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29)
〈 229화 〉 229 우주감옥
* * *
4.
방송에 수백억씩 후원을 한다.
석유나 비트코인 못지않은 인생로또 대박소재인 마석이 존재하는 2051년의 세상이니만큼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벌어진 사회이기에 누군가는 매달 억 단위의 돈을 태울 여유가 있다.
“대박이네.”
돈이 썩어 넘쳐나는 고위각성자나 갑부가 셋이나 있다니.
이소혜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하긴, 묵언검객은 미모도 대단했다.
보는 사람마다 전직 모델이냐고.
연예인이시냐고.
그녀의 본직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을 줄테니 사설방송을 열자거나.
현실에서 만나자는 제의도 꽤나 있었다.
해응응이 관리를 맡긴 메일함에는 그런 메일이 수백 통도 넘게 보인다.
아예 매니저인 이소혜를 통해서 얼마를 주면 그녀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느냐는 연락이 들어오는 경우마저 있었다.
현직 해남파 길드장이자 C급 각성자의 탈을 쓴 S급에 맞먹는 괴물이라는 사실이 암암리에 알려진 뒤로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지만.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서 저만한 금액을 태워?”
잠깐 동안은 해응응에게 자격지심마저 느꼈다.
부러웠다.
사람들에게 저만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물론 부러움은 잠시.
그보다 큰 동정심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보이는 관심이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으니까.
이 철없는 길드장만큼은 아니어도 이소혜도 던전을 홀로 다니는 여자각성자라며 다른 이들에게 온갖 위험한 짓을 당할 뻔했다.
그녀의 장비를 노리고 덤벼드는 장비도둑.
게이트 안의 범죄는 현대법이 통하지 않음을 악용한 음습한 강간미수범들.
잘나가는 프리랜서 각성자가 질투난다고 칼부림을 하러 찾아오는 암살자들까지.
‘세상엔 미친놈들이 많지.’
해응응에 비하면 미모에 큰 손색이 있는 그녀조차도 이런 일들을 겪었다.
만일 해응응이 홀로 활동을 한다면 길드 단위의 습격이나 고위각성자의 습격을 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으리라고 이소혜는 내심 생각했다.
방송 중에도 그렇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이 정도인데 매니저도 없던 시절의 채팅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추잡한 시도를 겪었을까.
영상기록이 남지 않은 걸 보면 틀림없이 온갖 끔찍한 채팅들이 범람했을 것이 틀림없다.
허튼 짓을 뿌리칠 힘이 있더라도 그런 시도에 오래도록 노출되는 건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끔찍한 경험이다.
‘나라면 분명 걸렸을 거야. 인간불신.’
그래도 묵언검객은 방송을 킨다.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나간다.
그 꿋꿋한 모습을.
의연한 태도를.
이소혜는 어딘지 모르게 존경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닮은, 자신보다 더한 역경을 겪는, 그런데도 흔들림 없이 제 갈 길을 가는 여자.
어찌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니 아영이가 그렇게 흠뻑 빠져있지.’
옆길로 새던 생각도 잠시.
이소혜는 고개를 젓고 정신을 차렸다.
“아무튼 잘됐네. 포인트가 많으면 그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우주공간에 들어온 악질시청자들을 강제로 감옥으로 송환하는 장치를 구현해낼 수도 있겠어.”
[잘됐네요.]“상점창에 원하는 조건을 입력해봐. 가격은 얼마나 떠?”
[5조 포인트요.]“뭐가 그렇게 비싸?!”
대규모 우주 스테이션 하나를 건설하거나 고이터 신형전함을 뽑을 거금이 한 번에 나간다.
[스트리머 묵언검객] [자산내역 약 50조 8255억 포인트]저 마르지 않을 것처럼 막대한 포인트가 한 번에 십분의 일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 번 설치하면 재설치에 10조가 더 들어가요.]“그 정도면 새로 짓는 게 낫는 수준이겠네. 하아. 무조건 처음에 잘 지어야 하잖아.”
워낙 금액이 커서 불합리한 가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름 합당한 가격이었다.
다른 시청자의 자유를 억제하는데 악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저가의 포인트로 판매한다면 시청자들이 ES를 즐기는데 큰 피해가 속출한다.
자신의 의지로 탈출권을 이용해 위험으로부터 도망친다면 모를까, 타인의 의지로 송환되어서 약탈 감금 등을 당하는 건 아무도 원치 않는다.
당장 ES 접고 현생이나 살러 갈 시청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다행히도 ES 제작진은 이런 점을 고려하여 같은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즐거움과 강제송환 원툴 기능을 같은 선상에 놓았다.
덕분에 지금까지 강제송환을 사용하는 포인트 갑부는 없었다.
적어도 오늘, 묵언검객이 눈독을 들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송환인원을 늘리고 쿨타임을 줄이는데 추가비용이 필요해요.]“얼마나?”
[20조가 추가로 들어요.]“미쳤네.”
“그래서 풀옵션은?”
[50조에요.]50조 포인트. 사실상 묵언검객이 후원으로 벌어들인 포인트의 대부분이다.
“잡혀온 악질 시청자들이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도 않을 거 아니야. 탈출이나 파손을 막으려면 추가비용도 필요할 거고.”
[탈출이나 파손은 풀옵션기능으로 막을 수 있어요.]“쓸모없는 옵션까지 키워팔기 하는 거 아니야? 너무 비싼데.”
해응응은 동의하지 않았다.
[징벌동은 단전을 폐하고 사지근맥을 끊어두는 정도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해요. 이 옵션들은 유사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사지를 끊는다니… 신체능력을 강제로 낮추는 억제장을 형성한다니, 뭐 이해는 가지만. 진짜로 힘줄을 끊지는 말아줘. 그거 범죄라고?”
[왜요?]“왜요, 라니. 후유증이 남잖아. 패드립이나 성희롱을 했다고 힘줄을 끊는 고통을 현실에서도 느끼게 되었다간 방송도 해남파도 폭망이라고?”
해응응은 정말 오랜만에 무림비망록이 그립다고 생각했다.
무림에서라면 문파의 행사에 외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바람직한 문화가 있다.
그만큼 폭력에 쉽게 노출되지만.
반대로 힘으로 보복하기도 쉬운 세상이다.
힘 있는 자에게는 대한민국보다도 더한 천국이 바로 무림 아니겠는가.
그래도 이곳은 무림이 아닌 현대지구.
달라진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해응응은 마지못해 화제를 돌렸다.
[문제는 설치할 장소에요.]그렇다.
50조를 들여 송환장치를 구현해봤자 정작 징벌동이 세워질 절벽에는 수천 억 포인트만 들이기에는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 또라이들도 은근 많아. 수천 억 포인트로 지은 시설은 외부포격으로 부수고 수감자들 집단탈출 시키기도 할 걸?”
[내부만 튼튼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외부도 튼튼해야겠군요.]“비용문제는 다른 갑부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될 텐데. 수백억 단위로 후원하는 회장들이면 충분히 도움 되지 않겠어?”
일리 있는 주장이다.
1500억을 후원한 방랑상인단 회장.
982억을 후원한 인면지주단 회장.
980억을 후원한 두땃쥐단 회장.
셋 중 누구와 손을 잡든 외부의 습격으로 징벌동이 무너지는 일은 없으리라.
5.
[스트리머 묵언검객 님이 전체공지를 새로 등록했습니다.]우주공간에 스트리머 공지가 걸렸다.
[악질시청자를 가둘 풀옵션 강제송환장치를 설치할 장소를 구해요.]우주공간의 패권을 두고 앞 다투는 삼대 팬클럽 회장들.
그들은 공지를 보자마자 외쳤다.
여기서 묵언검객의 선택을 받으면 최고의 공식 팬클럽으로 거듭날 수 있겠군.
이 대결, 절대로 져서는 안 돼. 상위입찰을 해서라도 묵언검객의 강제송환장치를 우리 팬클럽 시설에 유치해야겠어!
그런데 굳이 쟤들보다 더 비싼 시설을 지어야 하나? 그냥 쟤들이 가진 10조 포인트 이상의 비싼 시설을 다 부수면 되는 거 아닌가?
돈으로 싸울 생각부터 하는 두땃쥐단 회장과 방랑상인단 회장과 달리, 파괴적인 해결책에 눈을 뜬 인면지주단 회장.
인면지주를 앗아간 세상에 마스코트를 잃은 인면지주단의 고통과 상실을 알려주겠다는 그들의 모토와도 어울리는 활동이 아닌가!
“어… 저기. 조금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
“팬클럽들이 서로 자기들이 시설 유치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인면지주단이 갑자기 선제공격을 해버렸거든?”
[그런데요?]“한대 맞은 방랑상인단이랑 인면지주단이 치고받는 와중에 두땃쥐단까지 1등 팬클럽 자리를 탈환하겠다면서 기습을 했대.”
어지간히도 놀랐는지 이야기가 자꾸 길어진다.
정보관련패널을 들여다보는 이소혜의 이마에서 점점 식은땀이 맺혔다.
해응응이 불만스레 형광펜을 들었다.
[한 줄 요약 해주세요.]“우주전쟁이 일어났어.”
우주감옥 하나 지으려다가 우주공간의 패권을 다투는 세 팬클럽 사이에서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