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72)
〈 172화 〉 172 본선축제
* * *
1.
예선 탈락자들은 풀이 죽은 얼굴로 대회장 한구석의 탈락자 전용 대기실에 모여앉았다.
“밖에 사람 좀 빠졌냐?”
“오백 명 더 늘었다던데.”
“으아아. 집에 언제 가냐고.”
정문을 넘자마자 시작되었던 베어맨의 공개 조리돌림. 이에 탈락자들은 생각했다.
대회 끝날 때까지 무지성 존버에 들어가자고.
미루고 미루다가 승자발표까지 끝나고 다 같이 나가면 그나마 어그로가 덜 끌리겠지 하는 그럴싸한 생각이었다.
“지금 몇 시냐?”
“6시.”
오전 10시에 시작된 경기는 어느덧 오후 6시가 되도록 이어졌다.
선수들의 분전으로 인해 대회가 길어질수록 늘어나는 부상자들.
그러나 대회의 열풍이 가라앉는 일은 없었다.
“우우우, 몸 사리지 마라!”
“싸워라, 싸워라!”
“쟤 완전 별로네. 코드네임이 김치맨일 때부터 알아봤어.”
“쯧쯧. 김장셔틀 주제에 대회나 나오니까 저리 망신을 당하지.”
“김치맨은 처갓집김치로 돌아가라!”
“돌아가라!”
조금이라도 미적거리거나 불만족스럽다 싶으면 쏟아지는 대중들의 질타!
자기들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진지하게 무를 겨뤄보겠다던 대회가 졸지에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식대회가 되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예선전 드디어 끝났네.”
“16강부터 본선이면 16강 8경기에 8강 4경기, 준결승 2경기에 결승 1경기로 15경기면 시합 다 끝나는 거네?”
“와, 본선 쟤들은 불쌍해서 어쩌냐. 아까 보니까 방송국에서 헬기까지 뜬다고 하던데.”
“공개수치 미쳤네.”
“내 말이. 이거 우승해봤자 우승상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취직하는 건데 왜 지들이 난리냐고.”
선수들의 입장이야 억울함이 가득하지만 한 번 분위기가 잡히면 손을 쓰기도 어렵다.
심지어 소동이 커지기 전에 화제진압 하듯이 손을 써야 할 길드장은 사람이 몇 명이 모이든, 어디서 누가 오든 해남파 담벼락만 안 넘으면 상관없다는 마인드였다.
[무술대회는 원래 그 지역 주민 수십만 명이 지켜보는 공식행사 아니었나요?]어디서 배워온 건지도 모를.
지 혼자만 아는 이상한 상식을 국룰이라며 내세우고 있으니.
화제진압은 개뿔 역으로 기름을 끼얹었다.
관중이 너무 적어서 심심하다 이건가?
해남파 스케일 보소
지금 8만 명 모였으니까 앞으로 한 12만 명만 더 모아보자
일단 엄빠 부름
옆 동네 치킨집에서 호남향우회 40인 회식하던데 우리가게로 넘어오면 20% 할인해준다고 했음. 나 잘함?
영업력 미친ㅋㅋㅋ
거기 어디야? 우리도 가면 20% 할인해줘?
응 단체손님 아니면 안 받아~
해남동 상권에서 꿀빠는 련들 개킹받네
아 시발 이 동네 음식들 존나 맛없는데 앉아있을 곳이 없어서 억지로 주문함
와 대회 끝나면 근처 상가에 음식점이나 하나 내야겠다
드물게도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가령 의료진의 추가확충이 대표적이었다.
“수용인원이 한계입니다!”
“어디서 의사 좀 더 구해봐!”
“아니, 의사 같은 고급인력이 동네 알바 모집하는 것도 아닌데 제 발로 찾아오겠어?”
과중한 업무스트레스로 언성이 높아지며 날카로운 분위기가 이어지던 의료동.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애써 짜증을 터뜨리지 않으려 애쓰던 그들의 귓가에 투두두두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나는 소리야?”
“밖이다!”
“다들 창밖을 봐!”
병실 밖을 내다보니 십자가 모양으로 마킹이 그려진 수직이착륙의료헬기가 막 착지했다.
“거기,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여기가 묵언검객배 무술대회 의료병동 맞습니까?”
“어어… 맞기는 한데, 누구세요?”
“근방에서 합방컨텐츠 진행 중이던 에픽판타지 적십자사제단 소속 의사들입니다.”
“네에에?! 아니, 가상세계에서 번 돈으로 의료자격증 따고 사립병원까지 세웠다는 그 괴짜들.. 아니, 레전드인 분들이요? 여기는 왜요?”
“와서 선수들 좀 치료해달라고 부탁받았습니다.”
“예? 누구한테요? 길드장님이 돈 주고 고용하신 건가요?”
“아뇨. 시청자 도네 받고 왔는데요.”
“…….”
얼마를 받으면 헬기까지 띄우고 온 거야.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지만 홍보 목적으로 나왔다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행차였다.
“구독자 20만 명 애니멀가디언즈 브이튜버입니다. 수인 환자분 계십니까?”
“구독자 75만 저주해주전문방송 브이튜버입니다. 저주해주 필요하신 분?”
“실내인테리어 전문방송 브이튜버 레고뚝딱입니다! 건물 밖에 50평부지 공간 좀 내주세요!”
의료스탭들을 통솔하던 우지우가 어안이 벙벙해서 넋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레고뚝딱 씨는 진료도 못 하는데 여기 왜 오신 겁니까?”
“의료스태프입니다! 공간확장 걸린 즉석천막 설치할 수 있어요!”
“그럼 뒤에 기타 드신 분은?”
“일렉트로맨~”
“아니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저분 기타연주하면 자연치유력이 200% 증가해요! 저희 스태프니 놔두세요!”
“자꾸 방해하실 거면 저리 나가 계세요!”
니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우지우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쫓겨났다.
2
본선 16강을 통해 옥석들이 가려진 이후.
본선 8강 진출자 엔트리가 발표됐다.
【본선 8강 대진표】
[1경기] [가시인간 VS 복면괴도] [2경기] [김제철 VS 위스퍼] [3경기] [번개맨 VS 양귀호] [4경기] [보이스걸 VS 대쉬맨]무언가 수상쩍은 느낌이 드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위스퍼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16강전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탈락하였다.
‘대회참가자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서 조직이 기를 펴지 못하는 건가?’
5년 전.
빌런조직의 도움을 받아 잠적한 이정운.
그는 대회를 떠나며 경고했다.
본선은 포기하라고.
조직이 움직인다고.
16강전만 해도 나름 긴장이 컸다.
대쉬맨은 진지하게 이브와 해응응에게 경고했다.
“빌런조직의 테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브는 그의 걱정을 나름 심각하게 받아줬다.
다른 쪽이 무탈해서 문제였지.
[상관없어요.]“상관없다니요. 해남파에서 일이 생기면 묵언검객님이 제일 곤란해지실 텐데. 제 집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사망자라도 발생하거든 수습이 정말 힘들 겁니다.”
[그러기는 힘들 거예요. 대회를 보다보니 새로운 깨달음도 몇 가지 얻었거든요.]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흥미 반 지루함 반이 담긴 눈으로 평가만 하던 양반이 깨달음을 운운하다니.
불신보다는 공포가 먼저 앞섰다.
안 그래도 강한 여자가 무슨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것처럼 지 혼자 깨달음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얻는단 말인가.
‘각성자들의 능력은 무림인이 다루는 혈도가 아닌 다른 혈도도 종종 이용하네요. 속성내공은 모방할 수 없지만 운용법은 배울 점이 많아요.’
특히나 신체 이곳저곳에서 음파를 쏘아 보내는 보이스걸의 전투법이 참 신기했다.
‘신체 특정부위의 모공을 일시적으로 확장하여 방출하는 음파. 벌어진 틈을 봉쇄하는 보조기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발상 자체가 흥미로워요.’
해응응은 벌써부터 보이스걸을 음공교두로 삼고 자신이 직접 배우거나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음공기술을 가르칠 생각에 신이 났다.
“길드장님. 방송3사에서 본선개막기념 공연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채린씨는 뭐라고 하던가요?]“일단은 길드장님께 여쭤보라고…”
[프로그램 편성부터 촬영까지, 이번 특집은 채린씨가 전적으로 힘을 써주셨죠. 무엇이든 맡긴다고 해주세요.]해응응은 한채린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
그녀에게는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도 했고, 맡기면 알아서 어련히 잘하겠거니 싶었다.
3.
무술대회 진행으로 더욱 떡상하는 해응응의 이미지. 한채린에게는 그 점이 더욱 골 때렸다.
“아니, 왜 덕질을 하는데 돈이 더 벌리지?”
해응응을 스타각성자로 만든다.
그 첫 걸음으로 하프타임 던전공략방송에 그녀를 끌어들여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특집방송은 방송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작업.
“대표님, 벌써부터 특편무대에 참여하고 싶다는 아이돌그룹과 가수들이 줄을 섰습니다!”
해응응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그녀의 인기는 이미 대중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자들을 죽어라 굴리는 스파르타 미녀 스승님으로 첫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각인시킨데 이어, 명호동을 통째로 근거지 삼아 집어삼켰다.
소속사에서 연예인을 띄워주고자 로비로 떡칠을 해도 각종 매체에서 화제거리로 만들기가 쉽지 않건만, 해응응은 알아서 고공행진이다.
“머리가 다 띵하네. 어제 자 묵언검객 스타브랜드 지수가 몇 점이었죠?”
“790점입니다.”
“그럼 하루만에 1000점을 돌파했다는 거죠?”
1에 가까울수록 일반인, 10000에 가까울수록 월드스타인 스타브랜드지수.
인기 없는 신인아이돌그룹이 100점에 잠깐 인기를 끄는 반짝스타들의 점수가 300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기가 막히는 수치였다.
“아직 하프타임의 1500점보다는 낮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들인 돈이랑 시간이 있는데 당연히 나와야지.”
말이야 그렇게 하지만 들인 돈만큼 정직하게 인기가 오르는 연예인은 흔치 않다.
결국 끼와 실력이 없다면 반짝스타들은 금방 도태되기 마련이니까.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노출되지 않는다면 끼와 실력을 지니고도 사장되는 것이 연예계 사업이다.
“이렇게 가성비가 미친 경우는 난생 처음이네.”
100을 투자해서 200을 뽑았다고 좋아해도 하루아침에 0으로 내리꽂힐 수 있는 미친 롤러코스터 지표가 스타브랜드 지수.
해응응은 10의 투자를 받고 1000을 뽑았다.
그녀를 스타각성자로 삼고자 했던 한채린의 안목이 옳았다는 증거이지만, 성장이 너무 빨라서 도리어 손해가 됐다.
“이러면 이 사람을 스트리머에서 스타각성자로 전업시키려던 계획이 실패하잖아.”
지금처럼 심심풀이삼아 방송에 얼굴만 비쳐도 승승장구하는데 굳이 스타각성자가 되려고 목을 멜 필요가 없다.
한채린의 로얄클럽 소속 스타각성자가 아닌, 개인 스트리머로서 거두는 성공이어서는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콘서트에는 저희 애들로만 채울 생각이십니까?”
“아니. 이대로는 억울해서 안 되겠어.”
“대표님?”
“컨택 들어온 다른 쪽 애들, 다 받아.”
“네, 알겠습니다.”
“대신에 행사비를 뜯어내.”
“알겠습니다. 행사비를 뜯어내라는 말이시군요…….”
“우리 애들은 올리지 말고.”
수첩에 펜을 끼적이던 비서가 멈칫했다.
“…잠깐, 잠깐만요. 저희가 주는 게 아니라 뜯으라고요?”
“묵언검객 이름에 얹혀서 수만 명 앞에서 이름 파는 것들한테 무슨 행사비를 줘? 지들이 나한테 돈을 줘야지.”
“타 방송 출연권을 지급하겠다는 딜은 들어왔는데요. 이걸로는…….”
“미쳤어? 로얄클럽에 들어오진 않았더라도 내 사람이나 다름없는 묵언검객 이미지를 누구 멋대로 다른 방송에서 소모해? 그딴 것도 딜이라고 넣은 곳은 제일 후순위로 밀어버려.”
“아, 알겠습니다.”
“다 필요 없고 돈 챙겨. 알았어? 무조건, 전부 돈으로 받아!”
“그, 우리 애들은 올리지 말라는 말씀은…”
“우리 애들은 결승전에 세워야지.”
국내 연예기획사 3위.
로얄클럽 대표의 수완은 돌발상황마저도 돈벌이로 삼았다.
4.
신생길드 해남파.
그들의 면접시험장에서 일을 벌일 작정이었던 조직은 늘어나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 작전실행시기를 조금씩 뒤로 미루었다.
“이왕 일을 벌일 거라면 조금이라도 더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 저질러야지. 그래야 해남파 체면이 더욱 구겨지고 우리가 유명해지지 않겠나.”
처음에는 가볍게 일만 명을 상대로 이름을 알릴 작정이었다.
협회와 정부, 길드가 펼치는 삼중 언론통제 속에서 빌런조직은 대중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일만 명만 그들의 이름을 알게 되더라도 선방했다고 할 수 있는 빌런들의 업계!
“대문에 저거 뉴스방송 아닙니까?”
“생중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묵언검객의 무술대회에 향하는 관심이 점점 늘어나더니, 어어 하는 사이에 현장관중만 십만 명에 달하는 대인파가 몰려들었다.
오르막길 아래에 펼쳐진 광장에서는 대형 스포트라이트가 16대나 켜지며 관중들을 위한 본격적인 라이브무대까지 만들어졌다.
“보스, 슬슬 시작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기다려라.”
“보스.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라.”
“보스. 폭죽축제가 열리는데 저희도 구경하러 가도 됩니까?”
“참아! 조금만 더 있으면 한 번에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도 있다!”
인기에 눈이 뒤집힌 보스.
그의 존버정신은 누군가가 제동을 걸지 않으면 절대로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조직의 고위간부 위스퍼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러다가 결승전까지 가겠군. 조직은 버리고 해남파에 취직이라도 할 작정이냐?”
“위스퍼. 많이 컸구나. 감히 내 심기를 거스를 용기를 다 내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보같은 소리를 하며 존버에 여념이 없던 보스.
그의 심기가 아주 조금 뒤틀린 것만으로도 일순간 해남파 건물부지와 임시무대, 가로등 전체의 불빛이 사라졌다.
팟 팟 팟
잠시 술렁거렸던 관중들이 돌아오는 조명에 안도하는 사이, 조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스퍼가 나서도 저 정도였다면 자신들이 말을 걸었다간 지금쯤 재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욕심 부려라.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
“그래… 오랜만의 여흥이라 주체를 못했어. 충언이라면 받아들여야지.”
본선 8강을 앞두고 야외콘서트가 진행되며 대회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전원, 작전위치로 이동.”
“작전개시 타이밍은?”
“본선 8강 기념 콘서트가 끝나고 대회장으로 카메라가 돌아오면 움직인다.”
그들은 아직 몰랐다.
한채린의 지시로 무명아이돌과 인지도 떨어지는 가수들 10팀에게 무대 등반기회가 팔렸다는 사실을.
콘서트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1시간은 더 어둠 속에 쪼그려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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