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7)
〈 17화 〉 17 묵언검객 따라잡기
* * *
1.
엄길동의 시청자들이 물었다.
그래서 뭘 베낄건데?
올타임 레전드였잖아
ㄹㅇ 고르는 것도 일이네
묵언검객의 개쩌는 피지컬은 혈귀 소탕부터 시작해서 매 순간 거듭 이어졌다.
피지컬이 돋보이지 않은 순간을 찾는 게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래도 이왕 할 거면 제일 어려운 걸로 해야지.”
튜토리얼에서 처형자 죽이기 ㄱ?
“그건 에바고.“
두 번째 필드로 혈둔수로채 골라서 피독주 없이 보스 죽이기 ㄱ?
“그것도 에바고.”
엄길동의 채팅방에 불이 붙었다.
아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되는 게 뭐냐고 ㅋㅋ
때려쳐
지금이라도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묵언검객님 못하겠습니다 말하면 봐준다
이미 승부욕에 불이 붙은 엄길동은 물러서지 않았다.
“보스는 무리여도 소탕전은 가능하지.”
겨우?
엄길동 체면에 겨우 소탕전?
“나룻배 위에서 수귀 상대하기.”
ㅇ?
ㅇㅎ?
“묵언검객이랑 같은 시간동안 같은 물량을 나룻배를 지키면서 상대하는 조건으로.”
이건 좀 끌리네
구미가 당기네요
괜찮은데?
“이거 성공하면 룰렛에서 뜨는 벌칙 1번 면피할 수 있는 면제권 얻고 실패하면 벌칙룰렛 돌리는 거지. 어때, 딜?”
딜
드가자
그렇게 하루를 꼬박 들인 노력 끝에 결과물이 탄생했다.
[묵언검객 따라잡기(100초)] [by 괴도 엄길동]100초 동안 내구도가 약한 나룻배를 지키며
수귀들로부터 배를 지키거나
모든 수귀를 해치우는 걸 목표로 하는
묵언검객 따라잡기 선상전투 시뮬레이션이.
등장하는 수귀는 모두 64마리.
배는 허름한 나룻배.
캐릭터는 최소한의 스펙보정이 주어진 캐릭터로.
묵언검객과 같은 상황에서
같은 활약을 펼치는데 도전하는
묵언검객 따라잡기 시뮬레이션이 탄생했다.
2.
높은 완성도에 뿌듯함을 느끼며 첫 시운전에 나선 엄길동.
그는 나룻배와 수귀가 충돌하며 이는 충격에 휘청거리다가 배 모서리에 머리를 박아 죽었다.
[RANK 01. 괴도 엄길동 / Time record 3초 / 남은수귀 64마리 / 나룻배 온전] [사인 : 나룻배에 머리를 부딪쳐 즉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보스 선정 세상에서 제일 추한 죽음 1위
브이튜브 친구들 저는 비록 여기서 묵언검객 따라잡기를 끝마치지만 여러분은 부디 엔딩을 보실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최단기 관짝행 ㅋㅋㅋ
진짜 개추하다 ㅋㅋㅋㅋ
“아 시운전이잖아! 니들은 안 넘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머쓱해서 괜히 화를 낸 엄길동이지만 내심 ㅈ됐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생각보다 수귀와 나룻배가 부딪히며 이는 흔들림이 너무 심했다.
“아니 이 인간은 발에 자석이 붙었나, 이걸 어떻게 버틴 거야?”
도전횟수는 순식간에 10번을 넘겼지만 첫 충돌의 고비를 넘기고도 기록은 20초를 넘기지 못했다.
확! 퍽!
수중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창들.
수귀들의 공격에 발 디딜 자리를 잃거나 몸이 한 번이라도 찔리면
운신에 제약이 생기며 배 아래로 추락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오지마 이 개새끼들아!!”
배 난간에 다리를 바짝 붙이고 중심을 낮추며
날아드는 창만 쳐내는
얍삽한 존버 플레이에 돌입한 엄길동.
우우우
개쫄보
이렇게까지 이기고 싶냐?
“으아아아아!!”
“캬악”
“키야악”
그런 그를 향해 날아드는 수귀들의 무수한 창질.
미친 ㅋㅋㅋ 창 존나 많이 올라와
랭커한테 훔친 경면튕기기 방어술을 여기다 써먹네 ㅋㅋㅋ
기술이 아깝다 ㄹㅇ
다리힘으로 버텨서는 것도, 수귀들을 죽이는 것도 전부 포기한다.
오직 오래 버티기만을 위한 필사적인 저항.
40초라는 최고기록이 무색하게도 배가 쩍 소리를 내며 밑에서부터 반으로 갈라졌다.
[RANK01. 괴도 엄길동25트 / Time record 40.7초 / 남은수귀 64마리 / 나룻배 완파] [사인 : 배가 부서져 물에 빠지고 다수의 창에 전신이 찔림]“끄아아아아아아아!! 이걸 어떻게 100초를 버티냐고오오오오!!”
영상으로 볼 때도 개쩐다 싶긴 했지만 이 정도로 힘들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랭커의 경면방패술을 훔쳐서 궁수 1000명의 화살을 1분간 막기에 도전할 때만큼 힘들다.
네가 선택한 기술훔치기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경면방패술급 개고생의 예감
이거지 ㅋㅋ 난 이 형이 고통받는 모습이 젤 즐겁더라
그의 실패를 기뻐하는 시청자들의 콧대를 꺾겠다는 오기에 힘입어 엄길동은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갔다.
“안 싸우고 존버만 하니까 배가 버티질 못하네. 어떻게든 수귀 숫자를 줄여야겠어.”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에 나서니 처음 몇 번은 존버할 때보다도 빠르게 사망했다.
시야의 사각을 노리거나 나룻배 밑창을 뚫고 불쑥 올라오는 창에 돌연사를 당하기도 수십 번.
도전횟수는 순식간에 100번에 이르렀다.
[RANK 01. 괴도 엄길동100트 / Time record 49.2초 / 남은수귀 51마리 / 나룻배 중파] [사인 : 강물에 발이 미끄러져 창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 [RANK 02. 괴도 엄길동97트 / Time record 49초 / 남은수귀 54마리 / 나룻배 중파] [사인 : 수귀에게 팔을 붙잡혀 강으로 끌려들어가 사망] [RANK 03. 괴도 엄길동81트 / Time record 48.8초 / 남은수귀 53마리 / 나룻배 중파] [사인 ; 부러진 나룻배 파편이 엄지발가락에 박혀서 발가락을 신경 쓰다가 창을 피하지 못해 사망]“아아아아아아악!! 50초, 50초, 50초, 50초오오오오!!”
응 49.2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 미끄러져서 죽는 거 개웃기네 ㅋㅋㅋ
야 이건 가망도 안 보인다 그냥 벌칙룰렛 돌리고 끝내자 오늘 포기하면 룰렛 1번으로 끝난다
ㄴㄴ 삼일 버티고 못 깨서 룰렛 3번 벌칙 3개 걸려야지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나은데?
3초 만에 사고사를 당했던 1트와 비교하면 훨씬 낫지만.
100트까지 가서도 발 미끄러짐 하나 방지하지 못해 죽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협소하고 낡은 나룻배 위에서 싸우는 게 그만큼 불리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아 화딱지 나서 안 되겠다. 머리 좀 식히고 올게요.”
노래 한 곡을 띄워놓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는 엄길동.
가상현실캡슐에서 나와 몰 한 잔을 마시며 뻐근한 몸을 풀어보지만 어두운 표정은 나아지질 않았다.
“아씨 괜히 했네. 삼일은 무슨 한 달을 해도 못 깨겠는데.”
적어도 요령 몇 개쯤은 익히지 않으면 몇 번을 도전해도 클리어 가능성이 없음은 명백했다.
“진짜 더럽게 어렵네. 묵언검객은 이걸 어떻게 한 거지?”
도전 2시간 째.
성공가능성은 아직까지 전무.
균형 잡기도, 발재간도, 일격에 수중의 수귀의 머리를 조준하고 관통하는 재주도, 공격을 튕겨내는 방어술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솔직히 체감난이도의 어려움만으로는 경면방어술을 익힐 때보다도 지금이 더 어렵다.
“진짜 기계체조 선수 아니야?”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가 2050년 들어서 새로운 변종과 함께 재유행 한다더니.
그래서 선수생활도 접고 이참에 게임에 도전하는 건 아닐까.
그런 의문이 설득력 있게 느껴질 정도로 힘든 도전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존나 꼴아박아보자.”
묵언검객 따라잡기 1일차.
도전횟수 502회.
도전시간 12시간 15분.
[RANK 01. 괴도 엄길동480트 / Time record 54.2초 / 남은수귀 48마리 / 나룻배 완파] [사인 : 배가 부서져 수중에서 린치를 당해 사망]마의 50초를 넘긴 그를 기다리는 건 부서진 나룻배와 가차 없는 수귀들의 린치.
12시간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클리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엄길동과 그의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묵언검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실감할 뿐이었다.
3.
엄길동은 끝내 도전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묵언검객 따라잡기 시뮬레이션은 스트리머들 사이에 잔뜩 퍼졌다.
“아 님들도 한 번 도전해보세요. 해보고 놀리시라고. 볼 땐 재밌었죠? 막상 직접 해보면 마음처럼 안 될 걸?”
나 혼자만 이 고통을 당할 수는 없다는.
나쁜 건 다 함께 나눠야 한다는 스트리머의 정!
엄길동의 클립을 보고 비웃던
동료 스트리머들에게 전해진 시뮬레이션
이는 마치 행운의 편지처럼 엄청난 전파력을 발휘했다.
“이다혜님 와서 이것 좀 해봐요”
“이게 뭔데요?”
“묵언검객 따라잡기요.”
빼어난 외모와 스트리머 배 검술대회 여성리그 준우승 경력을 지닌 이다혜.
그녀는 동료 스트리머 물소가 전해준 시뮬레이션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요즘 브이튜브에서 유행한다던 그거죠?”
“맞아요. 한 번 해보니까 죽겠더라고요.”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죽겠더라가 아니라 이미 많이 죽으신 것 같은데?”
“그만둬! 그러지마!! 괴롭히지 말라고!!! 그런 기억 떠올리고 싶지 않아!!!!”
“아무튼 잘 받았어요.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잘됐네. 한 번 해볼게요.”
도도한 얼굴에 시크한 성격.
뛰어난 검술실력을 지닌 여류검객으로 인기를 끄는 이다혜.
만만찮은 성격의 그녀에게 함부로 망신당하기 쉬운 게임을 건네줄 스트리머는 흔치 않았지만
눈치 없이 들이대는 컨셉으로 유명한
동료 스트리머 덕분에 마침내 이다혜의 수중에도 묵언검객 따라잡기가 들어왔다.
“들었지, 얘들아? 오늘은 묵언검객 따라잡기 시뮬레이션을 해볼 거야.”
와 묵언검객 따라잡기!
되시겠어요?
언니 화이팅!
도전한 사람은 있지만 깬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그 시뮬레이션
ㅋㅋㅋㅋㅋ
그 정도였음?
이거 깨면 짱이긴 하겠당
여성시청자의 비중이 유독 높은 클린한 채팅창.
그 풋풋한 응원에 힘입어
이다혜의 입에도 은근한 미소가 어렸다.
“자, 그럼 간다?”
이다혜의 첫 도전.
[RANK 01. 2다혜 / Time record 16초 / 남은수귀 48마리 / 나룻배 온전] [사인 : 패링에 실패해서 사망]자신만만한 도전과 달리
그 결과는 아쉬운 부분이 역력했다.
“쉽지 않네. 생방으로 봤던 때에도 생각했지만 공방전환이 정말 힘들어.”
와 첫 도전에 16초?
오오
가능성이 보였다 레알루다가
뇌지컬로 밀어붙이던 엄길동과 달리.
이미 완성된 피지컬을 지닌 이다혜는 선상전투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RANK 01. 2다혜 / Time record 67초 / 남은수귀 32마리 / 나룻배 완파] [사인 : 나룻배가 부서져 물에 빠져 사망]마의 50초를 넘기고
절반의 수귀를 죽인
클리어의 가능성이 보이는 기록.
시청자들은 열광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네. 기술이나 노하우, 선상전투의 감각에 익숙해지면 조금은 개선될 여지는 있어. 있기는 한데, 극적인 개선효과는 없을 거야.”
3일 챌린지에 나섰다가 일주일로 연장하고
그마저도 실패한 엄길동의 추한 도전과 달리.
이다혜는 적당한 선에서 쿨하게 포기했다.
언니 전체랭킹도 봐요
월드 눌러보면 다른 사람 기록도 볼 수 있대요
언니 랭킹 짱 높을 듯!!
“전체랭킹? 그건 못 참지.”
시청자들의 재촉이 아니어도
내심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는 했던 이다혜.
이 정도면 1등도 가능한 건 아닌지
내심 기대하던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전체랭킹】
[RANK01. 국뽕검사 이해찬](기록 상세보기) [RANK02. 2다혜](기록 상세보기)국뽕검사 이해찬.
가장 먼저 묵언검객의 방송을 본 스트리머이자
2049년 하반기 스트리머 검술대회 우승자.
언제나 그녀를 2인자로 만든
부동의 1위
그 이름이 그녀의 위를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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