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25)
〈 225화 〉 225 이루어진 약속
* * *
1.
설전의 이유가 말싸움에서 이기거나 묵언검객을 설득하는 것이라면, 고관대면은 졌다.
대요괴와의 혼인동맹을 단호하게 불허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벌이의 측면에서라면, 그는 설전에 나온 본분을 다했다.
“모셔왔습니다, 고관대면님!”
“잘해주었다. 때에 늦지 않게 도착했구나.”
무면의 달걀얼굴을 지닌 고관대면이지만 분위기가 달라져서 그럴까. 지금만큼은 그의 얼굴에서 희열에 가득 찬 감정이 느껴졌다.
“묵언검객이여. 혼인동맹의 결렬은 받아들였다. 평화를 위해 제 한 몸을 희생할 수 없는 이기심을 추하다고 욕할 수는 없겠지.”
“…….”
“검을 뽑는 건 아직 미뤄주었으면 하네. 잠시 보여주고 싶은 이가 있으니. 여봐라. 민병들은 데려온 이를 관아로 들이도록 해라.”
민병들의 인도를 받아 관아로 들어선 요괴.
이를 본 해응응의 눈에 동요가 일었다.
“인간아, 안녕!”
제 덩치보다 커다란 자루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온갖 잡동사니를 집어넣는 요괴소녀.
이마에 앙증맞은 뿔 두 개가 돋아난 파란 피부의 도깨비.
떠돌이 상인 NPC, 방랑상인이었다.
와! 방랑상인!
거울 내놔 이뇬아!
기다리다 지쳐서 제 발로 찾아온 일수꾼
근데 왜 고관대면 부하들이 데려옴?
몰?루
느낌 싸하거든요
오늘도 방랑상인 울리기만 해봐 확 그냥 자살해버릴거야
ㅋㅋㅋㅋ
그 협박 의미 있어?
(속마음) 살려줘 시발
방랑상인은 해맑게 웃고 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무언가가 결여되었다.
“우아앗!! 엄청 귀여운 도깨비인 것입니닷!!”
관아 밖에서 구경하던 뚜따의 외침.
그녀의 말대로 방랑상인은 확실히 귀엽다.
인형처럼 예쁘게 차려입은 옷도, 정돈된 머리카락도, 앙증맞은 뿔도 사랑스럽다.
하지만 방랑상인의 눈은 그렇지 않았다.
해응응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강한 의혹과 원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2.
[Story mode]방랑상인은 기다렸다.
쭉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쓰레기장을 파헤치면서, 요괴왕의 유물을 찾아다니면서.] [거울을 돌려줄 날이 올 거라고. 잉간이는 약속을 지킬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어.]약속했으니까.
거울을 돌려받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대요괴의 세력권으로 진격을 하고 있었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대체 명경지수의 거울을 어디까지 가져가려고 했던 거야?] [왜 이런 사실들을 잉간이가 아니라 대요괴의 부하에게 들어야해?]하지만 멀어졌다.
묵언검객은 자꾸만 대요괴의 수도를 향해 북진했고, 몸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졌다.
방랑상인은 이제 피폐해졌다.
[묵언검객은 대요괴를 꺾는다는 분에 넘치는 꿈을 꾸고 있다.] [과분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험이 필요한 법. 명경지수의 거울은 그녀의 피를 지키기 위한 안배에 지나지 않지.] [여기까지 오며 그녀가 일으킨 일들을 본 지금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방랑상인이여.]그녀의 마음에 의심을 불어넣은 이가 있었으니까. 마음속의 어둠을 키워낸 이가 있었으니까.
고관대면.
그가 방랑상인의 어깨를 다독이며 속삭였다.
[그대는 배신당한 것이다.]해응응은 깨달았다. 고관대면의 노림수를.
무형의 얼굴 뒤에 감추어진 사악한 진의를.
‘이거였군요. 토성의 미로로 지연전을 시도하였던 이유가. 설전을 빙자하여 제게 무의미한 혼담을 논하며 시간을 끌었던 이유가.’
방랑상인을 데려오기 위해서.
둘의 사이를 이간질시키기 위해서.
【상호작용 선택지】
[고관대면의 교활한 속삭임에 흔들리는 방랑상인. 그녀에게 당신은….]1. 지금 줄게.(거울을 돌려준다)
2. 지금 줄게. 잠깐 이리로 와봐.(거짓말)
3.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안 돼?
4. 고관대면은 널 속이고 있어!
5. 거울은 내가 가지고 있어. 거울과 요괴왕의 유물을 교환하자.
6. 이제 알았어? 바~보. 허~접. 이런 귀한 거울을 돌려줄 리가 없잖아.
7. (고관대면에게 요괴왕의 유물이 넘어가기 전에 방랑상인을 해치운다.)
8. (부기맨에게 방랑상인을 기습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수많은 선택지.
자유도의 탈을 쓴 함정들.
‘확실히 보험으로 쓸 생각으로 거울을 아껴두기는 했었죠.’
고관대면이 방랑상인을 불러오거나 그녀에게 의심을 불어넣지 않았다면 해응응은 오래도록 거울을 가지고 존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신뢰가 위협받는 상황에서까지 고집할 정도의 가치는 없다.
[▶1. 지금 줄게.(거울을 돌려준다)]해응응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거울을 돌려주자고.
방랑상인의 눈에 동요가 일었다.
[속지 마라.]고관대면이 급히 끼어들었다.
[정말로 거울을 돌려줄 셈이었다면 어째서 지금껏 시간을 끌었지?] [그대의 동생에게 먼저 거울을 사용하고, 그 뒤에 자신이 거울을 사용하면 되지 않나?] [실은 그녀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거울의 사용횟수에 제한이 있다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사용할 수 없다면.] [그대의 동생이 아닌, 그녀 자신이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잉간이는 지금 준다고 했는데?]고관대면의 얼굴에 분이 치밀었다.
이목구비가 없이도 분노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 해응응이 조용히 감탄하고 있자니, 고관대면은 더욱 울화통이 치밀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줄 것이면 어째서 곧바로 내어주지 않고 욕심을 부렸단 말인가!’
귀축이다.
악질이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낼 수는 없다.
아직 멀었다.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 종잡을 수가 없구나.] [묵언검객. 그대의 몰살의 전승은 무수한 요괴들의 살육에서 비롯되었을 터.] [그 여정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명경지수의 거울이야말로 최고의 보험이 아니던가?] [아까도 말했듯이, 그 거울의 사용횟수가 얼마나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대는 여분의 목숨을 생면부지의 방랑상인의 동생을 위해 허비하려는 것이다!]이제는 웃음만 나왔다.
해응응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들어주기 힘들군요.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건가요. 고관대면.’
거울을 줄 생각이 없을 거라고 방랑상인을 이용하려던 주제에 이제 와서 거울을 주지 말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꼴이라니.
자가당착에도 정도가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조금 전까지의 자신이 한 말과도 모순이 생기는 추한 발악이다.
【상호작용 선택지】
[고관대면의 설득에 당신은….]1. 거울은 귀중하지 않아요.
2. 거울은 귀중해요. 역시 포기할 수 없겠어요.
3. 거울은 귀중해요. 그 이상으로 방랑상인과의 약속이 중요했을 뿐.
[▶3. 거울은 귀중해요. 그 이상으로 방랑상인과의 약속이 중요했을 뿐.]고관대면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걷잡을 수 없는 동요가 그를 몸서리치게 했다.
그는 통찰력에 자신이 있었다.
묵언검객의 약점.
그것이 더럽혀져서는 안 되는 피라고 보았다.
그녀는 인간이기를 고집했으니까.
순수한 인간의 피를 잃어서는 안 된다.
명경지수의 거울은 순혈을 지키기 위한 안배.
묵언검객이 거울의 반환을 거부하거나 미룬다면, 힘으로라도 그녀에게서 거울을 빼앗아주마.
대신, 그대가 발굴한 요괴왕의 유산과 거울을 교환하는 것이다. 어떤가. 서로에게 있어서 나쁜 제안은 아니지 않느냐?
쓰레기장의 산.
백목귀가 막대한 공능을 얻었던 귀물.
그것을 발굴해낸 방랑상인으로부터 유물의 본체를 넘겨받기 위해서.
그들에게 부족한 ‘힘’을.
귀물의 힘을 통해 대체하기 위해서.
그는 방랑상인을 이용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자신은 있었다.
묵언검객의 몰살의 전승이라면.
적이 된 방랑상인을 죽이려 들 것이고.
방랑상인은 복수를 위해 그에게 요괴왕의 유물을 건네줄 것이라고 확신했으니까.
알았어……. 대신, 잉간이가 약속을 지킨다면 그때는 없던 얘기가 되는 거야.
방랑상인은 설득에 넘어왔다.
묵언검객의 진의를 확인하고자 했다.
계획은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거의 다 성공했다.
묵언검객이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저 귀중한 귀물을 단번에 포기하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거울을 넘겨받은 방랑상인의 눈에는 이미 안도감이 가득했다.
그것이 더욱 고관대면의 분통을 터지게 했다.
인내심이 흔들렸다.
[그렇게나 가벼이 내칠 수 있는 귀물이라면 어찌하여 지금껏 소유하기를 고집했단 말인가!] [모순적이다.] [논리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다!] [아니면……. 요괴왕의 유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귀물을 포기한 것인가? 우리의 이면거래를 이미 깨닫고 수를 부린 것인가?]고관대면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래, 그것뿐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납득할 수 없다!]벼랑 끝까지 떠밀린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
고관대면은 추락까지 앞으로 한 보가 남은 것과 다름없는 와중에도.
다시 한 번 투지를 품고 설득에 나섰다.
[방랑상인이여. 묵언검객은 네게 신의를 지킨다고 하였지만 결국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태세변환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너 또한 그녀에게 신의를 지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유물을 넘겨라. 대가라면 섭섭잖게 지불해주겠다!] [백만 민간요괴들의 특산품을 너를 통해 판매하도록 하겠다. 상인이라면 이만한 기회를 놓치지는 않겠지!]거울을 품에 안고 헤헤 웃던 방랑상인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떠올랐다.
‘정말 끈질기군요. 포기하지 않는 집념에는 감탄이 나올 정도예요.’
【상호작용 선택지】
[고관대면이 감언이설로 방랑상인을 꼬드기려고 한다. 이에 당신은….]1. (방랑상인을 믿는다.)
2. (고관대면을 벤다.)
3. (묵언검객 세력의 독점상거래권한을 준다.)
4. (전리품을 자유로이 파밍할 권한을 준다.)
집념은 인정했다.
그녀가 욕심을 부렸다면 지금쯤 방랑상인과의 관계는 파탄이 났을 것이다.
요괴왕의 유물은 고관대면의 수중에 들어가고, 뛰어난 지력 못지않은 무력을 겸비한 막강한 강적이 탄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욕망의 제어에 성공했다.
그렇기에 방랑상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기억했고, 마지막 역습도 받아넘길 수 있었다.
[▶4. (전리품을 자유로이 파밍할 권한을 준다.)]방랑상인은 특산품을 받아다 파는 것보다도 잡동사니를 줍는 것을 좋아하는 자.
방랑상인의 마음을 공략해 우위를 점한다.
그 모든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다.
고관대면의 완패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