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99)
〈 199화 〉 199 나락의 왕
* * *
2.
[Story mode]고난의 산맥.
그곳을 넘는 방법은 모두 세 가지가 있다.
산맥 위로 이어진 구름다리를 건너거나.
지하에 뚫린 거대터널을 지나거나.
험준한 산악지대를 직접 가로지르거나.
바위산의 거인들을 피해 구름다리에 오른다.
구름다리의 파수꾼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다.
그 두 가지를 해내지 못한 자들은 터널과 산악지대의 양자택일에 처했다.
더러는 터널을 골랐고.
더러는 산악지대를 골랐다.
그리고 대부분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고난의 산맥을 탈출했기 때문이 아니다.
죽었기 때문이다.
[산악지대를 지키는 나락의 잔재들.] [지하터널에 웅크린 나락의 왕.] [고난의 산맥을 찾아온 자, 어디로도 나락의 눈은 피할 수 없으니.] [지상을 택했다면 가망은 남았도다] [사력을 다한다면 목숨만은 건질 테니까] [지하를 택한 자들이여] [불을 끌지어다] [그대들의 악몽이 어둠속에서 눈을 떴으니] [악몽, 그의 이름은 나락의 왕] [모든 떨어진 것들의 왕이자 최강의 패배자] [그가 일어났다]3.
[Player mode]심상치 않은 나레이션.
한없이 불온한 BGM.
새카만 지하터널을 밝히고자 횃불을 든 두더지인간들이 히엑, 하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혀, 혈관이닷!”
“여기도 있닷!”
“저기도 있닷!”
뚜따와 짐꾼이 사이좋게 서로를 끌어안고 와들와들 떨었다.
“이곳은 너무 무서운 것이닷!”
“뚜, 뚜따! 빠, 빠, 빨리 걷지 마! 괴물이 우리 발소리를 들을지도 몰라!”
“흐이에에엑!! 그런 무서운 생각은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닷!!”
두근. 두근.
벽면의 혈관이 맥동하며 내는 소리만으로도 잔뜩 겁먹은 건 뚜따나 두더지인간들만이 아니다.
일천의 병귀들도 공포를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낙귀병단] [지휘관 괴력의 우완]그나마 공포를 느끼는 와중에도 묵언검객과 함께 수많은 승리를 거둬온 병귀병단만이 간신히 사기를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마냥 벌써부터 도망칠 생각만 가득했다.
‘그럴 만도 하겠네요. 이렇게나 살벌한 기세라면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을 테니까요.’
빛을 거부하는 거대한 어둠의 경계선이 생물체의 형상을 이루었다.
[너희의 두려움이 느껴지는구나.]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더냐.] [어찌하여 뒤늦은 후회를 하느냐.]터널 전체에 메아리치는 웅혼한 울림.
병단 전체의 공포가 한층 상승했다.
‘이대로는 손도 못쓰고 병단이 와해되겠군요.’
거인의 어깨에서 뛰어내린 해응응.
근처 두더지인간의 횃불을 뺏어들고는 홀로 나락의 왕을 향해 나아갔다.
깡! 까가강! 까강!
횃불을 노리고 날아드는 어둠 속의 암격.
선봉을 무너뜨리려던 시도가.
첨예한 연격이 철통같은 수비에 가로막혔다.
‘무겁군요.’
타점을 읽고 흘려내는 특유의 방어술.
보법과 검법, 심법이 모두 유효하게 작동하며 그녀에게 전해지는 실질적인 충격은 1% 남짓.
그 1%의 충격만으로도 손이 저릿해지는 충격이 뼈를 타고 찌르르 울린다.
[두려움을 모르는 병단.] [죽음을 거스르는 반요들.] [저 불쾌한 믿음의 기저가 바로 네놈이구나.]어둠 속의 살의.
그 기세가 한층 음험해졌다.
[팔의 힘도 약하다.] [다리의 힘도 강하지 않지.] [체중이 무겁지도 않으며.] [체급이 큰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버텨낼 수 있는 이유가 뭐지?]나락의 왕은 궁리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었다.
[믿음. 스스로를 향한 절대적인 확신.] [그것이 너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구나.] [저 하찮은 것들을 이끌고 온 것도 자신감 때문이겠지.]나락의 왕의 어둠이 크게 펼쳐졌다.
[그렇다면 깨닫게 해주지.] [너의 믿음이 얼마나 오만하였는지.] [저들의 믿음이 얼마나 무가치한지.]통로를 따라 스며드는 어둠.
어둠의 경계면이 드리우는 무수한 촉수들.
그것들이 병귀와 낙귀, 두더지인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습격했다.
“버텨라! 주군께서 기회를 잡으실 것이다!”
“도망치기엔 늦었다. 죽을힘을 다해 맞서라!”
왕은 영리했다.
해응응이 쉽게 꺾을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자마자 데려온 군세를 대신 노렸다.
실시간으로 위협당하는 군세들이 겁에 질리고 위축되며 물러서는 가운데, 수백 단위의 부상자가 속출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리석었어요. 감히 누구를 상대로 한눈을 파는 것이죠?’
힘을 분산하며 옅어진 어둠.
그 얇은 장막이 해응응의 검에 실린 앞에서 흩어졌다.
[음차원의 요력을 단숨에 흐트러뜨리는 힘. 귀물이 지닌 힘인가?]그렇다면 어쩔 테냐는 것처럼 해응응의 손아귀 안에서 웅웅 울리는 몰살검.
그 진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똑같은 진동이 얇은 장막 너머에서 울렸다.
우우웅
우우웅
“!!”
[대충 알았다. 이런 검인가?]나락의 왕의 본체의 손에 쥐어진 암흑검.
어둠이 밀집한 검이 몰살검을 받아쳤다.
화아악!
화아악!
허공에 대고 붓을 그은 것처럼 거칠고도 두꺼운 검붉은 궤적을 그리는 몰살검.
그런 검의 특징마저도 고스란히 가져온 것처럼 나락의 왕의 암흑검이 새카만 어둠의 궤적을 허공에 남겼다.
[막대한 살업으로 빚어낸 몰살의 의지.] [그러한 업을, 이 나락의 왕이 지니지 못했을 성 싶더냐?]몰살검과 암흑검이 교차할수록 검과 검이 부딪히는 충돌음이 격해졌다.
단순히 소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암흑검의 크기 또한 실시간으로 커졌다.
시작은 소검.
한 손에 쥐기에 적당한 검에 불과했던 것이 어느새 양손으로 쥐고 휘두르는 대검 못지않은 크기와 길이로 성장했다.
‘실제 검이 아닌 그림자로 빚어낸 무기. 담아낸 업의 크기가 검의 크기를 변화시켰군요.’
교전이 성립한다.
그녀의 일격을 받아낸다.
그런 수준을 넘어서, 역으로 밀어붙인다.
나락의 왕에게는 그런 싸움이 가능했다.
대군을 몰아붙이면서도 동시에 묵언검객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정도의 규격 외의 강함을 지녔다는 사실이 부쩍 실감되었다.
존나 쌘데?
묵언검객이 밀리고 있지 않아?
와 싯팔 저건 몇 회차를 깨야 견적이 나오냐?
100회차 가야 할 듯
미쳤네ㄷㄷ 잡으라고 만든 게 아닌데?
우세를 내주고 수세에 몰린 묵언검객.
그녀의 눈에 호승심이 일었다.
‘염마왕은 견뎌내지 못했던 기술. 당신이라면 받아낼 수 있을까요?’
입체마방진의 묘리.
대칭과 비대칭, 균형과 불균형.
순리와 역리 사이의 일선을 지키는, 경계를 순환하는 검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콰과과과과!
그런 질풍연격을 분화하는 어둠의 촉수와 거대한 암흑대검을 이용해 연속으로 모조리 맞받아쳐내는 나락의 왕.
극한의 반응속도도, 매 일격에 실린 위력도, 단 하나의 공세도 놓치지 않는 포착능력도.
반요곡에서 지금까지 상대한 모든 적수들을 통틀어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요계최강의 요괴라던 요괴장군이 덧없어 보일 정도의 실력이군요.’
하기야 말이 좋아 요계최강이지, 인계로 떠난 요괴들이 없는 무주공산의 요계에서는 그때의 그 요괴가 그나마 제일 강한 요괴였을 뿐.
요계와 인계를 모두 합쳐서 강한 순서대로 줄을 세운다면 요괴장군의 순위가 어디까지 밀려날지는 짐작도 할 수 없다.
[기묘한 힘의 분배로군.]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되, 순환의 경계를 조절하며 간접적으로 힘의 방향성을 통제한다.] [무중생유 유중생무無中?? ?中?無] [이것만큼은 이 몸도 따라할 수 없구나.] [하지만, 따라할 필요조차도 없지.]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같은 속도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도박을 연이어 행할 이유가 없으니.]그 말대로다.
해응응이 자신의 몸을 도박판으로 삼아 한 번의 행공만 실패해도 내공이 터져 몸이 찢겨질 위험을 무릅쓰며 발휘하는 위력을.
나락의 왕은 힘과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따라잡고 있다.
‘소모전이 통하지 않는 상대. 역으로 소모되는 건 제 쪽인가요.’
번뜩이는 검광 사이로 울부짖는 몰살검.
검의 수명과 검을 쥔 육신이 실시간으로 깎여나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다.
‘속공과 연속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했어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진심일격으로 승부를 겨루어보죠.’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검격이 뚝 끊겼다.
그 대신, 느릿하게 전진하는 중검.
[기묘한 수를 쓰는군.]아랑곳 않고 지금까지와 같은 속도와 위력으로 내지르던 암흑대검이 분쇄기에 갈린 종이처럼 갈려나가며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흩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느려터진 검이지만, 그 실체는 어마어마한 진동수의 증폭이 실린 중검.
그저 강하고 빠르게 내지를 뿐인 속공이나 연공의 조합 따위로는 이 단 한 번의 내지름을 피할 수도, 막아낼 수 없다.
[행로를 강제하는 인력.] [억지로 피한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막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면할 수 없는 일격.] [실로 무겁구나.] [그리하여 중검??인가.]중검에 맞닿은 나락의 왕의 몸체에서 어둠의 장막이 수십 겹이 넘도록 연달아 찢겨졌다.
마치 무지개의 오색찬란한 스펙트럼이 해체되듯이 명암이 옅어지는 장막들.
두터운 암흑장막 아래에 드리운 나락의 왕의 실체가 마침내 드러났다.
[하면, 이쪽 또한 잔재주 없이 받아주지.]통로 전체를 뒤덮은 그림자 촉수들이 병귀와 낙귀들의 피를 뒤집어쓰며 시뻘겋게 물든 그림자들을 토해냈다.
방금 해치운 존재들의 형상을 모방하며, 기술과 움직임을 재현하는 나락의 잔재들.
직접 조종할 때의 힘과 속도가 아닌, 빼앗은 피의 기술과 움직임에 구애받는 잔재들은 그 위력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대신에 사방으로 분산되었던 연산처리능력이 본체로 집중되며 고갈되었던 암흑장막이 삽시간에 도로 재생되었다.
콰과과과곽!!
끝을 모르고 앞을 가로막는 장막을 모조리 갈아버릴 기세로 내지르던 중검.
그 한 번의 휘두름이, 수도 없이 재생되는 장막의 회복력 앞에 끝내 가로막혔다.
[인정하마.] [너는 부하들을 지켰다.]자율 가동하는 나락의 잔재들.
그들에게 부하들이 가로막힌 사이.
잔재주를 부리며 흩어놓은 기운 없이, 연산능력을 한 자리에 집중하는 나락의 왕.
[하지만 네 부하들은 어떨까.] [저들이 너를 지켜줄 수 있을까?]부하들이 버티는 사이.
묵언검객의 나락의 왕을 몰아붙인다.
그것이 페이즈 1의 공략법이었다면.
묵언검객이 버티는 사이.
부하들이 나락의 왕의 잔재들을 뚫고.
나락의 왕에게 유의미한 소모를 강요한다.
그것이 페이즈 2의 공략법.
충분한 준비를 거치지 못했다면.
동료와 부하들의 전력이 부족하다면.
결코 넘어설 수 없을 고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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