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89)
〈 189화 〉 189 편집자 좀 구해줘
* * *
1.
길드장 해응응이 연상되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에 간혹 던지는 말들은 무심한 듯 속을 꿰뚫는 말뿐인 신비한 남자.
낙하산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실제로 민우성을 만난 사람들은 은근히 그를 다시 봤다.
“민우성 간부님 말이야. 뭔가 수수하게 좋지 않아? 피부도 좋고.”
“알지알지. 이목구비는 좀 그렇긴 한데 대신 사람이 섬세하다고 해야 하나?”
수수한 미남, 민우성.
여자들이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마인드리딩으로 읽고 있는 그로서는 해남파 생활이 부쩍 어색했다.
‘어울리지 않는 평판이 생겼군.’
길드의 사주로 온갖 더러운 꿍꿍이를 감춘 범죄자들과 엮일 일만 잦았던 민우성.
그에게 이런 순수한 호의와 은근한 호감을 보이는 해남파 길드원들은 한평생 겪어본 적 없는 낯선 유형의 인간들이다.
아, 여기 있었네 저 놈팽이.
“아, 여기 있었네 저 놈팽이.”
그런 점에서 이소혜는 참 비교가 된다.
겉과 속이 같다고 해야 하나.
조금쯤은 가식이라는 걸 가졌으면 한다거나.
속마음이 다른 사람들을 혐오하던 그에게 제발 가식 좀 가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한 마디로 별난 여자다.
“채찍 시뮬레이터는 잘 봤습니다, 매니저씨. 의외로 게임실력이 대단하시더군요.”
“응 고마워. 그보다 시간 되지? 어차피 당신 평소에 하는 일 없는 거 알아.”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그러십니까?”
김제철이나 해응응 앞에서는 높은 빈도로 순해지는 이소혜지만, 그 순함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통용되는 건 아니다.
자기주장이 약하거나 소심한 남자들은 일진녀마냥 가볍게 쥐고 흔든다.
“묵언검객 방송 편집자 좀 구해줘. 브이튜브 채널도 하나 파고, 업로드도 하는 그런 거.”
“그걸 어째서 저한테…?”
“마음 같아선 내가 하고 싶기는 한데, 기술 연마할 시간도 부족하거든.”
“우지우 씨도 있지 않습니까.”
“사람은 착한데 좀 멍청하잖아.”
이 인간 진짜 속마음 그대로 말하네.
민우성은 감탄했다.
이렇게까지 솔직하니 도리어 불편함 대신 호감이 생겼다.
“소경석 씨는 어떻습니까?”
“얼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쁘잖아.”
“마땅한 적임자가 없군요.”
“그나마 적당히 한가하면서 머리가 돌아간다 싶은 사람은 간부 중에는 당신밖에 없다고.”
민우성은 잠시 고민 끝에 수락했다.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어차피 내가 직접 만들 것도 아니고.
국가안보국에 맡기면 되겠지.
귀찮은 일은 뭐든지 국가안보국에 떠넘기는 몹쓸 버릇이 생긴 민우성이었다.
2.
며칠 뒤. 해남파 근처 상권의 음식점이 맛은 더럽게 없는 주제에 가격은 높여 받고 있다는 소식에 감찰에 나왔던 민우성.
그는 소문과 다를 바 없는 주인장들의 행태에 국가안보국에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예. 근처 상권 싹 다 날려주십시오. 협회나 대형길드들이 해남파를 경계하고 있으니, 견제성 조치로 위장해서 악재를 쏟아내면 쉬울 겁니다.”
악질 음식점부터 발을 빼게 만들고, 여세를 몰아 수익이 끊긴 건물주들로부터 건물까지 사들이겠다는 국가안보국의 부동산전략!
암중에서 벌어지는 수 조원 대 이권이 걸린 계획을 추진하던 도중이었다.
“야, 장난해?!”
거친 걸음으로 씩씩거리며 달려와서 멱살을 향해 손을 뻗는 이소혜.
“잠시 트러블이 생겨서 이만. 예.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가볍게 뒤로 한 걸음, 옆으로 두 걸음을 내딛는 민우성.
멱살을 잡으려던 손이 빗나가고, 화가 나서 뻗은 손이 또 다시 헛손질로 그친다.
“너어…!”
“채찍은 참아주시죠. 주민들이 폭행이슈를 찍어다가 언론사에 팔면 뒷수습이 피곤해집니다.”
“편집자를 이 따위로 구해놓고 그게 할 소리야? 나랑 싸우자는 거잖아!”
이소혜가 스크린폰을 면전에 들이밀었다.
[반요곡 1화 충격! 일본 A급 각성자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질투심에 손발을 부들부들 떠는 묵언검객의 한국정통검술] [반요곡 2화 한국의 역대급 검술고수의 등장에 발칵 뒤집힌 일본, 향후 20년 간 반요곡 게임공략에서 일본을 크게 앞서나간 검술] [반요곡 3화 중국 반요곡 랭커들 비상사태 임박. 초신성 한국 게이머에 의해 컨텐츠 소멸의 위기에 처한 중국랭커들의 상황!]“국뽕유튜브 편집자를 붙이면 어쩌자는 거야! 일본이랑 중국 길드에서 정식으로 항의라도 들어오면 책임질 수 있어?”
맡기는 일은 잘하지만 고용인력은 정해진 풀 밖을 벗어나지 않는 국가안보국의 한계였다.
“죄송합니다. 수십만 조회수를 꾸준히 만드는 편집자라는 말에 가볍게 받아들인 실수입니다. 영상은 전부 내리고 편집자도 다시 구하겠습니다.”
“부탁한 처지에 화내기는 싫지만 못 구하겠으면 차라리 말을 하라고. 이번엔 진짜 에바였으니까.”
본인이 보기에도 이건 좀 심하다 싶었기에 민우성은 마음 상할 것 없이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음에는 반드시 업계 최고 썸네일 장인과 편집자로 구하겠습니다. 두 번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묵언검객이 상대였던 임무를 제외하면 협회에서도 성장세를 경계할 정도로 뛰어난 실적과 커리어를 쌓아왔던 민우성.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그의 눈에 짜증과 분노가 일었다.
“헉! 방금 봤어?”
“대박. 엄청 화난 표정이었지?”
“완전 짐승남 같지 않아?”
“내말이. 존나 카리스마 있어.”
“반전매력 대박.”
화난 얼굴로 제 갈 길을 지나가는 민우성을 보며 설레는 맘을 감추지 못하는 여성들.
“시발. 존나 부럽네.”
식당 한쪽 구석에서 못생긴 얼굴이 들키지 않으려고 모자에 마스크에 후드까지 덕지덕지 두르고 무념무상으로 식사하던 남자.
비싼 돈 주고 맛도 없는 식당에서 식사하던 엄한 가시인간의 속만 뒤집혔다.
“저 새낀 생긴 것도 잘생긴 놈이 왜 맛도 없는 가게에 와서 난리야?”
해남파 내부식당에서 식사를 하기엔 못생긴 외모 탓에 어그로가 과하게 끌리는 가시인간.
극한의 아싸체질인 그에게 걷기만 해도 수수하게 인기가 늘어나는 민우성은 천적 그 자체였다.
“그래도 여긴 맛이 더럽게 없으니까 조만간 떨어져나가겠지.”
식당선정기준이 얼마나 맛이 좋은가, 가성비가 좋은가가 아닌 손님이 얼마나 적은가로 정해지는 가시인간의 눈물겨운 점심식사!
그의 눈물겨운 발상이 무색하게도 국가안보국의 은밀한 공작으로 별점테러와 개발악재이슈, 상권폭락 삼단콤보를 맞은 맛없는 식당들은 줄줄이 폐업했으니.
“우와, 저기 봐. 가시인간이야.”
“진짜 못생겼다…….”
“약방에는 감초가 있다더니 해남파엔 가시인간이 있네. 저 사람 뒷모습만 봐도 못생김이 느껴져서 너무 싫어.”
“앜핰핰, 미쳤냐고 진짜.”
“야, 야. 조용히 좀 웃어. 그러다 듣겠다.”
“그래도 사람은 착하잖아.”
“그래. 성실하게 수련은 열심히 하시더라.”
눈물을 찔끔 참던 가시인간이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이거 혹시 그건가?
남자의 인생에 단 세 번만 찾아온다는 인기 있어지는 시기?
“그럼 니가 가서 사귀던가.”
“아 미친년아. 뒤져 진짜.”
“니가 좋다며. 그럼 그냥 한 말이었어?”
“너는 성실한 오랑우탄이랑 사귀고 싶냐?”
“아, 그건 좀.”
착각이었다.
오늘도 ‘니 남친 지나간다’를 당한 가시인간은 결국 눈물을 꾹 참고 식당을 나갔다.
‘앞으로 점심은 굶자.’
3.
민우성 : 새로운 편집자와 썸네일 장인을 구했습니다. 모두 업계 A급 실력자들입니다. 1차 편집영상이 나왔으니 검토 부탁드립니다.
부탁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스크린폰에 문자와 함께 영상자료가 첨부되어 날아왔다.
‘민우성 이 인간, 일처리 하나는 정말 빠르네.’
이 정도면 소경석과 비견되어도 되지 않나 싶은 수준의 추진력이다.
낙하산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어째서 앞장서서 부정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소혜언니, 뭐 봐요?”
“묵언검객 브이튜브 편집영상.”
매니저의 매니저로 채용되는 사건 이후.
부쩍 사이가 가까워진 주아영이 고개를 내밀며 스크린폰을 들여다보았다.
땀 흘려 수련하며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어깨 너머로 느껴졌지만, 땀에 젖은 꼴은 그녀도 마찬가지였기에 묵묵히 화면을 키워주었다.
‘궁금할 만도 하겠지.’
주아영은 해응응과 가장 먼저 친해진 인물.
사석에서는 자매처럼 사이좋게 지낸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
오히려 지금까지가 용케 수련에만 집중하느라 따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구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지낸 편이다.
[반요곡 1화 첫 게임을 반요곡으로 고른 가상현실게임 뉴비의 처참한 미래(반전주의)] [반요곡 2화 잠입암살게임에서 일당백 학살극을 벌이는 방법(혈둔수로채)] [반요곡 3화 신속의 스피드마스터조차 놓쳤던 녹아내리는 대수림의 비밀]제목어그로가 한결 순해진 영상제목들.
어그로는 덜해도 실제영상의 편집점이 한결 세련되게 변했다.
“와! 진짜 잘 만들었다. 다른 건 더 없어요?”
“채찍 시뮬레이터도 올라오기는 할 거야.”
노래와 액션이 타이밍마다 맞아떨어지는 편집.
이소혜가 보기에도 영상 퀄리티가 준수했다.
‘채찍 시뮬레이터 편집본에서는 나도 나오려나?’
하나마나한 생각이었다.
매번 그녀가 합방으로 같이 나왔었는데 당연히 나오겠지.
“언니, 기대되지 않아요? 채찍 시뮬레이터는 합방까지 하셨잖아요.”
“다 지난 일인데 그게 뭐 대수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채찍 시뮬레이터 편집영상이 올라오자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요곡 1화만큼은 나오지 않는 조회수 때문에 괜한 패배감이 든 것이다.
“채찍 시뮬레이터도 갓겜인데.”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뭐. 채찍 시뮬레이터가 어때서.”
민우성은 동의하지 못하는 기색이었지만.
초대박이 터져서 매편 백만 조회수 이상이 나오는 반요곡 편집영상만큼은 못하긴 해도.
수십만 조회수가 꾸준히 뽑히는 채찍 시뮬레이터도 대박이라고 부를 정도는 됐다.
‘이대로라면 마지막에는 그 괴물 같은 플레이도 편집영상으로 나오는 걸까.’
5트 이소혜를 1트로 이겼던, 영상을 보고나자 절로 결과에 승복하게 되던 묵언검객 최종임무.
“언니, 채찍 시뮬레이터 편집영상 마지막 편 올라왔어요!”
석 달에 걸친 꾸준한 업로드의 끝에 마침내 채찍 시뮬레이터 최종편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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