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51)
〈 251화 〉 251 기대는 저버리면 곤란하지
* * *
1.
엄길동은 스크립트가 꼬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진혈추적자는 부기맨 진혈 뺏어야하는데 일정 턴 수 이내에는 출현을 하지 않아야 해서 일정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을 거란 말이지.”
오
킹능성 있네
“근데 묵언검객은 쥰내게 빨리 일직선으로 그냥 막 수도로 진격을 해버렸잖아. 대기할 곳이 없어서 점점 뒤로 밀리다가 수도에 박힌 거야.”
아니ㅋㅋㅋ 이벤트몹 취급 실화냐?
이게 그렇게 된다고?
엄갈통 오랜만에 엄갈량 모드 켜졌네
“원래라면 기습을 해야 될 애가 매복을 하고 있다가 부기맨이 자연소멸 할 위기에 처하니까 더는 미룰 수가 없어서 행동했는데, 그게 가만 내버려둬도 죽을 이 타이밍인 거지.”
이해완료
엄길동은 뇌지컬 스트리머가 맞다!
오늘만 인정해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뭐가 좋은데요?
부기맨 어떻게 사는 거임?
시청자들의 감탄 섞인 물음에 엄길동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뭐 같이 잡아먹혀서 사이좋게 기둥 속에서 죽던지 막고라 떠서 기어나오던지 하겠지.”
본방시청을 놓치면서 부기맨을 향한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엄길동.
그의 심드렁한 반응에 시청자들의 눈이 마름모 꼴이 되며 민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차.”
이러면 채팅창 개판나는데.
후회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불질러!!
나
락
나
락
니가이러고도사람이야엄길동!!
엄마난커서엄길동을때릴래요
죽어!!
죽어라, 부기맨의 원수!
“라고 할뻔~”
이라고 하면 용서해줄뻔~
죽어!!
민트초코가 유해식품임을 인정하면 봐드리겠습니다
점순아 사랑해!!
탕수육은 부먹이 맞죠?
엄마랑 아빠 중에는 엄마가 좋아야하죠?
부기맨이 여자인데 그게 중요하지 뭐가 중요해!
대선후보는 *번 뽑아야죠?
월세가 좋아요 전세가 좋아요?
승상께서 아군의 전세가 유리하다고 하십니다.
개작살 난 도시의 어디가 유리해 보이는데ㅋㅋㅋ
도시가 작살났으니 유리한 거 아닐까?
“아 이걸 안 봐주네. 근데 이 미친놈들아 왜 나한테 자꾸 그래. 내가 부기맨 죽였어?”
괜히 심술이 난 엄길동이 소심하게 반항을 시도했지만 불 속에 기름 끼얹기였다.
제대로 불붙은 민심은 원래대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개판이 나버린 채팅창에 엄길동이 휘파람을 불며 채팅설정을 조작했다.
프리징Freezing.
채팅이 갱신되지 않는 채팅중지옵션.
분탕이 막힌 채팅창은 나락을 외치는 행렬과 혼란을 틈타 더 큰 분란을 유도하는 악질채팅, 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독백충까지.
온갖 채팅으로 어질어질한 채팅창을 뒤로한 채, 엄길동은 속편하게 말했다.
“휴, 이제 좀 조용해졌네. 중계나 마저 보자고.”
스트리머계 최대 악질팬덤 엄길단.
이런 모습을 보면 그들도 이유 없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2.
[Story mode]진혈추적자는 승천의 기둥에 파고들었다.
[피, 피, 피가 느껴진다… 지, 지, 진요. 피를 모, 모, 모으면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대, 대, 대요괴, 약속 지킨다…]한 문장도 한 호흡에 내뱉을 수 없는 중증의 말더듬증.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너지는 입과 달리, 진혈추적자의 손은 부기맨이 파고들었던 길을 따라 승천의 기둥 내부로 침투했다.
꿀렁 꿀렁
검은 피를 토해내며 맥동하는 절망의 집합체.
갈라진 표면으로부터 튀어나오는 검은 손들은 암흑으로 벼려진 무기가 신들린 움직임을 보이며 휘몰아쳤다.
부기맨의 살의와 무공에 대한 이해가 접목된 절망의 집합체는, 단순히 절망에 짓이겨진 몸부림을 넘어서는 살인본능에 휩싸였다.
뛰어난 살인기술과 살인을 향한 끝없는 갈증이 합쳐진 지금, 그들은 성장했다.
스스로 무너지는 절망의 집합체가 아닌, 마주하는 모든 이들을 무너뜨리는 차원이 다른 절망의 집합체로 말이다.
순식간에 난도질을 당하며 쓰러진 진혈추적자.
그의 육신이 시간을 되감듯 돌아오더니 기둥의 입구에 도달했다.
[전부 보, 보, 보았다… 이, 이, 이번에는 피할 수 있다…]몰아치는 공격 속을 유유히 몸을 비틀며 피해낸 진혈추적자.
그의 앞에 살점들과 반쯤 동화되어가던 옷장이 보였다.
[여, 여, 여, 여기에 있다…]옷장을 향해 뻗는 손.
그 손이 옷장 문과 닿는 순간, 진혈과 진혈의 공명현상이 일어났다.
번쩍
옷장 사이로 새어나오는 붉은 빛.
진혈의 공능으로 의식을 되찾은 부기맨은 기적과도 같은 기회가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아, 아, 안 돼!] [늦었다. 제 발로 사지에 들어온 자신의 어리석음을 원망해라.]뒷걸음질 치는 진혈추적자의 손발을 여러 개의 손들이 넝쿨처럼 뒤엉키며 파고들었다.
거친 몸부림에 수어 개의 손이 끊겨도 그보다 많은 십여 개의 손들이 팔다리를 칭칭 감아 옷장 속으로 끌어당겼다.
[기, 기, 기대를 저버리면 안 돼!]진혈추적자.
그는 언제나 남들보다 어리석다 하여 업신여김 당하던 요괴였다.
그런 형편없는 요괴인 그에게도 대요괴는 모든 요괴에는 다 쓰임이 있다며 그를 받아주고, 귀한 진혈까지 내려주었다.
[옳은 소리다. 기대는 저버리면 곤란하지.]형체가 흐릿해지며 발동하는 이동계 전승.
다시 한 번 승천의 기둥에 침입하기 전으로 돌아가려던 형체가 검붉은 스파크와 함께 제자리에서 다시 나타났다.
당황한 진혈추적자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전승을 반복해서 사용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네게 걸린 기대보다는 이 몸에게 걸린 기대가 더욱 컸겠지만 말이다.]인지를 속여 형상을 되찾으려던 시도가 애먼 요력의 소모만을 남긴 채 흩어졌다. 진혈추적자의 고개가 활짝 열린 옷장으로 향했다.
부기맨이 거주하던 옷장.
그것은 평범한 옷장이 아니었다.
사물에 깃든 참혹한 일화가 전승으로 자리매김하며 탄생한 귀물.
[옛 육신의 일부를 취하였으니, 더는 귀물의 보호가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 [그, 그, 그, 그만 둬!!] [자신을 위협할만한 위험대상은 모두 배신하거나 죽이고, 유능한 패는 전장으로 보낸다. 그 끝에 다룰 패란 고작 이런 하등한 존재인가.]정말 대요괴다운 방식이군.
비웃음과 함께 부기맨의 손들이 진혈추적자를 옷장 속으로 밀어넣었다.
쾅!
세차게 닫히는 옷장.
그 틈새로 빠져나오는 암흑에 휩싸인 형체.
부기맨은 깨달았다.
자신에게 남은 힘이 얼마 없음을.
바로 그때, 부기맨의 눈에 익숙한 존재가 보였다.
“다, 당신…! 죽은 게 아니었어?!”
[급한 대로 빌려 쓰도록 하지.]“안 돼, 이건 그런 용도로 쓰는 물건이…!”
외부의 침입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옷장만큼 뛰어난 성능은 없지만, 적어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존재를 보호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부기맨의 새로운 옷장이 될 무언가였고, 부기맨은 이를 찾아내었다.
[아직까지 이런 곳에서 어슬렁거렸다는 건 탈출수단 하나쯤은 마련했다는 뜻이겠지. 서둘러라. 이제 곧 시작된다.]부기맨의 경고에 반요가 마지못해 울상을 지으며 책을 꺼내들었다.
“묵언검객에게 점수나 따려고 왔다가 귀한 책장을 둘이나 찢게 되다니… 크흑.”
우는 소리를 하며 책장을 찢는 순간, 부기맨은 방금 전에 목격한 것과 유사한 전승이 발동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하였다.
3.
[Player mode]“아앗! 허공에서 반요가 나타났어!”
“히에엑!! 도술이닷!! 도술사는 요괴를 잡을 수 있는 위험한 생물인 것이닷!!”
“진정해라, 뚜따. 저건 주군이 부리던 짐꾼이다.”
저 멀리, 종언의 손이 다시 움직이며 도시를 모조리 파괴하는 사이.
아슬아슬하게 허공에서 나타난 짐꾼이 숨을 헐떡이며 엉덩이를 땅에 대고 뒤로 넘어졌다.
퍽!
“으악!!”
짐꾼이 짊어지고 있던 자루가 크게 꿈틀거리더니 짐꾼을 걷어찼다.
기겁한 짐꾼이 이번에는 앞으로 나자빠졌지만 누구도 그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히에엑!! 짐꾼의 자루가 움직인 것이닷!!”
“반요야, 그 보따리에 뭐가 든 거야?”
“수상하군. 짐꾼 주제에 안전한 곳에서 대기할 것이지, 함께 퇴각하지 않고 따로 돌아다니다가 도시에서 뭘 주워온 거냐.”
짐꾼의 자루가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아무리 봐도 안에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그것도 살아서 움직이는 무언가가 말이다.
스르륵
벌어지는 자루.
드러난 틈새 사이로 무언가가 기어 나왔다.
인간여자의 손이었다.
“히에엑!! 짐꾼이 드디어 인신매매에 손을 댄 것이닷!!”
“이런 쓰레기 같은 녀석. 목숨을 걸고 간신히 주군을 탈출시킨 와중에 사사로운 욕망을 풀겠다고 추악한 악행을 일삼다니.”
“여주인님의 체면을 떠나서 동료분이 목숨을 걸고 희생하는 사이에 벌일 짓은 아니군요.”
“으엑. 반요야, 너 저리 가줄래? 반경 1리 안에 들어오지 말아줘.”
모두의 비난에 짐꾼이 다급히 외쳤다.
“자, 잠깐! 난 억울해. 이건 내가 잡아온 게 아니라 멋대로 내 요석자루에 들어온 거라고!”
저는 아이를 납치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제 사탕을 물었을 뿐이죠.
저는 베스를 낚지 않았습니다. 베스가 제 미끼를 물었을 뿐이죠.
저는 피지컬 하수가 아닙니다. 적이 제 머리를 부쉈을 뿐이죠.
친구야… 그건 하수가 맞지 않니?
앗 들켰다
짜식 커엽네
자연스럽게 세탁하기 실패ㅋㅋ
자루 안에서 맑고 아름다운 음성이 들렸다.
“그 녀석의 말이 맞다…. 자루에 들어온 건 내 의지다…….”
들어본 적 없는 여인의 목소리.
그러나 낯설지만은 않은 익숙한 말투.
해응응이 달려와 손을 잡고는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글씨를 새겼다.
‘부기맨?’
간지럽다는 듯이 움찔거리던 손이 세차게 해응응의 손등을 때렸다.
아얏
손등을 잡고 울상을 짓는 그녀에게 자루 안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남의 손을 수첩 대용으로 삼지 마라, 인간.”
작은 손짓에도 실린 무공의 편린.
매서운 타격감.
맑은 목소리와 다르게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음산하고도 불길한 기운.
틀림없었다.
‘돌아왔군요, 부기맨.’
부기맨이 살아서 돌아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