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67)
〈 167화 〉 167 총 정도는 이겨야죠
* * *
1.
양귀호의 상대선수로 호명된 김모루.
모루처럼 단단한 사나이가 되라고 이름을 지은 부모님의 뜻과 달리.
그는 모?루 라고 불리는 경우가 잦았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현장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어? 모?루다!
와! 몰?루맨!
저는 몰루맨이나 모?루가 아니라 모루…
몰루맨! 사인해주세요!
어? 왜 사인에 몰?루맨이라고 안 적으셨어요?
…….
팬들에게 하도 시달린 나머지 지긋지긋한 이름을 떨쳐내고자 별명도 새로 지었다.
코드네임
각성능력 에서 본딴 이름은 그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선사해주었다.
와 체이서 왤케 빠름?
국내 각성자중에는 얘가 젤 빠르지 않나?
오, 체이싱이 스피드마스터한테 도전장 던짐
현역각성자와 현역정상급 스트리머의 가상세계 최속 대결ㄷㄷㄷ
응 개같이멸망했고
ㅋㅋㅋㅋ
짭피드마스터 어서오고
총알보다 빠른 스피드마스터는 결국 따라갈 수가 없었제?
각성자 망신은 이 새끼가 다 시키네
에휴 병신
나가 뒤져라
스피드마스터에게 패배한 각성자.
수많은 게임방송 시청자들에게 짭피드마스터 체이서라는 오명을 알린 전성기 말이다.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개인브랜드가치는 추락하고 광고 하나 없이 정말 개같이 멸망했다는 말이 실감나던 나날이었지.’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해도 스피드마스터의 아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체이서.
그랬던 그에게 처음으로 스피드마스터와 동격의 위치에 선 다른 정상급 스트리머들과 달리, 그를 찍어누르다시피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스트리머가 눈에 띄었다.
묵언검객.
오늘날의 스피드마스터를 만들어주었던 그의 데뷔게임 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클리어해나가는 엄청난 실력의 신입 스트리머.
그녀는 스트리머로서도, 각성자로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사람이다!’
스피드마스터에게 패배한 뒤로 영원히 떨쳐낼 수 없을 것만 같던 짭피드마스터의 오명.
모?루보다도 더한 악질스러운 별명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묵언검객.
스피드마스터보다 더욱 유명한 그녀의 밑에서 직접 훈련을 받는다면.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직 그런 일념 하나만으로 면접시험에 참여했고, 갑자기 개최된 무술대회에도 참여했다.
“안동검가의 김제철보다도 주목을 받는 그의 존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는데요. 베일에 가려진 실력자, 범호 양귀호의 숨겨진 실력은 과연 얼마나 대단할까요?”
나름 경력 있는 각성자로서 자신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
“너……. 뭘 하는 녀석인지는 몰라도 장난 아니게 강한가보군. 절대로 방심하지 말아야겠어.”
사회자가 저렇게까지 칭찬하는 상대를 오만하게 대하는 우는 범하지 않는다.
그런 끔찍한 실수는 스피드마스터에게 저지른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전력으로 박살내주마.”
“아니, 미친놈아. 그건 반칙이지!”
짭피드마스터 체이서.
그의 품에서 기관단총이 나왔다.
2.
기관단총.
권총탄을 자동사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이 총기는 방아쇠만 누르면 300m/s의 탄속으로 30발들이 탄창을 비워낸다.
각성자가 들기에는 다소 황당한 무기인, 군인에게 더욱 어울리는 무기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무기가 체이서의 손에 들린다면.
그에게만큼은 다른 어떤 무기보다도 유효한 전용무기로 거듭난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뒤쫓는 능력.
그 능력의 대상이 총알이 된다면 어떨까.
하나의 발상으로부터 등급을 뛰어넘는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게 된 체이서.
그의 엄청난 속도는 한때 한국 최속의 스트리머에게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엄청났고, 권총탄보다 빠른 스피드마스터의 아성에 무너졌다.
그렇다고 그가 개발해낸 기술이.
설욕의 나날을 꿈꾸며 벼려낸 실력이.
완전히 무가치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의 내게는 없었던 제어가 가능해졌지. 더는 직선적인 속도에 휘둘리기만 하지는 않아.’
타다당
두 자루의 기관단총.
양방향으로 쏘아진 총알 사이로 를 변경하며 변칙적인 우회를 펼치는 체이서.
그의 엄청난 속도에 양귀호는 이를 악물고 신법을 펼쳤다.
호랑이가 뒷다리의 힘으로 나무를 오르듯이 강인한 두 다리의 각력으로 펼쳐내는 신법.
그의 신법스킬에 대한 이해와 변주는 묵언검객조차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
따다당!
총알을 건틀렛Guntlet으로 막고, 이어지는 돌진공격을 인지하며 체이서의 이동경로에 손날을 내밀기까지 했다.
이 이상 달려든다면 몸통에 치이기 전에 네 목덜미부터 구멍을 내어주겠다는 대응!
“칫─”
체이서의 표정이 구겨졌다.
역시 방심하지 않기를 잘했다.
상대는 빠른 속도의 적에게 맞설 반사신경과 대응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절벽을 기어오르는 괴상한 여자에게 맞서기 위한 대응법이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방심하지 않고 신중하게 임한 덕분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할 위기를 넘겼다.
와 뭐야! 왤케 빨라!
방금 슈슉 슉 슈슉 하고 붙은 거 머임??
중계카메라 슬로우영상 봄?
총탄이랑 똑같은 속도로 달려드는 놈이나, 그걸 튕겨내고 반격하는 놈이나ㄷㄷ
대박이네 이번 경기
이게 짭피드마스터?
짭이어도 그 스피드마스터한테 개길 정도면 보통 실력은 아닌 거지
양귀호도 묵언검객이 주목할 만하네
엥간한 각성자면 방금 거에 당했다ㄹㅇ
짭피드마스터 vs 묵언검객 원픽
이거 스센세랑 묵언검객 번외경기 아니냐?
대리전 양상이네ㄹㅇ
스피드마스터와 묵언검객.
무거운 이름을 두 어깨에 짊어진 두 각성자.
점점 격해지는 전투 속에서
어느샌가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근데 양귀호는 각성능력이 뭐임?
콘X로스트?
호랑이 힘이 샘솟기?
몰?루
양귀호.
그가 펼치는 신법은 그저 스킬일 뿐.
각성능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3.
“독특한 스킬이네요.”
[무공은 처음 보나요?]“저것도 무공계열 스킬인가요? 처음 접해보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꽤 드문 편이죠.”
성녀 이브.
그녀는 양귀호의 신법에 관심을 보였다.
“저 무공에도 마력을 다룰 때처럼 독특한 마나연공법이 존재하나요?”
[마나연공법이 뭔가요?]“그거, 농담이죠?”
[내공심법 비슷한 건가요?]“…정말로 모르시나보네요. 에픽판타지에서 유래된 스킬인데 마력을 다루어 특정 신체능력을 상승시키거나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귀환자와 각성자가 비슷한 듯 다르듯이.
각성자와 플레이어 또한 비슷한 듯 다른 구석이 있다.
각기 다른 분야의 몇 안 되는 공통분모.
마나연공법은 그중 하나였다.
“이상한 일이죠? 게임 속의 기술이 현실에서도 스킬로 사용된다는 것이. 동유럽만 해도 에픽판타지 덕분에 전력이 강화된 각성자들이 많았죠.”
[흥미가 생기네요. 이브. 당신도 마나연공법이라는 기술을 익혔나요?]“아쉽게도 제 각성능력은 마나연공법이 통하지 않았어요. 모든 연공법에는 요구되는 자질이나 상성이 있고, 저와 상성이 맞는 마나연공법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말로만 들으면 내공심법이 따로 없다.
이브가 마나연공법을 익히지 못한 이유도 얼추 짐작이 갔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근맥을 타고났거나, 다루는 힘이 단전을 개방시켜야 사용할 수 있다면 평범한 심법은 익힐 수 없겠죠.’
해응응이 조심스레 제안했다.
[이브. 당신의 몸을 제가 살펴봐도 될까요?]“네에?”
[연공법을 익히지 못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이브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어쩜 이리 부끄러운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가.
자신은 듣기만 해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는데.
“나중에, 나중에요. 대회가 끝나고, 보는 사람이 없을 때……. 그때 부탁드려도 될까요?”
진맥을 하는데 주변에 사람을 물릴 필요까지 있을지 의아해한 해응응이었지만, 부끄럼 많은 이소혜나 주아영을 떠올리고는 납득했다.
‘한때 남자였던 저와 본래부터 여자인 사람들은 감수성이 다른 거겠죠.’
누구보다도 여성스러운 몸이 되었지만, 그런 해응응에게도 남성으로서의 기질은 남아있다.
현대에 귀환한 이래로 게임에 다시금 취미를 붙인 점이나, 살육과 경쟁을 꺼려하지 않고 강한 승부욕을 지닌 점이라거나.
‘남자보다 여자가 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까요.’
귀여운 여자가 좋은가하면, 남자일적의 경험으로 못생긴 남자도 질색하지 않고 동성친구 대하듯이 곁에 두기도 하는.
외모에 구애받지 않는 무심한 배려도 그녀의 희박한 남성적 기질의 영향이었다.
[그러죠.]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회가 끝나기만을 기약하는 두 사람.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대쉬맨이 이런 사적인 대화까지 듣고 있어도 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아참. 두 분은 이번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애써 화제를 돌려보려 애쓰는 대쉬맨.
그가 보기에는 기관단총을 3연발로 쏘아대는 체이서도, 능숙하게 이에 대처하는 양귀호도 모두 대단해보였다.
이브와 묵언검객은 어떤 생각일까.
누구의 승리를 더 우세하게 점칠까.
흥미를 품으며 물어본 대쉬맨.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양귀호라는 분이 아닐까요?”
[당연히 양귀호죠.]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즉답.
대쉬맨은 당황했다.
“그래도 체이서도 나름 대단한 각성자가 아닙니까? 심지어 총까지 쓰고 있고요.”
“총은 훌륭한 무기죠. 하지만 총으로도 죽일 수 없는 몬스터는 널리고 널렸어요.”
[무공을 다룬다면 총 정도는 이겨야죠.]각성자이든.
무림인이든.
일정 경지를 넘어서고자 한다면 총 정도는 당연히 이겨야 한다.
너무나도 태연스럽게 들이미는 폭거.
대쉬맨과 그의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이 인간들 기준에 사람처럼 보이려면 기관단총을 이겨야하네.’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사고방식!
그러나 해응응 딴에는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암기는 커브볼에 서클 체인지업으로도 날아오는데 정직하게 날아오는 총탄은 양반이죠.’
고수가 던지는 암기보다는 총탄이 피하기 쉽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상식이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반요곡의 염마왕이 던지던 오버핸드 스로 파이어볼만 해도 절정지경 최상위권에 속한 강자들이 던지는 암기에 준하거나 그 이상.
그에 비하면 기관단총은 정말 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의견은 시청자들에 의해 엉뚱하게 곡해되었다.
무공을 다루면 총 정도는 이겨야한다면 건맨이 무술대회 참여해도 무공 쓰는 애들이 이길 수 있지? 그니까 검맨도 참여 가능하지?
기적의 논리
아몰랑 아무튼 내일 참여할 거야
무술대회(사격술 포함)
아ㅋㅋ 아무튼 사격술도 무술이라고
딱 기다려라 내일 대회장에 총 들고 찾아간다
XX중대 만기전역 기관총사수입니다. 사제기관총 들고 찾아가도 되나요?
ㅈ됐네 저세상 경기 펼쳐지겠노
오늘 경기 참여 안한 녀석들 내일 참여했다가 피눈물 흘리겠네ㅋㅋㅋㅋㅋ
아니 미친놈들이 지들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해버리네 ㅋㅋㅋㅋ
무술대회 거너전형이 생기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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