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76)
〈 176화 〉 176 무서운 적응력
* * *
1.
빌런조직 .
그 야심찬 데뷔가 무색하게도 그들은 해남파에 진 빚을 갚을 때까지 발이 묶였다.
“우리 조직의 이름이 빌런업계의 수치가 되었다…. 이 일을 어떻게 책임 질 작정이냐…….”
위스퍼가 노기를 드러내었다.
빌런들의 네트워크에서는 야심차게 등장한 주제에 개쪽을 당했다며 조롱당하는 중이다.
보스는 머리 위로 깍지를 끼며 드러누웠다.
“별 수 있나? 그 괴물 같은 여자랑 싸웠다면 정말 끝장을 봐야했는데. 진지하게 이기고 싶다면 능력제어의 ‘한계수치’까지 넘겨야 했다.”
“그 정도였나. 해남파 길드장의 강함이.”
위스퍼는 솔직히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보스에게 허당스러운 면모가 있기는 하다만 그의 강함만큼은 진짜였다.
흑의종군이 아닌 다른 조직에서라면 능히 1인자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위스퍼가 고위간부의 자리에 그친 것도 보스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도망치자고 하지 그랬나.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도망치는 건 일도 아닌데.”
“생각이 짧구나, 위스퍼.”
한심한 낯짝으로 축 늘어진 보스가 답지 않게 근엄한 목소리를 내었다.
“해남파는 빌런조직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몇 안 되는 길드다. 길드장이 악질이기는 해도 중대한 악덕을 범하지도 않았지.”
“이용할 작정인가.”
“그녀도 우리를 이용하고 있지 않나. 기존 십대길드와 대형길드들의 질서에 맞서려면 우리보다 더한 동맹은 찾을 수 없지.”
기존 대형길드 중 하나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신생길드 해남파.
그들을 꺼려하는 다른 대형길드들과 십대길드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해응응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해남파에는 대국적 차원의 동맹이 필요했고, 흑의종군은 그 필요성에 부응했다.
“과한 믿음은 금물이다.”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해응응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다.”
위스퍼는 간밤의 일을 떠올렸다.
2.
[돌아가세요.]“아니, 정말로 신병인수를 거절하실 겁니까?”
[우리 길드 부서지는 동안에 당신들이 딱히 뭘 해준 것도 아니잖아요.]해응응의 말에 현장까지 출동한 협회간부도 할 말을 잃었다.
결계가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을 엄청난 격전을 관중들과 함께 지켜봤던 협회 소속 각성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했던가.
하물며 그 꼴을 한두 명도 아니고 백만 명도 넘는 사람들이 라이브로 지켜봤다.
시치미를 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물러나겠습니다만 향후 흑의종군이 범죄행위를 벌일 시, 주동멤버의 신병인수에 협조하지 않은 해남파에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음은 알아두십시오.”
해응응은 뚱한 얼굴로 겁도 없이 자신을 협박하는 협회 직원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그의 팔을 빠르게 쿡 찔렀다.
“윽.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예절교육이요.]“악! 내 팔, 내 팔 왜 이래. 방금 내 몸에 뭘 한 겁니까!”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부풀어 오르는 팔뚝.
협회 직원이 덜컥 겁에 질렸다.
멈출 줄 모르는 붓기는 과하게 바람을 넣은 풍선처럼 펑 터질 때까지 부어오를 기세였다.
뒤늦게 후회가 물밀 듯이 밀어닥쳤다.
빌런보스랑 핑퐁대결에 진검승부, 악질대결마저 벌이는 여자를 상대로 협박이라니.
아무리 위에서 시킨 일이라도 목숨이 아깝다면 해서는 안 될 행위였다.
“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건방진 소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보스가 수정구슬을 들었다.
코웃음을 친 해응응이 다시 손가락을 들어 협회직원의 팔뚝을 쿡쿡 찔렀다.
점혈을 풀어주자 붓기가 가라앉는 팔뚝.
혹여나 다시 점혈을 당할까봐 직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3.
위스퍼는 납득했다.
간밤의 일을 고려하면 협회와도 척을 질 수 있음을 드러내는 미친년이 뒤늦게 그들을 배신할 것처럼 여겨지지는 않았다.
대놓고 뺨을 때리며 선전포고를 하면 했지, 음습하게 함정을 파고 시치미를 뚝 떼고 다가와 배신을 할 상은 아니었다.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어떻게든 납득할 수 있는 범주의 일이다. 다 좋다 이거다.”
“불만이라도 있나?”
“불만? 당연히 있다. 그 망할 빚을 갚는 수단으로 하필이면 왜 방송을 켜야 하냐.”
지금도 위스퍼의 시야 한 편에서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그의 심기를 거슬렀다.
아ㅋㅋ 우리 보기 싫으면 열심히 노오오력을 해서 도네를 벌란 말이야
빌런쉑 빚잔치 열려서 시청자 눈치 봐야하죠? 악질련한테 능욕 당했죠?
노래 한곡 부르면 10000원^^
빌런은 평소에 머하고 사는지 썰 풀어주세요!
능력명 공개하면 10만원 쏜다ㅋㅋ
[해남파 노예해방까지 필요한 모금액] [1,300,000원 / 300,000,000원]그렇다.
해응응이 빚을 변제할 방법으로 내세운 수단.
그것은 바로 도네였다.
“그럼 어쩌냐? 해남파 밖으로는 나갈 수 없지만 잡다한 노동으로 갚기에는 빚이 너무 큰데. 이젠 정말 도네뿐이다.”
“굳이 이런 식으로 갚아야하나? 여기서 끌릴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조직자금으로 배상해주는 편이 낫겠다 싶을 지경인데.”
“바보냐? 그걸 한 번에 다 갚아버리면 해남파에 붙어있을 핑계가 없잖아.”
보스의 목적은 해남파 길드장 해응응과의 본격적인 동맹구축.
거액의 빚과 이를 변제하기 위한 조직의 방송활동은 동맹관계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수단, 핑계에 불과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작정이지?”
“필요하다면 한 달 이상도 각오해야겠지.”
“그럼 앞으로 한 달 동안 개같이 멸망, 오빠 나 죽어, 연애 몇 번 해봤어요 이딴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는 거냐?”
“와. 너 정말 악질들만 모였구나?”
보스가 킥킥 웃으며 지붕 아래를 가리켰다.
“도네로 때우기 싫으면 저 밑에 저거나 돕던가.”
무술대회 2일차.
총 든 거너만 백 명이 넘게 참여해서 무술대회 거너전형이 한창인 사격로.
흑의종군 조직원들이 대회진행직원마냥 빨빨거리며 바삐 뛰어다니고 있다.
“미쳐버리겠군.”
광오검 그 녀석처럼 느낌이 싸하다 싶을 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와 번뇌가 휘몰아쳤다.
4.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첫 날 무술대회는 본선8강 부터의 진행이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8강에 올라온 전원에게 무공교두가 될 기회를 허락했다.
대진표상 그나마 기절하지 않고 대회진행을 이어갈 수 있는 선수들도 더러 있었지만.
[2경기] [김제철 VS 위스퍼]“기권.”
한복남 김제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기권했다.
가시인간과 양귀호, 대쉬맨.
쟁쟁한 우승후보자들을 홀몸으로 동시에 날려버린 저 인간과 싸우기엔 너무 무서웠다.
그 결과.
준결승 진출자는 다음처럼 정해졌다.
【본선 8강 대진표】
[1경기] [가시인간 VS 복면괴도(부전승)] [2경기] [김제철 VS 위스퍼(기권승)] [3경기] [번개맨(부전승) VS 양귀호] [4경기] [보이스걸(부전승) VS 대쉬맨]4경기 모두 선수의 기절 내지 기권에 의한 부전승과 기권승.
90분의 콘서트가 무색하게 개같이 멸망해버린 8강전이 되었다.
【본선 준결승 대진표】
[1경기] [복면괴도 VS 위스퍼(기권승)] [2경기] [번개맨(기권승) VS 보이스걸]이어지는 준결승전.
강자로 손꼽히는 위스퍼와 번개맨이 한 번 싸워보지도 않고 결승으로 진출했다.
【본선 결승전】
[번개맨 VS 위스퍼]번개맨은 그나마 용기를 내었다.
결승까지 와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탈락해서야 쓰겠는가.
그는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
그리고 위스퍼에게 3초 컷으로 광탈 당했다.
아니 십 대회 수준 진짜ㅋㅋㅋㅋㅋ
이거 맞아?
대회우승자가 빌런조직 일원ㅋㅋㅋㅋ
나
락
나
락
진짜 개같이 멸망했네
그럼 이제 해남파 들어가면 빌런이 무공 가르치는 거야?
1교시 빌런전투술ㄷㄷ
2교시 살인기술ㄷㄷ
3교시 은행 털1자
4교시 편의점에서 물건 200개 꺼내고 계산 안하고 튀기ㄷㄷ
뒤로 갈수록 그냥 지네들 하고 싶은 거 나열한 거 아님?ㅋㅋㅋ
물론 빌런조직의 일원인 위스퍼는 해남파 무공교두가 되기보단 개인방송으로 도네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해응응의 무공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딴에는 빌런조직인데 가르침을 받기가 좀 그랬다.
[비파급란 3초식의 불협화음 플롯은 이렇게 넣는 거예요.]“솔직히 말해봐요. 당신 실은 빌런이죠?”
“후후. 제가 보기에도 시스터 해응응이 빌런 같기는 해요.”
하지만 보이스걸은 쉬운 길을 냅두고 어려운 길을 돌아가고 싶지 않아했다.
1일차 무술대회가 끝나고도 그대로 해남파에 눌러앉은 성녀 이브와 함께 나란히 음공교육에 참석해서는 음공연주에 흠뻑 빠졌다.
‘왜지. 왜 이렇게 위화감 없이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지?’
불합리함을 느끼며 혼란에 빠진 보이스걸.
그녀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시간은 흘렀다.
“보스. 잠시 시간 좀 내주세요.”
“뭐냐. 점핑레빗 켠왕에 바쁜 참인데.”
“당신 본업이 뭐야.”
보스가 마지못해 방송을 중지하고 캡슐 밖으로 나왔다.
“뭔데?”
“우리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않아요?”
보이스걸이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했다.
해남파에 방문하고 날마다 수련에 정진해온 나날.
보이스걸의 음공성취는 무럭무럭 높아졌다.
비파급란의 성취만 무려 7성!
그것이 문제였다.
“우리들 이쯤 되면 빌런이 아니라 그냥 무공교두에 스트리머잖아요.”
보이스걸은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계절도 어느덧 겨울이 지난 완연한 봄.
해남파 습격으로부터 석 달이 경과한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