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75)
〈 175화 〉 175 제가 허락하기 전엔 여기서 못나가요
* * *
1.
해남파 길드장 해응응은 무고했다.
그녀의 길드는 악덕길드가 아니었다.
그 하나의 반전이 빌런조직 의 대의에 균열을 일으켰다.
길드가 죄를 범했을지는 모르나, 이를 징벌할 빌런조직도 언제나 옳지는 않다고.
사람인 이상 잘못된 습격을 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좋지 않아. 이건 정말 위험해.’
보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직접 겨뤄보았기에 알 수 있다.
저 여자, 말도 안 되게 강하다.
명호길드가 목표였다면 가뿐히 이길 수 있었다.
칩거한 A급 길드장 이명호를 직접 상대하더라도 능히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세웠던 작전이다.
‘설마 이명호보다 더한 녀석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명호가 나타나지 않고.
내분에 의해서 몰락한.
이빨 빠진 명호길드를 집어삼킨 해남파.
그 정도라면 더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기회를 노렸고.
마침내 잡았다.
면접채용이 무술대회로 이어진 건 의외였지만.
차라리 잘됐구나 싶었다.
그만큼 많은 인원을 손쉽게 침투시킬 수 있었으니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생 빌런조직 흑의종군의 등장을 알릴 수 있었으니까.
그 모든 기쁨이.
더 쉬운 공략이.
다 이룬 대업이.
해남파 길드장 해응응.
반요곡의 묵언검객.
저 여자 하나를 넘지 못해 위기에 몰렸다.
“좋다. 네가 정녕 무고함을 논하겠다면 나와의 대담에 응해라!”
[힘으로는 한계를 느꼈나보죠? 정 그렇다면야 무슨 소리를 하나 들어는 봐드리죠.]때리고 싶다.
격하게 때리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파괴충동에 시달린 보스였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우리는 이미 네 게임방송주기가 3주에 1번이라는 정보는 알고 있다. 그런 주제에 게임을 안 할 때 심심해서 만든 길드라니!”
“!”
“3주에 20일을 다니는 길드가 어딜 봐서 취미라는 거냐! 3주에 1일을 하는 방송이 취미겠지!”
시작부터 강펀치를 날리는 보스.
그의 논리에 시청자들은 가슴 깊이 공감했다.
와 이렇게 묵직하게 와닿는 논리는 처음이야
설득력이 넘쳐!
그래, 바로 그거야! 더 패버려! 길드 때려치우고 게임방송만 하게 만들란 말야!
보스는 여세를 몰아 다음 공격도 몰아붙였다.
“길드가 저지른 범죄는 모두 게이트와 던전을 독점하기에 벌일 수 있는 것들이지.”
“인위적인 몬스터 공습사태나 실종사건을 유발해도 이를 곁에서 감시하고 알릴 다른 각성자들은 게이트에 출입조차도 불가능하니까.”
[그래서요?]“만일 네가 다른 악덕길드들과 다르다면 해남동 게이트의 전면개방을 약속해라!”
“12만 현장 직관 시청자들과 채팅방의 100만 시청자가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모두에게 당당히 선포하는 거다!”
해응응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남동 게이트에는 아라크네가 있다.
아라크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게이트의 유지보수를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외부인의 출입은 가급적 막아야 한다.
[그럴 수는 없어요.]“그럼 그렇지. 3주에 20일을 몰두할 정도로 길드운영에 진심인 너희가 이권을 포기하며 게이트와 길드를 개방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해남파를 악의 소굴로 만들고자 애쓰는 보스.
감정을 훤히 드러낸 보스 덕분에 해응응도 이제는 그의 속셈을 눈치 챘다.
‘명분이라도 만들고 싶은 건가요?’
어림도 없지.
해응응은 단호하게 수첩을 내밀었다.
[해남파는 가족 같은 길드에요. 수련생들에게 무술도 아낌없이 가르쳐주고 식사도 챙겨줘요.]“웃기시네! 어차피 월급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블랙기업처럼 돌아갈 거면서!”
별 생각 없이 던진 보스의 욱하는 발언.
그것이 뜻밖의 정곡을 찔렀다.
“응? 왜 우물쭈물 하는 것이냐. 역시 블랙기업처럼 돌아가는 것이 맞았구나!”
길드장의 난처해하는 모습에 수련제자들이 나와서 소리쳤다.
“아니에요! 저희는 해남파에서 무공을 배워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요!”
“월급도 받지 않고 역으로 수련비를 내면서 길드의 사무업무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 대신 숙박비와 식비는 일절 받지 않는다고요!”
“길드장님이 직접 만져주며 몸에 새겨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당신들은 몰라요!”
수련제자들의 지원은 본래의 목적인 도움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더 야기하였다.
진짜 블랙기업이었냐고ㅋㅋㅋ
와 애들을 얼마나 세뇌를 했으면 돈 내고 일하면서 숙박비랑 식비는 안 받는다고 좋아하냐;
만져줘? 몸에 새겨??
길드 들어가면 묵언검객이 직접 만져주고 몸에 새겨준다고?? 뭐를??? 어딜 만지고 뭘 새기는데??
나도 들어갈래
왜 너희만 좋은 거 경험해
혼란스러운 채팅방.
명분을 없애려던 해응응은 도리어 명분을 주는 실책을 범했지만, 시청자들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
‘방송을 한 보람이 있네요.’
팬들이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
해응응은 채팅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방송을 한 보람을 느꼈다.
그녀는 내심 결심했다.
앞으로도 지상파 방송에 자주 나가자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어긋난 감상이지만, 그녀의 속마음이야 어쨌든 분위기가 흐려졌다.
“이런, 이런 부러운 녀.. 아니, 무서운 녀석! 무공을 빌미로 제자들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다니, 부러울 정도로 무서운 술수를 부리는구나!”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덩달아 당황한 보스가 말을 절었다.
‘아이고, 보스가 웬일로 말을 잘하나 싶더라니 드디어 시작이네.’
‘저 양반 불안하니까 그냥 보이스걸한테 연설 시켜야한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저 굉장한 미녀가 직접 몸을 만져준다니. 솔직히 부럽군. 무급노동도 이해가 될 정도야.’
빌런조직의 조직원들마저도 그런 생각을 할진대, 분위기가 잡힐 리가 없었다.
“뭘 놀고 있는 거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위스퍼의 목소리.
노리던 대학에 입학해도.
로또 1등이 당첨되어도.
이성에게 고백에 성공해도.
기쁜 마음을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만들 특유의 음산한 목소리에 보스가 정신을 차렸다.
“아무튼!”
인신매매와 생체실험을 일삼는 악덕길드보다는 수상할 정도로 길드원들의 충성심이 높은 사이비종교 느낌에 가깝지만.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을 권리를 지켜주지 않고,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너희 악덕 해남파는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가요. 제가 더 강한데.]“어?”
[삼주에 하루만 게임하겠다는데. 월급 안주고 길드원들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는데. 그래서 뭐 어쩔 거냐고요.]“아니 이게 아닌데…… 이 녀석 왜 이렇게 당당하지……?”
어디 재롱 한 번 부려보라며 기회를 주기는 했지만, 보스는 기회를 너무 잘 써먹었다.
졸지에 욕이란 욕은 다 먹을 것처럼 마구 매도당한 해남파!
사문의 이름을 욕보이는 자들을 가만 두어서야 문파의 시조이자 장문인을 자처할 자격이 없다.
[해남파의 방침이 마음에 안 들면 해남동에 오질 말고 나가시던가. 왜 저희 길드원 뽑는 대회에 와서 깽판이죠?]해응응도 참을 만큼 참았다.
비겁하게 팩트로 맞는 굴욕도 여기까지.
[정 그리도 저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덤비세요. 그 대신, 이번에는 손대중 없이 진심으로 혼쭐을 내주겠어요.]불리할 때는 힘의 논리로 맞선다.
무림에서 배운 좋은 관습을 써먹는 해응응.
원초적인 폭력을 내세운 그녀 앞에서 보스는 할 말을 잃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꼬우면 덤비시던가ㅋㅋ
진짜 누가 악당이냐고!
빌런 같지 않은 빌런
차마 싸우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것도 웃기네
지들이 생각해도 몬가 아니긴 한 듯
보다못한 보이스걸이 말했다.
“보스. 저희 잘못 온 것 같은데요.”
“으으으……. 분하지만 실수를 하긴 했군.”
악덕길드도 아닌데 사생결단의 각오를 하며 덤비기에는 해응응이 너무 강했다.
무조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엄청난 희생을 내면서 이기더라도 얻는 이득이 없는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의 계륵과도 같은 싸움!
“이번은 봐주겠지만 다음에는…”
[뭘 멋대로 도망치려고 하는 건가요.]해응응의 눈이 가늘어졌다.
[안 보이나요? 우리 길드가 얼마나 박살났는지.]대회장 근처는 바닥의 모래까지 뒤집혀서 온 사방으로 흙더미를 쏟아내었고, 근처 전각은 건물 한 채가 홀라당 날아갔다.
날아간 건물잔해가 덮쳐든 수련동은 폭삭 주저앉았고, 해응응이 기거하는 본당도 훌륭하게 반토막이 난 상황!
신성곽의 집이 파괴될 때보다 더한 참사가 벌어진 문파부지는 이곳이 터가 안 좋나 싶을 정도로 참담한 꼴을 드러냈다.
길드에 쳐들어온 빌런조직을 부려먹겠다는 당당한 선언!
실시간 중계방송의 시청률이 40%까지 껑충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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