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2)
〈 22화 〉 22 예술적인 타이밍
* * *
1.
실전만큼 효율이 좋은 연습은 없다고 했던가.
강호의 오랜 격언을 해응응은 새삼 실감했다.
7성의 경지에서 막힌.
지지부진했던 수련.
그 진도가 단숨에 뻥 뚫리며 일주일 사이에
10성 대성을 이룬 것이다.
‘역시 내공을 사용해야 했어요.’
주변에 폐를 끼칠까봐 그간은 자제해왔지만.
내공을 사용한 음공연주는
숙련도 상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간 잘 썼어요.]“벌써 가시는 겁니까? 아직 사용일이 며칠 더 남으셨는데…”
[목표로 했던 경지를 이뤘거든요.]사장은 아쉬움과 미안함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지난번에는 죄송했습니다. 불의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돕지 못해서….”
[괜찮아요. 민간인이 끼어들만한 상황이 아니었는걸요.]“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걸 어쩌겠습니까. 큰 도움을 드릴 수는 없지만 혹시나 이쪽 업계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락 주십시오.”
[그럴게요.]“빈말이 아닙니다. 미다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윤주, 현정이 다 제가 꽂은 애들이에요. 연예인 데뷔에는 무조건 도움이 될 겁니다.”
도움이 되지 못한 죄책감을 풀고자 조력을 약속한 사장.
그의 배웅을 받으며 연습실 입구로 나오기 무섭게 또 한 사람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 명호길드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
흡연실에서 자주 마주치던 쑥스러움 많은 남자, 박지오.
그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연예계 쪽은 일개 동네 하나에 구애받지 않고 사업규모도 훨씬 큽니다. 압력을 넣으면 함부로 해코지 하지는 못할 겁니다.”
[고마워요.]“벼, 별 말씀을. 이건 그러니까, 그냥 순수한 호의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쁜 뜻으로 드리는 말은 아닙니다.”
[감사히 받아둘게요. 그 호의.]“아, 아무튼! 명호길드 그놈들이 또 얼쩡거리거든 저 박지오에게 연락 한 번 주십시오. 언제든지 해응응 씨를 위해 달려오겠습니다!”
담배 필 때 안면이나 겨우 튼 사이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도와준다는 사람에게 굳이 무안을 줄 필요가 있겠는가.
해응응은 선선이 고개를 끄덕였고
박지오는 좋다고 웃으며 연습실로 돌아갔다.
“대단하네요.”
햇빛이 가득 비치는 지상.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 속으로 불쑥 그림자가 드리웠다.
양산 하나를 펼쳐 내민 장건영.
악기연습실에서 가장 많이 사적인 시간을 보낸 사람이었다.
“저 성격 나쁜 박지오를 이렇게까지 홀딱 반하게 만드시다니. 후후.”
[딱히 제가 뭘 하지는 않았어요.]“알아요. 그래서 더 대단하죠. 자각 없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재주. 어찌 보면 이 업계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재능이잖아요?”
해응응도 수긍했다.
음공을 펼치는데 있어 빼어난 미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재능이다.
무림에서 하오문주도 일찍이 말한 적 있었다.
네 얼굴.
네 미모라면.
능히 음공으로 지고한 경지를 노려볼 수 있다고.
그녀가 하오문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하오문주 밑에서 계속해서 무공을 배웠다면.
어쩌면 해응응에게 찾아왔을지도 모를 미래.
‘음공은 여기까지예요.’
해응응은 유혹에 굴하지 않았다.
무림에서는 복수를 위해 당장 빠르게 적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원했고.
현대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을 함부로 사용하기 어려웠으니까.
지난번에는 명호길드 측에서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시간대에, 거리를 통제했기에 가능했던 일.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는 제약이 많은 음공을 펼치기 어렵다.
‘음공뿐만 아니라 무공수련도 당분간은 할 일이 없겠죠.’
【경지창】
[경지]삼류(Lv100) [승급조건]삼류의 적과 싸워 승리(48/100)
이류의 적과 싸워 승리(1/1)
경지레벨 50 달성(100/50)
이류무공을 습득(1/1)
위의 네 가지 조건 중 둘 이상을 달성할 시, 원하는 때에 언제든 승급할 수 있다.
단, 이류 이상의 무공이 5성의 경지에 접어들면 강제로 경지가 승급된다.
목표로 했던 삼류무공은 모두 배웠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반요곡에서 삼류급 반요들도 때려잡다보면
모든 승급조건을 충족하고
이류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터.
이류부터는 쓸 만한 무공이 다수 늘어난다.
지금까지보다 전투력이 대폭 상승하고
경지상승의 필요를 느끼는 일도 줄어들리라.
“사장님이나 박지오가 할 수 있다고 한 것들.”
“?”
“전부 저도 해드릴 수 있어요.”
상념에 빠진 정신을 일깨우는 소리.
장건영이 해응응의 손에 양산을 쥐어주었다.
“저도 나름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거든요. 인맥이라면 이런 작은 연습실에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아요.”
해응응은 무심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변함없이 저 얼굴인가.
장건영은 절로 지어지려는 쓴웃음을 꾹 참았다.
“아깝기도 하잖아요.”
“?”
“모처럼 힘들게 연마한 악기를 같이 연주할 사람이 없다는 건.”
듣고 보니 그랬다.
경지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2주간 노력했지만.
오늘이 지나면 영영 쓸 일이 없지 않은가.
“가상세계에서라면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게임하다가 연주를 하고 싶을 때, 같이 놀 사람이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데뷔에 도움을 주겠느니,
길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느니.
그런 말들보다는 훨씬 구미가 당기는 제안.
해응응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지자
그제야 장건영은 안심했다.
‘역시 게임이었네요. 이 무뚝뚝한 사람을 공략할 키워드는.’
마지막 단추는 잘 끼워 넣었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헤어지는 장건영.
연습실에서의 짧은 인연들을 뒤로한 채, 해응응 또한 걸음을 재촉했다.
집중수련기간.
4주간의 긴 수련의 끝.
그 성취를 확인할 시간이 도래했다.
2.
“아니 이 미친 사람들아! 그만 좀 올리라고, 그만! 무슨 시뮬레이션을 하루종일 하냐고!!”
묵언검객 따라잡기 시뮬레이션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최다횟수 트라이를 해온 엄길동.
그가 기적적인 플레이로 1위를 갱신하고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해찬과 이다혜의 이름이 잽싸게 그를 3위로 끌어내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뫼비우스의 순위
3분 천하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냐 ㅋㅋㅋㅋ
그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순위경쟁에 미친 두 검객 때문에라도 시간제한을 붙여야겠다고.
그리하여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묵언검객 따라잡기 ver1.01
명예의 전당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명예의 전당 시즌1 등록까지 남은 시간] [168:00:00]168시간. 일주일에 걸친 시간제한.
무제한급 인생을 갈아 넣는 경쟁을 일주일로 줄이는 개념패치!
덕분에 순위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내가 이해찬은 무조건 꺾는다!”
“괜히 도발했네. 이 사람 왜 이렇게 끈질겨?”
자존심 하나 때문에 멈출 수 없는 두 스트리머.
이해찬과 이다혜는 남은 일주일 간 라스트 스퍼트에 들어갔다.
밤잠까지 줄이고
컨텐츠 중 일부를 취소해가면서까지
인생이 아니라 영혼을 갈아 넣듯이 격화되는 순위경쟁!
진즉에 순위권은 포기한 스트리머들은 그 광경을 보며 도박판을 벌였다.
“이거 누가 일등할까?”
“무조건 이해찬님이지. 짬바가 있는데. 스트리머 검술대회에서도 곧잘 1등 하셨잖아.”
“이번 이다혜님은 달라. 완전 각성상태라서 평소보다도 실력이 더 뛰어나잖아. 솔직히 35합 연속패링도 레전드였고.”
묵언검객 따라잡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강요되는 묵언검객 급 피지컬.
이해찬은 기본실력으로 그 피지컬을 넘본다면.
이다혜는 패링으로 공격을 완벽히 받아치는 기술로 그 피지컬을 넘보았다.
“그럼 엄길동님은?”
“그냥 안타까운 분이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타까운 분 ㅋㅋㅋㅋㅋ
우리 길동이 무시하지 마!
엄길단 등장 ㅋㅋ
본방에선 쥰내 까더니 밖에선 감싸네. 이게 그 유명한 츤데레냐?
길동이 까는 건 우리 엄길단만 할 수 있어!!
그냥 멕이는 거였고연
ㅋㅋㅋㅋ
이해찬 7, 이다혜 3.
많은 사람들이 이해찬의 승리를 점치고
적은 사람들이 이다혜의 승리를 점쳤다.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지만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두 사람.
대박을 노리는 역배충들이 간혹 엄길동을 입에 담기도 했지만….
“바로 어제 했던 건데 왜! 하루 만에 몸이 까먹어버린 거야!! 아아악!!!”
뇌지컬 원툴인 엄길동에게 극한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묵언검객 따라잡기는 너무 어려웠다.
그러게 쏜살같이 지나간 일주일.
명예의전당 등극까지 불과 1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막판 뒤집기에 들어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이다혜와 달리, 이해찬은 아예 두 손 놓고 그런 이다혜의 방송을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나 너무 잘한 듯. 내 기록 깰 자신이 없어서 그냥 구경이나 해야겠다 크크루삥뽕
“코 씻고 기다리고 있어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그 콧대, 확 잘라버릴 테니깐.”
목도 아니고 코 ㅋㅋㅋ
아… 근데 해찬님 기록 진짜 너무 쩔긴 하다ㅠ
언냐 우리 망한 거 같아ㅠㅠ
이해찬이 자신감을 지닐 만도 했다.
【전체랭킹】
[RANK 01. K소드마스터 이해찬] [상세기록] [Time record 92초 / 남은수귀 7마리 / 나룻배 중파] [사인 : 교전 도중 검이 부러져서 사망]검의 내구도만 다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클리어도 성공했을법한 역대급 기록.
말은 저렇게 해도
이다혜 본인 또한 실력의 한계를 느꼈다.
이건 못 따라잡는다.
[RANK 02. 풀각성6성영웅 이다혜] [상세기록] [Time record 88초 / 남은수귀 15마리 / 나룻배 완파] [사인 : 수귀들의 나룻배 집중공격을 모두 막지 못해 사망]67초에 32마리, 나룻배 완파.
첫날기록에 비하면 훨씬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불시에 흔들리는 배.
빗나가는 검.
미끄러지는 걸음.
수많은 변수를 제어하며 64마리의 수귀들과
비좁은 나룻배 위에서 싸우는 건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한다.
단순한 노력여하로 해낼 수 있는 건
실수의 빈도를 줄이고
일격에 수귀를 죽일 기회를 늘리는 것뿐.
불의의 사고는 매판 몇 번씩은 일어나고
실수가 누적되면 배가 부서지거나
역습에 당해 죽거나
무기가 파손되어 죽는 운명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동화율 설정이 극악이다.
[동화율 제한 : 최대 40%] [구형보급형 캡슐 기준]어떻게 이 정도의 동화율로 이런 극한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단 말인가.
이해찬은 그 노하우를 잡아낸 모양이지만
이다혜는 그 실마리도 붙잡지 못했다.
“졌네. 이건 못 이기겠어.”
이다혜가 항복선언을 하고
이해찬의 우승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
승자와 패자가 가려진 채팅창에 환호가 빗발치던 그때.
?
?
대박
이거 실화냐?
와 ㅅㅂ 인간승리 지렸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승부에.
막판뒤집기가 일어났다.
[RANK 01. K카피닌자 엄길동 2495트](Clear!) [상세기록] [Time record 99초 / 남은수귀 0마리 / 나룻배 대파]묵언검객 따라잡기 최초의 클리어 달성기록!
뇌지컬 원툴의 기술배끼기 장인 엄길동.
그가 기어이 묵언검객을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와. 이건 인정해야겠다. 제대로 한 방 먹었네.”
여유 부리던 이해찬도 한 방 먹은 표정이지만
엄길동이 해왔던 노력을 알기에
분한 마음보다는 선뜻 인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축하의 도네라도 쏘러 찾아간
엄길동의 방송.
이해찬과 이다혜, 두 스트리머의 시청자들이 마주한 광경은
시청자들을 향해 포효하는 엄길동의 모습이었다.
“왼팔 꺼져!! 오른팔 꺼져!! 집세도 꺼져!! 난 성욕도 이긴 남자다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엄길동의 왼팔(95위) 엄길동의 오른팔(74위) 엄길동의 집세(33위) 엄길동의 성욕(15위)
아니 성욕은 또 언제 순위 저렇게 올라와있었냐? ㅋㅋㅋㅋㅋㅋ
쥰내 무섭네 진짜 ㅋㅋㅋ
엄길동이 강해지는 만큼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었던 성욕 ㅋㅋㅋ
명품조연 ㅇㅈ합니다
길동형 진짜 ㅈ될 뻔했네ㅋㅋ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라는 말처럼.
독종들만 가득한 방 분위기.
순위경쟁에 참전했던 두 스트리머는 애매한 미소만 지은 채
오래 엮이기엔 무서운 방이라고 생각하며
축하도네만 쏘고 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종료 5분을 앞두고 도네를 보내던 도중.
또 한 번의 이변이 벌어졌다.
[RANK 01. 스피드마스터](CLEAR!) [상세기록]명실상부 국내 정상급 피지컬 스트리머
신속의 스피드마스터.
그가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랭킹 1위에 등극했다.
그것도 엄길동과 비교해서
압도적인 스코어의 클리어기록을 달성하며.
“아니 시발 이게 뭐야”
“52초? 나 잘못본 거 맞지 얘들아?”
“아아아아앙각악ㅇ랑강ㄱㄹ알악ㅇ라악앙가!!!”
충격과 혼란, 극도의 심신미약 상태에 빠진 세 스트리머와 그들의 시청자들.
2만 5천명의 사람들이 스피드마스터의 방송에 몰려들었다.
묵언검객 따라잡기 챌린지.
그 주역들을 단숨에 제압해버린 압도적 실력자.
생태계 교란종의 등장!
“좀 즐겼어. 오랜만에 두더지게임 하는 느낌도 들고. 근데 너무 뻔해서 많이는 못하겠다.”
심지어 여유가 묻어나는 충격적인 멘트까지!
반쯤 폐인이 된 몰골로 그 뻔뻔한 얼굴을 지켜보던 엄길동이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뭐가 되는데요.”
ㅋㅋㅋㅋㅋㅋ
뻔한거 제일 많이 한 사람ㅋㅋㅋ
이게 그 재능차이인가 먼가하는 그거냐?
와 이건 솔직히 존나 맵다;
애들 놀이에 어른이 끼는 법이 어딨냐고ㅠㅠ
삶의 희망을 잃은 것처럼 실의에 빠진,
시청자에게 폭언을 듣던 방송 초창기때보다 더한
인생 최악의 컨디션으로 방종을 한 엄길동.
술이나 마실까.
1년이나 참았던 술이 유난히 땡기던 그날.
[브이튜브 신규 BJ]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시작합니다.] [게임 반요곡(시미럴 사)] [플레이타임 00:52:11] [방송시간 00:00:01]“어?”
실의에 빠진 엄길동과
허탈함을 느끼던 순위경쟁 도전자들을 달래듯이
한 달 만에 묵언검객이 방송을 시작했다.
집중수련기간
그 4주차가 끝났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