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8)
〈 18화 〉 18 묵언검객 따라잡기
* * *
4.
잔뜩 굳은 얼굴로 랭킹창을 노려보던 이다혜.
그런 자신의 모습을 깨닫곤 그녀가 설핏 웃었다.
‘애도 아니고, 참. 이런 거에 흥분을 하다니. 나답지 않네.’
대회에서 늘 자신을 꺾은 숙명의 라이벌이
이번에도 위를 점한 건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래봤자 이건 정식대회도 뭣도 아니지 않은가.
【전체랭킹】
[RANK01. 국뽕검사 이해찬](기록 상세보기) [RANK02. 2다혜](기록 상세보기) [RANK03. 엄길동의성욕](기록 상세보기) [RANK04. 엄길동1496트](기록 상세보기) [RANK05. 길동아나무나패고오렴](기록 상세보기) [RANK06. 엄길동의오른팔](기록 상세보기) [RANK07. 길동아가서마크2스피드런이나하렴](기록 상세보기) [RANK08. 엄길동888트](기록 상세보기) [RANK09. 삼류검객](기록 상세보기) [RANK10. 마계인천30년차생존자](기록 상세보기)긴장을 풀고 전체랭킹 10위까지 내려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뭐야. 엄길동님 성욕에 졌어?”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엄길단 악질들 장난 아니네 ㅋㅋㅋ
아니 시청자들 수준 왤케 높은데 ㅋㅋㅋ
와 진짜 너무 무섭다ㅋㅋㅋ
“웃지만 말고 너희도 잘해봐. 엄길단만 가득하니까 나 혼자 외롭잖아.”
ㅜㅑ
언냐 쫌만 기다려!! 금방 올라갈게!!!
오늘부터 검술수련 1일차
또 1일부터 시작이야?
언제나 초심으로 돌아오는 다혜단(끈기없음)
이 착하고 귀여운 시청자들만 봐도
마음이 절로 푸근해졌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정색하고 혼자 열 받고 있는 건 미안한 짓이다.
“아쉽게도 1등은 못했는데 어쩔 수 없지. 검 쓰는 컨텐츠에는 이해찬 씨가 빠지질 않잖아.”
언냐 우리 똑땅해
우린 맨날 2등이야
그래서 2다혜잖아 ㅋㅋ
그래서 2다혜잖아 ㅋㅋ
아 잼민아 제발
“놀리지 마. 밴도 두 번 먹이기 전에.”
아니 그럼 밴이 바로 풀리잖아요
ㅋㅋㅋㅋ?
이집 채팅방 분위기 화기애애하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이해찬의 실력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건.
그렇게 묵언검객 따라잡기 챌린지를 끝내려던 이다혜에게 도착한 영상후원이 하나.
이다혜 또 이등했다며? 이다혜 또 이등했다며?
“…….”
약 올리려고 작정하고 영상클립까지 준비한
승자의 뻔뻔한 침략.
노골적인 도발에 이다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쿨한 성격에 어른스러운 매력
도도한 자신을 유지하고 싶은 이다혜였지만.
이렇게까지 얕보인다면 검사로서의 자존심이 가만히 있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저 인간보다는 높은 기록으로 끝낸다.”
엄길동이 쏘아올린 묵언검객 따라잡기 열풍.
시간이 지나 반쯤 꺼져가던 불씨는
이다혜와 이해찬의 기록경쟁으로 다시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방송을 하지 않아도 꾸준히 묵언검객이 언급되며
화제성은 점점 더 커져만 갔으니.
묵언검객의 집중수련기간
그 2주차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5.
묵언검객 따라잡기 열풍이 한창인 와중에도
세상물정은 전혀 모르는
집중수련기간이라 부르고 폐관수련이라 읽는
장시간의 수련에 전념하던 해응응.
2주차가 되어 그녀는 소기의 성취를 이루었다.
【경지창】
[경지]삼류(Lv80) [승급조건]삼류의 적과 싸워 승리(37/100)
이류의 적과 싸워 승리(1/1)
경지레벨 50 달성(80/50)
이류무공을 습득(1/1)
위의 네 가지 조건 중 둘 이상을 달성할 시, 원하는 때에 언제든 승급할 수 있다.
단, 이류 이상의 무공이 5성의 경지에 접어들면 강제로 경지가 승급된다.
삼류무공 숙련레벨 80.
고지인 100까지는 불과 20만을 남겨두었다.
남은 건 삼류무공 두 개를 더 골라서
빠른 시일 내에 대성해 100레벨을 만드는 것뿐.
처음에는 그 후보를 고르기가 어려웠지만
사실 떠오르는 무공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오문. 그곳의 무공이라면 삼류무공은 충분히 채울 수 있죠.’
그런데도 그들의 무공을 배우지 않은 이유.
그녀가 하오문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남파.
그녀가 적을 둔 사문은 같은 성을 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응응을 거두었다.
그렇게나 마음씨 곱고 착한 어르신들이 가득한 문파이기에
사문은 재정구조가 튼튼하지 못했고
하오문의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빚더미에 오르고 말았다.
아해야. 사문의 현판이라도 지키고 싶거든 우리를 따라와라.
안 된다! 응응아, 그놈들 말을 따를 것 없다!
하하하, 지키지 못할 보물은 드러내지도 말았어야지.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늦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해 천진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된 여자아이.
그 웃음이 지켜지던 건 좁은 해남도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던 순수한 선의로 인해 끝을 맞이하였다.
대륙에 나와 처음으로 강호를 즐긴 나날.
그녀의 무림초출이 끝났을 때.
남부8성 전역에 그 미색이 알려졌다.
하오문은 화난제일미(황하강 이남)로 불리는 해응응을 손에 넣고자 했고, 해남파에 광범위한 재정압박을 가한 것이다.
‘그때의 저에게 해남파는 제 2의 가족이었죠. 지금도 그 사실이 변치 않은 것처럼.’
하루아침에 천애고아가 된 해응응에게 해남파가 손을 내밀어주었듯.
해응응 또한 사문을 구해내고자 기꺼이 하오문에 팔려나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때부터였죠. 지난날의 행복을 곱씹으며 악착같이 살아가던 나날은.’
남부8성에 소문이 자자한 소녀.
그 아름다움을 갈고닦아 최고의 기녀로 길러내고자 했던 하오문.
그녀를 욕심내는 권력자도 많았고.
질투하는 하오문도들 또한 많았다.
그녀는 아름다웠고.
모두가 그녀를 꺾고 싶어 했지만.
가족이 되려는 자는 없었다.
‘필사적인 나날이었죠.’
해응응은 검을 들었다.
강해지지 않으면 그녀보다 강한 자들이
언제 그녀를 힘으로 겁탈하거나
위협하려 들지 몰랐기에.
펼치는 검술은 늘 하나뿐이었다.
해남검술.
그녀가 아는 가장 강한 검술이 그것이었으니까.
그렇게 그녀의 인생에서 삼재검법이 사라졌다.
‘그런 삼재검법을 되찾았는데, 다시 하오문의 무공을 배운다면…….’
지난 2주.
그녀가 되찾은 건 무공의 경지인가.
무?를 즐기던 초심인가.
그 답을 찾아내기도 전에
마음이 식어버리고 만다.
소매치기, 도박꾼, 점소이, 기녀.
사회적 하층민들로 이루어진 하오문의 무공은
무엇 하나 깨끗한 것이 없었다.
무공의 연원도
학습목적도
모두 약자가 추악하게 욕심을 부려
자신보다 더한 약자의 것을 뺏거나
강자를 속여 그의 것을 빼앗으려는 무공.
당연히 가르치는 이들의 심성도 곱지 않았다.
쯧. 얼굴만 잘나지 않았다면 길바닥에서 굶어죽을 나이거늘.
네가 증오스럽구나. 이 추녀에게는 허락되지 못한 아름다움. 할 수만 있다면 빼앗았을 텐데.
휴식? 웃기지 마라. 네 교육비를 충당하고자 이 시간에도 남자에게 술을 따르고 웃음을 파는 기녀들이 몇이나 되는지 아느냐?
최고의 기녀.
하오문의 비장의 정보원.
권력자의 호의를 얻기 위한 도구로 육성되던.
추억 따위는 한 줌도 없는
인내하고 또 인내할 뿐이던 나날.
운이 좋았구나, 아해야.
…?
황제폐하께서 너를 눈여겨보고 계신다.
그 끝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언제나 무서운 표정으로 그녀를 몰아붙여왔던
고령의 노파, 하오문주.
하오문을 떠나기 전날.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을 토로했다.
남자의 정에 의지하지 않아도 구음절맥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거머쥐다니…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기회였거늘. 네가 부럽구나.
선택의 기회조차도 없었던
인생의 방향이 반강제로 정해진 하오문주.
노파의 씁쓸한 얼굴조차도 그 무렵에는 그저 가식적이라고 여겼지만.
세월이 지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지금.
해응응은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개방과 함께 정보계의 양대조직으로 불리던 하오문이 황실에 제 정보가 넘어가는 걸 막지 못했던 건 말이 안 돼요.’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저 원수였던 하오문.
고급기녀로 기를 아이를 최고의 판매처인 황실에 넘겼다고 여기기엔
황제의 환심을 산 그녀가 복수를 바랄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았다.
드러내지 않는 편이 최선이었던
마음만 먹으면 한평생 새장 속에 그녀를 가둘 수 있었던 하오문.
누군가 새장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게 가능할 사람은.
오직 하나, 하오문주밖에 없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구음절맥을 앓고 있다던 사실이 그렇게나 마음이 쓰였던 걸까요?’
그런 인간적인 마음이 있다면
해남파를 손대기 전에 발휘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어버렸다.
하오문주가 자비를 베푼 것도
해응응이 그 사실을 깨달은 것도
모두 많은 일들이 일어나버린 뒤였다.
‘당신이 저와 해남파에 저지른 짓을 용서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모든 은원이 매듭지어진 지금이라면.
하오문주가 직접 전수했던 음공 정도는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퉁소를 주문했습니다.] [비파를 주문했습니다.]2050년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중국의 전통악기.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음을 연주했다.
윗집과 옆집에 사는 이웃주민들이
귀를 바짝 기울이는 줄도 모르고 옛 감각을 떠올려 연주를 해보는 해응응.
‘전부 까먹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아무래도 좋은 것들도 기억이 나네요.’
편안하고 잔잔한 음에
잠에 빠져들 것 같은 나른함을 느끼기도 잠시.
끼이익!
악 시발
내 귀!
연주 더럽게 못하네!
이웃주민들이 욕설을 내질렀다.
멀쩡하던 연주가 왜 이렇게 됐냐 싶겠지만
해응응 딴에는 이편이 정상이었다.
음공도 결국은 무술.
적을 상대하기 위한 것.
불협화음으로 균형감각을 망가뜨리는 건
음공의 성취를 올리는데는 오히려 적절한 수련법이었으니.
끼이이이익!
끼이익!
멈추지 않는 찢어지는 소리.
미쳐버릴 것 같은 소음공해.
[관리사무소에서 알립니다. 악기연주로 인한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되고 있사오니 입주민 여러분의 배려를 부탁드립니다.]‘아. 여긴 무림이 아니었죠.’
그 결말은 당연하게도 무더기 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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