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9)
〈 19화 〉 19 도움이 필요해요
* * *
1.
“요즘 묵언검객이 게임 쪽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니깐?”
“관계 없잖아. 우린 각성자연습생인데.”
“리얼모드 플레이어라 그렇지. 이 사람 현실스펙이 아무리 봐도 각성자 수준이야.”
각성자연습생 친구들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우던 주아영.
연예인보다 핫하다는 스트리머 얘기에도 주아영의 반응은 시들시들했다.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연예인이 있기 때문이다.
‘언니 보고 싶다….’
그녀가 흘려듣고 있는 묵언검객 이야기가 해응응의 이야기이지만.
진실을 모르는 그녀는 그저 스크린폰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문자라도 보내볼까?’
문득 고개를 치켜드는 발칙한 생각.
‘나도 참, 미쳤나봐. 어떻게 감히 언니한테 선문자를 보내.’
해응응은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온 고수.
당장은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그녀의 일상이 24시간 게임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을 것 아닌가.
만일 문자를 보냈을 때.
격한 교전이라도 벌이다가 스크린폰 진동이 신경 쓰여서 틈이 만들어진다면?
내가 보낸 문자 한 통이 나비효과마냥 언니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면?
마냥 망상이라고 단언하기 힘든
현실감이 있는 상상.
이래서야 도저히 먼저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앗, 저기 성철 오빠다.”
“오빠! 여기에요, 여기.”
김성철.
그 이름에 주아영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다들 여기서 밥 먹고 있었어?”
“이 근처에서는 여기가 제일 싸잖아요.”
“왜요? 오빠가 밥 사주시게요?”
생글생글한 눈웃음에 연갈색 곱슬머리.
아노락에 흰 면티를 받쳐 입은
교회오빠 같은 스타일의 편안한 남자.
주아영의 친구들은 그런 김성철을 좋아했지만 주아영은 달랐다.
‘자꾸 모임에 나오라고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 어쩐지 꺼림칙한 선배야.’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거리감을 좁히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빠지갑 얇아. 우리 같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이에 이러기야?”
“쳇. 뭐에요. 모양 빠지게.”
“오빠는 야간근무도 안하시면서 엄살은.”
“하하. 대신 학원을 야간부로 다니잖아.”
저대로 알아서 식사나 하다가 어디로든 가버리면 우연히 마주쳤다고 믿을 텐데.
“근데 아영이는 어디 아파? 아까부터 표정도 어둡고 말도 없는데.”
“얘가 원래 좀 그렇잖아요.”
“성철오빠 눈에는 아영이밖에 안 보이죠?”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힐난.
그 안에 꾹 눌러담은 진심이 빤히 보였다.
“아영이는 오늘도 수련이나 할 텐데 저희끼리 놀아요.”
“맞아요. 하루 쯤 놀면 어때요.”
“하하, 그럴까? 아영이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전 됐어요.”
“나중에라도 마음 바뀌면 말해. 아영이가 부르면 없는 시간도 내야지.”
“아 뭐야 진짜.”
“이럴 거면 그냥 사귀든가.”
농을 던지며 어깨를 퍽퍽 치는 손길.
주아영은 반쯤 진심이 담긴 그 손을 피해 벌떡 일어났다.
“어엇”
“조심해.”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던 친구를 받아준 주아영.
정작 그녀의 품에 안겨 넘어지는 꼴을 면한 친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가슴.
얼굴에 닿은 그 크기나 감촉.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미드차이에 표정관리가 정말 어려웠다.
‘애쓴다, 너희도 참.’
주아영도, 그녀의 친구들도.
서로에게 품은 각자의 속마음은 말하지 않았다.
그걸 말하는 순간 더는 친구가 아니니까.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이를 친구라고 할 수는 있는 걸까.
편의점각성자학원패스트푸드점연습실집이라는 생활패턴을 따라
오늘도 연습실로 향하는 걸음.
그 걸음이 부쩍 무거웠다.
같은 알바생에 같은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김성철이 그녀의 좁은 인맥에 끼어든 이후로 인간관계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둘까.’
유난히 평소보다 지친 발걸음.
차마 연습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우두커니 낡은 건물을 올려다보는 그녀.
그 손목이 웅웅거리며 작게 진동했다.
[1 건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해응응 : 도움이 필요해요
언니의 밑도 끝도 없는 갑작스러운 문자.
주아영의 피식 웃었다.
주아영 : 무슨 일이에요?
게임이 안 풀리기라도 하시나.
그런 속편한 생각은 이어지는 문자에 와장창 무너졌다.
해응응 : 신고를 당했어요.
신고라니, 대체 무슨.
설마 각성자 활동 도중 무언가 사고가 난 걸까?
공격이 빗나가 민간인을 죽였다거나.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거나.
어쩌면 지난 번 명호길드에게 찍힌 일로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른다.
주아영 : 지금 어디세요? 바로 갈게요!
5년 내내 바뀌지 않은 생활반경.
변치 않는 쳇바퀴.
주아영은 스스로 만든 일과의 감옥에서 벗어나 해응응의 집주소로 향했다.
‘언니가 곤란할 정도의 상황에 나 같은 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직 각성도 못한 0레벨 각성자연습생.
분명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
하지만 언니가 바란다면 무슨 일이든 하리라.
2.
“그래서, 집에서 악기 연주를 하다가 신고당하셨다고요?”
끄덕끄덕.
주아영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혼자 상상했던 것처럼 칼부림이 일어나거나
시체가방에 시체 몇 구가 들어있는
인생 종친 거 아닌가 싶은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상과 현실의 갭이 너무 크지 않은가.
“?”
해응응이 딱히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주아영이 혼자 지레짐작했을 뿐이니까.
의아하게 바라보는 언니의 시선에 주아영은 괜스레 한숨부터 쉬었다.
“일단 연주 한 번 해보실래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직접 듣고 생각해보게요.”
어제 산 악기로 연주를 해봐야 뭘 얼마나 하겠냐만은 그래도 나름 큰 돈 들여 산 악기 아닌가.
‘중국문화를 진짜 좋아하시나보다.’
비파와 퉁소.
이런 악기가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고급스러운 목재 리코더처럼 생긴 퉁소.
나무로 만든 테니스라켓처럼 생긴 비파.
생김새도 참 독특한 악기들은.
음색 또한 여러모로 독특했다.
맑고 청아하며 넓게 울리는 퉁소소리.
속주연주처럼 빠르게 톡톡 튀는 비파소리.
‘와. 초보자 실력이 아닌데요?’
폐관수련을 검이 아니라 악기 때문에 하셨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 연주.
이 정도면 너무 늦은 시간만 아니면
얼마든지 연주해도 괜찮지 않나 싶었지만
연주의 도중
주아영은 알게 되었다.
이 좋은 연주를 듣고도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치는 이유를.
삐이익!
삐이이이익!
“윽. 언니, 귀 아파요!”
삐빅 삐비빅
“그만! 그만!”
삑…
힘없는 소리와 함께 불협화음이 멎었다.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얼굴.
어쩐지 조금 시무룩하게 보이는 것도 같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연주를 잘하다 말고 갑자기 왜 그러세요?”
[원래 이렇게 해야 되요.]“귀 안 아프세요?”
해응응이 귀에서 귀마개를 꺼냈다.
본인도 자기 연주가 시끄러운 줄은 알고 있었다.
주아영은 이 말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니, 악마세요?”
3.
세상에서 제일 나쁜 선물은 무엇일까.
안 필요한 선물?
있는 거 한 번 더 주는 선물?
‘당연히 줬다 뺏는 선물이 제일 나쁘지.’
해응응의 연주가 딱 그랬다.
아름다운 연주로 귀를 열게 만들고.
가차 없는 불협화음을 귀에 때려 박는다.
‘음공이라니, 대체 언니는 뭐랑 싸우려고 저런 걸 준비하는 걸까.’
하도 기괴해서 알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모처럼 온 집.
도움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일단 측정한 데시벨을 보니 음이 튈 때에는 130을 넘었어요. 전투기 이착륙 소음보다 심한 수준이라 이 정도면 벌금고지서 날아와요.”
부루퉁한 얼굴로 애써 고개를 끄덕이는 해응응.
언니도 의외로 아이 같은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며 주아영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언니는 집이 넓어서 방음부스를 설치하셔도 될 거예요. 가격은 한 2백만 원?”
해응응의 표정에 불만의 기색이 역력했다.
내 집에서 노래연습을 하는데 돈을 써야 하다니.
무림에서라면 옆집에서 폭탄이 터지고 칼부림이 나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약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무림에서야 힘 센 이웃주민이 곧 법이지만
현실세계에서 그리 무식하게 살다간 민원이 아니라 고소를 맞아도 싸다.
머리로는 그 사실을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납득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해응응의 마음을 헤아린 주아영이 두 번째 방법을 제시했다.
“아니면 방음설비가 있는 연습실을 이용하시는 방법도 있어요.”
“!”
“저희 각성자학원 근처에 아이돌 기획사가 많거든요. 각성자연습생은 기본적으로 몸매관리가 되다보니까 재능이 없다 싶은 애들을 아이돌연습생으로 슬쩍 채가기도 하거든요.”
“아. 가격은 별로 안 비싸요. 방금 검색해서 알아봤는데.”
가격도 싸고 거리도 가까운 연습실을 부르려던 주아영이 멈칫했다.
게임만 주구장창 하던 언니.
평소라면 만날 일도 거의 없었지만.
각성자학원 근처의 연습실을 소개한다면.
오가는 길에 겸사겸사 들렀다고 둘러대며 언니와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조금은 알겠네. 성철오빠가 그리 빤히 보이는 수작을 부리는 마음도.’
이래서야 그녀가 김성철을 탓할 자격도 없다.
스스로도 한심함을 느끼는 주아영.
언니의 믿음에 신의를 지킬 것인가.
이 기회를 노려 사욕을 채울 것인가.
짧은 고민의 끝에.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연습실 방 하나 한 달간 매일 24시간 대여하는데 20만원이 든대요. 마침 제가 다니는 학원이랑도 가까운데 여긴 어떠세요?”
끝내 욕망에 진 주아영.
그녀가 어떤 고심 끝에 추천을 했는지는 전혀 모르면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주아영의 순수한 선의라고 여기며
연습실을 간다면 여기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해응응.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굴러갔다.
이백만 원 내고 방음부스 설치하기
vs
이십만 원 내고 연습실에서 자유롭게 연주하기
계산은 빠르게 섰다.
[할게요. 24시간 월대여.]그렇게 해응응의 연습실 출근이 시작됐다.
집중수련기간
그 3주차가 시작될 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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