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84)
〈 184화 〉 184 채찍시뮬레이터의 히든루트
* * *
1.
동물들의 변절.
원인은 간단했다.
【축복】
[동물친구] : 모든 동물계 생물과 친구가 될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선녀의 날개옷을 입고 강화된 무희 미니어처의 매혹 특성과 해응응의 친밀도 특성이 서로 상쇄되며 지배권이 흔들리는 상황.
그중 해응응에게 홀린 동물이 먼저 그녀의 편이 된 것이다.
‘상황이 흥미롭게 돌아가네요. 제 매력이 앞서면 저 동물들을 제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요.’
[!!!]동물들이 변심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무희 미니어처가 급히 몸을 낭창낭창 흔들며 매혹의 춤사위를 펼쳤다.
날개옷의 반투명한 푸른 베일이 동물들의 눈을 한창 사로잡는 와중.
척
[!] [!] [♬]해응응이 지상을 향해 내민 손바닥.
거대한 플레이어의 우호적 제스처가 동물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우르르
애기동물들이 손바닥 위로 엉금엉금 기어올랐다.
자그마한 미니어처의 춤보다는 거대한 플레이어와의 우호관계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었다.
해응응이 손을 들자 낑낑삐삐 아기자기한 비명소리를 내면서도 이내 초롱초롱한 눈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을 만끽하기 바쁘다.
저대로 입에 털어 넣으면 개꿀이겠네
저 쪼꼬미들을 두고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할 수가 있죠?
생식빌런 실화냐?
몸만 수귀자폭병이 아니라 마음까지 요괴가 되어버렸노
무희 미니어처가 부들부들 떨면서 화가 났다는 이모티콘을 띄웠다.
‘화가 나면. 그래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변변찮은 저항수단조차 존재하지 않는 작고 하찮은 존재들.
일방적으로 채찍에 맞고 붙잡히며 집어던져지는, 그런 가혹한 처지에 맞서고자 전설의 장비를 찾고 함께 싸울 동료들을 늘리는 이들.
그런 이들의 저항수단 중 하나인 무리가 손짓 하나로 가볍게 와해된다.
우리 방장님 왤케 퐉스련이야?
반요곡에서도 은근 이놈저놈 잘 홀렸자너
인면지주랑 방랑상인이랑 요괴왕자랑 부기맨 웬디고 마가놈이랑 적기사와 병귀군단이랑 두땃쥐인간들이랑 천재 두땃쥐 뚜따밖에 안 홀렸는데?
이천 명이 가뿐히 넘는데 거기다가 밖에 쓰는 거 맞아?
연쇄홀림마ㄷㄷ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마냥 커다란 손을 올렸다가 내리기만 해도 삑삑꺅꺅 난리가 난다.
한 번 놀아주고 내려준 동물들은 하나같이 머리 위로 하트를 띄워 올리며 전향.
다른 동물들은 부러움과 시기어린 눈으로 흘겨보는 한편, 자기도 타면 안 되냐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눈치를 본다.
‘작고도 하찮은 미니어처의 세계.’
그 손쉬움이.
그 우둔함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속보>매니쟈 51번임무 클리어
매니저와의 대결은 잊었다.
애기동물들의 관심도 무시했다.
지금 그녀의 관심사는 무희 미니어처 하나에게 집중되었다.
휘릭휘릭
자신이 얼마나 불합리한 처지에 놓였는지를 알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는.
거대한 플레이어의 손짓 한 번이면 간단히 배신하는 애기동물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땀 흘려 춤을 추는.
무희 미니어처의 발버둥에서, 해응응은 생각지도 못한 과거를 발견했다.
해소저. 황궁은 당신이 백일밤낮을 공들여 포섭한 금의위 무관도 황제의 두 번째 부인인 서황후의 명령 한 번이면 적이 되는 곳이오.
그대가 자유를 찾고자 애쓸지라도 끝내 기다리는 것은 권력의 지엄함과 헛된 저항뿐일진대. 어찌 이 무의미한 저항을 계속하려 하시오?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 성과.
자신의 노력을 비웃는 강대한 적의 존재.
‘어찌 모를까요. 그 괴로운 싸움을. 그 막막한 심정을.’
무희 미니어처의 곁을 지니는 동물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노력이 부족했다거나
재능이 부족했다거나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자가 베푸는 아주 약간의 자비.
그 자비가 폭력으로 변하기 전에 굴종하고 싶은 마음이 동물들의 복종을 이끌어냈을 뿐.
‘그 모든 것이 헛되다고 말하지는 않겠어요. 진정한 벗은 어려운 처지에서 찾을 수 있고, 진정한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기 마련이니까요.’
무희 미니어처를 등지지 않는 극소수의 애기동물들.
그들의 눈에 독기와 투지가 번뜩인다.
복종하는 99%와 저항을 멈추지 않는 1%.
아무리 일당백의 투지를 품는다고 한들.
결국은 한줌에 지나지 않는 병력이다.
‘총돌격 한 번이면 쓸려나갈 동물들이겠죠.’
해응응의 황궁시절 동료들 또한 그랬다.
권력의 무서움을 알려주었던 창응공.
올바른 덕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사마태사.
욕정이 아닌 구애를 내비치며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던 화산파의 이소천.
남녀지간을 떠나 라이벌로 서로의 무를 겨루던 하북팽가의 팽철산.
황궁탈출의 그 날, 그녀를 위해 대역을 자처하며 목숨을 잃었던 궁녀 초희.
그 밖의 많은 의인지사들과 무명소졸들이 그녀의 도주를 돕고, 대다수가 참변을 당했다.
‘아무리 무림이 아니라고 한들, 요괴도 아닌 이 무고한 미니어처들을 상대로 그런 참사를 되풀이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
이는 과거의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죽어주었던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황실의 권위에 굴종하지 않은 의로운 자들을 향한 모독이다.
그렇기에 해응응은 결정했다.
불살不?
누구도 해치지 않는 길을 걸어보겠다고.
2.
묵언검객의 달라진 플레이에 시청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이건 존나 일부로 던지는 거잖아!
승부조작ㅅㅂㅋㅋ
이걸 이렇게 진다고?
승부조작까지 예측했어야지ㅉㅉ
역배충 정의구현 ㅅㄱ
매니쟈 벌써 58라 갔죠?
거침없이 진도를 뽑는 매니저 이소혜와 달리.
묵언검객은 덤벼드는 동물들과 관중들을 쳐내기만 할 뿐.
단 하나도 결정타를 넣지 않았다.
왜 숫자를 안 줄여?
좀 죽이면서라도 하라고!
애기동물들 만신창이 되네ㅠㅠ
차라리 죽여줘…
어휴 불쌍해서 눈 뜨고 못 보겠다;
그럼 눈 감고 보면 되겠네
기적의 논리 등판
야 감고 보면 되겠네ㅇㅈㄹ ㅋㅋㅋ
뒤에서 관중미니어처와 애기궁수들이 몰려드는데도 승부를 낼 생각을 하지 않는 묵언검객.
그 지지부진함이 끝내 대군들의 추적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애기궁수 지휘관의 깃발을 따라 활을 시위에 매기고, 플레이어를 향해 겨냥하며, 일제히 화살비를 쏘아 올리는 애기궁수단.
하늘을 수놓는 수천 발의 화살을 향해 해응응의 채찍이 펑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격했다.
충격파로 화살세례를 막네ㄷㄷ
이거 보여주려고 시간 끌었으면 ㅇㅈ
수신료의 가치가 있다!
적은 애기궁수들뿐만이 아니다.
우악스레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관중 미니어처들을 밀쳐내야 하고, 광분한 무희파 동물들의 돌격도 막아야 한다.
심지어 동물은 지상에만 있지 않다.
하늘을 나는 날짐승도.
두 발로 애기원숭이를 붙잡아 높이 날아오르고.
허공에서 독침과 바나나를 던지며.
전투기나 폭격기마냥 투척공격을 퍼붓는다.
물속에 사는 물짐승도.
연못과 호수에서 물줄기를 잔뜩 머금고는.
물대포를 쏘아 보내며.
플레이어의 시야를 막거나 다리를 넘어뜨리려 시도한다.
육해공 전방위 전선.
한 번에 1HP 감소에 불과한 하찮은 공격이라도 이렇게까지 수가 늘어나면 얕잡아볼 수 없다.
한 방위라도 대응에 실패하면 엄청난 기세로 HP가 깎여나간다.
그런 위험한 전장의 중심에서.
모든 불리함을 딛고.
묵언검객의 채찍이 모든 방위, 모든 방면에서.
관중 미니어처들이 접근할 길을 채찍으로 끊고.
화살세례를 충격파로 튕겨내고.
독침과 바나나를 채찍으로 막아내며.
거대한 물줄기 공격마저도 동화율을 올려 균형을 잡아 버텨낸다.
왜 혼자 레이드를 하시죠?
채찍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레이드보스 시뮬레이터였냐고ㅋㅋㅋ
존나 장엄하다ㄹㅇ
전쟁브금만 깔면 딱이네
와… 무쳤다 진짜…
나 저기 서면 1초 만에 녹을 자신 있음
원래 본대한테 따라잡히면 광탈 당해야 정상인데 이걸 피지컬로 버텨버리네ㄷㄷ
기술이란 반드시 죽이기 위해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실전적인 해남파의 무공부터 시작하여 중원무림의 너머, 신강지대의 마교와 그 너머,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밖.
새외를 넘어선 세외무림 그 자체를 떠돌며 한층 혹독하게 변모한 살인검을 터득한 묵언검객이었지만.
모두가 그런 검을 배울 수는 없었다.
재건 해남파를 세우며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실감했던 해응응은 자신의 무술이 사람을 죽이는 무술이 아닌, 살리는 무술이 되길 바랐다.
살인무술이 있다면 활인무술.
살인검이 아닌 활인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방어초식.
누군가를 견제하기 위한 견제초식.
실전성을 잃지 않되 최선의 수만을 고르지는 않는, 어찌 보면 미련과 고집을 덜어내지 못한 검.
하지만 동시에 그 검이 있었기에, 천하제일을 노리고 모여든 고수들 사이에서도 그녀만큼은 죽이지 않았다.
더는 그대의 앞길을 막는 자가 없거늘, 어찌 천하제일이라는 헛된 명성에 취해 죽음을 자처하려 드는가.
돌아가라, 신검일후여. 천하제일인이 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대는 천하제일인의 인정을 받은 무림인이다.
속세의 은원을 떠나 그대의 삶을 살아라. 본좌가 베푸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비다.
최강이 아니라면 언제든 누군가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아가던 그녀.
그런 그녀를 구속하던 오랜 사슬을 풀어주며 자유를 안겨주었던 그 남자.
‘고금제일인 기극조.’
신주이십사강.
24명의 초인들이 격돌했던 그날.
무림의 전설처럼 전해지는 역사의 중심 속에서.
그녀의 검에는 미련이 남았다.
‘그 남자가 다른 이들과 달리 저를 살려준 이유는 단순한 자비가 아니었군요.’
그 미련이 있었기에 그녀의 검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최강은커녕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검조차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비효율이 있었기에.
고금제일인 기극조는 그녀를 살려주었다.
‘그는 보고 싶어 했을 뿐이었어요. 최고도 최강도 최선조차도 아닌 검. 그런 검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를.’
심득은 있었다.
그러나 그 심득을 살릴 기회가 없었을 뿐.
무림을 떠나.
현대로 돌아와.
가상세계를 누빈 끝에.
마침내 그 기회를 얻게 된 해응응.
검이 아닌 채찍으로.
화경이 아닌 일류의 경지로.
심지어는 자신의 몸도 아닌 거인의 형체로.
부족함 많은 몸으로 펼쳐내는 무공이지만.
오히려 그 정도로 커다란 괴리감과 까다로운 조건에 처했기에, 그녀의 활인술이 시험받았다.
[1HP] [1HP] [1HP]작은 실수.
사소한 오차.
가랑비에 옷 젖듯이 줄어드는 HP 게이지.
90%대에서 단 한 번도 내려온 적 없던 그녀의 HP가 어느새 50% 밑까지 줄어들었다.
‘괜한 고집을 부린 걸까요?’
몸이 힘들어지니 마음에도 틈이 생겼다.
여기서 죽으면 내기는 이길 수 없다.
이소혜는 기회를 놓칠 이가 아니니까.
굴종한 동물들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
배신자의 처벌은 가장 참혹하기 마련이니까.
‘아쉽게 됐군요. 조금만 더 이 시간이 길었더라면, 새로운 심득에 눈을 뜰 것도 같았는데.’
[플레이어] [HP 9.9%(99/1000)]1할조차도 남지 않은 HP.
전부 막기에는 글렀다.
패배를 직감했는지 두 눈을 질끈 감는 변절한 애기동물들.
이에 쐐기를 박듯이 변절한 동물들까지 함께 쏴버릴 기세로 쏟아지는 화살비.
‘바보같기는.’
그런 동물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팔을 펼쳐 그들의 앞을 가려주었다.
생존이 불가능해진 이상, 화살비가 쏟아지더라도 동물들 대신 자신이 모두 막고 쓰러질 작정으로 펼친 마지막 행동.
더는 무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몸짓이었다.
[히든트리거가 충족되었습니다.]그 몸짓이.
그 자비가.
[보스전에서 킬로그 제로] [남은 HP 10% 이하] [5분 이상 생존]쏟아지는 화살비를 막아내는 선녀의 날개옷을.
[(?ÒÓ)]무희 미니어처를.
[♥]사살대상을 아군으로 만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