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06)
〈 206화 〉 206 오지랖을 좀 부렸어요
* * *
2.
고백을 도와주겠다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해응응이?
“진심이십니까?”
[싫으면 말고요.]의심스레 되묻자마자 곧바로 돌아오는 퉁명스러운 글씨체.
대쉬맨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싫을 리가요! 조금 믿기지가 않아서 그랬습니다. 길드장님은 뭔가….”
[제가 어때서요?]“나만큼 강해지기까지 연애금지, 같은 소리를 하실 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오바였죠?”
해응응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표정으로도 농담을 하시네요.”
“…….”
“농담 맞죠?”
농담일까 아닐까.
평소에는 잘만 써대던 필담도 없이 시치미를 뚝 떼니 더욱 혼란스럽고 두려워지는 대쉬맨이었다.
3.
해응응은 자신이 있었다.
‘연애랑 훈수는 원래 안 해본 사람이 제일 잘하는 법이죠.’
이제는 기억도 희미한 남자였던 시절.
미연시 게임으로 배운 연애가 떠올랐다.
“……이거 벌칙게임 아닙니까?”
[지금 절 못 믿겠다는 건가요?]“이건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 식빵을 물고 모퉁이에서 달려 나와서 부딪히라니요.”
대쉬맨은 정색하고 거절했다.
본인이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해응응은 또 다른 조언을 건넸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성녀님의 몸 위로 쓰러지라고요?”
[럭키스케베라는 고급기술이에요.]“길드장님! 도대체 어디서 배운 연애기술로 코칭하고 있는 겁니까?!”
어디서냐니.
[미연시에서 배운 게 당연하잖아요.]“게임이었냐!!”
모처럼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했건만 이런 취급이라니, 벌컥 화를 내던 대쉬맨.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어라. 길드장님은 반요곡이 처음으로 하시는 게임 아니었습니까?”
[컴퓨터게임이 있어요.]“반요곡을 하기 전까지는 심산유곡에서 수련만 하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설명하기 어렵다.
여자의 몸이 되기 이전에 남자였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설명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하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기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금제가 거슬린다.
진퇴양난의 위기.
해응응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일단 때려서 얼버무릴까요.’
폭력은 모든 위기를 해소한다는 지극히 무림인스러운 발상!
하지만 그 주먹을 휘두를 일은 없었다.
“이해했습니다. 길드장님도 그만큼 연애가 궁금하셨던 거군요? 브이튜브로 오래된 미연시 게임을 통해 잘못된 연애관을 접할 정도로!”
[네?]“크흑, 다 이해합니다. 수련만 해오느라 남자와 평범하게 연애하는 법을 알 수 없어서 브이튜브에 의지해야 했을 그 마음도. 미연시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순진무구함도. 길드장님이라면 그러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 왜 갑자기 눈에서 불을 켜고 의욕을 뽐내기 시작하는 거야.
“연애코치의 답례로 저도 해응응님의 연애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분명 제 조언도 도움이 될 겁니다. 연애는 안 해본 사람이 제일 빠삭하니까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론이다.
설마 대쉬맨과 자신의 수준이 같았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기에 해응응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커다랬다.
“혹시 길드장님은 잘 보이고 싶은 이성이 있으십니까?”
[없어요.]“에이, 그래도 이상형은 있을 거 아닙니까.”
[없지는 않죠.]“대회에서 말씀하셨던 그거 말이시죠? 나보다 강한 남자라면 좋다.”
[고려를 해볼 수는 있다는 뜻이지만 그게 저보다 강하다고 사귀겠다는 뜻은 아니에요.]“아무튼 예선 합격이라도 받으려면 길드장님보다 강해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겠죠?]당신이 의문문으로 대꾸하면 어쩌자는 거야.
어이없어하던 대쉬맨은 해응응의 페이스에 휘말렸다간 끝이 없겠다는 생각에 스트리머 특유의 방송진행능력을 발휘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현실전투력으로 길드장님을 능가할 남자는 없을 겁니다. 현실이 아니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지도 모르지만요.”
고개가 모로 기울어지는 해응응.
턱에 손이 얹어지며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어디 판타지 세상의 용사나 마왕이라도 만나라는 말일까요?’
확실히 현실 각성자들보다는 강하겠지.
그녀만 해도 게임 속에서 보이는 전투력이 현실에서 보이는 전투력보다 높지 않던가.
“아니면 스피드마스터 같은 게임고수나 위지천이라던 재야고수들을 찾아봐도 좋고 말입니다.”
[스피드마스터. 종종 들어본 이름이네요.]“국내에서는 성녀님보다도 유명한 정상급 스트리머입니다. 한류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타국에서도 인기가 많죠.”
내친김에 스피드마스터의 게임영상이나 위지천이 감각링크 1위로 살아남고 랭킹메시지를 남긴 클립영상을 보여주는 대쉬맨.
양쪽 모두 흥미롭기는 했다.
아영이도 그렇고 이소혜도 그렇고, 스트리머 업계 얘기를 할 때마다 스피드마스터라는 닉네임은 언제나 언급된다.
신주이십사강.
무림비망록의 천하제일인을 앞다투던 고수들을 줄을 세우면 빠짐없이 거론되던 이름들이 있던 것처럼 말이다.
“스피드마스터 외에도 정상급 스트리머로 손꼽히는 인물들도 여럿 있습니다. 반요곡만 하는 길드장님은 잘 모르실 테지만요.”
나름 스트리머 출신답게 대쉬맨은 업계 유명인에 대해 빠삭했다.
[그런데 어째서 저한테 이런 걸 보여주시는 거죠? 연애상담은 제가 아니라 대쉬맨 당신한테 필요했을 텐데요.]“아아, 저는 괜찮습니다. 길드장님에게 의지하는 것보단 스스로 알아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고요. 길드장님도 슬슬 연애하셔야죠.”
[딱히 연애가 하고 싶다고 말한 기억은 없는데요. 게다가 지금 그 발언, 제 연애코칭실력을 못 믿겠다는 뜻인가요?]대쉬맨이 조금 우쭐해하며 피식 비웃었다.
“미연시로 연애를 가르치는 분보다는? 조금? 제가 더 낫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비웃다니, 감히 나를?
쿵.
해응응의 발치에서 지면이 쩍 갈라졌다.
“으헉! 지, 지, 지금 비겁하게 힘으로 협박하시려는 겁니까?”
“졌습니다, 제가 졌어요! 대련으로 제가 길드장님을 어떻게 이깁니까!”
[그쪽의 승부도 좋지만 제가 말하는 승부는 다른 쪽의 승부에요.]“다른 쪽의 승부… 말입니까?”
미연시로 연애를 가르치기로 한 건 너무했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걸 말로 지적당한 시점에서, 그녀의 위신이 흔들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게임폐인으로 지내던 남자였던 시절.
장르불문 섭렵하던 게임들.
그중에는 미연시도 속해있었다.
‘즐거웠었죠. 사고로 하루아침에 혈혈단신이 된 저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처럼 마음에 위안이 되어주었던 게임이었으니까요.’
그런 미연시의 유용성을 무시당하다니, 이는 소중한 추억에 대한 모독과도 같았다.
[저의 미연시 연애코칭과 당신의 가상현실 연애코칭. 어느 쪽이 먼저 효과를 내는지를 겨루는 대결이에요.]“예에에?!”
[두렵다면 거절해도 좋아요. 동정에게는 조금 자극이 과했을 테니까요.]“그, 그러는 길드장님도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저는 자신이 있으니 대결을 신청했잖아요?]“아니, 진심이십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대결을 하자고요?”
[아무튼 기권을 한다면 받아는 주죠. 대신, 제 미연시 연애코칭의 효용을 무시한 건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과를 들어야겠어요.]돌연 장내에 불어 닥친 한 줄기 바람에 해응응의 긴 머리칼이 풍성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찬찬히 가라앉았다.
거슬리는 머리를 손날로 걷어내면서도 두 눈의 심지만큼은 흔들림조차 없다.
쓸데없이 당당한.
마치 자신은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렇기에 더욱 킹받는 표정 앞에 대쉬맨도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도 일단은 사내자식입니다. 도전을 받은 이상 꼬리를 말고 도망칠 수는 없죠.”
[공정한 대결이 되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이 필요하겠죠. 대결은 제가 제시했으니 심사위원은 고를 수 있게 양보해드리죠.]“좋습니다. 나중에라도 발뺌도 못하게 쐐기를 박아드리죠. 길드장님의 방송만큼은 아니어도 제 방송도 나름 평청자 2천 명의 인기방송입니다.”
대쉬맨은 당당하게 소리쳤다.
“시청자들을 대결의 증인이자 심사위원으로 삼죠! 지면 무조건 결과에 승복하는 겁니다!”
[바라던 바에요.]대쉬맨의 연애코칭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방송컨텐츠로 이어졌다.
3.
[브이튜브 파트너 BJ] [대쉬맨 님이 방송을 시작합니다.] [카테고리 저스트 챗] [방송시간 00:00:01] [시청자 2050명]대쉬맨.
그의 방송은 반년 전에 개최된 제 2회 묵언검객배 무술대회를 기점으로 20만 구독자가 100만까지 뛰어오르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대하
대쉬맨 하이
지난번에 만든 요리 성녀님이 뭐라하심?
후기반응 빨리 “내놔”
편집영상 업로드 한다면서요
영상 올라온 다음에 방송 킨다지 않았음?
대쉬맨의 주력방송컨텐츠는 두 가지.
제작과 대결이다.
방송지분으로 따지자면 9 대 1.
또작맨임?
제작맨 그만! 그만!!
대쉬맨 언제 오냐고!
오늘은 어떤 쓰잘데기없는 쓰레기를 만들어서 성녀님을 괴롭힐 예정인가요?
캠이나 빨리 켜!
오늘 올라올 예정인 밥상차리기 4트 편집본 예상
(성녀님 밥상차리기 3트 실패작 만득이한테 짬처리한 영상)
ㅋㅋㅋㅋ
이거다
만득이 배터지겠다ㅅㅂㅋㅋ
1트 2트 3트로도 모자라서 4트까지 만득이가 대신 받아주냐고ㅋㅋㅋ
워 오브 레전드 심해듀오 또 보겠네ㅋㅋ
대쉬맨의 제작컨텐츠는 나름 알찬 편이다.
정성껏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준다.
그렇게 고객, 주로 동료 스트리머들이 만족하면 제작성공이자 컨텐츠실패로 취급된다.
그렇다.
성공이 실패다.
반대로 제작에 실패해야 컨텐츠성공 취급을 받는다.
실패한 쓰레기를 받아주는 대가로 다른 스트리머들이 대쉬맨에게 대가를 요구하고, 온갖 고난에 시달리는 것이 컨텐츠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이 악질새끼들 채팅 봐라. 어떻게 한 놈도 성공했냐고 응원을 안 하냐?’
본인도 실패할 때가 더 웃긴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명도 응원하지 않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서운함을 느끼기는 해도 그만큼 그의 시청자들은 객관적이었다.
시청자들에게 대결의 심사를 맡긴다면 공정한 심사 하나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띠링!
시청자가 모이길 기다리는 대쉬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만득이]짬처리 전문 스트리머 만득이였다.
“어, 만득이냐.”
둘이 먹고 둘 다 뒤지는 다크매터 또 주기만 해봐. 형 진짜 뒤져.
“아잇, 그런 거 아니야.”
형 방송 시청자들이 짬처리 4트 각오하라는데?
“진짜 아니라니깐.”
그럼 방송은 왜 켰어? 사람 불안하게.
“대결컨텐츠 하려고. 형 이제 방송 시작해야 하거든? 이만 끊어.”
어 알았어
“짬처리 4트는 내일이니까 내일 뭐 먹지 말고”
야이 개새
뚝.
통화를 하는 사이에 시청자가 제법 모였다.
영상과 소리를 켜기도 잠시.
무수한 갈고리와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오늘의 일과표】
이런 걸 보고 어떻게 갈고리를 참겠냐 싶었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아 낚시 아니야. 구라핑 아니라고. 니들 오늘 내가 누구 모셔왔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묵언검객 님의 참여를 수락했습니다.]대쉬맨과 묵언검객.
두 사람의 대결을 알릴 합방이 시작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