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7)
〈 217화 〉 217 코칭대결(절망편)
* * *
3.
등교 후에도 찝찝한 반응은 끊이질 않았다.
“히로시군! 벌써 학교에 등교해도 괜찮겠나?”
“뭐야. 내 이름이 히로시였어?”
창씨개명ㄷㄷ
오늘부터 너는 히로시야!
“역시… 이름도 헷갈릴 정도로 무리하고 있구나. 지금이라도 집에 돌아가는 게 어떻겠니?”
“아뇨아뇨. 저 괜찮아요. 선생님의 수업이 꼭 듣고 싶습니다!”
“풋. 오늘은 선생님 수업 없는데?”
“앗차. 내일 등교할 걸 그랬네.”
“농담도 할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많이 나아졌나보구나. 후훗. 반으로 가있으렴. 반 친구들에게는 미리 말해뒀으니까 많이 힘들진 않을 거야.”
“네에~”
대쉬맨이 느끼는 감정은 그리움을 넘어선 생경함이었다.
님 왤케 급식같음?
적응력 뭔데
언제 봐도 인싸력 하나는 오지는 바보형
“아, 니들한테는 말한 적 없구나? 나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중퇴야.”
예?
갑자기?
아니 진짜 바보형이었어?
“아니, 돈이 한참 급할 때에 각성을 해서 말이지. 학교에 묶여있을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 친구랑 같이 수도로 상경하느라 고1때 그만뒀어.”
대쉬맨의 진솔한 고백.
채팅창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런 모습만 보면 이브가 참 기특하게 여길 텐데 말이죠.’
해응응은 내심 안쓰럽게 여겼다.
게임 속 반친구들을 현실 친구처럼 여기며 반갑게 인사하는 대쉬맨.
그의 뜻과 달리 죽은 사람이라도 돌아온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는 학생들의 반응.
그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바랬겠지만.
해응응이 고른 게임은 정말 평범하지 않았다.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
경직된 얼굴로 인사를 받아주는 학생들.
대쉬맨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지는 선생들.
하나같이 굉장한 반응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뭐 때문에 이러는 걸까.
해소되는 일 없이 점점 쌓여가는 긴장감.
그런 대쉬맨의 책상 위로 쪽지가 떨어졌다.
방과 후. 시청각실. 꼭 혼자 와야 해?
쪽지를 건넨 옆자리 여학생은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이런 수상쩍은 교실에서 물어본다고 순순히 대답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아카데미라고는 해도 수업이 메인은 아니었기에 수업시간은 빠르게 넘어갔고, 컷씬이 끝나면 알림창이 공부시간을 대신하였다.
[7교시 물리수업을 들었다.] [적절한 교본.] [어수선한 분위기, 술렁이는 마음.] [수업효율은… 2점.] [물리학 경험치가 2 상승했다!] [물리학 3(EXP 2/100)] [방과 후, 필기노트를 복습하거나 교본을 예습해서 경험치를 올릴 수 있다!] [학습레벨이 일정수치 이상 올라가면 뜻밖의 효과를 발휘할지도…?]“야, 이거 잘 만들었네. 범생이처럼 공부만 파다보면 뭔가 달라지는 건가?”
자동스킵공부 ㅅㅌㅊ
현실에도 도입이 시급한 시스템이네
ㄹㅇㅋㅋ
7교시가 끝나자 시간은 어느덧 4시 반.
담임선생님의 종례를 마치고 나니 5시가 됐다.
딩띵띵디딩띵딩띵띠디띵딩디딩딩띵딩♬
클래식한 RPG게임이 연상되는 경쾌한 멜로디의 하교 종소리.
흩어지는 학생들 속에서 대쉬맨은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이거 맞아…? 오늘 말 걸어준 친구도 아무도 없고, 말 걸어도 받아주는 친구도 아무도 없었는데. 이거 진짜 맞아??”
ㅠㅠㅠㅠ
우리가 미안해
아카데미는 능력치 올리는 곳이지 놀러 오는 곳이 아니라고ㅋㅋ
학교도 똑같어…
대쉬맨급 인싸도 아싸가 되는 아카데미ㄷㄷ
【행선지】
[하교시간이 됐다. 쓸데없이 경쾌한 종소리에 집으로 돌아가는 생도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1. 집으로 돌아가자
2. 쪽지… 시청각실로 오라고 했었지?
3. 담임선생님과 교무실에서 상담해보자
[▶ 쪽지… 시청각실로 오라고 했었지?]“뭔가 여길 가야 답답한 기분이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ㅇㅈ
이동도 자동스킵이네
대체로 특별한 이벤트 없으면 수업이나 이동이나 전부 스킵인 듯
시청각실이 자리한 곳은 본관 4층.
이미 정규수업시간이 끝나서 그런지 학생들도 보이지 않고, 뚜벅뚜벅 울리는 발소리가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
창백한 백청색 조명 아래로 아무도 없는 복도를 따라 걷기를 잠시.
“시발. 이거 공포게임이야? 발소리가 왜 이래? 이 미친 히로시 새끼 발소리만 녹음해서 던전에서 틀어도 몬스터 죄다 몰려오겠네.”
모델 워킹도 저것보단 덜 또각거릴 듯
자동이동이 편리한 게 아니라 죤내 무서운 거였네ㅋㅋㅋ
드르르르륵
탁!!
겁나는 대쉬맨의 심정과 달리 자동이동으로 목적지에 도달한 히로시군은 미닫이문을 있는 힘껏 밀어버리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래켰다.
아아악!!
무친놈아!! 안에 머가 있을 줄 알고 냅다 벌컥 열어대냐고!!
사실 모두가 히로시를 무서워하는 건 상식적인 반응이 아니었을까?
“앗 깜짝아!”
“나도 놀랐어.”
“조심히 좀 열고 다녀!”
“미안미안. 역시 쪽지는 네가 준 거야?”
가슴팍에 붙은 명찰, 이신아.
PV영상에 나온 옆자리 짝꿍의 이름이었다.
“너, 완전 미친놈처럼 날뛰었잖아. 그랬던 놈이 왜 갑자기 또 멀쩡해진 거야? 다들 소름끼쳐서 죽는 줄 알았다고.”
“내가?? 미안하지만 어제까지 일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뭐 했어?”
“기억이 안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말하기 싫음 말을 말던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까지.”
이신아의 말에도 대쉬맨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아니, 미안한데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거든? 아침에 일어나니 여동생들 반응부터 담임선생님에 반 친구들까지 반응이 다 이상한데. 다들 왜 이러는지 넌 뭔가 알고 있는 거 있어?”
“너… 정말이구나?”
“정말이라니깐?”
“후우. 네 능력은 기억 나?”
“능력?”
“말끔하게 다 날려버렸나 보네. 이걸 알려주는 게 잘하는 짓인지도 모르겠다…….”
이신아가 착잡한 얼굴로 대쉬맨을 바라봤다.
그녀의 기분이야 어찌됐건 대쉬맨은 조금 가슴이 설레는지 얼굴을 붉혔다.
‘팔자도 좋은 인간이네요.’
해응응이야 한심하게 내려다보건 말건.
대쉬맨은 연신 재촉했다.
“뭐든 좋으니 알려만 줘. 이대로는 답답해서 못 살겠어.”
“네가 원한 거야. 후회해도 난 몰라?”
“각오는 됐어.”
“우선 네 능력은 메모리얼 앨범. 한번 보고 들은 정보를 머릿속에 앨범처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야. 저장방법은 저장매체를 들고 기억을 떠올리는 것. 여기 앉아서 해봐.”
시청각실의 컴퓨터 한 대가 켜져 있었다.
마우스를 쥐고 멍하니 앉아있는 대쉬맨.
“…….”
이게 뭐하는 짓일까.
슬슬 현자타임이 밀려올 즈음이었다.
[새로운 앨범이 생성됐다.] [새로운 사진이 저장됐다.] [xx년 4월 15일(001) 아사다요!] [xx년 4월 15일(002) 에그크레페] [xx년 4월 15일(003) 행복한등교길] [xx년 4월 15일(004) 친절한담임쌤] [xx년 4월 15일(005) 반친구들의무시] [xx년 4월 15일(006) 외로운점심식사] [xx년 4월 15일(007) 쪽지, 시청각실로] [xx년 4월 15일(008) 메모리얼 앨범]“오. 진짜다.”
“그럼 가짜로 알려줬겠니? 앨범 소제목 상태로 봐서는… 정말로 해버렸네.”
“해버리다니?”
“초기화.”
“초기화?”
“기억을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으면 지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야.”
“내가? 기억을?”
“그래. 네가.”
대쉬맨이 아닌 히로시 군이.
소름 돋는 이야기였다.
플레이어에게는 그저 당연히 주어진 신체에 과거가 있고, 그 과거를 주인공만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것도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의 기억을 초기화시켰다.
왜 그랬을까?
“4월 15일.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어?”
“여기서부터는 알려주고 싶지 않아. 그럴만한 각오가 되어있을지도 의문이고.”
“뭔가 있었구나?”
“여동생들과의 일상,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지 않아?”
이신아가 모니터에 비친 사진들의 소제목을 가리켰다.
아사다요, 에그크레페, 행복한등교길.
‘차녀는 취향이 아니었던 걸까요?’
해응응이 깨달은 것처럼 자매 중에 한사람, 기억목록에서 빠진 사람도 있지만.
세 자매들의 화기애애한 시간들은.
그녀들과 함께 보냈던 아침은.
대쉬맨에게는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행복이 한 순간에 깨질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밀려올 정도로.
“…미안. 먼저 말을 꺼내놓고 이러면 우습게 보이겠지만, 역시 지금 이대로가 좋아. 사라진 기억은 분명 잊어야 할 이유가 있던 거겠지.”
이신아의 눈에 실망감이 어렸다.
무언가 대답을 잘못 고른 건 아닐지 고민도 들었지만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청각자료실. 이 자리가 네 자리야. 비밀번호가 걸려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저장된 사진은 못 봐. 내가 알려줄 건 여기까지.”
“고마워. 그리고… 하나만 더 묻고 싶은데.”
“마지막이야.”
“우리 친구 맞지?”
“친구라… 그래. 친구였지. 친구였었어.”
“…”
“신아라고 불러도 돼.”
“응! 신아야,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고마워!”
“적응이 안 되네, 정말. 그 얼굴로 해맑게 외치는 모습은.”
이신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먼저 시청각자료실을 떠났다.
해맑게 웃으며 배웅한 대쉬맨.
그는 각성자 특유의 예리한 감각을 적극 발휘해서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 침묵했다.
그리고 얼마간.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그래서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는데? 그래서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는데? 그래서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는데?
비밀번호 머냐고 ㄷㄷ 비밀번호 머냐고 ㄷㄷ 비밀번호 머냐고 ㄷㄷ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얼른 게임 끄고 도망쳐 대쉬맨!!
게임 왤케 무섭냐고ㅠㅠㅠ
소오오오름;
“나도 알아 이놈들아… 존나 무서워 죽겠어 지금…….”
대쉬맨의 원망 가득한 눈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묵언검객에게 향했다.
“길드장님, 도대체 무슨 게임을 가져온 거예요. 이 게임 심장에 너무 해롭잖아요.”
그래서 안할 거예요?
“아오씨. 여동생들이 인질이네 진짜. 망할 인질겜 같으니.”
여동생들과의 일상은 포기할 수 없다.
대쉬맨은 굳게 마음을 다졌다.
“전 귀여운 여동생들 절대 못 버립니다. 누구처럼 책임감 없이 도망치지 않고 켠 김에 엔딩까지 볼 겁니다!”
대쉬맨은 여동생들과의 일상을 즐겼다.
즐기려고 했었다.
[xx년 4월 22일.]“어? 일주일 어디 갔어.”
스킵 된 일주일.
“오니쨩! 아사다요!”
같은 시작.
“출석번호 19번 이신아.무단결석.”
“!!”
같지 않은 하루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