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32)
〈 232화 〉 232 우주관광여행
* * *
1.
우주관광여행.
처음부터 관광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지만, 이제 막 시작된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리기도 곤욕이다.
해응응의 지루해하는 기색을 읽은 이소혜가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이 넌지시 권했다.
“심심하면 관광이라도 다녀보지 그래? 시청자들이 여기서 살다시피 하면서 만들어놓은 관광명소가 제법 많은데.”
우주박물관
우주메타버스관람회장
우주동물원
뭐든지 우주가 붙으면 멋있게 보인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지었을법한 작명의 시설들.
관광책자를 가득 메운 관광명소 리스트에 해응응의 시선에 불신어린 기색이 어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보기에만 이렇지 의외로 시설은 괜찮을지도 모르잖아.”
오기로라도 괜찮은 관광을 해보겠다며 앞장서는 이소혜를 해응응은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느릿느릿 뒤따랐다.
할 수만 있다면 산책 나가서 집에 돌아가기 싫은 개처럼 꼼짝도 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주박물관.
첫 번째 관광코스.
연도별 도자기의 변천사나 시대별 의복변화 따위를 들이밀면 관광책자를 만든 놈들에게 단단히 클레임을 걸겠다며 날을 벼르던 이소혜.
그녀는 막상 박물관의 테마를 확인하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묵언검객 전승1관] [묵언검객 전승2관] [묵언검객 ES 우주공간 역사회관] [시미럴 사 공략회관] [반요곡의 요괴총본]묵언검객과 그녀의 방송과 관련된 전시관들.
내용구성도 제법 알찼다.
“이거 하이라이트 모음집 아니야? 편집본에서 봤던 영상도 섞여있네.”
제 전투장면을 잘라서 전시해둔 건가요?
“아하하. 저기 좀 봐. 습관적 설명충 노예화 증후군의 전승도 있어.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나 요괴를 습관적으로 부하 겸 노예로 만든대.”
1대 피해자 인면지주
2대 피해자 마가놈
3대 피해자 짐꾼
쟁쟁한 라인업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인면지주단이 습격했던 스테이션에 용케도 박물관은 무사하다 싶더라니, 인면지주가 언급되는 곳이라 무사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이소혜의 의심이야 어땠건 간에 시미럴 사 공략회관에서는 다른 스트리머들이 각 게임을 공략하는 정석루트를 소개하고 있다.
어디선 뭘 하고 언제는 누구와 어떤 대화로 관계를 쌓고, 이렇게 해야 이 루트에 진입하는 등등.
옆에 나란히 높인 묵언검객 공략 타임라인에서 정석과 불일치하는 빨간 점들이 수도 없이 찍혀있는 광경을 보면 의미가 있나 싶지만.
타 스트리머들의 타임어택이나 히든루트 공략과도 비교되는 타임라인은 묵언검객 팬이라면 한번쯤 볼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표정이 왜 그래? 여기 꽤 재밌지 않아?”
스포일러를 당할 뻔했어요.
“아. 스포일러는 에바지. 미안해. 얼른 나가자.”
채찍 시뮬레이터나 헬세살, 이복아카에 대한 분석도 포함되어있어 향후 방송에서 어떤 이벤트가 등장할지를 알 수 있다.
그 사실을 눈치 챈 해응응은 곧바로 시선을 돌렸고, 이소혜도 자신만 너무 신이 났었음을 깨닫고 얼른 사과하였다.
2.
“메타버스관람회장은 뭘까? 박물관 수준을 보니 기대가 되기는 하는데.”
메타버스가 뭔가요?
“가상현실세계의 기본 폼이라는 소리는 들었는데. 나도 잘 몰라. 그런 유물까지 알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큰 흥미가 없는 이소혜와 달리, 이번에는 해응응이 관심을 보였다.
가상현실세계.
지난 20년간 그녀가 무림비망록을 경험하는 사이, 게이트나 몬스터와 함께 등장한 기술.
그 시초를 돌아본다.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윽, 구려. 이딴 게 메타버스?”
실망스럽기는 하네요.
해응응은 큰 실망감을 가졌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가상세계에서의 소통.
전자상품결제나 집에서 체험하는 세계여행, 아바타 스킨을 사용한 제 2의 인생.
손꼽히는 요소야 여럿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길드시스템을 통해 유대관계를 인질삼아 플레이어들을 게임에 묶던 시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픽은 조잡하고 대부분의 기능은 굳이 이걸 여기서 해야 하나 싶은 것들뿐.
친목과 소통이 사람들의 접속시간을 늘려 메타버스의 인질로 삼기 위한 덫이라면, 그들을 메타버스에 불러올 미끼가 쇼핑이나 여행이었다.
과시욕.
호기심.
편이성.
그 대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여기에 10% 할인쿠폰이니, 선착순 n명 사은품 증정이 광고주들로부터 주기적으로 들어오며 사람들을 부른다.
쇼핑을 싸게 하려고, 편하게 여행하면서 각 나라의 특산품도 무료로 받으려고.
온갖 이유로 메타버스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어느덧 메타버스의 주민이자 지박령이 되어 살아가기 시작했다.
‘우주공간의 모태가 되는 원시우주공간이라 불릴만한 기능들이네요.’
가상현실세계의 시초라 불리는 만큼 그 기능들은 우주공간과 겹치는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사항들이 결여되어 있었다.
둘 중 하나는 기술력.
뇌를 속이고 감각을 동기화하는 뇌과학기술.
고작 20년 사이에 발전하기에는 턱없이 대단한 기술이다.
심지어 가상현실게임은 초창기에 나온 게임의 퀄리티부터 심상치 않았다.
출시되는 게임의 종류가 달라지고 있을 뿐.
퀄리티 자체는 예전부터 외계인을 학대해서 뽑아낸 기술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대단했다.
다른 하나는 내공의 존재.
무림비망록에서 습득한 내공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가상현실세계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인 것처럼.
시미럴 사의 게임 반요곡과 헬세살.
바니바니 사의 게임 점핑레빗.
뤼팽 사의 게임 채찍 시뮬레이터.
적어도 이들은 모두 내공의 사용이 가능했고, 아직은 예상뿐이지만 어쩌면 모든 가상현실게임에서 내공사용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각성자와 몬스터가 등장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가상현실게임과 게이트.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겠죠.’
반쯤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다.
가상현실세계는 게이트의 대항역이자 각성자들의 성장을 돕는 도구, 실전훈련프로그램이라고.
그 난이도의 높음 때문에 수련제자들에게 게임을 시키지는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 이들에게는 게임플레이를 권장할 정도였다.
“어땠어? 얼추 다 돌아본 것 같은데.”
만족했어요.
“그래? 의외네. 쉽게 질리는 타입인줄 알았더니, 이런 옛날이야기를 다 좋아하고.”
2030년이면 그렇게 옛날도 아닌걸요.
해응응은 옛날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3.
마지막 관광코스 우주동물원.
세 개 관광지 중에 관광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시설이라는 관광책자의 내용에 두 사람 모두 기대감을 품었다.
우주동물원이라.
대체 어떤 동물이 기다리고 있을까.
방사능 생명체?
진공을 떠다니는 에일리언?
탄소기반 암석생물체?
행성도 부수고 다니는 거다이맥스 신화생물의 사진들?
기대와 함께 시작된 관광.
동물원의 구성도 나름 신선했다.
“어서 오십시오, 모험가 여러분! 저희 우주동물원은 모험가 여러분의 도움을 바라는 동물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습니다!”
“엥? 뭐야. 게임 컨셉?”
“자자, 일단 이 도감과 GPS추적지도, 포획건을 받으시죠.”
[동물도감] [GPS위치추적지도] [도감카메라] [포획건]“저희 동물원의 동물들은 모두 체내에 GPS가 탑재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든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획 건이라니, 동물들은 우리 안에 있잖아.”
“간혹 우리 밖을 돌아다니는 동물들도 있답니다. 그럴 때 포획 건을 사용하면 전기쇼크로 동물을 기절시키고 사육사를 호출한답니다!”
이소혜가 산뜻한 얼굴로 해응응을 돌아봤다.
“자, 돌아갈까?”
“아아앗, 가지 마세요! 귀여운 동물,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자주 도망칠 뿐입니다! 크고 위험한 맹수는 발이 걸려서 도망치지 못해요!”
“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풀려난 맹수가 나오기만 해봐. 당신들, 묵언검객이랑 매니저를 위험하게 만드는 거야.”
“공룡이 나와도 때려잡으실 분들이 무슨… 약한 소리냐고 할뻔~ 하하, 하하하. 농담농담. 자, 입구는 저쪽입니다.”
사파리를 떠도는 동물들을 포획 건으로 하나씩 잡아 도감을 채우는 동물원의 자체 컨텐츠.
도감 수집도에 따라 입장료의 일부를 반환받거나 특별공연 초대권 할인, 특별공연 초대권 무료지급, 일일 동물이 되어보기 체험 따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컨텐츠가 풍성한데? 이런 건 좀 배워야겠어. 얘들은 이렇게 유능한 실력으로 왜 여기서 놀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깐.”
그렇게 시작된 동물원 탐방.
포켓몬 수집하는 감성으로 우리 속에 축 늘어진 사자, 호랑이, 곰 따위를 도감카메라로 찍던 이소혜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애들이 다 왜 이래? 축 처져있잖아.”
동물원은 원래 이래요.
“뭐야. 동물원 와본 적 있어?”
어렸을 때요. 아주 어렸을 때.
“…그래? 그때는 누구랑 같이 갔는데?
지금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이랑요.
지뢰 밟았다. 분위기가 무거워. 이소혜는 애써 활기차게 웃으며 지도를 가리켰다.
“봐봐, 저쪽에 토끼가 있어! 아영이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아? 가보자!”
그렇게 도착한 토끼우리.
기다리는 것은 텅 빈 철창과 우리 밖에서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토끼들이었다.
“토끼이이”
“토껴어어”
“끼이이 끼이이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로 폴짝거리는 토끼들.
“…토끼 울음소리가 원래 저랬나?”
여기 동물들은 왜 등에 지퍼가 달려있나요?
“엑. 뭐야. 징그러. 이거 다 사람이잖아.”
메스가키의 분투가 벌어지는 사이, 두 사람이 체험한 우주관광.
“뱀뱀뱀”
“원숭이원숭이원숭이”
“콤프소그나투스콤프소그나투스”
인형탈을 뒤집어쓰고 동물이름을 울음소리처럼 흘리는 기괴한 동물들을 카메라로 찍고 다니는 여행은 기묘한 매력이 있었다.
“콤프소 어쩌고 저거 공룡이잖아. 하하, 미친놈들. 별에 별 동물탈을 다 준비했네.”
왜 저러고 다니는 걸까요?
“몰라. 재밌어서 그러는 건 아닐까? 아, 이거 찍어서 개인 커뮤니티에 올려야지.”
실제로는 재밌어서가 아니라 누워서 동물이름만 말해도 포인트를 주는 개꿀 근무지가 있어서 모인 시청자들이지만.
개중에는 노예선에서 팔려온 노예계급 시청자들도 일부 있지만.
포인트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사실을 모르는 이소혜나 해응응은 세상엔 참 별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앗, 귓속말이다.”
어디서 연락이 왔나요?
“거다이맥스는못참지 라는 닉네임인데. 응? 시설 유치를 하고 싶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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