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43)
〈 243화 〉 243 딱 좋은 기분
* * *
1.
석양마저 잠드는 요새.
전사자들의 쉼터마냥 병장구를 걸친 병귀들의 절그럭 소리만이 이따금 울린다.
도처에 창칼이 꽂힌 채 쓰러진 전귀들.
그 주검들을 가르며 마석을 채취하던 짐꾼이 유독 커다란 시체를 앞두고 부르르 떨었다.
[전귀대장 오브스]수도로 올라가야 할 공물을 사적으로 빼돌리며 힘을 쌓아왔던 교활한 요괴.
보잘 것 없는 전방지대로 쫓겨난 필드보스 따위들보다도 훨씬 더 강한 존재가 복부가 뻥 뚫린 채로 성벽 한복판에 꽂혀있다.
전승도 잃고 다 죽어가던 작자가 어디에 이런 힘을 감춰뒀는지 건질 요력석도 없다.
어쩐지 먼저 시체를 보고 간 묵언검객이 입맛을 다시더라니, 요력석이 깡그리 소멸했음을 눈치 채고 아쉬워했음이 틀림없다.
“설마 적기사의 정체가 그 인간이었다니.”
“특별한 인간입니깟?”
“아아, 뚜따 넌 바위산에 갇혀 지내느라 몰랐겠구나? 적색장군 요헤이. 2차 요괴전쟁 당시에는 그 이름을 모르는 요괴가 없었지.”
“호에에!”
“인간의 몸으로 보스급 요괴 여럿을 죽이고 군단 셋의 진격을 저지했던 명장이었지.”
“믿기지 않는 것입니닷! 그런 대단한 인간이라면 남부의 요충지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닷!”
인간 시절의 명성에 비하면 이번 요새정복전 이전까지는 적기사와 적색군단은 지나치게 초라한 구석이 많았다.
짐꾼조차도 이들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쇠락했지 않았던가.
“잘난 놈들에게는 내부의 적이 따르기 마련이지. 시기나 질투. 분명 그런 거 아니겠어?”
“너무한 이야기입니닷…… 적기사가 제대로 지원을 받았으면 저희 부족도 바위를 갉아먹지 않고 지상의 음식을 먹으며 살 수 있었습니닷…….”
울적해하는 뚜따의 모습에 짐꾼은 괜히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가혹한 현실을.
잔인한 진실을.
이런 어린 아이가 알 필요가 있을까.
제 가슴높이도 안 되는 작은 것에게 근심을 안겨주어서야 어른 실격 아닌가.
하찮은 반요 주제에 이런 걸 따지는 것도 우습다며 반쪽짜리 요괴의 피가 그를 비웃지만, 나머지 절반의 인간의 피는 그를 타이른다.
이런 자신이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가끔은 인간 흉내를 내어도 괜찮다고.
“뭐, 너무 걱정 마. 보다시피 전승도 되찾고 요새대장도 일격에 해치울 정도로 강해졌잖아?”
무너진 요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전선으로부터 격리된 적색장군.
그의 강함을 두려워한 요괴들은 요새를 철저히 방치했고, 적색장군과 그의 부하들은 끊어진 보급 속에서 요괴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인간에서 요괴가 되어 더욱 약해진 적기사.
그의 전승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의 부활을 두려워하며 무너진 요새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 결과, 적기사는 낡고 초라한 병귀들의 대장으로 전락했다.
유추되는 진상을 짐꾼은 입에 담지 않았다.
쓴맛을 곱씹는 건 어른들에게나 어울리니까.
‘그런 인생역경을 거친 끝에 옛 전승까지 되찾고 대요괴의 수도 지척까지 도달하다니, 적기사도 참 운이 좋아.’
요괴들에게 물든 반요곡.
피로 빚어낸 낙원에서는 흔치 않은 기적이다.
이런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야기를 눈앞에서 목격해버리면 엄한 마음이 들게 된다.
어쩌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남아있지는 않을지.
인간의 모습을 되찾을 기회가 있지는 않을지.
어리석은 생각임을 알면서도 끝내 헛된 기대를 품고 말았다.
‘역시 도망치는 건 조금 더 뒤로 미뤄둘까.’
짐꾼은 자루를 고쳐 매었다.
설령 도망치더라도 그냥 떠날 수는 없다.
명색이 짐꾼 행세를 하는 몸인데.
저렇게 눈에 띄는 보물을 두고 갈 수 있겠나.
그런 시선이 방랑상인이 짊어진 무한주머니로 향했다.
살기 위해 짐꾼 행세를 하고 있는 그이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던가.
어느덧 짐꾼스러운 욕심을 품게 된 그였다.
2.
[속전속결 보너스로 요새 내부에 한해서 무료전략횟수가 1회 주어집니다.]【세력전략】
1. 회의(조언 얻기, 지도 확장)
2. 조사(정보 습득, 아이템 습득, 인재 발견)
3. 공격(필드 침범, 세력 확장)
4. 주둔(필드 수비, 부상 회복, 병력 확충)
5. 계략(이벤트 발동)
6. 외교(이벤트 발동)
7. 특수(이벤트 발동 : 적기사의 주둔)
8. 특수(이벤트 발동 : 객귀병단과 두더지정찰대 주둔)
[▶특수] [객귀병단과 두더지정찰대가 힘을 합쳐 요새를 수리, 함정을 설계, 거점을 사수합니다.]뚜따는 남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해당 거점에서는 험준한 지형과 요새성벽 보너스로 5천의 병력으로도 능히 3만 대군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두더지인간들이 뚜따의 지휘를 받아 땅굴함정을 팝니다.]삽시간에 완료된 토목작업과 함정매설.
단신으로 요새 성문을 뚫었던 적기사조차도 그 삼엄한 방비 앞에서는 자신을 잃었다.
“돌격을 할 간격도 확보할 수 없겠군. 이 정도라면 인근 도시에 주둔중인 적이 몰려오더라도 능히 일주일은 버틸 것이다.”
“헤헹! 뚜따가 직접 손을 본 작업이닷! 이 정도는 너끈한 것이닷!”
“동족들을 이곳에 두고 가도 되겠는가? 참모인 네가 요새를 지켜준다면 수비효율도 더욱 오르고 피차 여러모로 안심이 되지 않겠는가.”
함정의 유지보수 및 보충을 위해 남겨둔 두더지인간들도, 그들을 두고 떠나는 뚜따도 헤어짐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동족들을 돌아보던 뚜따가 이내 고개를 휙 돌리고는 힘차게 외쳤다.
“뚜따도 더는 어린애가 아니닷! 인간주군을 모시는 참모로서 부족의 어른들과 헤어져서 따로 살 수도 있는 것이닷!”
“그 마음씨가 기특하구나. 내 주군께 친히 고하여 추후에라도 녹봉 일천 석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주마.”
“뚜따는 자갈이 맛있닷!!”
“…곡물에 돌을 섞어서 양을 늘리도록 하지.”
“얏호! 신난닷!!”
해맑은 외침에 시청자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뚜따야…
안습…
애가 돌밥 먹는다고 좋아하네…
탐관오리들이 좋아하겠네 돌 많이 섞어도 좋아한다고ㅋㅋ
착취최적화ㄷㄷ
척박한 환경과 가혹한 수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한 미래의 인류는 두땃쥐인간이 되었습니다
귀여우니까 개이득인데?
그래서 돌밥 먹으실?
그냥 안귀여운 오크면상으로 살래
돌밥은 에바지ㅋㅋ
병귀들의 마음도 시청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더러는 뭐 저런 불쌍한 녀석이 다 있냐며 눈시울을 붉히거나 고개를 돌리며 훌쩍거렸다.
슬퍼하는 방식은 달라도 마음은 같으니.
적색군단의 병귀들이 전의를 다졌다.
“불쌍한 두더지인간들.”
“우리가 약해서 지키지 못한 백성들이 저렇게 망가졌구나.”
“요괴 녀석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뚜따의 해맑은 외침 덕분에 본의 아니게 사기가 최고조에 달한 적색군단.
피도 눈물도 없는 몰살검객마저도 돌밥은 어지간히 충격적이었던 걸까.
조용히 손을 내밀어 뚜따의 손을 잡아주었다.
거대한 거인병.
그 어깨 위에 동석하는 영광을 허락하는 해응응.
“히에엑! 몸이 자꾸 흔들린닷!! 높은 곳은 너무 무섭닷!! 내려가고 싶은 것이닷!!”
포상은 상대적이다.
누군가는 회사 임원과 인맥을 다질 기회를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워라벨을 중시하는 자는 업무 외 노동이라며 질겁한다.
뚜따에게 거인병 어깨에 동석하기는 워라벨에 명백히 저촉되는 고문이었다.
“주군도 참 악랄하시군. 참모의 기구한 사연을 듣고도 겁을 주시다니.”
“고강한 힘을 얻은 대신에 인간성을 잃으신 걸지도 모르지.”
“설득력이 있군. 우리도 조심해야겠어.”
ㅋㅋㅋㅋㅋㅋ
아ㅋㅋ 취급 실화냐?
반요한테 괴물취급 당하는 인간이 있다?
“…….”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그녀라도 이번만큼은 상처가 되었다.
부쩍 풀이 죽은 해응응.
그런 그녀의 옆, 거인의 어깨높이까지 옷장이 두둥실 떠올랐다.
“인간, 너의 잔인한 본능을 충족시키기에 이번 싸움은 너무 시시했겠지.”
“?”
“그렇다고 참모를 잡아먹지는 마라. 그녀의 두뇌는 살아있을 때에 가치가 있다.”
“………….”
“히에엑!!! 뚜따는 맛없는 겁니닷!! 딱딱한 돌을 먹고 자라서 분명 고기도 질길 것입니닷!!”
잡아먹히기는 싫다고 아등바등 발버둥치는 뚜따.
그녀가 떨어져 다치지 않도록 뒷덜미를 붙잡으면서도 해응응의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다른 요괴도 아니고 하필이면 저 부기맨에게 이런 충고를 듣다니.
도대체 이 요괴들 사이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어떻게 되어먹은 걸까.
해응응은 자신의 게임플레이를 되돌아보았다.
몰살.
학살.
전멸.
비명과 절규를 몰고 다니는 여정.
강적들의 죽음으로 쌓아올린 강함.
‘…자업자득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이 싫어지네요.’
땅에 내려주기 무섭게 호다닥 짐꾼의 뒤로 달아나는 뚜따.
그 모습에 약간의 자기반성을 하며, 다음 필드로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제 4 턴.
그 마지막 행동에 나설 시간을 앞두고.
[오랜 시간 충분한 휴식을 거친 끝에 오른팔의 부상이 자연치유 되었습니다.]신체상태는 최상.
화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도 가득.
몰살행에 나서기 딱 좋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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