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31)
〈 231화 〉 231 우주전쟁
* * *
2.
현 닉네임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
구 닉네임 애플여왕.
별명 메스가키녀.
그녀는 남들보다 가상세계의 적응력이 뛰어났다.
“헉, 허억…! 애플여왕님! 여기 몹, 몹 몰아왔어요!!”
“에에~? 고작 그거 뛰고 헐떡이는 거야~~?”
“그, 그게… 중갑옷을 입고 뛰니까 너무 힘들고 숨이 차서…”
“능력치 제대로 찍은 거 맞아~? 조루♡ 체력 너무 구려♡”
주로 남자를 다루는 적응력이 말이다.
에픽판타지.
가상세계 입문게임에서부터 그녀는 비범한 적응력을 보였다.
남자를 부추겨세우고.
허접한 모습을 보이면 자존심을 긁는다.
잘했다면 칭찬을 주고.
못했다면 매도를 주는.
더 이상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 힘냈다며 가벼운 손 인사나 윙크 한 번 해주고 헤어지는 담백한 관계의 연속.
에픽판타지 초보자가 랭킹보드에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성장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프리파밍을 하면 게임에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전부 잡아죽여!”
“크아악! 애, 애플여왕님. 도망치십시오! 여기는 저 근위기사단장에게!”
“앗, 저 음침한 포마드 머리 녀석이 애플님에게 점수를 따려고 개수작을! 애플님의 뒤를 지키는 건 이 대도적의 몫이다!”
“이놈들, 웃기지 마라! 애플여왕님을 모시는 영광은 이중에서 계급이 가장 높은 이 전군 총사령관님이 맡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 가진 건 권력뿐인 사내자식의 질투는 추하군. PVP랭커인 이 왕국 제일의 검투사보다 적합한 후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건가?”
랭킹보드에 이름이 올라간 뒤.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한국인이라면 병적으로 치를 떠는 외국유저들.
그들은 한국랭커가 등장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훼방을 놓았다.
사냥터를 통제하고 암살자를 파견하는 것은 물론이요, 한국랭커가 소속된 길드에 재정압박을 가하고 아이템을 팔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전 세계 모든 국가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가상현실게임 동접자 1위와 매출액 1위를 나란히 달리는 에픽판타지의 또 다른 이름.
한국인의 무덤.
그 가혹한 악명을 넘지 못하고 집요한 방해 끝에 폭삭 망해버린 것이다.
“대도적! 네가 적장만 암살하고 다녔더라도 마지막 전장에서 허망하게 지지는 않았을 거다!”
“전군 총사령관이 여왕님을 지킨답시고 암살자에게 돌격해서 죽어놓고 할 소리냐?”
“닥쳐! 큰소리만 뻥뻥 치더니 네놈이 적국 랭커와 일기토를 뜨는 사이에 여왕님이 죽었잖아!”
…이제 와서 떠올려보면 추종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을지 싶지만.
아무튼 연이은 패배는 재능 넘치는 에게도 게임에 대한 재미를 싹 가시게 만들었다.
추종자들이 아무리 기를 써도 랭커인 그녀가 두 번 다시 재기하지 못하도록 들어오는 방해는 너무 막대했다.
“애플여왕님, 로렌시아 들꽃을 채취했습니다! 이제 우리 약제사가 12종 약재를 조합하면 출입이 금지된 도시를 이용하지 않고도 상급해독제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소재아이템 채취한다고 하루종일 들판을 돌아다니다가 흙투성이가 된거야~? 허접♡ 너무 초라해♡ 그만 자기 게임이나 하러 가버려♡”
“크흑,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정상급 스트리머라는 녀석들도 한국랭커를 지켜줄 정도의 여력이 없는데 저희가 아니면 누가 여왕님을 지키겠습니까!”
시작은 예쁜 여자에게 어떻게든 점수 한 번 따보겠다며 껄떡거린 플레이어들이지만.
그들이 그녀를 지키겠답시고 함께 외국인들에게 공격당하고, 도시출입도 막히고, 갖은 고난을 다 겪는 모습을 보기를 몇 달.
그녀의 뛰어난 피지컬과 이따금 적선이라도 하듯이 베푸는 칭찬의 말이 남자들의 진심어린 추종을 이끌어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깨달았다.
“허접들♡ 죽기만 하는 게임 이제 질렸어♡ 우리 길드는 이제 해산이니까 너희끼리 다른 길드에서 친목동호회나 해버려♡”
이 사람들은 전 재산을 탕진해도 끝까지 따라올 작정이라고.
이 허접바보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려면 자신이 게임을 접어야 한다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여왕님 떠나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허접들을 뿌리치고 로그아웃했다.
“……진짜 허접♡ 멍청이♡ 부하들도 못 지키고 완전 초라해♡”
그녀의 이전 닉네임 도 에픽판타지 유저들 사이에서나 간간히 회자될 정도로 모든 고난이 지나간 과거가 된 어느 날.
닉네임을 바꾸고 남몰래 브이튜브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시청하던 그녀의 눈에 혜성처럼 나타난 한국인 스트리머 한 명이 눈에 띄었다.
묵언검객.
가상현실게임은 처음하는 초보자 주제에 축복도 안 고르고, 채팅창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후원리액션조차도 없는 엉망진창인 방송.
이제는 입에 붙은 “허접♡”소리가 절로 나오는 방송이었지만, 실력만큼은 딴판이었다.
“허접이 아니야?”
달랐다.
저 정도 실력으로 찬사를 받아봤자 에픽판타지 랭커로는 살아남지 못할 텐데.
랭커조차도 될 수 없을 텐데.
무의식적으로 항상 그렇게 비교하며 실력방송에서도 늘 실망감을 느끼던 자신이.
처음으로 다른 생각을 품었다.
“굉장해……♡”
“대단해…♡”
“엄청나♡”
매 방송마다 찬사를 참을 수 없는 피지컬.
순수한 개인의 기량 하나로 연달아 고꾸라뜨리는 거대한 요괴들.
마치 두려움을 모르던 과거의 자신처럼 거침없는 플레이들이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아~? 고작 그런 실력으로 에이스파일럿이 될 셈~~?”
“허접♡ 에이스파일럿이라니 100년은 일러♡ 종이비행기나 격추하러 가버려♡”
우주대기공간에서 실력만으로 빠르게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는 그녀.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이라는 근본 없는 새로운 닉네임으로도 특유의 꼴받는 말투 때문에 금방 인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킹받음인데?
애플여왕 닮은 듯
근데 그분은 게임 접었잖아
ㅇㅇ
그럼 차세대 메스가키녀네
세대교체 뭔데ㅋㅋㅋ
실력자에게 수많은 영입요청이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온갖 중소세력은 물론이거니와 묵언검객 ES 우주대기공간의 삼대거대세력이라 불리는 팬클럽에서 모두 영입제안이 들어왔다.
저희는 업계최고대우를 약속해드립니다.
계약금 1000만 포인트에 매월 10만 포인트씩 품위유지비가 지급됩니다.
출격 1회당 10만 포인트 기본출격비 지급. 격추 1기 당 10만 포인트를 인센티브로 추가지급 해드리겠습니다.
조건은 방랑상인단이 제일 좋았다.
거액의 포인트를 보수로 약속했다.
함대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인면지주를 죽인 세상을 불태우는 것.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니, 실력 있는 자에게는 높은 지위를 드리겠습니다.
직급은 인면지주단이 제일 높았다.
무려 신설함대의 함대장 자리를 약속했다.
저희 파일럿이 되시겠다구요??
드릴 포인트도 자리도 다른 팬클럽에 비하면 많이 밀리는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두땃쥐단은 포인트도 직급도 열악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들을 선택했다.
떠올랐기 때문이다.
에픽판타지에 두고 온 허접들이.
힘이 없어서 맞고 다니던 불쌍한 것들이.
“바보♡ 허접♡ 너희가 제일 하찮아♡”
갑자기 웬 포상이냐며 좋아하는 반응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점까지도 도리어 초창기 에픽판타지 추종자들이 떠올라서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정 원하신다니 기체는 드리겠습니다. 대신 특별대우 없이 신입파일럿들에게 공통으로 지급되는 기본형 지원기체입니다.
한때는 지키지 못했던 허접들.
그녀의 힘이 부족해서 고생했던 허접들.
이제는 다르다.
그때의 자신에게는 부족했던 실력도, 절박함도.
지금이라면 전부 갖고 있다.
묵언검객이 보여줬으니까.
개인의 실력으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증명했으니까.
그녀는 다시금 전장에 나섰다.
그리고 증명했다.
방랑상인단과 인면지주단.
두 강대한 세력 사이에서 수많은 전장에 참여해 킬카운트를 쌓고, 쌓고, 또 쌓아서.
단신으로 전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전략병기, 에이스파일럿의 칭호를 쟁취했다.
킥킥 뉴비 주제에 고렙사냥존에서 채굴~? 멍청해♡ 바보 같아♡ 이런 하찮은 일로 출동한 파일럿들에게 사과해♡
죄, 죄송합니다!
잘했어♡ 지도 줘봐♡
드, 드렸습니다!
뉴비존은 저~기에 있다고. 자, 지도♡ 마크 찍었으니까 수준에 맞는 뉴비존으로 가버려♡
난폭한 말투를 쓰는가 싶으면서도 은근히 친절한 메스가키.
허접들을 돌보는 그녀의 활약에 두땃쥐단은 세력확장에 성공할 수 있었고, 작금의 커다란 세력을 이루어내었다.
그렇게 그녀도 평범한 에이스파일럿의 수준을 뛰어넘어 두땃쥐단을 대표하는 영웅이 되었다.
메스가키 애플녀가 나타났다고?!
라운드 오브 나이트를 불러! 최정예 기체가 아니면 따라갈 수가 없어!
큭, 저런 말도 안 되는 동화율이라니.
기체의 스펙도 스펙이지만 컨트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미친, 근거리에서 백연발 로켓을 회피했다고!
정예기체들을 학살하다시피 하는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
“라운드 오브 나이트~? 0번대의 넘버즈~? 동화율 상위 10명의 괴물들~? 푸풉~ 하찮아♡ 어차피 전부 내가 없는 세력의 잡졸들인데♡”
세력의 위신이 걸린 우주전쟁.
그녀를 잡기 위해 수많은 실력자들이 파견되었으며, 개중에는 방랑상인단 최고의 실력자들만을 모아놓은 넘버즈까지 출동했다.
내 이름은 만곡동무쇠다리보부상! 라운드 오브 나이트의 넘버링 9번의 넘버즈! 널 무찌르기 위해 동부전선에서 이곳까지 건너왔다!
푸풉~ 이름만 들어도 쟈코♡ 허접♡ 먼 길 건너온 기체한테 사과해♡ 격납고로 돌아가서 만신창이가 됐다고 정비사한테 사과해♡
기체스펙은 가장 부유한 세력답게 저쪽이 보다 뛰어나고, 동화율도 나름 높은 편.
웃기는 이름과 달리 비웃기 힘든 강적이지만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없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허접들♡ 스쳐도 펑 터지는 고물 정크선♡ 멋대로 공격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구♡”
게다가 이 싸움.
이 정도로 커다란 시청자 내전이라면.
분명 묵언검객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잘 보고 있으라구♡”
수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우주전쟁의 하이라이트 전투.
수많은 두땃쥐단 정크선 파일럿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 메스가키녀의 분투.
그 화려한 결전은.
“오, 여기 동물원 있다.”
[여기 동물들은 왜 등에 지퍼가 달려있나요?]“엑, 뭐야. 징그러. 이거 다 사람이잖아.”
관광여행 우주 동물원 체험코스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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