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5)
〈 215화 〉 215 약속이 다르잖아요
* * *
1.
“신입.”
베르너의 시체를 바라보던 해응응.
그녀가 찬찬히 고개를 돌렸다.
“너 정말…… 엄청나게 강하구나……?”
그 말하려고 부른 건가?
싱겁기는.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 거야? 지상에서도 교전이 일어났다면서.”
[뒤처리만 노즐씨에게 맡기고 넘어왔어요.]“그 짧은 사이에 교전을 끝마치고 넘어왔다고? 아무리 베르너가 그쪽에 없었다고 해도…… 아니, 그런 걸 논할 수준이 아닌가?”
고위 이능력자에게는 일반 이능력자와는 넘을 수 없는 전투력의 차이가 있다.
론 베르너를 꺾었다면 실험체 다섯 명을 압도한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튼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시큰둥한 해응응과 달리, 죽을 위기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테레사는 우호의 감정이 뚝뚝 묻어났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와이즈를 혼자가 되게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정말 고마워.”
“속지마라, 테레사.”
“와이즈?”
“신입. 왜 바로 돕지 않았지?”
테레사의 눈에 배신감이 감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응응은 마냥 억울했다.
기껏 도와줬건만.
돌아오는 눈빛이 곱질 않다.
특히나 와이즈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시련은 성장의 지름길이에요.]“시련?”
[이번 일로 큰 깨달음을 얻었을 거예요.]죽은 베르거도 그랬을진대 살아있는 테레사가 누릴 성장은 얼마나 크겠는가.
“미쳤군.”
무슨 사악한 음모라도 있나 싶었다.
거짓을 입에 담는다면 공격할 마음마저 먹었다.
그런데 거짓이 아니다.
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진실을 말하는 모습.
순수한 광기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까지 강함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는 걸까.
해응응은 즉답했다.
[심심하니까요. 혼자만 강한 건.]적수가 없는 세계.
그것이 현실로서 이루어지는 순간.
달콤한 꿈은 끝나고 쓰디쓴 현실만이 남는다.
고금제일인 기극조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최강의 무를 쌓으면 무엇 하겠나.
그 무를 받아주고 알아줄 사람이 없거늘.
동향 사람인 백소천이 있더라도.
강력한 요괴들이 있더라도.
수많은 강자들이 실존하는 현대지구라도.
항상 무언가가 부족했다.
완전하지 못한 상대들과의 싸움은 그 경과가 격렬할수록 갈증만을 키울 뿐이었다.
[그러니 강해졌으면 싶은 거예요. 강해질 수 있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와 겨루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마치 지금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적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오만하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강자와의 대결을 원한다면 언젠가 내 손으로 직접 너와 싸워주지.”
해응응의 눈이 커다래졌다.
플레이어의 호감도가 보인다면 해응응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라는 문구가 나타나기에 적합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앞에 등장하는 문구는 정반대였다.
[당신의 희박한 동료애에 와이즈가 분노합니다.] [와이즈의 호감도가 감소합니다.]오르기는커녕 호감도가 역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그만 떨어진 것도 아니다.
“너… 일부로 날 견제했던 거야? 글래머바디인 나와 정정당당하게 몸매대결로 와이즈를 이길 자신이 없어서 시간을 끈 거였어?!”
테레사는 테레사대로 분기탱천했다.
근육도 살도 쭉 빠져서 다이어트라도 한 것처럼 마른 몸이 된 것에 대한 분노였다.
[당신의 늦은 조력의 이유를 테레사가 오해합니다.] [테레사의 호감도가 감소합니다.]연달아 등장하는 호감도 하락 문구!
임무가 끝나고 임무대기실에는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싶지도 않군.”
차가운 소리를 하며 자리를 뜨는 와이즈.
“속옷이 하나도 안 맞잖아! 돌려내. 내 F컵 가슴사이즈 돌려내!”
팔뚝을 붙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옆에서 귀찮게 구는 테레사.
하나같이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이어졌다.
“옷이 다 흘러내리잖아! 맞는 옷도 없다고! 어쩔 거야 정말~~!”
원피스는 언니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축 늘어지고, 줄어든 가슴의 볼륨감만큼 허전해진 옷 사이로 줄어든 가슴이 비쳤다.
‘정말 작아졌네요. 저런 편한 능력이 있으면 천참사 브래지어를 구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테레사의 타는 속도 모르고 마냥 부러움을 느끼는 해응응.
너무 빤히 쳐다봐서 그럴까.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으로 향하고 있음을 깨달은 테레사가 한층 노발대발 화를 냈다.
“야아아아!!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양손을 마구 휘두르며 퍽퍽 때리는 테레사.
그 주먹질을 한 손으로 툭툭 받아치는 동작에 여유가 묻어났다.
그럴수록 테레사는 더욱 길길이 날뛰었지만, 근육도 체형도 전부 줄어든 몸으로는 금방 땀을 흘리며 지쳐 헐떡거렸다.
“너허어, 진짜아!”
뒤에서 노즐이 지켜보기에도 테레사의 분노와는 별개로 그녀의 공격은 조금도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시뻘개진 얼굴로 화를 내어봤자 이모랑 노는 조카처럼 무해하게만 보일 뿐.
‘딱히 손이 아프거나 한 건 아니지만……. 마음이 아프네요.’
이렇게나 미움을 받아버리면 미움당하는 쪽도 기분이 나빠진다.
테레사에게도 은근히 무의 자질이 있다고 여겨서 나름 아슬아슬한 타이밍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해응응.
그런 자신의 노고를 몰라주는 테레사의 반응에 그녀의 슬픔은 배로 늘었다.
‘슬픈 것도 슬픈 거지만, 차림새가 곤란하기도 하고요.’
제 옷이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미쳐 날뛰느라 뒤에서 구경하던 노즐과 대쉬맨, 시청자들만 아주 신이 났다.
어깨에 걸쳐있는 원피스 끈을 고쳐서 매주고, 흘러내린 가슴께를 도로 올려주고, 노발대발하며 달려드는 그녀를 양팔로 겨드랑이를 붙잡아 의자에 앉혀놓고.
목욕하기 싫어서 발버둥치는 고양이와 씨름이라도 하듯이 옥신각신하기를 한참.
[게임이 일시중지 되었습니다.]결국 해응응이 메뉴를 호출해 게임진행을 일시중지 시켰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반투명한 형체가 튀어나왔다.
“어라. 더 놀아주시지. 시청자들이 엄청 좋아하고 있어요. 후원도 막 쏟아지는데 좀만 더 캣파이트 해주시면 안 돼요?”
고스트모드로 둥실둥실 떠다니며 유유자적 관전을 하던 대쉬맨. 해응응이 그를 노려보았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면서요.]“예?”
[알아서 오른다면서요. 호감도요.]“아……. 그거야 티배깅? 인성질? 그런 거 하지 말았어야죠.”
[약속이 다르잖아요.]“그러게 등장도 바로 하셨어야죠. 각재서 나타나는 모습이 얼마나 눈꼴사납게 보였겠어요?”
“와이즈랑 테레사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딜은 자기들이 넣었는데 한타 끝에 난입해서 재주는 곰이 부르고 돈은 사람이 챙기면 얼마나……”
할 말은 한다.
팩트로만 승부하는 대쉬맨!
그의 논리는 굳건했다.
논리적으로 옳은 말만 하고 있으니까.
해응응의 입이 더욱 쀼루퉁해졌다.
[아무튼 전 시키는 대로 했어요.]“그래서요?”
[코칭이 실패한 거예요.]“으으음… 뭐, 방송적인 재미는 있었으니 그렇다고 해두죠! 그래서요?”
[그러니까,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예?”
[▶게임을 종료합니다.]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종료했습니다.]해응응.
그녀의 방종은 언제나 불현 듯 찾아온다.
“아니, 저기요?”
방종. 도주. 런.
부정적인 생각이 띄엄띄엄 이어지는 가운데.
대쉬맨과 시청자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런 야팔─”
대쉬맨은 겁에 질렸다.
언제 이렇게 시청자가 많이 모였는지.
모여든 숫자도 심상치 않다.
그 많은 시청자들이 죄다 갈고리를 건다.
?
?
?
끓는 물이 넘쳐흐르기 직전의 주전자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채팅창의 채팅들.
무수한 갈고리가 절규와 아우성, 이모티콘 도배가 뒤섞인 지옥의 도가니로 변하기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
사실, 궁금해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채팅창이 곱창나기 시작했으니까.
방장데려와! 방장데려와! 방장데려와!
마망어디가 마망어디가 마망어디가
왜또하다말아 왜또하다말아 왜또하다말아
연애코치 개같이 멸망ㅋㅋㅋ
아ㅋㅋ 아무튼 시키는 대로는 했다고
시키지 않은 짓은 하지 말라고!
대쉬맨 필요 없으니까 묵언검객 데려와!!
나
락
나
락
(화염 이모티콘)(화염 이모티콘)(화염 이모티콘)
(수면 이모티콘)(수면 이모티콘)(수면 이모티콘)
(주먹 이모티콘)(주먹 이모티콘)(주먹 이모티콘)
묵언검객의 악질게이지를 제어하지 못한 결과.
이날, 대쉬맨의 채팅창은 개같이 멸망했다.
2.
“아니 길드장님 그렇게 그냥 가버리시면 저는 어떡해요! 컨텐츠 버리실 거 아니죠? 예?”
[돌팔이 코칭은 필요 없어요.]해응응의 관심이 뚝 떨어졌음이 느껴지는 수첩문구에 대쉬맨이 무릎을 꿇고 매달렸다.
“제 코칭이 망했다고 길드장님의 코칭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그것보다 심할 순 없을 거예요.]“이대로 도망치면 대쉬맨이 묵언검객보다 연애코칭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싸워보지도 않고 패배해도 좋으신 겁니까?!”
대쉬맨의 엉터리 연애코칭 때문에 호감도가 오르기는커녕 역으로 내려간 입장에서, 그런 주장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대쉬맨의 도발은 유효했다.
연애코칭 컨텐츠에 크게 실망하며 관심을 잃었던 해응응이 두 눈 가득 심술이 어렸다.
[이번엔 제가 고르는 게임을 해요. 물론 게임을 하는 건 제가 아니라 대쉬맨 당신이고요.]“하하 좋아요. 그럼 방송 같이 하러 가시는 거죠? 지금 채팅창이 많이 곱창이 났는데…”
[나중에요.]“나중에 언제요!”
달력을 본 해응응의 얼굴에 귀찮음이 묻어났다.
[석 달 즈음……]“내일!!”
[두 달……]“내일!!”
[한 달……]“내!! 일!!”
“길드장님 방송주기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기다려요!”
찔리는 구석이 많은 이야기였다.
어영부영 미루거나 내공의 순도를 높이다보면 시간은 정말 훌쩍 지난다.
한 번 방송에 3주 정도는 쉬는 것이 이제는 패턴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마저도 최근에는 석 달에 한 번 꼴로 본인방송을 켰던지라 석 달 정도는 쉬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쉬맨이 저리 간절하게 요청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만큼 쉬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괘씸하네요.’
연애코칭도 실패한 주제에 큰소리치며 합방일정단축을 강요하다니.
‘그냥 넘어갈 순 없죠.’
하루 있다가 하자고 했지, 어떤 식으로 하자고 정한 적은 없지 않았나.
연애코칭 대결에서 대쉬맨이 가상현실 연애코칭을 내세웠다면 해응응이 내세우는 코칭방법은 미연시 연애코칭.
거기서 ‘어떤 미연시’로 연애코칭을 할지까지는 정한 적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화가 덜 날 때 고르려고 했지만 이것도 전부 대쉬맨 당신이 자처한 일이에요.’
해응응은 검색했다.
대쉬맨에게 시킬 미연시를.
[검색 :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미연시] [검색결과 : 325,224개] [연관검색어 : 피가 다른 이복여동생들과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인터넷서핑을 하다보면 강하게 눈길을 끄는 요소들이 있다.
자극적인 이름의 타이틀.
호기심을 자극하는 하이퍼링크.
지금의 해응응에게는 가 그랬다.
링크를 따라가서 정보를 보았다.
난이도 돌았??
여동생이 개복치인가요?
여동생 좀 그만 죽여 미친 게임아!!
데드엔딩 컬렉터로 타이틀 바꿔!!
이제 피지컬 딸리면 미연시도 못 깨는 시대가 왔다… 흑흑.
그녀는 확신했다.
이 게임이야말로 그녀가 찾던 미연시임을.
대쉬맨이 아주 좋아서 미칠 거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