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2)
〈 212화 〉 212 누구세요
* * *
1.
조직의 임무는 언제나 뒷맛이 쓰다.
그것이 와이즈의 지론이었다.
“론 베르거. 이능력 각성제를 장기간 강제투여당해 능력통제를 잃어가는 자하드 연구소 실험체들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은 조직원이다.”
“어머, 싫어라. 그런 임무를 우리한테 들려줬다는 건 일이 잘 안 됐나봐?”
“실험체들은 아이들이었고, 론 베르거는 임신한 아내가 유산 후에 사망한 과거가 있었지.”
테레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반면, 노즐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위험한 느낌이 팍팍 드는데. 론 베르거는 조직에서도 와이즈 다음가는 실력자잖아.”
“지금은 배신자일 뿐이다. 실험체인 아이들을 받아주기로 약속한 다른 조직과 손을 잡은. 그리고 조직이 지정한 이번 임무의 제거대상이지.”
“잠깐! 그럼 아이들은?”
테레사가 와이즈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아니지? 아이들까지 같이 다 죽인다니. 너무하잖아. 실험체로 이용당했을 뿐인데 목숨까지 빼앗는다는 건.”
“거꾸로다. 그렇기에 우리 손으로 해치우지 않으면 폭주한 능력이 그 아이들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게 될 거다.”
“노즐, 신입! 뭐라고 말 좀 해봐.”
노즐은 시선을 외면했다.
해응응은 침묵했다.
와이즈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찬성 셋, 반대 하나.
이번 임무에서는 열외 하는 걸까 싶었지만 테레사는 결국 따라왔다.
“나왔군.”
“팀이잖아. 좋든 싫든 간에.”
“고맙다, 테레사.”
임무에 참전한 일동의 복장은 임무대기시간의 편안한 차림새와 달리, 모두 본격적이었다.
방탄기능이 달린 코트와 야행복 차림의 팀원들 사이로 해응응 또한 같은 복장을 취했다.
화보촬영장인가?
ㅜㅑ ㅜㅑ
핏감 미쳤다
골반 대박
근데 무기가 왜 우산임?
해응응도 같은 의문을 드러내자 노즐이 황당해하며 대답했다.
“주무기가 우산이 아니었나? 현장에서 우산을 챙겨왔기에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
“다음 임무부터는 검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해라. 임무대기시간을 휴식으로만 써먹으니 그런 불상사가 생기는 거야.”
지당한 정론이었다.
재미없는 수다로 스킵을 강요한 당사자가 말하기엔 조금 킹받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배신자 론 베르거] [이능력 조작계 액체장악능력]①주변 15m이내의 액체를 조작가능
②론 베르거와 교전 시, 포스Force를 사용해 저항할 것. 저항에 실패할 시, 혈액을 조작당해 의식을 잃거나 즉사
[특이사항]①제거대상이었던 실패작들을 지키는 중
②적대조직 과 손을 잡음
③건물이나 수원 근처에서의 교전은 극도로 위험하니 가급적 피할 것
④론 베르거가 지키는 장기실험체들은 모두 폭주가능성이 대단히 높음. 예상치 못한 능력폭주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
[임무개요]론 베르거는 적대조직 의 밀수선을 이용해 자하드 연구소 장기실험체들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밀수선이 있는 항구에는 편익의 저울의 고위능력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상황.
배신자 론 베르거가 탈출예정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그를 제거하고, 그가 데리고 나온 장기실험체들을 모두 제거하라.
‘재미없는 일이 하나 더 늘었네요.’
노즐의 수다보다도 더욱 재미없는 임무를 수행할 시간이 다가왔다.
“밀수선으로 향하는 길은 지상과 지하 둘로 나뉘어져 있다. 테레사와 나는 지하수로를, 노즐과 신입은 지상루트를 맡는다.”
좋지 않았다.
임무지령서에도 대놓고 수원 근처는 피하라고 언급이 되어있건만.
하필이면 사망이 기정사실로 보이는 테레사가 지하수로에 배정받았다.
그것도 와이즈와 함께.
좋지 않은 예감이 끊이질 않았다.
[테레사와 제 작전구역을 교환할 수는 없나요?]지하수로에서 떼어놓으면 생환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겠지.
“꿈 깨. 어디서 암고양이처럼 수작질이야? 와이즈의 옆은 내 자리야. 절대 양보 못해.”
“…….”
ㅋㅋㅋㅋ 반응 앙칼지네
그냥 이뇬 확 죽게 내버려둘지 고민하는 묵언검객 표정ㅋㅋㅋ
당신 구하려고 이러는 거잖아!
누구는 살리려고 애를 쓰는데 누구는 죽지 못해서 안달이다.
“능력을 고려한 결과다. 받아들여라. 협소한 지하수로에서 네 스피드와 전투력을 살리기는 쉽지 않을 거다.”
[알겠어요.]“이번에는 노즐과 합을 맞춰라. 네 활약을 기대하고 있겠다, 묵언검객.”
결국 작전지역과 동행인원의 변경 없이 임무는 그대로 시작됐다.
2.
“적이 보인다고 느닷없이 돌격하면 안 돼.”
“민간인을 같이 베지도 마라.”
“건물이 폭발하지 않게 주의해라.”
“가스관까지 베면 다 같이 죽자는 거야.”
“방독면은 제대로 챙겼겠지?”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바꿔야 했어.
노즐의 끝없는 설교에 해응응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와이즈팀의 실력검증미션을 신속하게 통과했지만 그 과정을 막무가내로 피지컬로 밀어붙인 결과가 지금의 잔소리 폭풍이었다.
[저한테도 상식 정도는 있어요.]“상식이 있는 사람은 이능력자 두 명을 상대로 정면에서 돌진해서 테러가 일어났다며 민간인들이 놀라 달아나게 만들진 않아.”
심지어 잔소리꾼은 하나만이 아니다.
“지상 쪽 빨리 해결하고 내려가야 합니다!”
“시간이 끌리면 테레사가 죽고 와이즈가 흑화한다고요!”
“지름길은 알려드렸죠? 다른 임무를 수행하다가 알게 된 길인데 저기 맨홀뚜껑을 따고 내려가면 지하수로로 이어지는..”
대쉬맨.
시청자들의 대변인이 된 이 남자까지 고스트모드로 허공을 둥둥 떠다니며 잔소리를 한다.
“□□□□□”
“□□□□□”
너희는 짖어라. 나는 귀를 막을 테니.
성가신 주인에게 시달리는 애완동물마냥 세상만사에 지쳐서는 고개를 돌렸다.
내공까지 동원해서 귀를 틀어막기를 얼마간.
툭툭 어깨를 치는 손길이 느껴졌다.
소리를 듣고 있지 않다는 걸 눈치 챘는지 노즐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너 말야…… 아니, 됐어. 이 얘기는 임무가 끝나면 마저 하지.”
“…….”
“목표가 포착됐어. 조직의 추적장치는 500m 이내에 론 베르거가 들어오면 그를 인식하지. 정확히는 그의 능력을 보조하는 보조기구를 감지하는 거지만.”
골목길 사이로 드리우는 햇볕이 금방 가려졌다.
하늘을 뒤덮으며 몰려드는 먹구름.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지상은 지하보다 여건이 좋아. 선착장으로 가려면 어떻게든 지나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 바로 이곳이니까.”
폐쇄된 항구.
밀입국자와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세워진 정부의 검문소.
본래 시설을 지키던 경비들은 노즐의 살포능력으로 수면가스를 흡입, 모두 잠든 지 오래다.
“차량이 오면 진입 금지봉을 올리고, 차에서 내린 적은 안으로 끌어들여. 유인에 성공하면 수면가스든 마비가스든 산성가스든 잔뜩 살포하고 일망타진이야.”
얼굴을 덮은 방독면이 답답하다.
숨소리도 거칠게 들리고 냄새도 텁텁하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노즐 때문이다.
하는 거 없어도 미운 놈이 있다면 그가 아닐까.
노즐을 힘껏 때리라는 임무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저기, 내 말 듣고 있지…?”
[차량이 왔어요.]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갔다.
썬팅 농도가 5%를 밑도는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봉고차.
차량진입 금지봉과 부딪히면 그대로 쾅 하고 고꾸라질 차량이 멈추지 않고 돌진해왔다.
‘능력을 믿는 건가요.’
겁이 없다고 해야 하나.
대담하다고 해야 하나.
창문 밖으로 상반신을 내민 꼬맹이 하나가 손을 꽉 움켜쥐더니, 화물트럭도 저지할 수 있는 차량진입 금지봉이 바닥으로 휙 꺾였다.
카가강!
차체 바닥이 금지봉에 쓸리며 거친 금속음이 울렸지만, 속도는 거의 줄어들지 않은 상태.
“비켜! 안 그러면 죽일 거야!”
해응응은 비스듬히 우산을 치켜들었다.
꼬맹이의 손이 그녀를 향했다.
움켜쥔 주먹과 함께 공간을 짓누르는 압력.
그 범위를.
한 걸음 차이로 물러서서 피하며.
우산을 앞으로 내질렀다.
쩌엉─
우드드드득!
진입 금지봉이 해내지 못한 일을 사람의 힘으로 해냈다.
허공에 들린 채로 크게 들썩거리던 차량이 티코처럼 안으로 말려들어가 구겨진 채로 헛바퀴를 돌리다 멈추었다.
캉
걷어차인 문짝이 아스팔트 바닥과 부딪혔다.
문짝이 바닥에서 재차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짧은 사이에 기민한 몸놀림으로 많은 그림자들이 차량 밖으로 뛰어내렸다.
작은 것이 다섯.
큰 것이 하나.
장기실험체 다섯과 어른 하나다.
해응응의 우산 끝이 어른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선생님을 괴롭히지 마!”
“이 나쁜 괴물!”
핑 하고 현기증이 일었다.
염동력을 눈대중으로 보고 피하는 재주에 작정을 하고 회피반경까지 모두 뒤덮는 능력이 그녀를 덮쳐들었다.
균형감각을 망가뜨리는 능력.
비틀거리는 걸음과 함께 내공을 잔뜩 머금은 우산꼭지가 펑 하고 발사됐다.
스걱
발사된 우산꼭지가 어른의 머리 옆을 스쳤다.
해응응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펼쳐낸 우산에 덧씌운 기막 위를 난타하는 너트 파편과 돌쪼가리들.
투사체를 막으며 감각교란 능력범위 밖으로 피하는 그녀를 향해 커다란 불덩어리가 날아들었다.
콰앙!
커다란 폭발에 무너진 검문안내문.
숨 돌릴 새도 없이 찌릿한 정전기가 손등을 스치더니 샛노란 뇌전이 우산 위를 가격했다.
쿠구구구궁━
━콰과광!
튀어 오르는 아스팔트 파편.
그 충격이 채 전부 가시기도 전에 다시 공간을 짓누르는 압력이 느껴졌다.
‘실험체 다섯 명 전부 원거리 능력인가요.’
이래서는 간격을 벌리는 의미가 없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뒤처지는 걸음마다 능력폭격이 이어질 뿐.
“어어?”
주먹을 움켜쥐던 아이의 눈에 동요가 일었다.
후방이 아닌 전방.
예상과 달리 앞으로 뛰쳐나와 공격범위를 벗어나자, 다른 실험체들의 마음도 조급해졌다.
핑핑핑
핏─
좌우로 기민하게 달려드는 그녀의 옆을 스치는 돌 파편과 화염구.
“늦었어!”
꽈르릉 소리와 함께 시전속도가 가장 빠른 번개가 정확히 해응응을 덮쳐들었지만.
‘아뇨. 제가 더 빨랐어요.’
뇌성과 함께 번개에 휩싸이는 우산.
뒤집힌 우산 아래로 드러나는 텅 빈 허공.
그곳에 해응응은 없었다.
파바밧
우산을 버리고 한층 더 빠르게 달려 나온 해응응의 손이 번개능력자 실험체의 머리를 덥썩 움켜쥐었다.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혈도를 제압당한 실험체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무리야. 너무 강해.”
“우, 우으윽…!”
“흐끅. 우리들, 여기까지야?”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치는 아이들.
울상이 된 아이들의 앞으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만! 이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당신들도 아시지 않습니까!”
“?”
해응응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왼쪽으로 다시 보고.
오른쪽으로 다시 봐도.
이 사람.
역시 임무지령서에 첨부된 론 베르거의 얼굴과 달랐다.
똑똑.
해응응이 초소로 돌아가 문에 대고 노크를 했다.
“…미친년. 아주 여기 사람 숨어있다고 광고를 하지 그러냐?”
[베르거의 보조기구 위치 추적했다면서요]“했지. 지금 바로 앞에 있고.”
[저 사람 베르거 아닌데요?]“어라?”
[?]“?”
노즐의 고개가 해응응과 마찬가지로 모로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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