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54)
〈 154화 〉 154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
* * *
1.
스피드마스터는 묵언검객의 공략방송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았다.
‘저거 다 끝나면 나도 진입할 루트잖아.’
저렇게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막연히 감탄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에게는 능력이 있다.
누구도 따라할 엄두를 못 내는 묵언검객의 플레이를 피지컬로 따라잡을 능력 말이다.
‘리얼모드가 아니면 뭐 어때? 타이밍이랑 공략정보만 알아두면 되는걸.’
인면지주처럼 친구관계는 아니라도 호감도를 잔뜩 올려서 부하가 된 뚜따.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땃쥐처럼 생긴 그녀는 바위산 공략을 도울 핵심NPC였다.
[무리한 제안을 받아준 당신에게 뚜따가 감사함을 느낍니다.] [뚜따가 책사의 재능을 적극 발휘합니다.] [뚜따가 작전을 입안합니다.] [작전명 : 지하대습격] [바위산의 지하에는 두더지인간들이 살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지하통로들이 있습니닷.] [이 통로들을 이용해 거인들 몰래 옆 바위산에 침입하여 역습에 나설 수 있습니닷.] [작전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작전명 지하대습격을 실행합니다.]두더쥐인간들의 도주로를 역으로 기습으로 써먹으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마냥 출몰하며 거인들을 쓰러뜨리는 묵언검객의 군세.
부하들을 부리는 재주는 어디서 또 배웠는지, 저마저도 타고난 재능인지 눈을 떼기 어려웠다.
“갑자기 궁금해지네. 니들은 병귀 천 마리 부하로 주면 저렇게 할 수 있어?”
ㄴㄴㄴㄴ
닥돌 꼬라박고 죽을 자신 있어요
저어는 개쫄보라서 밤까지 존버타다가 야습을 해야 해요
포위섬멸진!
병귀 100마리를 땃쥐들 대신 먹이로 주면 낮에도 거인들이 잠들지 않을까요?
저샛기가 지휘관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야
사탄 : 아 이건 좀…….
“니들이 이래서 안 되는 거야.”
머요
그러는 스센세는 무슨 계획이 있는데요
딱 말해
“나랑 생각하는 게 똑같잖아.”
ㅋㅋㅋㅋ
동족혐오였냐고
어이가 없네ㅋㅋ
겉으로야 농담인 척 가볍게 친 멘트지만 본심도 다르지 않았다.
‘피지컬 좋은 사람이 3교대 투창부터 게릴라 전술까지 써먹는 경우는 진짜 흔치 않단 말이지.’
뭣 하러 그런 잔재주에 기대야 하는가.
피지컬만 따라주면 초인처럼 날뛸 수 있는 게임에서 자기 플레이 신경 쓰기도 바쁜데.
‘아무리 현실 각성자라도 저만한 대단위 병력을 다루는 연습은 해본 적도 없겠지. 게임 이력만 봐도 저건 타고난 재능이야.’
명호동 게이트 공략방송에서 20인 규모 공략대를 이끈 경험이야 있다지만 지금 그녀가 다루는 병력 수는 무려 일천 그 이상.
적기사의 지휘와 뚜다의 보조가 있더라도 중요한 순간마다 묵언검객의 지휘도 빠지지 않았다.
“참나. 재능 가지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걸 오늘 느끼네.”
2.
이웃한 바위산들의 거인들을 소탕하고 또 다른 봉우리를 점령하며 그곳의 두더지족을 세력에 흡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게임은 향수를 너무 자극해요.’
천마의 부탁으로 그녀의 부하들 중 일부를 통솔하였던 시절.
그녀는 낯선 여자의 지휘를 받게 된 마교 교인들의 저항과 맞닥뜨렸다.
중원무림에서 건너온 천한 계집 따위가 우리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오직 천마님의 채찍만을 따른다!
얼굴은 반반하고 몸매는 훌륭하니 차라리 우리의 지휘를 받는 게 어떠냐? 곱게 깔린다면 내 친히 어여삐 여겨주마. 으하하!
천박한 농담과 더러운 손짓을 하며
그녀의 권위에 도전하였던 마교인들.
‘그 꼴통들에 비하면 이쪽이 훨씬 낫지만요.’
해응응은 천마처럼 말 한 마디로 부하들을 통솔하는 재주는 없었다.
뎅겅
그래서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건방지게 입을 놀린 교인의 목을 베었고
추잡스러운 손짓을 한 교인의 손을 베었다.
그렇게 몇 명의 본보기를 보여주자
교인들은 더 이상 그녀를 헐뜯지 않았다.
짜아악!
채찍 소리가 다르지 않아?
궤적도 좀 별로야.
지휘는 인정하겠지만 역시 천마님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어.
물론 불만이 전부 그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기교 대신 위력을 늘렸다.
채, 채찍이 뱀처럼 미쳐 날뛴다!
으아악! 내공을 닥치는 대로 불어넣으면 다가 아니라고, 이 미친 여자야!
인정할게! 이 채찍질은 완전 천마님의 채찍질과 똑같아! 인정할 테니까 제발 그만해애애!
아아악 전각이 주저앉는다아아
무, 물러서! 담벼락이 무너진다!!
살려주세요 천마님!!
중식 못 먹고 죽을 것 같애!!
비명과 절규, 아비규환이 열린 출병식.
그녀의 채찍질이 천마스럽지 못하다며 불평하던 교인들의 입에서 충분한 인정의 말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열심히 채찍을 휘둘렀던가.
내공을 있는 대로 불어넣은 채찍으로 담벼락을 부수고 연병장을 반으로 쪼갠 노고는 다시 생각해도 진땀이 흐른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이 성장했죠.’
누구도 그녀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고
누구도 그녀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고
어렵게 채찍을 휘두르지 않아도
모두가 그녀의 지휘에 순응한다.
무림에서 쌓았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하지만 가끔은 그때의 기억들을 되살려보고 싶고는 해요.’
자, 자화요녀가 채찍을 들고 노려보고 있어!
진군하지 않으면 채찍으로 우릴 모조리 쳐죽일 작정인가봐.
오오. 원시천존이시여… 부디 우리를 구해주소서.
채찍을 들어올리기만 해도 용맹하게 돌격하던 마교도들과 그들을 지휘하던 경험.
그때의 짜릿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자니, 어느덧 채찍을 든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음 바위산에서는 오랜만에 채찍을 들고 독려를 해봐야겠어요.’
3.
내가 묵언검객이라면 저 부분은 어떻게 따라해야 공략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스피드마스터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사고가 정지했다.
빛보다 빠른 사나이라고도 불리는 만큼 사고속도도 엄청난 그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저걸 도대체 어떻게 따라해?”
갑자기 채찍을 꺼내들고 바위를 후려치더니, 데굴데굴 굴러 떨어진 바위가 아래에 있던 거인을 깔아뭉갰다.
와르르르르
뒤따라 이어지는 굉음.
비탈길을 무너뜨리는 산사태.
바위를 밀쳐내며 피투성이가 된 채 간신히 몸을 일으키던 거인이 머리 위에서부터 쏟아지는 토사에 생매장을 당했다.
ㄹㅇㅋㅋ
부하들이 일 잘한다고 심심해서 채찍질도 하네
심심하면 산사태를 일으키는 여자
스트리머로서는 초일류지만 사람으로서는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악마 그 자체ㄷㄷ
채찍질 두 번 하면 산이 무너질 듯
검 대신 채찍을 쓴다고 불만이라도 있는지 웅웅 울려대는 몰살검.
주인이나 무기나 하나같이 따라한다고 따라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소탕전을 이렇게 끝내네.”
봉화를 피워서 적을 개떼거지로 불러 모으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렸지만, 적어도 아군 사상자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뚜따의 책략과 묵언검객의 뛰어난 낙반계가 연계효과를 일으킨 덕분이다.
“리빙꿀팁, 거인들이 겁에 질려서 한 자리에 모일 정도로 학살을 한 뒤에 낙반계를 펼친다……. 다들 메모했지?”
ㅖ
메모‘만’ 했어요
진짜 이론상 가능이네ㅋㅋ
인간이 거인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죽이려면 일단 다른 곳에서 거인 여러 마리를 죽여서 겁에 질린 거인들을 한 곳에 모으면 돼요. 참 쉽죠?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눈으로 보면서도 이해가 안 돼
걱정 마 아무도 이해 못 했어
“아, 보스토벌전 시작됐다.”
컷씬과 함께 등장하는 바위산의 보스.
거인 챔피언.
저 인간이 이번엔 무슨 짓을 저지를까.
화염거인처럼 불꽃을 두르진 않았지만
대신 물리력과 체중이 월등히 높은
저 거대한 보스를 상대로
이번에는 어떤 놀라운 토벌전을 보여줄까.
마냥 흥미진진한 시청자들과 달리
조금은 진지하게 지켜보는 스피드마스터.
‘에픽판타지의 검술명가 마나연공법보다 고난이도의 연공법을 사용한다던데, 이번에도 그 신묘한 검술을 펼치려나?’
그간 묵언검객의 방송을 보며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검술실력만큼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하지 못할 걸 알기에
감각링크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눈여겨보고 싶었다.
‘언제나 앞장서서 달리기만 했었지.’
스피드마스터는 한국 최속의 스트리머.
속도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묵언검객의 신묘한 검술을 보면서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속도에 비견되는 검술실력과
자신이 해낸 것 이상의 결실을 거두는
묵언검객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역량만큼은
두 눈을 뗄 수가 없다.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앞서나가는 등을 바라보는 건
그의 인생에 있어서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니까.
‘보여 봐라, 묵언검객.’
이 스피드마스터가 쫓아가야 할 등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나와의 간격을 얼마나 더 멀리 벌릴 수 있는지!
[보스토벌전 개시] [필드보스 거인 챔피언 토벌완료]“?”
?
?
뭐임?
버그야?
이거 실화냐?
보스가 3초 컷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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