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63)
〈 163화 〉 163 가시인간
* * *
3.
가시인간은 알고 있다.
자신은 번개맨만큼 강하지도 않고, 돈벌이에 유용한 능력이나 특성을 지니지도 않았음을.
또 가시를 세우셨어요? 하, 이거 완전 폐급이네. 됐어요. 당신한테 지급할 전투복은 이제 없으니 그렇게 아세요.
사직서? 눈치는 있네. 갈 때 가더라도 위약금은 지불하세요.
저 녀석이지? 유명길드에 들어갔다가 쓰레기 같은 능력 때문에 쫓겨났다는 한심한 녀석이. 그 길드도 참 보는 눈이 없어.
저런 못생긴 놈의 뭐가 그리 좋다고 채용했던 건지 모르겠어. 안 그래?
길드에서 버림받은 것도 서러운데 같은 프리랜서들은 길드출신 각성자라고 프리랜서를 우습게 보는 건 아니냐며 경계한다.
오빠, 짠~! 안 좋은 기억은 미미랑 술 한 잔 마시고 깔끔하게 잊어요.
네? 내일도 시간이 되냐고요? 죄송합니다. 내일은 좀. 아니, 그냥 예약이 불가능하세요. 두 배로 주셔도 곤란하거든요.
여친대행코스를 이용해주신 건 고맙지만 고객님은 얼굴이 좀 그래서 다음부터는 신청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제대로 된 동료나 친구도 하나 없는 서러움을 풀고자 신청한 여친대행서비스는 가시인간에게 더 큰 상처만 남겼다.
‘이젠 정말 실력뿐이야.’
가시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전투법은 뭐든지 다 시도했다.
팔근육을 다치면 하체위주로 훈련을 하고, 하체마저 다치면 손끝으로 가시를 사출하는 연습을 이어나갔다.
7년.
2555일에 달하는 시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라도
그에게 쉬는 날은 없었다.
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던 어느 날.
고흥에서는 가시인간이 최고TO 아님?
ㅇㅈ
못생긴 것 이상으로 엄청 독종임
아니 그렇게 못생겼는데 그 이상이 가능해?
그러니까 대박 독종인거지
강함의 이유 납득;
그 정도면 인정해드려야지;
그는 C급 최상위 각성자가 되었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안주할만한 실력을 이뤘다.
‘미미쨩. 넌 내게 모욕감을 줬지만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큰 고통도 안겨주었지.’
그 고통이 있기에 가시인간은 그의 새로운 진화특성을 각성할 수 있었다.
수도 없이 꺾이고 또 꺾였지만
끝내 모든 아픔을 딛고 강해진 그처럼
그의 가시 또한
사출되고 꺾이고 부러질수록
새롭게 돋아나는 가시는 더 단단해진다.
“메카사이보그. 너는 여성에게 차여본 적이 있나?”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다.”
“굳이 답하자면 없다. 귀찮고 성가셔서 찬 여자라면 있었지만.”
“그것이 너와 나의 차이다.”
가시인간의 오른팔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붉은 광채가 휘감긴 가시가 돋아났다.
맹렬하게 회전하며 흩뿌리는 핏빛가시.
그가 흘리는 핏방울의 수만큼
대회장을 수놓은 수많은 가시들이
메카사이보그의 전신을
동체를 보호하고자 치켜든 양팔을
걸레짝처럼 찢어발겼다.
“오직 여성에게 차여본 남자만이 진정한 강함을 논할 수 있다.”
“무슨, 개똥같은…….”
고개를 축 늘어뜨리며 쓰러진 메카사이보그.
“가시인간의 역전승입니다! 여자에게 차인 설움을 딛고 일어서는 강인한 정신력이 가시인간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와아아아아!”
“가시펀치! 가시펀치! 가시펀치!”
“가시인간, 이렇게 멋진 녀석인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 가시인간! 너는 운빨로 운 좋게 성공한 녀석이 아니라 정말 열심히 인생을 산 녀석이었어!”
“최고다, 가시인간!”
“넌 이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못생긴 놈이야!”
수많은 각성자들의 환호.
해남파 관계자들의 환호도 더해지는 가운데
묵언검객마저도 팔을 걷고 박수를 쳤다.
“역시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요. 한국의 각성자분들은 정말 대단하세요.”
[강해지려던 이유는 다소 엽기적이지만 발전한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주고 싶네요.]성녀와 묵언검객 두 사람의 찬사를 동시에 받는 가시인간.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응원을 받으며 가시인간은 생각했다.
‘못생겼다는 말 좀 그만해 이놈들아.’
4.
가시인간과 메카사무라이의 회복은 대기 중이던 의료진의 선에서 끝났다.
특성효과로 어느 정도 스스로 부상을 회복할 수 있는 덕분에 두 사람 모두 큰 수술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예선 1차전에서 탈락한 메카사무라이와 달리, 가시인간은 긴장의 끈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다음 시합이 있다.
최대한 빨리 부상을 추슬러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눈앞에서 일어난 이벤트에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와. 진짜 예쁘다.’
묵언검객과 성녀.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개최자이자 심사위원들이 멋진 시합을 보여준 두 선수를 격려하겠다고 직접 찾아왔기 때문이다.
대회장의 수리를 겸해 잠시 시합도 중지된 틈을 타서 카메라맨과 방지철 리포터까지 딸려왔다.
“멋진 시합을 보여주신 두 선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메카사무라이님, 가시인간선수와 직접 싸워본 소감이 어떠신가요?”
“여자한테 차인 남자의 독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다. 여기서 나가면 지금 사귀는 여자에게 차여보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아하하. 재치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지금 사귀는 여자가 있다고?
가시인간의 눈에 허망함이 차올랐다.
기만질이라는 카운터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대회는 이겼지만 인생은 패배했다.
이 서러움은 오직 못생긴 사람만 알 수 있다.
‘불쌍하기도 해라.’
한때 남자였던 해응응도 지금의 가시인간이 느낄 패배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남자였던 적도 없는 성녀 이브마저도 애매한 미소로 그의 아픔을 짐작했다.
“가시인간님은 오늘의 승리로 대회에서 큰 인기를 끄셨는데요.”
하지만 시청률에 눈이 먼, 피도 눈물도 없는 리포터만큼은 그 고통을 알아주지 않았다.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여자친구를 사귈 계획이 있으신가요?”
“XX”
“예?”
“지금 사람 가지고 놀아? 저리 꺼져!”
방제철과 카메라맨들은 의료동 밖으로 쫓겨났다.
성녀가 애써 그를 위로해주었다.
“너무 근심하지 마세요. 외면이 추하다하여 영혼까지 추한 건 아니잖아요. 숭고한 의지는 몸의 가죽을 따라주지 않는답니다.”
“성녀님… 프로포즈 해도 되나요?”
“저는 국가와 결혼한 몸인지라 한 남자의 마음을 받아주는 바람은 필 수 없답니다.”
거절이야 당연히 받을 것이라 여기며 지른 고백이었지만,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다른 거절에 가시인간은 도리어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하. 국가와 결혼하신 분이라면 어쩔 수 없죠. 저야말로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성녀는 자연스레 해응응을 돌아보았다.
“여기계신 시스터 해응응은 어떠신가요?”
“묵언검객님 말입니까? 그, 그게…”
성녀에게도 과감히 고백을 했던 가시인간이지만 묵언검객과 눈을 마주치니 농담으로라도 입이 열리질 않았다.
차분한 인상은 성녀와 똑같지만, 묵언검객은 성녀와 달리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묵언검객.
몰살검객.
마망검객.
채찍검객.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별명들만 봐도 그랬다.
잔혹한가 싶으면 의외의 자애로운 면모가 있고, 때때로 벌이는 기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였다.
묵언검객은 정체기를 맞이했던 가시인간에게 더 강한 무력을 갈망하는 계기가 되어준 인물.
‘그런 대단한 분에게 고백을?’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장난으로 고백하기에도 이미 늦었다.
이렇게 미적거렸으니 어떻게 입을 떼어도 진심으로 들릴 것이다.
감히 그녀에게 진심으로 고백을 한다니.
거절당할 것이 당연한데
어울리지 않을 것이 당연한데
그런데도 고백할 자신감은 그에게는 없었다.
[받아주지 않을 거예요.]“아직 고백도 안 했습니다만?!”
1고백 2차임 뭔데.
입으로야 불평해도 차라리 이렇게 먼저 수첩을 내밀어주니 마음이 편했다.
애써 쓰린 속을 달래는 그에게 묵언검객이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못생긴 건 봐줄 수 있어요.]“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하지만 그보다 용납이 되지 않는 점이 있어요.]“못생긴 것보다 더한 결점이 있단 말입니까?”
아니, 이거보다 더?
진심?
가시인간 본인마저 당황하는 가운데
한결같은 무심한 얼굴로
해응응이 수첩을 넘겼다.
[저는 저보다 약한 남자의 구애는 일말의 고려조차 하지 않고 거절하니까요.]“예?! 그거 그냥 평생 혼자 살겠다는 선언 아닙니까?”
그쯤 되면 저만큼은 못해도 나름 괜찮은 여자와 사귈 수 있지 않겠나요?
그런 해응응의 당돌한 뜻이 담긴 수첩이 두 눈 가득 펼쳐졌다.
당혹스러웠던 마음도 잠시.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두 분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저 같은 녀석을 위해 이렇게까지 깊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시다니.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가시인간은 다짐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해남파에 들어가서 앞으로도 더욱 강해지기 위해 단련하고 싶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거절하지 않아요. 일개 수련생으로 들어올지, 교관으로 들어올지는 대회의 성과에 달려있겠지만요.]묵언검객. 아름다움과 고강함을 겸비한 이 여인의 남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저, 실례하겠습니다. 카메라를 한 대 놓고 와서…….”
하지만 그 다짐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멋쩍은 얼굴로 돌아온 카매라맨.
그가 집어든 카메라는 줄곧 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것도 실시간 시청률이 12%를 돌파한 지상파 방송으로 영상을 송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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