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62)
〈 162화 〉 162 가시인간
* * *
1.
생면부지의 타인.
그것도 타국에서는 구국의 영웅이라고도 불리는 전쟁영웅이.
자신의 수명을 깎아가면서까지 각성능력을 사용해가며 무술대회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본인들조차도 믿지 않는
그들의 가능성을 믿으며
고귀한 각오를 보였다.
그 의지는 묵언검객의 눈에 띄겠다는
얄팍한 욕심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선수들을 진심으로 만들었다.
“이상 참가선수 315인 전원의 무술대회 출전서를 접수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즉석대진표 추첨에 따라 호명된 분들은 대회장에 올라와주십시오.”
모든 것이 어설픈 즉석대회지만 누구도 그 격식과 수준이 낮다며 탓하지 않았다.
주최자의 권위가 아닌 참가자들의 각오로 시작된 대회에 절차와 장소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형식상의 절차.
급조된 대회장.
그런 것들로도 선수들의 불타오르는 투지를 잠재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치과의사를 또 불러야했나? 골 때리는 놈들이네.”
“거 강냉이가 털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시죠.”
각 분야의 의사들도 소집되며 의료진의 준비도 완료됐다.
국가안보국의 은밀한 지원으로 간이병상과 의료장비 임대도 완료되었으니 어지간한 중상이나 사고사 아니고서야 성녀의 손을 빌릴 일은 없다.
‘손을 쓴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군.’
민우성이 속으로 각오를 다지는 가운데,
대회장에서는 선수들이 진지하게 격돌을 벌였다.
“머슬 암Muscle Arm!”
팽팽한 접전 속에서 순간적으로 두 배의 두께로 부풀어 오르는 오른팔로 상대선수의 검을 찍어 누르는 능력자.
휘청거리며 꺾이는 자세를 바로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몰리던 상대선수가 차갑게 중얼거렸다.
“리와인드Rewind.”
마치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는 것처럼 1초 전의 위치로 되돌아오며 머슬암 능력자의 목에 검을 겨누는 능력자.
머슬암 능력자는 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씩씩거렸지만 이내 승부에 승복했다.
“훌륭한 능력이었다.”
“네 능력도 마찬가지다. 아주 조금만 수련이 부족했으면 1초 뒤를 기약하기도 전에 패배했을지도 몰랐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탈락은 했지만 마음에 위안이 됐다. 네가 우승하기를 응원하마.”
서로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하는 두 선수.
순번을 기다리던 다른 선수들과 해남파 관계자들도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게 옳게 된 무술대회지.’
가시인간은 속으로 감격을 금치 못했다.
무슨 수백 명이 개떼거지로 대회장에 올라가 짬처리라도 하듯이 서로 다퉈야만 했던 지난 대회 예선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결과적으로는 가시인간 본인의 이름값을 올린 예선전이었지만 그 자신도 알고 있다.
지난번에는 번개맨 덕분에 얻어걸렸다고.
미친놈마냥 혼자서 참가선수의 절반을 웰던으로 구워버린 번개맨이 아니었다면 구석에서 존버하는 가시인간에게 선수들이 몰려들 일도 없었다.
【개념글】
[각성자갤러리 가시인간쉑 묵언검객배 무술대회로 히트쳐서 꼴받지 않음?] [작성자 3 대 750] [조회수 2만2195] [추천 840] [비추천 615]「인정하면 개추」
념글 치트키 쓰네 일단 나부터 개추
고슴도치새끼 조오온나 명당자리 알박고 오지 말라고 소리치는거 개빡치긴 했음ㅋㅋ
무친샛기 가시는 뭔데 그리 단단한지 진짜 억울해서 이틀을 개꿀잠잤다
억울한데 꿀잠을 어케 잤냐?
너무 아프게 찔려서 48시간 내리 잠만 자서 회복함
무친놈이세요?ㅋㅋㅋ
이걸 병원 안가고 자연회복을 하네 ㅋㅋㅋ
육체파 각성자가 역시 또라이들이 많아ㅋㅋ
난 가시인간 괜찮던데 애가 너무 못생겨서 와 진짜 인생 열심히 살아서 능력연마했구나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음
아앗
역치트키 쓰네 ㅁㅊ
갑자기 가시인간한테 미안해져서 비추천도 눌러줬음
저 정도로 못생겼으면 진짜 인생 돈밖에 없는데 히트라도 쳐야지
ㅇㅈ
인터넷에서는 개꿀을 빨았던 그의 행보를 두고두고 까고 있다.
가시인간도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운빨로 성공한 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에 면접시험에 참여했다.
그것이 운 좋게도 제 2회 묵언검객배 무술대회가 되었으니, 그에게는 천운이 따른 셈이다.
“다음 선수 추천이 완료되었습니다. B급 각성자들의 빅 매치! 청코너, 가시인간!”
가시인간은 당당하게 무대에 올라섰다.
와 진짜 더럽게 못생겼다
쟤 가시가 그렇게 뾰족하다며?
못생김으로 벼린 가시라서 그런가봐
사나이들의 대회에서도 차마 참을 수 없는 얼굴평가가 멘탈을 자극했지만 가시인간은 애써 마음을 침착하게 먹었다.
‘내 얼굴이 못생긴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냐? 오늘만 참자. 오늘 대회에서 기필코 실력파 각성자로 이름을 널리 알리겠어.’
그때가 되면 가시인간의 시그니처는 못생긴 얼굴이 아닌 뛰어난 실력이 될 것이다.
번개맨만 해도 그리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인터넷에서 소리를 듣지 않는가.
근거 없이 굴리는 희망회로도 아니다.
지난 대회에서 얻은 깨달음을 적극 살린 덕분에 가시인간은 레벨을 올려 B급으로 승급했다.
“홍코너, 이번 무술대회의 유력우승후보 가시인간에 맞설 상대선수는~ 메카사무라이!”
관중석 전체에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메카사무라이?”
“그런 녀석도 있었나?”
“무명이군.”
“안됐네. 가시인간도 보통이 아닌데.”
대회장 맞은편에 올라선 메카사무라이.
금속질의 광택이 묻어나는 손등과 얼굴을 보는 순간, 가시인간은 깨달았다.
‘역상성이다.’
모든 각성능력에는 상성이 있다.
아무리 기를 써도 절대적인 불리함이 강요되는,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천적 같은 상대도 하나쯤은 있기 마련.
살을 뚫고 파고드는 날카로운 가시를 무기로 삼는 가시인간에게는 메카사무라이가 그러했다.
“양 선수, 시합준비!”
“카운트다운!”
선이 그어진 자리에 서서 상대를 노려보는 가시인간.
메카사무라이는 가시인간을 보고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의 명성에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증거다.
“5, 4, 3, 2, 1, 개전!”
무술대회 예선전.
예선 1차전 최고의 이변이라 불릴 가시인간과 메카사무라이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2.
각자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다투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살수를 도로 되돌린다.
피륙에 직접 상처를 입히지 않더라도 서로 승패를 납득하는 사나이들의 싸움.
“한국은 전사들의 나라였군요. 역시 소문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봐요.”
[한국 각성자들에 대한 타국의 인식은 어떻죠?]“좁은 땅에 높은 인구밀도 하나로 운 좋게 연명하는 운 좋은 일본. 그렇게 불리고 있어요.”
일본처럼 해상몬스터에 의해 지진과 헤일에 섬이 가라앉거나 육지가 초토화되지도 않았다.
중국처럼 지켜야 할 영토가 너무 넓어서 미처 닫지 못한 게이트들로 인해 인간과 몬스터의 생존전쟁이 펼쳐지지도 않았다.
여러모로 한국인은 지형학적으로 운이 좋으니,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헛소문이었나보네요.’
민우성이나 대쉬맨이야 당연히 옳게 된 소문이라고 여기겠지만, 이브와 해응응은 헛소문으로 치부시했다.
이번 대회로만 두고 각성자들을 평가하는 그들에게 한국의 각성자들은 몹시 훌륭했다.
“아. 이번대회 최초의 B급 각성자 매치에요.”
[가시인간이 있네요.]“시스터가 눈여겨볼 정도로 강한 각성자인가요?”
해응응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선부터는 점핑레빗 고산의 전설 필드를 탐방하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지만, 지난대회 예선전은 나름 열심히 지켜봤다.
사람들은 가시인간을 운이 좋다고만 여겼지만 그는 운을 기회로 살려낼 실력이 있었다.
가시와 금속의 충돌.
보통이라면 금속의 단단함에 버티지 못하고 꺾여야 할 가시는 놀랍게도 부러지지 않고 그 날카로운 자태를 유지했다.
‘발전했네요.’
해응응은 기억했다.
창원길드의 무쇠창 김길태의 창격에 가시인간의 가시가 휘었던 사실을.
공격을 받아내는 요령이 늘었든, 가시의 내구력이 늘었든 가시인간은 예전보다 강해졌다.
“미안하다, 루키. 마음 같아선 천천히 기술을 교환하면서 체면을 살리게 해주고 싶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어.”
가시인간이 내딛는 걸음, 취하는 동작마다 매 순간 전신가시의 형상이 변화한다.
매섭게 날아드는 검격을 모조리 한 팔 전체에 두른 기다란 가시로 받아치며 거침없이 메카사무라이를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발뒤꿈치에서 레일이 내려오며 돌진속도를 늘리고 부스터의 추진력마저 더한다.
통상 이동속도의 열 배를 웃도는 폭발적인 가속과 함께 번뜩이는 발도술.
투두둑
무적과도 같은 내구력을 자랑하던 가시인간의 가시가 떨어져나갔다.
“굉장해요! 상성의 불리함에도 전장을 압도하는 가시인간도, 그런 베테랑을 상대로도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메카사무라이도 모두 훌륭해요!”
[초수교환에서 이득을 본 건 가시인간이지만요.]“가시가 부려졌는데도요?”
해응응은 가시인간의 반대쪽 손을 가리켰다.
메카사무라이가 발도술을 펼쳤던 일순간, 가시인간은 검의 형태로 뻗어낸 오른손과 동시에 총구의 형태로 전환한 왼손으로 가시를 사출했다.
파지직
메카사무라이는 자신의 팔에 박힌 가시들을 뒤늦게 발견했다.
감정 없는 기계처럼 보였던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가시인간. 듣던 것 이상으로 강하군.”
“폼으로 유력우승후보가 된 건 아니라서.”
왼손을 잡고 가시를 뽑은 메카사무라이.
그의 팔에서 스파크가 잦아들며 관통된 부위가 본래의 형체를 되찾았다.
“회복기술? 이 새끼 순 사기 아니야 이거.”
“고코스트 기술은 페널티가 강해서 말이지. 이런 거라도 하나 마련해두지 않으면 감당할 수가 없겠더군.”
“그럼 회복할 새도 주면 안 되겠군. 다음 일격으로 끝장을 내주지.”
“아니. 너에게 다음 기회 같은 건 없다.”
가시인간의 능력은 다방면에서 출중하다.
뛰어난 내구력.
높은 범용성.
가시사출에 의한 변칙공격까지.
능력의 코스트를 다방면으로 발전시켜 어떤 간격에서도, 아무리 많은 적을 상대로도 능히 무쌍을 펼칠 수 있는 실력자이다.
그렇기에 메카사무라이는 알 수 있었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만 고를 수 없어.
어떤 간격도 포기 못해.
언제나 어떤 적에게도 이기고 싶어.
그런 욕심 많은 능력으로는
무엇 하나도 포기하지 않은 능력으로는
그의 최속을
그의 일격을
절대로 받아낼 수 없다고.
“아아앗! 후폭풍이 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의 일격! 공격을 받아낸 가시인간의 뒤로 경기장의 절반이 파괴되었습니다!”
분위기를 틈타 마이크를 잡고 사회자 노릇을 하기 시작한 방지철 리포터의 외침.
“가시인간이 졌어요!”
[아뇨.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요.]“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요?”
깨져나간 가시갑옷.
뜯겨져나간 가시를 따라 흐르는 피.
혈인이나 다름없는 몰골이 되었지만.
“아야.”
바늘에 손이 찔린 것처럼 밍밍하기 그지없는 가시인간의 발언.
“따갑잖아, 이 새끼야.”
필살기나 다름없는 공격에 당하고도 무릎조차 꿇지 않고 버텨낸 가시인간.
그의 투지에 수많은 참가자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