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08)
〈 208화 〉 208 동경과 미안함의 사이
* * *
1.
[먼치킨 캐릭터 월드컵 우승자] [백령신군]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던 빅매치 이후.
우승자는 순식간에 백령신군으로 결정되었다.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기극조를 동경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어요. 그걸 감안해도 이소천은 특별했죠. 그 기극조와 비교하더라도.’
황궁이라는 거대한 새장에 갇힌 채, 복수도 인생도 모두 빼앗기고 천천히 황제의 새로 전락할 일만 남았던 그녀를 도왔던 이소천.
화산의 무술을 전수하고 남몰래 꾸준히 도움을 주며, 끝내는 목숨까지 잃었다.
‘빙의자가 아닌 평범한 여자를 좋아했다면 좋았을 것을.’
남자였던 여자를 사랑했던 죄로 이소천의 사랑은 끝내 보답 받지 못했다.
그때의 해응응에게 남자와 이어진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었으니까.
그가 얼마나 자신을 원하는지 알아도 끝내 그 마음을 거절했다.
이소천은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이라면 어떨까요.’
그 모든 일이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흐릿한 흑백사진이 된 지금.
그런 지금이라면 그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가지.
어렴풋이 드는 예감이 있다.
‘적어도 지금의 제가 그때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무력으로도, 그리고 심력으로도.
시간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만일 지금의 기억을 지닌 채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번에는 받아줄 수 있을까요? 당신의 마음을.’
진지하게 고민에 빠진 그녀의 모습은.
십중팔구 남자를 의식하는 여자의 모습!
갓 컨텐츠 ㅇㅈ
묵언검객도 여자야!
여심에 눈을 뜬 괴물ㄷㄷ
우리 방장님이 이런 표정도 지으실 줄 안다고?
대쉬맨은 우리 방랑상인단의 영원한 동맹이다
땃쥐단은 대쉬맨님의 합방을 적극 지지합니다
인면지주단은 당신을 호1감 스트리머로 기억할 것입니다
쟤들은 또 왜 뿔났어?
인면지주 죽은 이후로 세상만사에 불만이 가득한 놈들임
ㅇㅎ
빌런조직 1순위 영입 후보군이네
이미 빌런조직에 인면지주단 있는 거 아니야?
치명적인 매력의 묵언검객. 그녀에게 홀린 건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고심에 빠진 옆모습은 이브라는 첫사랑 상대가 있는 대쉬맨조차 순간적으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차.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상대는 그 길드장이라고. 나한테는 이브님이 있잖아.’
대쉬맨이 애써 힘차게 텐션을 끌어올렸다.
“핫하! 어떠십니까. 제 연애코칭의 1단계 이상형월드컵의 효과가.”
[제법이네요. 가상현실 연애코칭의 실효성, 다시 봤어요.]“어? 이게 아닌데… 쓰읍. 방송각이 애매한데 좀 더 츤데레처럼 부끄러워하는 톤으로 한 번만 더 대답해주시면 안 됩니까?”
[맞을래요?]“죄송합니다.”
여심은 여심이고, 무림인은 무림인이었다.
“아무튼 본래 계획대로라면 이상형 월드컵에서 1등을 한 게임의 해당캐릭터와 연애를 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려 했습니다만…”
[스포일러는 거절이에요.]“역시 그렇겠죠? 하필이면 반요곡 캐릭터라서 1등은 무리네요. 그럼 2등으로 가죠.”
대쉬맨과 함께 묵언검객의 표정에 홀렸던 시청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2등이 누구였지?
기억이 안나
미녀한테 홀리면 사람이 바보가 된다는 게 이런 뜻이었누
ㄹㅇ 기억력 순삭
난 기억나는데? 그냥 너희가 바보죠?
그건 니가 게이여서 그런 거 아닐까?
ㅇㅈ 게이 아니면 저 표정에 어떻게 안 홀릴 수가 있냐고
본의 아닌 커밍아웃ㅋㅋㅋ
이래서 사람이 마음을 곱게 써야해
먼치킨 이상형월드컵 준우승자.
그 정체가 다시 공개됐다.
[먼치킨 캐릭터 월드컵 준우승자] [와이즈]ㅁㅊ
하필이면 골라도 이놈을ㅋㅋㅋ
고른 것도 쥰내 묵언검객스럽긴 하네
얘가 머하는 애였지?
대쉬맨이 말했다.
“와이즈는 이능력배틀 다크판타지 게임에 나오는 주인공인데요. 묵언검객님처럼 주변인이 전부 죽어나간다고 해서 몰살의 와이즈라는 별명이 붙은 무시무시한 캐릭터입니다!”
“…….”
“굉장하죠?”
[제가 그런 식으로 불리고 있었나요?]“네?”
해응응은 충격을 받았다.
간간히 채팅창을 보며 몰살검객이라는 말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 유래가 설마 동료까지 전부 죽어나간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니.
“어어, 길드장님 우세요? 아니, 저 그게 이러려던 것이 아닌데…”
?
?
와 진짜 심했다
니가 사람새끼야?
나가죽어 혐쉬맨!
어쩐지 뭐만 만들었다 하면 쓰레기가 나오더라니 사람부터가 인간쓰레기였네
이 악마! 쓰레기! 묵언검객 같은 놈!
윗놈은 대쉬맨 욕할 자격 없지 않냐?ㅋㅋㅋ
나
락
나
락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몰살검객 드립을 치던 시청자들의 신속한 태세전환!
배신감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대쉬맨은 열심히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안 울었어요.]표정이 굉장히 안 좋아졌을 뿐이다.
어떻게든 울음만은 참아낸 해응응.
한결 어두워진 얼굴로 대쉬맨을 노려봤다.
[악의가 없었다는 말은 믿어드리죠.]“가,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대신, 오늘 일은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묵언검객의 원한을 샀다!
세상에서 적으로 돌리면 가장 위험한 사람 1위가 원한을 품을 거라는 말에 대쉬맨은 심장이 덜컥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요괴들과 리얼모드로 일기토를 벌여서 번번이 승리를 거두는 인간의 원한이라니.
벌써부터 불길한 상상이 떠올랐다.
깊은 밤중.
또옥…
또옥…
물 떨어지는 소리에 깨어버린 잠.
수도꼭지를 안 잠갔나 싶어 화장실에 가보지만 막상 수도꼭지는 잠겨있고, 대신 이마 위로 무언가가 떨어지는데…
고개를 들자 보이는 끔찍한 광경.
수리검에 관통된 쥐의 시체.
떨어진 건 물방울이 아닌 핏방울!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자빠지면 세면대 아래에서 마주치는 맹수처럼 샛노란 눈동자의 주인, 묵언검객.
[말했죠? 그날 일은 절대로 잊지 않을 거라고.]쓸데없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상도에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아아악! 제발 용서해주세요.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까. 네? 어떻게 하면 화 풀어주실 겁니까. 진짜 뭐든지 다 할게요. 제발 화 풀어주세요!”
드립 한 번 잘못 쳤다가 밤에 잠도 편하게 못 자게 생겼다. 대쉬맨의 끈질긴 사과에 해응응이 마지못해 이를 받아주었다.
[그럼 이번 대결에서 제가 시키는 건 전부 해야 해요. 알겠나요?]“아,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한쪽 입꼬리를 스윽 올리는 해응응.
소악마계 사악한 미소에 대쉬맨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기, 길드장님. 설마… ‘그걸’ 시킬 작정입니까?”
[뭘 말하는지 모르겠는데요.]“토스트라던가, 스케베라던가 말입니다.”
해응응의 미소가 짙어졌다.
대쉬맨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여우같은 년.
함정을 파다니!
분하지만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대결, 이번엔 제 차례에요.]2.
해남파 내원 담벼락 모퉁이.
그곳에 뚱한 눈을 한 성녀 이브가 팔짱을 끼며 서있었다.
그로부터 몇 걸음 뒤에서 스크린폰을 펼치며 방송화면을 중계하고 있는 해응응.
진귀한 구경거리가 열렸다는 소식에 모여든 이소혜와 보이스걸, 주아영, 우지우 등등 수련동 무공교두 및 간부일동.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토스트기에서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식빵이 올라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토스트를 주워든 대쉬맨이 죽을상을 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걸 진짜 꼭 해야 합니까?”
[전 강요한 적 없어요. 이걸 하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 뿐이죠.]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저런 악질한테 몰살검객 같은 드립을 칠 생각을 한 건지.
대쉬맨이 허망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상쾌하니.
현장구경꾼 십여 명과 시청자 25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연시 연애코칭 PREVIEW 사전체험하기가 시작되었다.
[돌진하세요]해응응이 큼지막한 화이트보드를 꺼내들기 무섭게 이소혜가 촬영정보가 하나도 적히지 않은 클레퍼보드를 딱 소리 나게 부딪혔다.
토스트를 물고 역겨울 정도로 해맑게 달려 나오는 대쉬맨.
“あっ, あぶない(앗, 아부나이)!”
[앗, 위험해!]토스트를 들고 골목에서 튀어나와 부딪히려던 대쉬맨.
그의 돌진을 가볍게 피한 이브가 팔목과 다리를 툭 쳐서 넘어뜨리고는 바닥을 한 바퀴 구르며 대쉬맨의 팔을 뒤로 꺾은 채, 무릎으로 꾹 눌렀다.
그림으로 그려낸 것처럼 완벽한 제압자세에 현장구경꾼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브님의 기술은 언제 봐도 예술이야.”
“순식간에 제압해버리네.”
“토스트 필요 없지 않아?”
“저게 있어야 더 수치스럽잖아.”
“우린 절대로 길드장님 화나게 하면 안 되겠어. 공개적으로 이런 수치플레이를 당하다니. 석 달은 고개도 못 들고 다닐 거야.”
시청자들의 채팅창은 더욱 난리가 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머얔ㅋㅋㅋㅋ
바닥에 구르는 토스트가 애잔하네요
미연시 패치 실패
히로인이 믹스마샬아츠 구사자였고
MMA 선수급 격투술을 구사하는 히로인한테 럭키스케베 시도하기 ㅋㅋㅋ
되겠냐고ㅋㅋㅋ
자막이랑 관중들이 위화감 오져서 더 미치겠네ㅋㅋㅋ
성녀님 차가운 눈빛 ㅜㅑ
화면 구석에 해응응이 반댓손으로 미리 적어두고 띄운 메모지 대본.
날것 그대로 다 보이는 구경꾼들의 모습과 잡담까지.
수치플레이 하나만을 위한 촬영에 이제는 대쉬맨이 울고 싶어졌다.
“성녀님, 저 팔목보다 마음이 더 아파요.”
“오늘은 좀 더 아파도 되요. 동료를 잃은 고통을 농담으로 삼는 못된 버릇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게 똑똑히 고쳐줄 테니 그렇게 알아두세요.”
“앗… 아앗…….”
지뢰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 연속으로 밟았다.
어쩐지 협조적으로 촬영에 임하더라니.
해응응에 더해 이브까지 화가 나있었다.
“방송 끝나면 관절 싹 나가겠네.”
대쉬맨 괴롭히기 컨텐츠로 변질된 야외방송은 결국 럭키스케베를 시도하는 치한을 관절기로 제압하는 9가지 방법으로 끝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