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73)
〈 173화 〉 173 성명발표와 선전포고
* * *
1.
콘서트가 끝났다.
장장 1시간 30분에 걸친 무대가 끝난 뒤.
카메라는 본선 대회장으로 돌아왔다.
“와 쟤들 진짜 못 봐주겠더라.”
“열심히는 추는데 존나 불쌍했어.”
“취미로 게임한다던 아이돌? 채광걸즈? 걔네가 그나마 낫던데.”
“야가다 걸즈는 인정해드려야지. 채광 포즈 보니까 진짜 석탄채광 몇 년 하다가 오신 분들 같더라”
“끼얏호 드디어 본선이다!”
기나긴 기다림의 끝에 행복에 겨운 시청자들의 외침.
연예부 기자들 또한 신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8강전 방송 시청률은 어디까지 오를까?”
“아무튼 많이 보면 좋겠어. 이렇게 시청률 되는 특집편성을 밖에서 알아서 다 준비해서 나눠먹는 컨텐츠는 흔치 않잖아.”
“기획사에서도 자기네 애들 넣었다고 기사 좋게 쓰라고 넉넉히 챙겨줘서 좋지 않냐?”
안 팔리는 아이돌과 가수들을 어떻게든 팔아보고자 돈 내서 무대 위에 올린 연예기획사들의 은밀한 지원은 덤.
한채린의 영리한 판매전략 덕분에 이번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이들이 대폭 늘었다.
“대회가 잘 되어야 우리가 꽂았던 가수 노래도 많이 나오지. 기사들 헛소리 못하게 단단히 주시들하고 있어.”
“대회 끝나고 기사 쏟아지는 1시간동안은 풀 모니터링이다. 무대에 선 애들 보도자료도 준비하고. 홍보팀은 오늘 야근이니까 미리들 각오해.”
그런 뜨거운 관심 속에서 방지철 리포터가 마이크를 쥐고 힘찬 목소리를 내었다.
“멋진 공연이 마무리되며 선수들의 체력회복 및 8강전 준비도 끝났습니다. 과연 8강전에서는 어떤 멋진 경기가 시작될지”
지지직
“기대되는데요. 우선 청코너”
지지직
“선수소개에 앞서 마이크 상태가 고르지 못한 점 사과드”
지지지지직
그치지 않는 마이크의 잡음.
시작은 단순한 방송사고로 취급되었지만, 곧이어 시설 전체 전력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자 모두가 깨닫기 시작했다.
이건 다르다.
무언가, 좀 더 음산하고 위험한 느낌을 동반한 악의가 느껴졌다.
쿵. 쿵. 쿵.
“뭐야?”
“정전인가?”
“아, 하필이면 본선 시작할 때?”
웅성거림이 이어지기도 잠시.
다시 한 번 조명이 들어오며 대회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러나 대회장 위에는 직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낯선 제복에 가면을 쓴 자들이 나타났다.
“저 인간들 뭐야?”
“해남파에서 준비한 쇼인가?”
“뒤에 서있는 애들 방금 다리 비틀거리지 않았어?”
“그런 거 같은데.”
“쥐라도 난 거 아니야?”
계획에 없는 긴 대기시간 때문에 다리에 피가 안통해서 어정쩡한 자세의 가면쟁이들.
부하들의 망신스러운 모습에 혀를 찬 보스가 손을 까딱거렸다.
“어어?”
사회자 방제철의 손에서 저절로 보스의 손으로 딸려 들어가는 마이크.
‘허공섭물!’
해응응과 백소천의 눈이 반짝였다.
전자가 호기심의 반짝임이라면, 후자는 경계심의 반짝임이었다.
허공섭물.
먼 거리의 물체를 기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상승기예.
무림에서 허공섭물을 펼칠 수 있는 자는 능히 고수로 여겨진다.
관심과 경계를 품는 것도 당연했다.
“안녕하신가. 갑작스럽지만 자네들에게는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주지. 이곳 해남파에는 결계가 펼쳐졌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우리가 허락하지 않은 자는 누구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감옥이 되었지.”
“이런 개자식들! 우리가 이 대회를 위해 몇 시간이나 땀흘려가며 고생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당장 대회장에서 내려오지 못해?!”
우지우가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을 했지만 보스는 큭큭 하고 더욱 스산한 웃음을 지었다.
“그거 참 안됐구나.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가 더욱 길었다.”
대회장 밖에서는 수많은 이권관계자들이 당황하며 눈치를 보았다.
“방송국으로 향하는 영상은 이쯤에서 끊어야하나?”
“내버려둬. 문제 생기면 위에서 컷하겠지.”
방송국 사람들과 기자들은 눈치를 보다가 특종거리를 실시간으로 올렸다.
“이거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신고? 어디에?”
“어… 협회라던가?”
“협회는 근처에 있는 각성자들부터 보낼 텐데?”
“뭐야. 그럼 신고해도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싸우는 거잖아?”
현장 직관 시청자들은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건가 눈치를 보며 로얄클럽에서 나온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팝콘을 씹어 먹었다.
“우린 어쩌지?”
“이거 기회 아니야? 대회는 탈락했지만 빌런퇴치에 힘쓴 선수들, 하고 기사 붙으면 이미지 떡상할 거 아니야.”
“빌런들이 생각보다 강하면 어쩌려고?”
“방금 조명 싹 다 나간 거 못 봤어? 저 새끼들 보통이 아니라고.”
“나, 난 부상이 아직 안 나았어!”
“아, 나도 허리가 안 좋아지려고 해.”
“9시 넘었어. 퇴근시간이야.”
대기실에서 대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탈락자들은 단체로 꾀병을 부렸다.
“길드장님. 당장 막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를 할지 궁금해요. 좀 더 들어보고요.]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가장 급해야 할 해응응이 제일 신이 났으니.
해남파 길드원들도 이래도 되나, 싶은 얼굴로 대회장 근처로 나와 멀뚱멀뚱 대치했다.
보스의 연설은 자연스레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이어졌다.
“국가에 의한 각성자 탄압으로부터 해방된 지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새로운 권력자들과 새로운 폭력이 만연해있지.”
십대길드.
대형길드.
각 행정동과 지방을 장악한 군소길드.
수많은 이름과 리스트.
그들이 길드의 이름에 기대어 저지른 범죄들이 외부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업계관련자들은 그제야 해남파가 준비한 이벤트가 아닌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다.
길드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
“그것이 2040년대의 사회를 대표하는 표어였지. 협회는 길드의 도구로 전락했고, 길드는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이권을 독차지하며 정부가 벌였던 범죄를 고스란히 답습하였다!”
사실이라도 해서는 안 될 짓이 있다.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동이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나라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위험한 짓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저질렀다.
그렇다면 협회는
국가는
세상은
그들을 이렇게 규정할 수밖에 없다.
“빌런조직이다!”
“진짜 빌런들이잖아.”
“요즘 세상에도 저런 놈들이 있다고?”
빌런조직.
그들은 멸종위기종이나 다름없다.
힘없는 반역자들은 모두 처형되기 마련이고, 길드와 빌런조직의 전쟁은 지금껏 길드들의 압승으로 끝났으니까.
아무리 그럴싸한 대의를 걸어도, 정당한 복수를 천명해도 결말은 같았다.
길드가 승리하고, 빌런이 패배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학습했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종말점 치료를 위한 강제적인 투약. 실험체를 확보하기 위해 발생한 인위적인 몬스터 공습사태. 실험장에서 발견된 실종자들의 흔적.”
비리나 기술탈취, 성추문 같은 모두가 짐작하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상상도 못한 수위의 범죄들을 터뜨리기 전까지는.
“지난 10년간, 길드의 범죄에 가담하지 않거나 이를 외부에 알리고자 시도했던 이들은 수도 없이 죽어나갔다.”
“그들은 한때 협회의 일원이자 정의의 집행자였고,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가족이었다.”
“이 가엾은 피해자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혀졌다. 바로 빌런이다.”
치지직, 거칠게 이는 스파크와 함께 외부스크린 전체에 커다란 이니셜이 등장했다.
“정의로운 자가 빌런이라 불린다면,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자가 빌런이라 불린다면! 우리는 당당히 빌런임을 선포하겠다.”
“나라를 위해 관직을 벗고 백의종군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의로운 자들을 위해 어둠을 걷는 흑의종군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여기, 신생 빌런조직 《흑의종군》이 세상 앞에 나타났다. 우리들의 목적은 모든 악덕길드의 해체. 해남파는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보스의 멋진 연설이 대미를 장식하기 직전.
마이크가 그의 손에서 쏙 빠져나갔다.
사회자 방지철을 상대로 보스가 펼쳤던 기술.
이를 해응응이 고스란히 재현했다.
‘뜻은 기특해서 좋은데, 엄한 해남파가 두들겨 맞을 수는 없죠.’
신생길드 해남파의 문주 해응응.
신생빌런조직 흑의종군의 보스.
귀환자의 흥미로운 시선과 조직보스의 심상치 않은 시선이 격돌했다.
‘그러게 선을 넘지 말았어야죠. 마이크를 뺏었는데 이제 어쩔 텐가요?’
‘제법 재주가 있군. 하지만 그깟 마이크 쯤이야 다시 되찾으면 그만이다!’
마이크를 향해 내민 보스의 손.
이를 따라 다시금 보스의 손으로 휙 딸려가는가 싶더니, 해응응이 손을 들자 마이크가 도로 그녀 쪽으로 휙 딸려갔다.
휙! 휙!
휙휙! 휙휙!
휙휙휙휙 휙휙휙휙!
급기야 핀볼이라도 하는 것처럼 맹렬한 속도로 두 사람의 사이를 오가는 마이크.
“쟤들 뭐해?”
“마이크 뺏기 뭔데?”
“아니 무슨 말을 하다가 말아?”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웃기네.”
“연설 마무리 망한 거 아니야?”
관중들마저도 심각함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 웃음을 짓기 시작할 무렵.
이대로는 망신만 당하겠다는 생각에 보스가 손을 꽉 움켜쥐며 허공에서 마이크를 터뜨렸다.
“보이스걸! 내 목소리를 증폭해라!”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대회장 무대 근처에서 눈치를 보던 본선 8강 참가자들이 헛웃음을 지었다.
“보이스걸이 부하도 아니고 왜 도와줘?”
“아예 대회에 빌런을 심어놨다고 하지 그래?”
투덜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보스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해남파 길드장! 아무리 우리의 입을 막으려 들어도 소용없다.”
8강 참가자들이 식겁하며 보이스걸을 쳐다봤다.
“아니 진짜 부하였어?”
“대회에 빌런까지 심어놨다고?”
“일단 보이스걸부터 제압해야해!”
대쉬맨이 급히 소리쳤지만 8강 진출자들은 도리어 서로를 경계하며 거리를 벌렸다.
“빌런이 몇 명이 더 있을 줄 알고?”
“너희를 어떻게 믿고 먼저 움직여?”
예상치 못한 사태에서 비롯된 불신.
자신이라도 나서려던 대쉬맨마저도 대놓고 수상한 인물인 위스퍼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 악덕길드의 해체!”
속수무책으로 재개되는 보스의 연설.
그 끝이 머지않았을 때.
해남파 수련동에서 무언가가 허공을 날아 해응응의 손에 안착했다.
‘드디어 묵언검객이 나서는구나. 검으로 전부 몰살해버릴 작정이겠지!’
묵언검객을 향한 신뢰감과 함께 안도감을 느끼던 대쉬맨.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해응응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이 아닌 뜬금없는 악기였음을.
‘잘못 가져온 거냐?!’
모두가 실수라고 생각했던.
이마를 짚으며 통한의 한숨을 내쉬게 만든 그 악기가, 실은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해남파는 그 시작..”
지이이이잉━
해응응의 손이 줄을 튕기는 순간, 귀청이 찢어지는 끔찍한 불협화음이 막대한 내공을 싣고 보스의 증폭된 목소리를 덮었다.
“아아악!”
“고막 터질 것 같애!”
“내 귀이이!”
수많은 사람들이 귀를 붙잡고 쓰러졌다.
범죄성명을 막기 위해 성명을 들을 귀를 마비시킨다.
연설에 나섰던 보스조차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악독한 음파테러가 군중들의 고막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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