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4)
〈 214화 〉 214 백색지옥
* * *
1.
히어로는 어째서 항상 절묘한 타이밍에 현장에 도착하는가.
대쉬맨과 그의 시청자들은 그 답을 묵언검객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지금 진입각 재는 거야?”
ㅋㅋㅋㅋ
아ㅋㅋ 갱각은 정글러가 재는 거라고
바텀라인 혐오를 멈춰주세요
언제까지 각 잴 거야 무친련아!
근데 이거 안도와도 이기겠는데?
동선낭비 ㅎㅌㅊ
와이즈가 쌔긴 쌔구나
론 베르거의 맹공.
아홉 명의 실험체의 협공까지.
2 대 10의 교전을 벌이면서도 실험체 넷을 홀로 치명상을 입혔다.
열 명이어도 힘든 교전이 여섯으로 줄었다.
론 베르거와 실험체들의 탈출은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었다.
“강하구나. 와이즈. 어린 것들의 피를 보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정도로.”
“제어할 수 없는 이능력은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는 폭탄에 지나지 않지. 조직은 해야 할 일을 알려줬을 뿐이다.”
와이즈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베르거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조직을 믿는군. 아직도 그들을 모르나?”
“조직이 정의롭지 않다는 건 안다. 그런 그들이라도 이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지는 알고 있지.”
“그거 참 대단한 도시군. 실험체로 이용당한 아이들을 폐기처분해야 존속할 수 있는 도시라.”
소강상태가 찾아왔던 전장에 다시금 긴장감이 차올랐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투항해라, 베르거. 네 의사로 항복한다면 조직도 너를 용서해줄 거다.”
“허튼 소리 마라. 단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는지가 다를 뿐. 우린 같은 부류의 인간이다.”
걸음마다 주변 공간에 살얼음이 이며 백색 한파를 불러일으키는 베르거.
걸음마다 주변 일대를 압축시키며 어떤 투사체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구축하는 와이즈.
그들의 영역이 서로를 침범하며 충돌하는 순간.
“허상?!”
와이즈의 압축구슬에 닿은 베르거의 모습이 훅 하고 사라졌다.
얼음과 빛을 이용한 잔상.
허울뿐인 형체가 와이즈의 이목을 끌었다.
놓쳐버린 본신.
그 위치를 발견했을 때.
와이즈는 전율에 휩싸였다.
‘나와의 대화마저도 방심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건가!’
빛의 굴절로 존재를 감춘 얼음의 벽.
그 두꺼운 얼음 너머로 테레사가 맹렬한 추위와 한파, 공격에 맞서고 있었다.
론 베르거의 목표는 처음부터 와이즈가 아닌 테레사.
그에게 고통을 안겨주기 위한 목적 하나로 치밀하게 함정을 설계한 것이다.
“론 베르거!! 네 상대는 나다. 내게 덤비란 말이다!!”
“상실의 고통은 힘이 있어도 지켜내지 못한 자괴감에서 비롯되지.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하며 몸서리쳐라, 와이즈.”
와이즈의 능력이 앞을 가로막는 얼음의 벽을 모조리 밀어부술 기세로 압축력을 펼쳤지만, 이에 맞서는 베르거의 능력도 강대했다.
부수고 또 부숴도 겹겹이 펼쳐지는 얼음의 벽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생환은 포기했다. 이 아이들도 전부 죽겠지. 지키기로 맹세한 것을 지켜내지 못한 분한 마음, 이 원통함을 네게도 새겨주겠다.’
2.
시시각각 체온을 빼앗는 혹한 속에서 테레사가 안개화의 능력으로 공격을 흘려보내는 움직임이 점차 느려졌다.
‘내가 죽으면 와이즈는, 와이즈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아. 저 남자를 홀로 두는 일만큼은 절대로 할 수 없어!’
안개로 변한 신체를 덮쳐드는 한파에 조금씩 인간형체로 되돌아오는 테레사의 신체부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피부의 일부가 찢어지고 신체장기 일부가 소실되며 피가 왈칵 새어나왔다.
‘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어.’
그녀를 둘러싼 얼음의 감옥은 안개가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영영 형체를 되찾지 못하도록 얼려죽이고도 남을 극저온이다.
테레사는 인정했다. 그녀가 처음부터 설계된 지독한 함정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든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무적의 공방일체의 능력이라고 여겼던 안개화도 혹한의 추위와 한파 앞에서는 안개의 일부를 계속해서 소실했다.
‘전부 되찾을 수는 없어’
그렇다면 신체의 일부를 포기한다.
버려도 좋은 부위를 선별하여 재구성한다.
가슴의 지방을 포기한다.
허벅지의 단련된 근육을 포기한다.
뼈와 살의 일부를 포기한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도.
안개화를 펼칠 때마다 누적되는 손상.
장신의 글래머미녀가 단신의 슬랜더미녀로 화하기까지는 불과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지를 전부 건질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더욱 어려운 결단이 필요하다.
어느 쪽의 팔을 포기할 것인가.
두 다리는 언제 포기할 것인가.
그렇게까지 버티는 것이 과연 득이 될까.
와이즈가 그런 자신을 두고 더욱 큰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분명 그렇겠지. 설령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저 순해빠진 녀석에게는 더 큰 약점이자 짐이 되어버릴 거야.’
인간의 형체마저 잃어가면서 추하게 몸부림 친 끝에 걸림돌이 될 바에야, 적어도 와이즈 한 사람만큼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조금이라도 이 몸의 아름다움이 남아있을 때에 죽겠다.
“포기하지 마, 테레사!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이 벽을!!”
“미안. 추한 욕심이라고 욕하지는 말아줘. 여자란 말이야,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법이라고.”
테레사는 더 이상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어깨를 폈다.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그것이 그녀가 결심한 최후이자, 사랑하는 남자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었기에.
파가가가각!!
빙벽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얼음입자들이 퍼져나가는, 등 뒤에서부터 몰려오는 반짝임을 맞이하였을 때.
그녀의 눈에도 감출 수 없는 동요와 놀람의 감정이 번졌다.
“신입?”
천상을 논하며 용을 능가하는 지고한 검법.
닿지 못할 하늘이 없으며.
넘지 못할 하늘이 없다는.
승천을 꿈꾸는 용과 같은.
용을 뛰어넘는 검력이 실린 초식이.
와이즈를 절망에 빠뜨렸던 얼음의 벽을 돌파해 테레사의 앞에 도달했다.
‘와이즈팀에 배속된 신입. 지상의 양동이 통하지 않았던 건가!’
론 베르너의 한쪽 팔이 얼어붙었다.
너무나도 강대한 출력에 더는 스스로의 몸마저도 그 추위를 견뎌낼 수 없었다.
‘여기가 끝이라면 받아들이겠다. 기꺼이 이 목숨도 내어주지. 설령 지원이 왔다고 해도, 길동무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났을 뿐이지만!!’
와그작!
실험체들의 이능력을 강제로 증폭시켰던 금단의 각성제가 베르너의 몸에 퍼졌다.
입안에 있던 각성제가 터지며 돌이킬 수 없는 선으로 증폭된 능력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가 지키고자 했던 아이들까지 함께 얼려버렸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죽을 목숨.
한 순간에 얼어 죽는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러니 후회하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모든 힘을 다해서.
그의 전부를.
그의 인생을.
최후의 이능력을 쏟아내었다.
작은 숨결조차 용납지 않고 얼려버리는 극저온의 지옥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세상만물을 얼어붙게 만드는 냉혹한 한파가.
테레사와 함께 해응응을 덮쳤다.
‘목숨과 맞바꾸어 피워낸, 원한으로 빚어낸 얼음의 지옥이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이었나.’
생명을 거부하는 혹한으로 물든 지하수로.
그 냉혹한 광경에서 론 베르거는 안식을 느꼈다.
어린 동족조차 실험체로 삼는.
냉혹한 조직이 암약하는 잔혹한 도시.
그 지하의, 누구도 찾지 않는 지하수로에 걸맞은 최후가 아닌가.
쩌저적
이 생명이 꺼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와이즈의 남은 생애에 굳게 새겨질 족쇄.
쩌저저저적
피할 수 없는.
잊을 수 없을.
그의 인생과 맞바꾸어 만들어낸 백색지옥이.
균열을 일으키며, 깨지기 시작한다.
와이즈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의 압축능력은 이런 식으로 발현되지 않는다.
균열이 앞서고
얼음이 깨지는
침투하고 파고드는 힘이 아니다.
먼저 줄어들고
뒤늦게 여파를 부르는 능력.
몰라볼 리가 없다.
그가 넘지 못한 조직 최강의 이능력자.
그로부터 저 가엾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며 분석하지 않았던가.
‘와이즈가 아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백색지옥이, 얼어붙은 악몽이 산산이 흩어졌다.
그 끝에 자리한 것은 살얼음이 낀 우산을 든, 마치 한 명의 검객처럼 예리한 기운을 만천하에 내질렀던 존재.
‘그런가. 와이즈 팀의 신입이…… 조직에는 이 나를 대체할 인재마저도 준비됐다는 건가…….’
더는 손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베르너.
선채로 얼어붙은 그를 향해 다가온 신입이 펜을 꺼내더니, 얼어붙은 잉크를 발견하고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까각 까가각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얼음을 파내려 글씨를 깎아내는 신입.
그것은 베르너를 향해 전하는 전언이었다.
무시무종無?無?. 시작과 끝이 없는 자연체를 깨우쳤다면 더 강해질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네요.
능력운용에 대한 충고했다.
‘…미친년인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인가.
어이없어하는 감정도 잠시.
산소공급이 끊긴 두뇌의 사고가 점점 둔해졌다.
의무와 사명, 도덕과 양심에서 비롯된.
무수한 굴레에 얼어붙었던 사고.
그것이 끝에 이르러서야 자유롭게 풀려났다.
‘그런, 것, 이었, 나…….’
‘…….’
깨달았다.
그의 능력이 지금보다 강해질 수 있었던 방법을.
무시무종의 진의를.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아도 됐다.
뒤늦은 깨달음은 절망만을 동반했다.
의식이 꺼져가는, 생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절망했다.
‘훌륭한 무인이라면 마지막 가는 길에 깨달음 하나정도는 얻고 가야죠.’
한 남자의 끝을 지옥으로 물들인 장본인의 마음에는 한줌의 악의도 없었다.
어떤 방면으로는 무의 길을 걷는 자에게 내미는 호의만이 있을뿐.
단지 무림인이 아닌 자가 감당하기에는 그 호의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웠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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