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01)
〈 201화 〉 201 세한삼우??三?
* * *
1.
적기사의 적색군단.
그들은 한때 반요곡을 지키는 변방요새의 장수와 부하들로, 외부의 대적들로부터 왕국을 지켜오던 정예군단이었다.
세월이 지나 요괴들이 나타나고, 조국에 배신당한 원한에 반요가 되어 삶을 연명하여도.
지난날의 실력과 기억이 흐릿해져도.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 알 수 없어져도.
그들의 안에서 투지가 꺼진 적은 없었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미약한 투지라고 한들, 그들은 인외의 존재로 전락하면서도 전사의 심장만큼은 잃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적색군단. 뛰지 않는 심장을 지녔다고 한들. 그 심장에 흐를 피가 없다고 한들, 우리의 존재마저 헛되지는 않았다.”
멈춰선 심장과 함께 멈춰선 시간.
원한은 영원처럼 이어졌고, 기회가 왔다.
대요괴와 백령신군.
“우리를 고립시키고 버렸던 모든 적들에게 복수할 기회. 주군이신 묵언검객께서는 그런 기회를 허락하셨다.”
뛰지 않는 심장이 뛰는 것처럼.
흐르지 않는 피가 흐르는 것처럼.
적기사의 의지가 고양되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성 싶더냐!!”
적기사의 용맹한 돌격.
나락의 왕은 그를 비웃었다.
[거창하게 말한다 한들 결국은 패배자.] [모든 패배자들의 왕인 이 나락의 왕에게 네 힘이 통하리라 믿는가?]‘어딜 한 눈을 파는 거죠? 당신의 상대는 저였을 텐데요.’
이제 막 진정한 저력을 발휘하려는 적기사의 싹을 나락의 왕이 짓밟도록 둘 수는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장수를 육성하는 군주의 마음으로.
자신의 아이, 자신의 장수를 지키려는 해응응.
그 커다란 의지가 전수받지 못했을 터인 매화삼십육검의 중반부 십이검의 흐름을 고스란히 재현해내었다.
‘매화십이검. 화산파의 이소천에게 전수받았던 전반12초식은 꽃이 자라나는 과정이었죠.’
꽃이 자란다면 그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만개다.
[놀라울 정도로 성가신 재주가 많군.]나락의 왕은 적기사의 싹을 짓밟는 대신, 이미 싹을 넘어서 꽃이 자라나는 묵언검객의 초식을 짓밟았다.
열둘.
나락의 왕의 걸음은 가차 없이 꽃이 자라나 이룰 수 있던 가능성을 뭉개버렸다.
하지만 하나.
모든 꽃을 짓밟는데 집착하는 나락의 왕도 예상치 못한 검이 있었으니.
[무중생유無中??. 이번에도 그 건방진 힘을 다루었는가…!]짓밟았지만 꺼지지 않은 숨.
끈질긴 잡초처럼 되살아나는 꽃.
‘모든 초식을 분쇄하는데 집착한 당신의 어리석음을 탓하세요.’
세한삼우??三?.
혹독한 겨울조차도 견뎌내는 세 나무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매화의 지조와 절개는 그 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하나의 초식.
하나의 숨결.
하나의 개화.
되살아난 초식 하나가 매화이십사검의 묘리를, 만발하는 꽃의 화사한 검결을 피워내니.
자신의 맹공격을 연속으로 받아내었던 해응응이 역으로 공세에 나온다면, 나락의 왕 또한 발이 묶이는 일은 피할 수 없다.
나락의 왕조차도 그 기세를 모두 짓밟는데 실패하였으니, 결국은 적기사를 노리기를 포기하고 공들여 맞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지지?] [만개한 꽃조차도 막아냈거늘, 아직 꽃이 되지도 못한 새싹 따위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 [답은 이미 정해지지 않았는가?] [너희의 가능성은 나를 능가하지 못했다.] [언젠가 또 다른 꽃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는 싹도, 이미 피어난 꽃조차도.] [그 허실도, 끈질김도.] [나락의 왕에 맞서기에는 부족하다는 거다!]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매화이십사검의 연격을 모조리 막아낸 나락의 왕.
꺼져버린 매화의 꿈과 함께 묵언검객을 사멸시킬 기세로 맹공격을 펼치던 나락의 왕의 몸이 차에 치이듯이 붕 떠올랐다.
쿵━!
암흑마나가 아니더라도 최고의 신체만을 엄선해서 자신의 것으로 길들인 나락의 왕.
그의 체격과 체중은 결코 적은 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적기사의 말은 해골마.
살점도 없고, 돌격의 파괴력도 부족한 말이다.
적기사와 나락의 왕의 실력차이도 현격했다.
물론 적기사도 강하다.
그러나 나락의 왕을 상대로는 현저히 부족하다.
그런 적기사의 요마일체의 돌격마상창술이, 나락의 왕을 붕 떠오르게 만들었다.
묵언검객과 나락의 왕의 충돌.
격렬한 교전 속에서 생겨난 근육과 호흡, 시선의 틈을 정확히 파고든 일격이 나락의 왕의 의표를 제대로 찌른 것이다.
‘해냈군요. 필시 제 전투법이 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겠지요.’
해응응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성장한 아이를 바라보듯 대견스러워하는 미소가 저절로 피어났다.
적기사에게는 그 미소야말로 매화이십사검의 만개한 검결보다 아름다운 꽃이었다.
저 미소의 곁에 남고 싶었다.
언젠가 뒤처질 운명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 또한 저 아름다운 매화에 걸맞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런 각오가.
그런 다짐이.
세한삼우??三? 중 하나인 대나무의 올곧은 충심과도 같은 돌진을 가능토록 했다.
[이 내가, 이런 얕은 수에 당했다고?]고수와 고수의 싸움에서는 실낱같은 간격 하나로도 승패가 엇갈린다.
하물며 발이 허공에 떠올라 체중을 지면에 싣지도 못하는 공중에서는 얼마나 불리한 상황에 처할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해응응은 강했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허무하게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정도로.
폭포수의 연격에 개화하는 매화검결.
그 뒤를 이은 패도적인 일격의 검술.
화산의 이소천과 쌍벽을 이루던 하북팽가의 팽철산.
그에게 전수받은 오호단문도를 원전으로 삼은 개변 오호단문검이 일류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높이에서 다시금 펼쳐졌다.
서걱
도를 다섯 번 휘두르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하여 일컫기를 오호단문도.
도검의 차이에서 비롯된 부족함을 드높은 무학으로 되살려낸 강공격이 나락의 왕을 절단할 기세로 휘둘러졌다.
서걱
공격은 통했다.
나락의 왕이 처음으로 피를 흘렸다.
그러나, 치명상이 아니었다.
[아직 멀었다.] [인간들의 왕, 폭군에게 당한 수치를 무릅쓰고 기나긴 세월을 인내해온 몸이다.] [팔 하나를 내어주고 이 순간을 모면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해주지.]“!!”
무림인이기 이전에 생명체로서도, 자신의 육체를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 인간으로서도 떠올릴 수 없는 요괴 특유의 결단력!
팔 하나를 내어주며 번 시간으로 암흑촉수를 거미의 다리처럼 펼치며 지하터널의 바닥과 벽, 천장으로 뻗어 공중에서 균형을 회복한다.
되찾은 호흡.
되찾은 여유.
팔 하나를 대가로, 나락의 왕이 기회를 얻었다.
‘허를 찔렸군요.’
인간과 요괴의 차이를 짐작해야 했는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실책이다.
‘확실하게 끝내고자 강공을 취했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죠. 나락의 왕이 처했던 위기가 일 합 만에 제 위기로 역전됐어요.’
그렇다고 그녀의 패배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나락의 왕이 해냈다면.
그녀 또한 해낼 수 있다.
‘팔 하나를 내어주죠.’
인간은 요괴의 방식을 따라할 수 없을 거라고.
오른팔을 잃고도 성치는 못할 것이라고.
그리 생각할 나락의 왕의 틈을 역이용하는 팔을 내어주고 목숨을 앗아가는 수 싸움!
“우오오오오!!”
[네놈은, 낙귀들의 대장!]그런 비정의 각오가 무색하게도.
묵언검객보다 먼저 뛰어든 이가 있었으니.
괴력의 우완.
일만이 넘는 낙귀들을 이끄는 지휘관이자, 묵언검객의 군문에 새로이 합류한 실력자다.
“너는 내게서 자유로이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를 앗아갔지. 하지만 다리가 없기에 내 팔은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낙귀들의 대장, .
그에게는 묵언검객과 같은 현묘한 무공도,
적기사와 같은 굳건한 충심도 없었다.
[방해하지 마라.] [비키지 않는다면, 널 베겠다!]“바라던 바다. 다리를 잃고 단련해온 팔. 이 굳건한 신체야말로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 벨 수 있다면 베어보아라!!”
나락의 왕의 암흑대검이 괴력의 우완의 오른팔을 가름과 동시에 묵언검객의 오호단문검이 나락의 왕의 암흑장막들을 완전히 깨뜨렸다.
쨍그랑!
후두둑.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괴력의 우완.
그의 오른팔이 크게 벌어졌지만, 절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끈질긴 생명력이야말로 세한삼우??三?의 마지막 일축인 소나무의 상징.
“보아라. 네가 죽이지 못한 요괴의 오른팔을! 이것이 낙귀들의 대장, 괴력의 우완이다!!”
적기사의 대나무와 같은 올곧은 충심.
괴력의 우완의 소나무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
그것이 기회를 만들어내어.
묵언검객의 매화와도 같은 고결한 강함이 만개하였다.
나락의 왕이 격분하며 외쳤다.
[그래봤자 한 순간이다.] [깨진 장막을 회복하기만 한다면!]“이해가 느리군……. 여기까지 몰린 시점에서 네 구차한 목숨은 이미 끝났다…….”
재차 수복되려던 장막을 사방에서 틀어쥐며, 강제로 뜯어 벌리는 암흑의 손.
부기맨의 완벽한 타이밍의 가세가 장막의 수복을 저지했다.
[안 돼!]암흑촉수를 폭발적으로 뻗어내며 손을 뿌리치려던 나락의 왕.
그의 필사적인 저항을, 부기맨의 수십 개의 팔이 옷장 밖으로 뻗어 나오며 모조리 저지했다.
드러난 신체를 노리고 내지른 일격에 정확히 심장을 파괴당한 나락의 왕.
왈칵 피를 토해낸 그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믿기지가 않는군.] [겨우 저따위 것들에게 발목이 붙잡혀 이런 굴욕, 이런 수치를 당하다니.]하나를 위한 모두와 모두를 위한 하나.
‘그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에요.’
해응응이 검을 늘어뜨리며.
신체의 제어권이 흐릿해졌다.
나락의 왕의 최후와 이어지는 스토리 모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현상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