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
〈 21화 〉 21 연습의 가치
* * *
1.
연습실 특훈은 효과가 참 좋았다.
잠을 잘 필요도
샤워를 할 필요도
식사를 할 필요도 없는
편의성에 몰빵한 축복효과는 하루 20시간 악기수련이라는 커리큘럼을 가능하게 했다.
남은 4시간 중 1시간은 금단증세를 피하기 위한 흡연시간.
나머지 3시간은 각각 내공수련, 무공수련, 신체단련에 1시간 씩 사용했다.
당장 경지를 올려도 게으름을 부리면 조금씩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무공이니, 하루라도 게으름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음공] [비파급란](7성)(삼류) [퉁소통비](7성)(삼류)비파급란????.
미치도록 어지러운 비파연주.
퉁소통비????.
사무치게 슬픈 퉁소연주.
모두 인간의 감각을 자연스레 열어젖혀
단숨에 고음이나 굉음을 때려박아 무력화시키는
음공의 취지에 어울리는 무공이다.
하오문은 이런 무공을
기녀나 호색가들에게 가르쳤으니
이따금 기루를 위협하는 고수가 접대를 받던 도중 합주음공에 고막이 터져 죽거나
전력이 약해진 상태로 하오문의 실력자들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그만큼 음공은 상대를 방심시킬 때에 가장 뛰어난 위력을 발휘하죠.’
반대로 상대가 귀를 꾹 닫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경계한다면
강제로 음공을 펼치는 건 효율이 떨어진다.
그 낮은 효율을 감수하고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가, 없는가.
음공의 삼류와 이류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면 음색 자체만으로 마음의 빗장을 허물 수 있지만요.’
무림에서보다 줄어든 지성
감퇴한 기억력으로
하오문주의 옛 가르침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대성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성 싶었다.
‘귀찮게 구는 사람들도 있고요.’
일부로 사람이 없을 시간대를 골라
흡연실을 전세 내듯이 홀로 누리고 싶어도
쓸데없이 뛰어난 매력은
사람이 꼬이는 효과라도 있는지
어디선가 한 명씩 구경꾼을 늘어나게 했다.
“콜록콜록”
“….”
“아,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담배 펴본 적은 없지만 간접흡연 그거 자동차 매연 마시는 것보단 덜 위험하대요.”
담배도 안 피는 사람이 흡연실에 들어와서 구경할 정도면 말 다한 셈이다.
“저기 괜찮으시면 명함 좀 받아주시면…”
“….”
“앗, 감사합니다. 나중에 인디밴드 구하시면 꼭 연락해주세요!”
조금 머릿속으로 심득을 정리할라치면
불쑥 들이밀어지는 명함들.
방은 20개밖에 없는데 어째서 명함은 50장을 넘게 받고 있는지.
어디서 튀어나온 사람들인지.
조금 생각하기가 무서워질 정도다.
어디 그뿐 만이랴.
“여기 도라지 차 좀 드세요. 기관지에 이것만큼 효과 좋은 차가 없대요.”
“오오, 사장님 최고!”
“아, 당신들 말고. 여기 해응응 씨 드시라고 사온 거잖아요.”
사장의 편파적인 친절.
“여기 떡볶이라도 드시면서 일하세요. 너무 굶으면 연습에 안 좋아요.”
7호실 장건영이 자꾸 사주는 음식.
“언니, 저 오늘도 왔어요!”
하루에 한 번.
출근도장이라도 찍듯이 찾아오는 주아영까지.
시선을 끌게 만드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찾았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너 맞지? 우리 길드원 건드렸다는 새끼.”
명호길드, 그 지저분한 길드에서 나온 사람이 해응응을 찾아낸 이유가.
2.
독사처럼 날카로운 눈매.
끌자락이 날카로운 코트.
휘어진 곡도를 든 검객.
‘듣던 것보다 반반하군. 우리 애새끼가 사고를 칠 만도 했어.’
그의 눈이 해응응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해응응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남자의 눈매가 점점 좁아졌다.
왠지 모를 불길한 대치.
당장이라도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온한 침묵에 끝을 고한 건 연습실 사장, 임성태였다.
“손님? 무슨 일로 저희 연습실에 찾아오셨는지는 몰라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20호실 종합연습실 오너. 월 순수익 350만. 공실률 0%. 현 개인사업자, 전 미다스 엔터테인먼트 치프매니저. 지금도 싹수 보이는 놈들은 미다스에 꽂아주고 있지. 맞나?”
“…당신 뭐야.”
움찔하는 임성태.
그가 무섭게 눈에 불을 키며 노려보지만 독사눈의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차가운 얼굴로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명호길드 부길드장 김창식.”
“허억!!”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임성태.
그의 눈에 숨길 수 없는 공포가 드리웠다.
“오호. 어디서 내 이름 들어보기는 했나봐?”
임성태가 식은땀을 흘렸다.
‘작년에 길드사업에 방해된다고 민간인 세 명을 쥐도 새도 모르게 게이트에 던져 넣었다는 거. 그냥 소문이 아니었어.’
이런 놈이면 충분히 저지르고도 남는다.
찍히면 사업 망하는 건 고사하고.
목숨도 날아갈 위험인물.
“알아먹었으면 꺼져. 볼 일이 있는 건 네가 아닌 저기 저 여자니까.”
협박에 굴하기는 싫지만 그러지 않고선 배길수가 없는 굴욕적인 상황.
임성태가 입술을 짓씹으며 물러섰다.
“그래, 이제야 둘이 되었군. 여기서 해볼까. 아니면 위에서 해볼까.”
해응응은 손으로 위를 가리켰다.
연습실 복도 대신 건물 밖으로 나온 두 사람.
밖에는 김창식이 데려온 명호길드 길드원 십여 명이 주변 도로와 건물을 통제하고 있었다.
삼엄한 기강.
긴장된 공기.
강렬한 압박.
일반인이라면 임성태처럼 힘이 풀려 주저앉고도 남을 상황 속에서.
해응응은 조금의 동요나 흔들림도 없이 악기를 들고 서있었다.
“배짱 한 번 두둑하네. 명호길드의 이름을 딴, 명호길드가 지키는, 명호길드의 안마당 명호동에서 우리 애를 건드려놓고, 태평하게 악기연주나 한다?”
“….”
“요즘은 사내자식들도 그렇게까지 대범하진 못하지. 아주 당차. 그래서 더욱 수상해.”
“…?”
“협회명부에도 이름이 없고, 지난달까지는 활동기록 하나도 없던, 전입신고나 세금납부기록, 단서가 될 꼬투리 하나 없는 인물.”
김창식이 물었다.
“너,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20년 간 무림계에서 구르고 생환한.
성별과 출생, 거주지마저 달라진 해응응.
그녀에게 과거라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고.
김창식은 그 깨끗한 기록 때문에 더욱 미심쩍음을 느끼고 직접 수색에 나섰다.
직접 해응응을 찾아온 지금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내심 확신했다.
“그래, 들어본 기억이 있어. 정부소속 각성자들은 신분을 지우고 비밀스러운 임무에 투입된다고.”
“….”
“아무리 봐도 네 얘기 같지 않냐?”
“….”
“입만 다문다고 뭐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어린 친구. 해응응이라는 그 웃기는 이름부터 노골적으로 가명이잖아. 이미 다 들켰어.”
직접 보고 철없는 애송이다 싶었으면 혼쭐을 내주는 선에서 그쳤겠지만.
검 한 번 주고받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강하다고.
김창식의 판단으로는 게이트를 드나드는 2군 길드원은 물론이고, 공략파로 동원되는 1군 길드원들보다 윗줄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강함이 자신보다 위일까?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았다.
“정부에서 무슨 일을 시켰는지, 우리 길드의 안마당에 잠입해서 뭘 꾸미고 있었는지 순순히 불어줘야겠어. 그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거절한다면.
그러면 어쩔 거지?
마치 그렇게 묻듯이 침묵하는 해응응.
김창식의 입가에 맺힌 썩소가 한층 짙어졌다.
“그게 쉬운 길이었고. 어려운 길을 원한다면 다른 제안을 해야지. 끌고 나와.”
“읍읍! 으브븝!”
“!!”
“테이프 떼.”
“언니, 도망쳐요! 명호길드 김창식은 150 레벨도 넘는 강자에요!”
입에는 테이프가 붙은, 손목에는 밧줄이 묶인.
인질로 붙잡힌 주아영.
죄송해요, 언니. 제가 살아있어서 언니가 위험해진다면. 그런 거, 그런 거, 저는……. 죄송해요.
한 차례 목도했던.
가슴이 울렁거리는 참담한 파멸의 기억.
그 말로가 되풀이될 것만 같은.
불길한 상황.
다른 세계, 다른 시간선이지만.
대응을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 하나만큼은 명백했다.
“순순히 따라오면 여자는 풀어주지. 저항하거나 도주한다면….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때는 기대해도 좋아.”
“민간인이 CCTV 하나 없는 게이트에 끌려가서 어떤 일을 겪을 수 있는지 알게 될 테니까.”
해조차 떠오르지 않은
야심한 새벽.
사람들의 이목을 피한 완벽한 기습.
그녀가 일상에 안주하는 사이
명호길드의 김창식은 꾸준히 뒤를 캐고
절호의 타이밍에, 완벽하게 그녀의 허를 찔렀다.
‘자, 검을 들 테냐. 아니면 도주할 테냐.’
어느 쪽이든 좋다.
김창식에게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싸워서 이길 자신도, 도망치는 그녀를 추적해서 잡을 자신도.
척
해응응이 손을 들어올림과 동시에
마주 무기를 겨냥하던 명호길드 길드원들.
그들의 얼굴에 이내 미처 감추지 못한 황당함이 떠올랐다.
“악기?”
“저거 뭐야.”
“테니스 채 아니야?”
사방에서 던져지는 황당해하는 시선.
김창식마저도 이건 뭐지? 하는 얼굴.
주아영만이 설마? 하는 얼굴로 언니를 바라봤다.
‘진짜 하게요?’
‘귀 막아요.’
기어이 연주를 시작하는 해응응.
“뭐하자는 거지?”
김창식은 당황했다.
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
낭창낭창하게 뻗어나가는 선율.
조금씩 빨라지는 템포와 리듬에 취해 절로 끄덕여지는 고개.
영문도 모르고 시작된 길거리 콘서트에 비웃음도 그치고 몰입해버린 명호길드 길드원들.
‘풀었어요!’
주아영이 손목의 밧줄을 끊고 귀를 막는 순간.
비파의 5현에서 나는 소리가
먹구름 뒤의 천둥처럼 거칠게 부풀어 오르며
5년 내공에서 비롯된 공력이
폭발적인 속도로 불협화음을 펼쳐내었다.
찌이이이잉━━!
고막이 나가버릴 것만 같은 굉음.
몸을 겨누기도 힘든 극심한 어지러움.
“아아악! 내 귀!!”
“누가 저것 좀 막아줘!!”
“정신 나갈 것 같애!!”
무방비하게 음공 앞에서 귀를 열었던 이들은
뒤늦게 귀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수적우위를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한 수!
“끄르륵…!”
고레벨의 김창식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고레벨이기에 그가 입은 피해가 이 자리에 모인 각성자들 중 가장 극심했다.
레벨이 오를수록 올라가는 전투력.
청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집중하면 100m 거리에서 동전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청력은
7성의 경지로 펼쳐내는 비파급란의 위력을 120% 효율로 받아들였고
급기야 귀에서 피가 흐르며 경미한 뇌진탕 증세마저 일으켰다.
뚝
연주가 그쳤을 때
거리에는 넘어진 채 신음하는 명호길드 길드원들이 널려있었고
주아영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해응응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주아영을 바라보는 해응응.
주아영은 그것이 퍽 기가 막히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와…. 언니. 이게 사람한테도 통하는 거였어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그냥 듣기 싫은 불협화음이었건만 마주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귀를 막아도 아직도 귓가가 저릿할 지경이니.
무방비하게 저 굉음에 노출된 명호길드 측 사람들이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었을지 생각하기도 무서웠다.
[괜찮을까요?]“전 괜찮아요, 언니!”
[저 사람들,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죠?]아. 절 걱정한 게 아니었구나.
서운함에 입을 삐죽 내밀기도 잠시.
자신을 구해준 언니에게 보일 모습은 아니라 생각한 주아영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이거 경찰에 신고하면 저한테 저지른 짓부터 다 퍼뜨릴 거예요. 저희가 먼저 신고를 한다면 모를까, 이 동네 경찰이 움직일 일은 없어요.”
[그럼 뒤탈은 없는 건가요?]“이 정도로 호된 꼴을 겪었는데도 다시 덤비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당장 엉금엉금 바닥을 기는 길드원들이나
휘청거리며 뽑아든 무기를 놓치고 자빠지는 행세만 보더라도
얼마간은 괜찮을 성 싶었다.
원독어린 눈으로 해응응을 노려보는 김창식의 두 눈에도 숨길 수 없는 공포의 기색이 어렸다.
힘의 논리에 지배되는 사파나 흑도에서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가 곧 공포의 상징.
해응응의 비파연주는 명호길드의 공포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십여 명의 명호길드원들과
그들을 이끌고 온 부길드장 김창식은 물러났고.
“대박!”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겁니까?”
“저 알아요. 이거 무협영화에 나온 음공인가 먼가 하는 그거죠?”
연습실 입구에서 숨어서 지켜보던 장기임대인들의 열렬한 환영이 이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