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6)
〈 216화 〉 216 코칭대결(절망편)
* * *
1.
PV(Promotion Video).
사전제작 홍보영상.
신작게임이 발매되거든 PV가 먼저 나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게임의 상식이다.
살아남기도 빡센 미연시.
피가 다른 이복여동생들과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드릴게요.]“미연시 한다고 무슨 마음의 준비까지… 이상한 게임 가져오신 거 아니죠?”
[PV를 보면 알 거예요.]전날의 나 삐졌음이 가득 보이는 표정과 달리, 온화하고 자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얼굴!
해응응이 저러니까 괜히 마음이 술렁거리며 불안해지는 대쉬맨이었다.
그녀가 생긴 것처럼 선녀처럼 아름다운 마음씨만을 지닌 건 아님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에 소중한 사람과 단 둘이서
새하얀 모래사장에 남기는 발자국
차가운 겨울에 홀로 그려봐
여름이 좋았지 라고
낭랑하지만 서글픈 곡조와 목소리.
가사 전주구간이 끝나자마자 그간의 추억을 되돌아보듯이 수많은 컷씬들이 등장했다.
남산타워마냥 벽에 걸린 수많은 자물쇠들.
폭죽이 터지는 야시장의 명물, 꼬치구이.
다이빙대에서 힘차게 점프하는 수영복 차림의 여학생들.
귀신의 집 앞에서 경기를 일으키며 안겨드는 여학생들.
수많은 장소, 수많은 순간, 수많은 여자들과 나누는 수많은 추억들.
“응? 방금 좀 놀라는 폼이 리얼하지 않았나?”
무언가 찝찝함을 느낀 대쉬맨이었지만 몰아치는 컷씬의 연속에 이내 불길했던 감상도 금방 흐릿해졌다.
즐길거리가 가득한, 아무리 봐도 정통 미연시라는 느낌만 팍팍 드는 이벤트장소들!
“오라버니는 검보다 책이 어울리세요.”
예의바른 조언자, 첫째 이복여동생, 이오.
“오, 오빠라고 부르라니. 죽여버린다…?!”
부끄럼 많은 츤데레, 둘째 이복여동생, 린.
“오빠! 아침이야!”
천진난만한 꼬마숙녀, 막내 이복여동생, 유키.
“말해봐. 내가 제일 좋다고. 얼른~”
질투가 많은 옆자리 짝꿍, 이신아.
“이번에도 도망칠 셈이야? 그때처럼?”
유치원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 조야 세르게이 소콜로프.
“이러지마. 넌 학생이고 난 교사야.”
직업윤리가 시험받는 위기의 담임선생님, 마에.
다섯 명의 히로인들의 뒤를 이어 실루엣만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캐릭터들까지, 도합 100인이 넘는 공략대상들의 향연!
엄청난 볼륨이 예상되는 뜻밖의 본격적인 대작 미연시, !
“뭐지? 왜 재밌어 보이지?”
ㄹㅇㅋㅋ
방금 실루엣 중에 몬스터 실루엣 있지 않았어?
아종족 히로인인 듯
오
몬무스면 인정해야지
와! 몬스터 무스메 아시는 구나!
몬무스는 괴물아가씨라는 뜻이란다
쟨 자꾸 편집본 시청자한테 설명하네
컨셉 잘 잡았지 영상마다 쟤 전부 나옴
와씨 나도 컨셉 잡을래
무슨 컨셉?
왈왈왈!
아니 십새가 물어봐줬더니 닉네임을 병신을보면짖는개로 바꿨네
ㅋㅋㅋㅋㅋ
아범아 냄비에 물 끓여라
군침이 싹 도네
보신탕 못 참거든요
배은망덕한 놈ㅋㅋㅋ
채팅창도 어지럽다.
활발한 채팅은 그들이 보기에도 이 컨텐츠가 만족스럽다는 뜻이었다.
“진짜로 제대로 된 미연시 가져오셨네요?”
[이게 아닌데…]“뭐가 아니에요? 아, 조금 부끄러워해야 했나? 그럼 다시 볼까요?”
해응응은 어딘가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대쉬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인간도 의외로 가끔은 방송각을 챙기는 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을 뿐.
아무리 악질처럼 방송주기가 지 멋대로에 방송도 마이웨이로 제 갈길을 가는 묵언검객이지만 악질짓도 다 계산을 하고 했던 것이다.
‘그게 더 무서운데?’
계산적인 악질이라니.
피부에 돋는 닭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럼 이 게임으로 연애를 가르치려고 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꼭 한 번 추천하고 싶었어요.]“예? 그건 직접 플레이해본 감상인가요?”
[해본 건 아니지만요.]“아니, 지금 본인도 플레이해본 적 없는 게임을 추천해주셨다고요?”
[아무튼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ㅋㅋㅋㅋ
앞서 해보기가 나 대신 먼저 하기라는 뜻이었냐고 무친련아!
묵언검객은 해보고 싶은 게임은 남에게 먼저 시킨다… 메모
속보> 대쉬맨은 미연시 자주 하게 생겨
속보> 대쉬맨 씹덕으로 알려져
여러분은 지금 가짜뉴스가 대중에게 확산되는 과정을 보고 계십니다
속보> 아르토리아 팬드래건 영국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중의 99%는 미연시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사로잡혔다며 큰 파문을…
뭐 하나 제대로 된 속보가 없네 ㅅㅂㅋㅋ
휘말리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시청자 채팅의 덫에서 빠져나온 대쉬맨.
그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럼 연애코칭은 어떤 식으로 진행할 예정인가요?”
[살아남기만 하세요.]“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기분이 드는데요?”
[저는 누구처럼 거짓말 안 해요.]찔리는 구석이 있기는 했던 대쉬맨.
그가 입을 꾹 다물고 냉큼 게임을 실행했다.
야야 대쉬맨 도망친다
불리한 화제 피하려고 게임 시작해버리기~
“응 안 들려 난 아무것도 몰라”
닥쳐올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 도피성 게임을 시작해버린 대쉬맨이었다.
2.
게임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오니쨩! 아사다요!”
막내여동생 유키의 활기찬 외침.
모 손나 시간다카라 어쩌고 이어지는 일본어의 향연에 해응응이 혼란스러움을 보였다.
[어째서 언어설정을 일본어로 바꾼 건가요?]“미연시는 일본어로 해야 제 맛이죠.”
ㅋㅋㅋㅋㅋㅋ
진짜 씹덕이었누
토종씹덕 ㅇㅈ
토종닭 토종개는 들어봤어도 토종씹덕은 난생 첨 들어보네 ㅅㅂㅋㅋ
“아 알았어요. 일본어는 못하시는구나? 자막 켜드리면 되잖아요. 아, 참고로 아까 그 대사는 오빠, 아침이야 라는 뜻이에요.”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았어요.]ㄹㅇㅋㅋ
막내가 할땐 귀여웠는데 대쉬맨이 하니까 우욱씹이 되네
아무튼 게임을 하는 사람은 대쉬맨이기에 해응응도 더는 태클을 걸 수 없었다.
“아이 착하다 착하다”
“유키 착한아이야?”
“그래 착해. 유키야 오빠랑 같이 잘까?”
“좋아! 오빠랑 같이 잘래. 헤헤.”
이불 너머로 유키를 안고 다시 침대에 누운 대쉬맨. 게임 진행을 할 생각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는 사심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것처럼 생긴 막내여동생에게 엄한 마음을 품은 건 아니다.
‘여동생이라. 다시는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고로 떠나보낸 가족.
여동생에 대한 그리움.
그것이 다시 충족되는 만족감에 사로잡혔다.
“오빠가 다시 착해졌어.”
“응?”
“히히. 너무 좋아!”
대쉬맨은 생각했다.
주인공이 원래는 늦은 나이에 사춘기가 왔던 설정이었나, 하고.
나쁘지 않던 남매관계가 갑자기 멀어지는 것은 어느 한쪽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상대를 밀어내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된다.
‘그런 거 없이 태생부터 적으로 태어난 남매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모르겠네.’
부모 없이 자란 대쉬맨에게 여동생은 지켜야 할 가족이었고, 여동생에게 대쉬맨은 의지할 수 있는 부모와도 같았다.
평범한 남매가 아니었기에 그들은 더욱 각별했고 서로를 아꼈다.
그런 추억을 다시금 되살릴 수 있는 게임이라니.
대쉬맨은 인정했다.
미연시에는 감동이 있다고.
이 게임이야말로 진정한 갓겜이라고.
벌컥
“유 키!! 깨우라고 보낸 사람이 같이 잠들면 어쩌자는 거야!!”
“으갸갹, 작은언니~ 귀아파~~”
“아프라고 잡은 거거든? 그리고… 그쪽도. 얼른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한다고. 언니가 기껏 고생해서 만든 아침을 식게 만들 셈이야?”
“미안, 린. 지금 내려갈게.”
“어…? 아, 알았으면 됐어. 빨리 내려오라고, 이 바보.”
느닷없이 바보 뭔데
차녀분께서 습관성 츤데레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군요
ㅋㅋㅋ 병명 봐 미쳤나봐 진짜
츤데레는 병이지ㅋㅋ
호감이 있으면 대놓고 말하라 이 말이야
문을 닫고 먼저 내려가는 둘째 여동생, 린.
그녀가 무어라 작게 웅얼거렸다.
“뭐라고 한 거지?”
“오빠, 얼른 나가지 않으면 또 혼날 거야?”
“그래그래. 일단 내려가자.”
대쉬맨과 대부분의 시청자는 듣지 못한 중얼거림이었지만, 해응응과 극소수의 시청자들은 그 중얼거림을 들었다.
방금 ‘이제 괜찮은 건가? 사람 걱정하게 하기는.’이라고 중얼거리지 않았어요?
그걸 어케 듣노
아무렇게나 한 소리 아님?
방금은 ‘오빠새끼 방냄새 구려 개짜증나 진짜’라고 한 게 아닐까요?
ㅋㅋㅋㅋ
진짜 대사에 현실스킨 입혔네
미연시가 사라졌네ㅋㅋㅋ
현실남매는 미연시가 될 수 없다고
고증이 잘 된 거였누
“어서 오세요. 오늘 아침메뉴는 쌀가루와 우유, 달걀에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맞춘 크레페를 버터로 달군 팬에 구운 에그크레페에요.”
“와아아!”
“쓰읍.. 역시 언니는 요리사를 해야해. 아카데미 다닐 필요 없다니깐?”
“그리고… 오라버니가 오셨으니 오늘은 특별히 우유도 한 컵씩 드릴게요.”
“와아! 오빠 최고!”
애교 많은 막내와 츤데레 차녀에 이어 요리실력이 뛰어난 장녀.
머리색깔부터 키 높이와 체형, 분위기까지 모든 점이 다른 세 이북여동생들과 대쉬맨이 같은 식탁에 앉았다.
“고마워, 이오. 아침부터 우리들 식사를 차려주느라 고생이 많네.”
대쉬맨의 인사에 놀라서 제자리에 멈춰선 채로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덜덜 떨며 제 몫의 크레페를 망가뜨리는 이오.
보다 못한 대쉬맨이 이오의 손을 붙잡아 크레페가 망가지는 것을 멈추었다.
“왜 그래? 새벽부터 일어나서 요리를 해서 너무 피곤한 거 아니야? 아까워라. 모처럼 잘 만들었는데. 부서진 건 내가 먹을게.”
“아,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는…!”
“내가 먹고 싶어서 그래. 스크램블이라던가? 아예 잘게 부숴서 먹는 방법도 있잖아. 그렇게 해서 먹지 뭐.”
자신의 멀쩡한 크레페와 이오의 모양이 무너진 크레페 접시를 바꾸는 대쉬맨.
그가 스크램블처럼 크레페를 잘게 부숴서 먹는 모습에 이오 또한 다른 여동생들처럼 몹시 놀란 기색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며 크레페를 먹던 이오.
“언니, 아파?”
“이오! 갑자기 왜 울어?”
이오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냥, 좋아서요. 다시 넷이서 이렇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도대체 이 게임의 주인공은 어떤 인물이었기에 식사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취급을 겪는 것일까.
대쉬맨과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묘한 위화감을 느끼는 가운데, 마침내 식사가 끝났다.
“그럼 다녀올게요.”
“다녀오겠습니다!”
“힝, 오빠는 좋겠다. 유키 아카데미 가기 싫은데.”
등교준비를 하는 이복여동생들.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대쉬맨이 의아해하였다.
“응? 나도 갈건데?”
그러자 이번에야말로 세 여동생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핼쑥해진 얼굴로 당황했다.
“오라버니, 진심이신가요?”
“너, 아직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오빠, 걱정돼.”
아니, 아카데미 물이라며.
게임 타이틀부터 피가 다른 이복여동생들과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잖아.
대쉬맨의 표정이 찜찜해졌다.
마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빙판 위에 선 기분.
언제 빙판이 갈라지고 얼음물에 빠질지 모르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처럼, 다가올 위기에 대한 긴장감이 일어났다.
“가지마?”
“…오라버니가 결심하셨다면. 저도 오라버니의 등교를 도울게요.”
“무리다 싶으면 말해. 조퇴할 땐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유키가! 유키가 손잡고 데려다줄래!”
“쓰읍, 까분다. 아카데미 땡땡이치려고 그러는 거 모를 줄 알고? 막내는 얌전히 수업 들어.”
“치잇. 둘째 언니 치사해. 그러는 언니야말로 오빠 핑계로 땡땡이 칠 거면서.”
“누, 누가 땡땡이친대? 같은 고등부니까 챙겨주려는 거지.”
여동생들의 불길한 반응과 함께 대쉬맨은 아카데미에 등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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