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오션월드길드가 이번 지리산 게이트 봉쇄입찰에서 이긴 것이 그 렉스라는 놈 활약 때문에 등산을 잘할 것 같은 이미지가 붙은 덕이라지?”
“광고효과가 어마어마합니다.”
“길드에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면 저희 길드도 실력자들을 스트리머들의 대회나 방송에 출연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홍보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안건은 성공적으로 통과되었다.
“기회를 노려라. 다음에 그 여자의 방송에서 경쟁구도가 열리면 무조건 길드의 여력이 남는 고위전력을 닥치는 대로 투입해.”
창원길드의 최우선 목표는 묵언검객.
“묵언검객이 방송을 켰나?”
“늦은 시각에 방송을 주로 하나 봅니다.”
하루가 지나고.
“오늘은 켰나?”
“어제는 분명 휴방이었을 겁니다. 오늘도 스탠바이하겠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오늘은?”
“공지도 뭣도 없습니다.”
일주일.
“그년 어딨어.”
“길드에서 수련하고 있답니다.”
“무슨 스트리머라는 새끼가 일주일에 하루도 방송을 안 켜?!”
이주일.
“이 새끼 방송 접은 거 아니야?”
“아, 방금 알아냈습니다. 묵언검객 평균 방송주기가 3주에 한 번이라고 합니다.”
“시발.”
한 달.
“켰습니다!”
“드디어!!”
마침내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대회가 아니더라도 설욕과 홍보의 기회는 있다.
감각링크.
시청자들의 뛰어남을 증명하기 위해서.
일반인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방송에서.
감각링크 서바이벌로 끝까지 살아남거나 조금이라도 오래 버티는 것을 목표로 삼는 컨텐츠에서 명성을 떨치는 것!
“저… 그거 많이 힘드실 텐데요. 이사님들, 정말 하실 겁니까?”
“아 됐고! 빨리 감각링크인지 뭔지나 원격조종으로 설치해봐!”
“에휴. 저희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창원길드의 내로라하는 최고전력이 모조리 캡슐에 탑승한 채, 스트리머 감각링크에 참여했다.
나는 창원길드 B급 각성자 장시청 상무이사다!
나는 창원길드 B급 각성자 최준 전무이사다!
나는 창원길드 A급 각성자 이창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 뭐임? 찐임?
쥰내 당당해서 어이가 없네ㅋㅋㅋ
니들이 창원길드면 난 경기도 안양의 엄길동이다ㅋㅋ
안창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존나 쪽팔리니까 난 조용히 있어야지, 하고.
결과적으로 그건 아주 현명한 생각이었다.
호오, 움직임이 제법 날래군. 그런데 왜 날아드는 불덩어리에 검을 휘두르아악
[장시청 님의 고통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강제 로그아웃이 활성화됩니다.]동화율! 동화율이 뭐냐! 그건 어떻게 조종하는 그아아악
[최준 님의 고통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강제 로그아웃이 활성화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창원길드 임원진 광탈하는중
속보> 경기도 안양의 엄길동 창원길드 상위 20%에 속해
야이 개새끼야 니가 그렇게 잘났어? 너 창원길드로 와봐 이 새끼야 현피 함 뜨자
각성자쉑 현실하고 가상현실 구분도 못하노ㅋㅋ
현실에선 B급 각성자인 내가 가상현실에선 엄길동만도 못한 감각링크 1분컷 개찐따?
미친놈아ㅋㅋㅋ 엄길동은 무슨 죄냐고
아ㅋㅋㅋ 엄길동 사칭빌런 쥰내 웃기네
안창윤과 함께 임원들의 감각링크를 돕던 이정은 광탈당하는 임원들의 모습에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이사들 좆밥인데?
야이 병신아 아직 길드장님 탈락 안했어!
김길태. 끝나고 면담 한 번 하지.
아
븅신 꼴좋다
쯧쯧. 난 말했다.
트리오 나머지 둘도 같이 데리고 올라와.
아
아
ㅋㅋㅋㅋㅋ
창원길드 이새끼들 대회장에서도 티키타카 오지더니 감각링크에서도 삽질하네
근데 이사진들은 다 떨어져나가는데 꼴통트리어는 다 살아남은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더 골 때리네
아 구세대 어르신들은 가상현실게임 그런 거 모른다고ㅋㅋ
그럼 쟤들은 접대링크 하러 온 거야?
와씨.. 게임까지 와서 접대하는 모습 상상하니 쥰내 불쌍하네
가상세계에는 영 재능이 없던 이사진들과 달리, 창원길드 길드장 이창원은 재능도 감도 제법 뛰어난 축에 속했다.
‘허. 이거 아주 걸물이군. 전투감각을 실시간으로 전부 느끼며 전신감각을 느낄 수 있다니.’
감각링크는 전투훈련에 몹시 유용했다.
고통수치를 두어서 시청자에게 가해지는 고통이 일정수치를 넘으면 강제로그아웃이 된다.
반대로 동화율을 너무 낮춰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너무 많은 동화율 링크를 놓치면 감각괴리로 강제로그아웃이 된다.
적절한 타이밍에
최소한의 동화율 조절로
고통수치와 괴리수치를 억제하는
절묘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훈련 컨텐츠.
그것이 이창원이 본 감각링크였다.
‘이 감각괴리 수치가 참 오묘하구나.’
동화율을 낮춰서 고통을 덜 받기는 쉽다.
하지만 스트리머의 신체반응과 날아드는 공격에 취하는 반사신경을 정확히 따라하며 의식적으로 감각을 일치시켜야만 낮아지는 괴리수치.
이 감각괴리수치만큼은 역으로 동화율이 높을수록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고통과 괴리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려면 고통내성 수준의 훈련을 겪어야겠지.’
‘아니면 상대의 움직임의 이치를 깨닫고 낮은 동화율에서도 따라하거나.’
심지어 감각괴리는 각 공격과 수비, 모든 동작에 실린 충격량의 크기에 따라 변화한다.
큰 힘이 실린 공격일수록.
보다 위력적인 공격일수록.
해당 동작을 놓칠 때 변동되는 괴리수치가 더욱 커진다.
자잘하고 사소한 동작은 한참을 놓쳐도 무사하지만 큰 힘이 실린 동작은 몇 초도 위험하고, 큰 기술은 한 번의 실수도 위험하다.
하물며 결정타 수준의 공방은 미세한 컨트롤 미스로도 괴리수치가 팍 튀어서 강제로그아웃을 당할 수도 있다.
창원길드 길드장은 아직 살아있냐?ㅋㅋ
나는 창원길드 A급 각성자 이창원이다. 이 정도로는 탈락하지 않는다!
오오~ 역시 길드장은 다르긴 달라ㅋㅋ
짝길동은 어케됨?
대답 없는 거 보니 탈락한 듯
짭길동 수고했고
이야 최후의 100인 남았다
서바이벌 본게임 시작ㄷㄷ
이창원은 내심 안도했다.
창원길드에 개쪽을 주었던 엄길동이라는 녀석보다는 오래 버텼으니, 먼저 탈락한 임원진의 설욕은 해낸 셈이다.
‘10위까지만 버텨보자. 10위까지만.’
내심 그리 다짐하는 이창원.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감각링크 서바이벌 최상위권 생존자들이 얼마나 독한 작자들인지.
그리고 이번 서바이벌에 참가한 각성자가 얼마나 많은지도.
2.
염마왕 토벌전.
거구의 화염거인이 자아내는 물리력은 그것만으로도 가해지는 고통수치의 기준치를 월등히 뛰어오르게 만들었다.
묵언검객에게 감각링크를 건다고 한들.
그녀의 몸이 아닌 각자의 리얼모드 신체의 내구력으로 고통수치가 산정된 플레이어들은 묵언검객만큼 터프할 수 없었다.
공격의 주도권도, 호흡도 모두 묵언검객에게 맡긴 채 감각동화를 유지하는 일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소모와 과부하를 일으킨다.
화염거인 주먹이 차에 치이는 것보다 더 아프네 ㅅㅂ
데미지 말이 돼?
진짜 딱 한 대 맞고 강제로그아웃당함
난타 사이에 일어나는 충격파 맞고 로그아웃하신분?
난 바닥에서 튀어오른 자갈에 이마 맞고 강제로그아웃당함 ㅠ
니가 이겼어
세상에서 제일 추하게 강제로그아웃당하기 대회 우승자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뭐에요 나 그런 대회 나간 적 없어!
당신이 우승자야! 거부권은 없어!
여기 우승후보 추가요 ㅋㅋ 흙먼지에 눈 깜빡거리더니 일반채팅방으로 돌아옴
당신은 안 돼
왜요 저 우승하고 싶어요
예술점수가 부족해
아 ㅇㅈ
귀염푹찍하게 죽어나가는 일반 시청자들.
시작부터 허들이 훌쩍 뛰어오른 감각링크 난이도와 달리, 평상시라면 100명도 못추릴 인원들이 제법 많이 남았다.
반절은 묵언검객의 다양한 공격기와 원리를 조금이나마 읽어낸 실력파 시청자들이고.
나머지 반절은 배짱 두둑한 각성자들이기에 감각링크의 무서움도 모르고 신체능력치와 내구력만 믿고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주먹질 별로 안 아픈데?
그냥 맞을만한데?
별거 아닌데?
각성자들의 멈출 줄 모르는 내구력 기만!
하지만 저들의 정체를 눈치 챈 실력파 시청자들은 그저 웃음만 지었다.
진정한 맹수는 수련을 하지 않아도 강하아이시발 뜨거워!
앗뜨거!!!
미친ㅋㅋㅋ 저 새끼들 동화율 안 낮추고 뭐함?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컨셉 씹ㅋㅋㅋ 동화율 조절도 못 하면서 여기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개새끼들아 나도 알려줘!!!
이야 방금 건 나도 깜빡 속았다 진짜 동화율 조절 못해서 비명 지르는 줄ㅋㅋ
아무리 몸이 돌덩어리라도 화염내성은 없으니까.
실은 맹수도 불이 붙으면 죽더라…
순식간에 75명 달달하고
형 창원길드 B급 각성자 마동탁이다. 우리길드 이사님 두 분은 방금 탈락했지만 이 형은 다르다.
평일 대낮부터 이사들이랑 같이 감각링크는 왜 하고 있는데ㅋㅋㅋ
이딴 게 길드…?
근데 염마왕은 전승이 뭔데 불쇼를 저렇게 잘하냐? 쥰내 미쳐 날뛰네
내가 깼을 땐 진명이 화염의 정령 살라맨더였는데 지금은 모름
왜 모름? 살라맨더라며
그게 난이도마다 바뀜ㅎㅎ;
내가 암 지금 날아오는 저거 10초짜리 이프리트의 화염숨결임
하지만 모든 각성자가 맹탕은 아니다.
어린 뱀파이어에게는 버거운 열기겠구나
종족특성 뱀파이어를 지니고도
낮에도 거리를 거닐 수 있는
특별한 뱀파이어, 데이워커Day walker.
쉽게 모은 힘은 줄어들지만 어렵게 모은 힘은 늘어난다……. 어째서 신성술의 이치가 검 한 자루에 들어있는 거죠?
21세기 게이트전쟁의 영웅 중 하나인
동구권의 성녀.
이 자식. 묘한 운용법을 쓰는데. 이거 신도철이가 쥐도 새도 모르게 묻혀버린 이유가 있었어.
십대길드 중 하나인
태백길드 길드장 강태백.
상외지상 경외지경. 《여극포서》의 상상 속 허상을 실체로 재현해낸 대종사가 이 작은 소국에도 있었구나.
상외지상 경외지경
?外之? ?外之?
재현 너머의 재현과 경치 너머의 경치.
프레임 너머, 인지 너머
인류에게 허락되지 않은
무의 새로운 지평.
이를 현실로 이루어낸
중국 각성자 업계의 대종사.
장노야.
이름만 들어도 깜짝 놀랄
스피드마스터 못지않은 유명인들이
이번 감각링크에 대거 참여했다.
제법이기는 하군.
인상적이기는 했어.
애들에게는 힘들겠지.
실력자들도 묵언검객을 인정은 했다.
인정이야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별 거 아닌데?
그래도 자신이 더 대단하다는 그런 자부심이 엿보이는 감상들.
여유가 듬뿍 담긴 채팅들이 감각링크 전용 채팅방에 이어지자 스피드마스터가 피식 웃었다.
“이 인간들이 아직 뭘 모르네.”
묵언검객 이 여자.
아직 몸풀이밖에 안했는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