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53)
〈 153화 〉 153 동물계 척삭동물문 두더지인간
* * *
1.
소모되었던 내공도 어느 정도 돌아왔음을 느낀 해응응.
산봉우리에 남은 마지막 거인인 거인부족장은 그녀가 직접 상대하였다.
‘거인의 기척은 이쪽 산에만 있지 않아요. 저 너머에도 잔뜩 있죠.’
특히나 이 먼 거리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아주 거대한 기운이 하나.
눈앞의 상대는 저 거대한 기운의 주인과 겨루기 전의 예행연습으로 삼기 딱 좋다.
파박 파바박
거인부족장이 팔을 뻗는 족족 근육의 결을 갈라내고, 다양한 모양의 상흔이 손등부터 손목, 손등부터 팔꿈치, 손등부터 어깨까지.
점차 그 길이와 깊이를 더해가며 무공의 흔적을 늘려간다.
제발 곱게 좀 죽여줘!!
이제 순순히 죽여주지도 않고 가지고 노네ㄷㄷ
이것이 인간의 악의…?
지구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잔인함ㄷㄷ
우리는 소고기를 먹기 위해 연간 10억 마리의 소를 도살하는 포식자다, 이 미련한 거인 놈들아! 다시는 인간을 무시하지 마라!
좆간이 미안해…
거인들은 사실 지구를 위해 인류를 절멸시키고자 노력하던 다크히어로가 아니었을까?
왜 쥰내 우리가 악당이 된 기분이 들죠?
팔 한 쪽으로 어떤 무공이 얼마나 효율적인 피해를 입히는지 가늠하던 해응응은 반대 팔로는 피부를 갈라 근육과 신경의 위치를 확인했다.
‘저만큼 커다란 덩치를 유지하려면 역시 인체와 똑같은 골격과 근육배치로는 무리겠죠.’
인체와의 차이.
거인만의 특수함.
그 모두를 두 눈과 머리에 새긴 뒤에야
해응응은 저항도 포기하고
언제부터인가 꿈틀거리기만 하던 거인의 목에 칼을 박아 넣었다.
[바위산의 산봉우리 하나를 정복했습니다.] [굴속의 두더지인간들이 거인들을 몰살한 당신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이웃한 산봉우리의 거인들이 동족들의 피냄새를 맡고 경계태세에 돌입합니다.]산봉우리에 놓인 봉화.
불을 붙이는 방법과 신호체계가 써져있는 안내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편리해보이네요.’
불만 붙이면 이 근방의 요괴들이
알아서 제 발로 다 모여든다면.
소탕과 토벌이 얼마나 편리할까.
이 인간 불안하게 저건 왜 쳐다봐??
어어 누가 좀 말려봐라 저러다 일 난다!
거인들한테 일이 난다는 거죠?
해응응의 손이 조금씩 봉화로 향할 때.
짐꾼이 급히 소리쳤다.
“그, 그것보다! 먼저 산 아래의 굴을 살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
“저 안에서 반요들의 냄새가 납니다.”
“!”
“봉화는 언제든지 불을 지필 수 있지만 거인들이 움직이고 나면 굴속의 반요들이 모두 달아날 겁니다. 살려준 은혜도 갚으라고 할 겸, 한 번 만나보시죠.”
짐꾼의 제안은 시기적절하게 해응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2.
바위산의 옛 주민.
한때 산의 주인으로 군림하던 산악민족.
그들은 거인들의 침공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야 말았다.
인간들의 창칼로 맞서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강력한 거인들.
거인을 피해 달아나기 직전.
차마 전부 들고 가지 못한 재산들을 어찌할지 고민하던 끝에 그들은 결론을 내렸다.
재산과 보물을 산 속에 감춰두자고.
먼 훗날을 위한 안배로 삼자고.
“우리는 그 보물을 찾으면 거인들을 구축할 수 있다고 믿었닷!”
“하지만 강한 인간이 대신 거인들을 물리쳤닷!”
“답례로 선조들의 매장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닷!”
찰칵찰칵.
한껏 치켜든 두 팔의 끝.
양손에서 자라난 강철처럼 단단한 발톱들.
그 움직임을 따라
정확히 고정된 묵언검객의 시선.
안 듣고 있네
안 듣고 있어
메카두더지 발톱은 못 참지
얘들 왜 귀여움?
적으로 싸울 때는 쥰내 사납더니 중립관계로 마주치니까 먼가 커엽네
강철로 된 투구를 뒤집어 쓴 생김새에
너구리처럼 뽑아든 양손의 발톱.
두더지인간들의 족장과 대화를 하는
묵언검객의 뒤로
서로 멀뚱멀뚱 마주보고 선
두더지인간들과 병귀들도
서로의 생김새를 신기하게 쳐다보기 바빴다.
‘지능이 약간 퇴화된 것 같기는 하지만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네요.’
두더지요괴의 피를 먹고 땅을 파헤치는 재주에 의지해 버텨왔다는 인간들.
산을 버리고 떠난 이들과 달리, 먼저 떠난 이들이 언젠가 원군을 데리고 돌아오리라 굳게 믿으며 버텨왔던 이들.
그들의 얼굴에는 묵언검객을 향한 감사함이 뚝뚝 묻어났다.
“매장금을 숨긴 장소는 보물지도에 있닷!”
“하지만 지도의 해석본은 가장 강한 거인이 가지고 있닷!”
“거인들을 구축하려면 그 거인에게서 보물지도의 해석본을 훔쳐야 한닷!”
두더지인간 족장이 앞발을 쥐었다 폈다 하며 발톱을 찰칵거렸다.
“인간, 이해했닷?”
끄덕끄덕.
해응응이 고개를 끄덕이자
허공에 반투명한 양피지가 나타나며 문자가 새겨졌다.
[이벤트 이 발동합니다.] [거인들의 바위산에는 옛 인간부족들이 숨겨둔 막대한 재화와 미래를 위해 마련해둔 안배가 존재합니다.] [보물의 위치가 적힌 보물지도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필드보스의 소굴에서 해석본을 얻어야만 합니다.] [지혜를 발휘하든, 무력을 발휘하든 해석본을 입수해보도록 노력하십시오.] [매장금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수확이 기다릴 것입니다.]무려 퀘스트가 발동했다.
와! 퀘스트!
이런 이벤트 있었음?
ㄴㄴ 이번이 최초임
스피드마스터도 여기 깼잖아
그 인간은 거인들 다 안잡고 그냥 속도빨로 밀어붙여서 쥰내 빨리 지나갔음
시청자들은 이벤트의 발생조건을 추측했다.
산봉우리 하나의 거인들을 다 잡았지?
그 과정에서 두더지인간은 한 마리도 안 잡음
우리는 못 따라하네?
ㅇㅇ
또 스트리머 혼자 하는 공략이네 ㅅㅂ
피지컬 망겜이 그렇죠 뭐
근데 보기엔 재밌음
ㅇㅈ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두더지는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땃쥐목 두더짓과 동물.
【축복】
[동물친구] : 모든 동물계 생물과 친구가 될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동물친구의 발동대상에 해당한다.
거기에 매력100의 호감도 보정이 더해지니.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자잘한 과정이나
수많은 구출작전들이 없이도
이미 두더지인간들의 친구나 다름없어졌다.
“인간, 우리도 돕겠닷!”
찰칵찰칵 발톱을 펼치는 두더지인간 족장.
그 마음이야 기특하다만
해응응은 이들이 도움이 될지 어째 영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귀여운 동물들은 보통 전투력이 약한 축에 속하니까요.’
저런 작고 무해해 보이는 동글동글한 두더지인간들이 발톱을 휘젓는다고 한들, 거인을 상대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긴 발톱이 거슬리니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일도 불가능하다.
“인간,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닷!”
“거인보다 힘은 약해도 머리는 똑똑하닷!”
“심지어 족장의 딸은 천재닷!”
두더지족장이 자랑스레 발톱을 철컥거리며 부족민들의 말을 긍정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촌장을 따라 두더지들의 소굴로 들어간 해응응.
석굴 깊은 곳에는
노약자나 어린이, 여자들로 이루어진
두더지인간들의 지하거주지가 있었다.
“인간이닷!”
“군대닷!”
“강해보인닷!”
돌기둥 뒤에 숨어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염탐하는 두더지인간들.
‘바보들. 너희만 이쪽을 염탐하는 게 아니에요. 이쪽도 너희를 관찰하고 있어요.’
요괴에서 비롯된 존재가 아니라 인간에서 비롯된 존재이기 때문일까.
파괴와 폭력만이 유일한 소통방법이던 대부분의 요괴나 반요들과 달리 그들은 하나같이 무해한 초식동물처럼 보였다.
“저는 족장의 딸인 뚜따입니닷. 아버님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닷. 감사를 표하는 것입니닷.”
족장의 딸은 여성체라 그런지 생김새도 다른 개체들에 비해 더욱 부드러웠다.
발톱도 왠지 맨들맨들하게 생겼고 발은 고양이발처럼 꾹꾹 눌러보고 싶게 생겼다.
“저희 부족을 군세에 받아주신다면 보물의 양도뿐만 아니라 거인들을 쉽게 물리칠 작전도 내어드리겠습니닷.”
“대신 아이와 노인, 여자는 지켜주는 것입니닷. 약속해주길 바라는 것입니닷.”
【상호작용 선택지】
[족장의 딸 뚜따의 당돌한 요구에 당신은….]1. 약속하겠습니닷(두더지인간 부족들을 군세에 흡수한다)
2. 조건을 달다니 건방진 것입니닷(모든 두더지인간들을 전선에 내세운다)
3. 무례함의 대가를 치르는 것입니닷(목을 벤닷)
선택지까지 닷닷체 전염됐네 ㅋㅋㅋ
뭔데 중독성 있냐?
그래도 건방지니 죽이는 것입니닷!
그렇게 말한다고 귀여워지지는 않는 것입니닷
니 얼굴은 수귀자폭병인 것입니닷
응 니가 더 심해 니 얼굴 인면지주야
시발롬아 그건 너무 심했잖아!
(차단된 채팅입니다. 남은시간 10:00)
ㅋㅋㅋ
인면지주단 정신이 들어? 인면지주단 정신이 들어? 인면지주단 정신이 들어?
수귀자폭병보다 심한 욕 취급ㅋㅋㅋ
채팅창의 유쾌한 분위기와 달리
뚜따의 제안은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했으니.
거주지의 분위기는 몹시 긴장되었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천재 소리를 듣는 뚜따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묵언검객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두더지인간들의 도움이나 뚜따의 도움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굳이 자비를 베풀어야 할까요?’
국가에게 버려진 신세는 같으니 좋게 볼 법도 하건만.
저들을 바라보는 적기사의 심사는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건방진 녀석들입니다. 물에서 건졌더니 보따리도 내놓으라고 하는 격 아닙니까.”
“주군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부족 모두가 저희 졸귀들처럼 목숨을 바쳐서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종군에 나선 적기사와 졸귀들이기에 그 심정도 이해는 갔다.
해응응도 그런 점에서 내심 탐탁찮게 여겼다.
플레이어가 이벤트 캐릭터의 호감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닌, 이벤트 캐릭터가 묵언검객의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뚜따의 당돌한 제안은 그녀의 호감을 얻기는커녕 반감을 사기에 딱 좋은 상황.
분위기가 영 좋지 않게 돌아가자 뚜따가 급히 애교를 부렸다.
깜빡깜빡
총기가 느껴지는 눈으로 바라보며
찰칵찰칵
요망스럽게 발톱을 찰칵거린다고
순순히 넘어갈 묵언검객이 맞았다.
[▶1. 약속하겠습니닷(두더지인간 부족들을 군세에 흡수한다)] [두더지인간들을 군세로 받아들입니다.]‘이렇게 귀여운 걸 어떻게 참아요.’
그녀에게도 귀여운 생물에게 약하다는 인간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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