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50)
〈 150화 〉 150 겨우 이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 * *
1.
염마왕은 위엄 넘치는 등장이 무색하게도 처참하게 난자당했다.
검에 베일 때마다 몸을 이루는 불꽃의 크기가 줄어드는 염마왕.
그가 지면에 손을 넣고 지열을 통해 신체를 수복하는 속도보다도 묵언검객의 파도처럼 몰아치는 검격이 더욱 빨랐다.
[이건 사기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폭심지에서 어찌, 어찌 이리도 무서운 검의 파도를 부를 수 있단 말인가!]억울함이 가득 담긴 염마왕의 포효.
더는 화염거인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화염장난감에 가까운 크기의 그가 내지르는 포효는 일개 병귀도 놀라게 만들지 못했다.
염마왕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기가 막혀 돌아갈 지경이었다.
제일 즐기던 건 스센세가 아니라 묵언검객 아니냐?
1회차 리얼모드로 최고난이도 염마왕 죽였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텐데 실제로 이걸 해내는 인간이 다 있네
저 에이미의 추리에 따르면 묵언검객의 각성자 상태창에는 종족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족특성?
왜 그거 있잖아. 웨어울프한테 물리면 웨어울프 특성 생기고 뱀파이어 피 빨아먹으면 뱀파이어 특성 생기는 거.
때마침 누군가가 제안한 가능성.
이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몰렸다.
드미트리가 뱀파이어 특성 있는데 묵언검객한테 관심 보이지 않았나?
동족이라서 알아본 거 아님?
무슨 혈액조작술 뺨치는 조작술이라는 말도 있었고ㅇㅇ
원래 뱀파이어들의 비전기술인데 그걸 마나하트에 접목시킨 거야?
일리 있어
원체 인간같지 않은 묵언검객이었던지라 등장과 동시에 상당한 지지를 받기 시작하는 묵언검객 뱀파이어설!
근데 종족특성도 개인마다 급이 다르지 않아?
ㅇㅇ
묵언검객은 그럼 뱀파이어 퀸쯤 될까?
뱀파이어 퀸 킹능성 있네
ㄴㄴ 뱀파이어 킹이지
여자면 퀸이지 왜 킹이야
킹받게 잘하잖아
아ㅋㅋ;
그 인기가 망한 드립에 좌초당한 선박처럼 가라앉는 사이, 묵언검객의 맹공격 앞에 염마왕이 끝내 소멸 직전에 몰렸다.
[그만! 네게 필요한 정보를 주겠다. 그러니 부디 목숨만은 살려다오!]염마왕조차 목숨을 구걸하는데 흑갑병단장 따위가 저항을 이어나갈 수는 없었다.
염마왕의 광역공격이 그치자 거뜬히 흑갑병단장을 쓰러뜨린 적기사와 부기맨.
보스토벌전은 압승으로 끝이 났다.
2.
[Story mode]등잔불처럼 작은 크기까지 베이며 불어오는 바람에도 존속이 위태로워진 염마왕.
머리를 짓밟히고 질질 끌려오며 흙먼지와 잿가루로 더럽혀진 몰골의 흑갑병단장.
두 패배자들을 무릎 꿇린 적기사가 위엄 있는 어조로 외쳤다.
[아군 사상자 병귀 83기.] [적군 사상자 염귀 4200여기 및 흑갑병단 70기.] [1 대 51의 교전비를 거두었습니다.] [이번 전쟁은 명백한 대승입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주군!]적기사가 창두로 지면을 쿵 하고 내리치자 병귀들이 함께 지면을 내리치며 쿵 쿵 쿵 하고 땅울림이 이어졌다.
묵언검객이 손을 들자 병귀들이 동작을 그치며 그녀를 주목하였다.
[승전을 맞이한 기념으로 한 말씀 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저희 세력의 방향성을 드러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상호작용 선택지】
[승전기념으로 당신은….]1. 침묵의 미덕을 드러낸다.(단체묵념)
2. 몰살의 미학을 증명한다.(포로처형)
3. 포용의 관용을 보여준다.(투항제안)
4. 냉혹한 실리를 추구한다.(적장심문)
적기사의 제안과 함께 떠오르는 선택지.
인공지능 자동선택문 수준
그렇게 묵념만 해대더니 한 건 해냈네
ㅋㅋㅋㅋㅋ
아ㅋㅋ 단체묵념을 어케 참냐고
지금부터 5분간 묵언검객 병단의 전사자들을 향한 합동 묵념시간이 있겠습니다.
에이 설마 또념질 하겠어?
피도 눈물도 없는 몰살검객에게 묵념은 몰살 뒤에만 하는 일이거든요?
묵념을 하려면 일단 포로를 처형해야지ㅋㅋ
ㄹㅇㅋㅋ
염마왕도 부하도 삼으면 대박 아님?
완전 쪼꼬미 됐는데?
아군이 되면 약해지는 십샛기잖아 그냥 죽여!
아니 죽일 때 죽이더라도 일단은 심문부터 하고 죽여야지
말로는 1번을 외치며 시작해도 차츰 2번과 3번, 4번으로 갈라지는 시청자들의 픽.
[시청자 희망투표]전체투표 참여인원 46225명
1번 선택지 5%(2311명)
2번 선택지 42%(19414명)
3번 선택지 19%(8784명)
4번 선택지 34%(15716명)
[각 선택지에서 가장 높은 후원을 한 시청자들의 문구가 스트리머에게 공개됩니다.]묵언검객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보이는
선택문을 통해 소통을 할 절호의 기회.
신규 팬들은 신이 나서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올드 팬들은 그저 웃었다.
보통의 스트리머라면 작정하고 시간을 끌며
별 거 아닌 선택문에서도 각을 재는
스트리머들의 소중한 수금시간.
고민에 고민을 더해 투표를 하고
후원을 얼마를 할지 신경전을 벌이며
1분 이상 뜸을 들여야 할 타이밍이지만
묵언검객의 방송은 달랐다.
지금껏 수많은 선택문을 두고도
묵언검객은 신중히 생각하며 고민할지언정
각 선택지별 대표 후원메시지가 떠오를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 적은 없었다.
[▶1. 침묵의 미덕을 드러낸다.(단체묵념)] [선택지가 결정되었습니다.] [투표가 자동으로 종료됩니다.(7초)] [후원메시지가 스킵됩니다.]저기요???
투표스킵 실화냐?
존나 상남자네 ㅅㅂㅋㅋㅋ
수금각이고 나발이고 그냥 제 갈길 감ㅋㅋㅋ
내돈내놔!
당신의 후원 스킵되었다
그 와중에 또념 실화냐?
야념 ㅅㅂ 제발 그만해 정신병 걸릴 것 같애!!
관짝에 누워서 지내는 뱀파이어 확실한 듯
ㅇㅈ
뱀파이어 아니면 저렇게까지 묵념 좋아할 수가 없지
우리 선생님은 13남자십니다 직진만 쥰내 박을 때부터 알아봤죠
내다버린 수금각
돈을 준다는데 왜 받지를 않아!
황당함 반 개운함 반.
어디서도 못 겪어본 호쾌한 진행에 신규유입 시청자들이 후원메시지가 사라졌다며 엉엉 울거나 당했다며 후회하기도 잠시.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묵념하는 묵언검객을 따라 병단 전체가 묵념을 시작했다.
화면 계속 바뀌는데 죄다 묵념 중인 거 ㅈㄴ 얼탱이 없네ㅋㅋㅋ
단체묵념 라이브방송 뭐냐고ㅋㅋㅋ
병귀들도 이거 맞나 싶어서 서로 고개 돌려서 얼굴 마주 보네
아ㅋㅋㅋ 병귀들 졸귀
어어 저 새끼 꼼지락거린다!
움직이지 마 여기서 찍히면 군 생활 ㅈ돼!!
부기맨은 옷장 속에서 묵념하고 있을까?
옷장만 두둥실 떠다니는데 어케 아누
그냥 눈 감고 자고 있을 듯
니가 봤어?
옷장 기울어진거 봄
어? 진짜네
옷장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 십ㅋㅋㅋ
적기사마저 아 이거 괜히 말했다 싶은 표정으로 땅바닥만 쳐다보며 묵념하기를 잠시.
[단체묵념이 끝났습니다.] [세력특성으로 인내심 1이 추가됩니다.] [당신의 세력구성원은 인내심 1 효과를 상시 누릴 수 있습니다.]정확히 5분이 지난 뒤에야 묵언검객이 고개를 들며 단체묵념이 끝났다.
‘묵념은 묵념이고 할 일은 해야죠.’
【상호작용 선택지】
1. 포로를 처형한다.
2. 투항을 제안한다.
3. 적장을 심문한다.
앞서 고르지 않은 선택지가 이어서 등장하기 무섭게 해응응은 망설임 없이 선택문을 골랐다.
[▶1. 포로를 처형한다.]염마왕은 당황했다.
전장에서도 죽은 자들을 향한 애도를 잊지 않을 정도로 생명을 중시여기는 묵언검객이니 심문을 한다면 거래를 해볼 작정이었다.
대요괴에 대한 정보나 1차 요괴전쟁부터 오래도록 활약해온 자신만이 아는 중대한 정보도 적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거래쯤이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황.
[잠깐, 잠깐만! 묻기만 하면 뭐든지 알려주겠다. 내 지식이 궁금하지도 않더냐?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정보를 얼마든지 줄 수 있단 말이다!] [목숨만 살려다오. 그냥 살려주는 것이 싫다면 네 부하가 되어주마. 이 염마왕이, 1차 요괴전쟁부터 맹위를 떨친 강력한 요괴를 거두는 거다!] [그만둬, 제발 살려줘!]위압감 넘치던 등장에 비하면 초라하다 못해 추함마저 느껴지는 애원.
멈추지 않는 간청에도 해응응은 무심한 눈으로 [정말로 처형하시겠습니까?] 창이 떠오를 때마다 [▶처형한다]를 골랐다.
[적기사와 패잔병 병단이 망설임 없는 처형에 감격했습니다.] [적기사의 충성심이 상승합니다.] [패잔병 병단의 충성심이 상승합니다.]살아날 길이 없음을 알게 된 흑갑병단장은 목숨을 구걸하는 대신, 깨진 갑각 사이로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저주했다.
[백령신군께서 너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분께 나의 진명을 바치나니, 내 목숨은 여기서 잃더라도 이름에 실린 존귀함은 그분의 곁에서 영원히 이어지리라!]묵언검객의 일검에 깔끔하게 목이 절단된 흑갑병단장.
목 잃은 시체가 쿵 하고 쓰러졌다.
시체 너머로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
마치 영체를 연상시키는 흐릿한 무언가.
그것이 하늘을 날아 멀리 백령신군의 영역을 향해 사라졌다.
[백령신군에게 이미 진명을 개방한 요괴인가봅니다. 아쉽게 되었군요.] [다른 자에게 진명을 바친 요괴는 사후에 자신의 전승과 그에 실린 힘의 일부를 진명을 지닌 자에게 넘겨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생명이 쇠락하고 힘과 권능이 크게 줄어들기에 보통은 사지로 향하기 전이나 죽음이 기정사실이 되었을 때 하는 의식입니다.]짐꾼이 진명개방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죽어서도 함께 하는 의지인가요.’
해응응은 묘한 아쉬움을 느꼈다.
‘만일 인면지주의 진명을 들어두었다면, 그녀의 힘이 지금도 제 안에서 함께 살아갔겠죠.’
그때의 자신은 진명개방의 의미를 몰랐다.
과거에 잡아먹혀 마음부터 썩어 문드러지고 싶지 않다면 지나간 일은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수많은 과거와
수많은 아쉬움을
지나간 발걸음마다 새기고 온 그녀였으니.
흔들리던 마음은 세 호흡도 지나지 않아 빠르게 추슬렀다.
근데 이러면 필드 하나 깬 거 아님?
싸늘하다…
또 우주야?
앙대ㅠ
마망 가지마 마망 가지마 마망 가지마
포기하고 스테이션이나 마저 짓자
탐사선 짓고 같이 여행다닐 사람 구함
저요
나 파일럿 할래
경력 대셈
배틀그라운드2040 군용헬기 3년 운전경력 있음
우주선이 아니잖아 ㅅㅂ
저요 저요
경력 대셈
리부트 갤러그 우주슈팅게임 경력 4개월
채용
저딴 고전게임 4개월차한테 채용면접 발리네ㅋㅋㅋㅋㅋ
아무튼 갤러그도 우주선 조종경력 인정이라고 ㅋㅋㅋ
필드 하나를 깨면 방종을 하는 약속된 패턴.
이제는 그 패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묵언검객 식 방종.
우주공간으로 사출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청자들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이 인간 왜 방종 안함?
몰?루
아까 건 단체묵념이었고 이제 개인묵념 5분 더 하는거임?
묵념 그만해!!
정신나갈것같애!!
묵언검객이 방송을 종료하지 않았다.
‘얻은 내공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알아서 모든 힘을 가지고 와서 죽어준 백목귀와 달리, 거인급 체구가 장난감 수준으로 줄어들도록 저항했던 염마왕.
진명을 이미 개방하고 만신창이가 되도록 저항했던 흑갑병단장.
그들에게 남은 요력은 많지 않았고, 변환하여 얻을 수 있는 내공은 훨씬 적었다.
‘겨우 이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그러니 결심했다.
이소혜(귓속말) : 방종 안 해요?
묵언검객 : 오늘 방송은 연장이에요.
이소혜(귓속말) : …그걸 왜 전체채팅으로 말해요. 무슨 스트리머가 매니저보다 수금각을 안 재고 다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묵언검객의 자발적 방송 연장 선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