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52)
〈 252화 〉 252 내실을 다질 시간
* * *
1.
해응응이 손을 잡을 때마다 찰싹 때리던 부기맨도 집요하게 잡아오는 손길에 지친 고양이마냥 끝내 손을 내어주었다.
“이렇게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군…….“
“진혈추적자가 기둥 속으로 쳐들어온 덕분에 놈을 대신 가두었다……. 그 틈에 잃어버린 몸의 일부를 빼앗아 탈출했지…….”
대살귀의 이름을 되찾기엔 부족한, 지극히 미미한 파편.
쫀득쫀득
그것이 기존의 귀신의 형상에 가까웠던 창백한 손이 아닌, 이 인간여자의 손이었다.
조물조물
새카만 어둠이 자루 입구를 막아서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부기맨스러운 자루에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꽈악꽈악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이어가면서도 반갑고도 신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만지작거리던 해응응.
그녀의 끈질긴 스킨십에 참다못한 부기맨의 음성이 서릿발처럼 서늘해졌다.
“기어코 매를 버는군….”
“!”
크게 벌어진 자루.
우르르 튀어나온 예의 귀신같은 손들이 해응응의 팔을 마구 때렸다.
짜악!
손등부터 팔목까지 골고루 빨갛게 손자국이 남은 해응응이 붙잡던 손을 놓고는 제 팔을 감싸며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또 용케도 목격했는지, 자루 안에서 부기맨이 흥 하고 새침한 소리를 냈다.
“저, 그런데 목소리가 많이 맑아지셨습니다. 원래는 진짜 피가 뚝뚝 흐르는 살벌하게 생긴 살인귀가 옷장 속에 숨어있는 줄 알았는데….”
“변성의 전승이다……. 귀물에서 탈출하면서 급히 두고 온 전승 중 하나였지…….”
“전승은 이름에 구속되는 역사인데 그걸 두고 오는 것도 가능합니까?”
“강대한 요괴는 이름에 구애받지 않고도 전승을 나눌 수 있다……. 더욱 강대한 요괴는 하나의 몸과 하나의 목숨에 구애받지 않고… 이 몸처럼 육신을 잃고도 살아남거나 새로운 그릇에서 살아갈 수도 있지…….”
짐꾼은 그 새로운 그릇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제 요석자루에서는 언제 나오실 겁니까? 기껏 수도의 요력석상점을 털어서 큼지막한 것들을 잔뜩 회수했건만.”
“네 짓이었나… 오돌토돌하고 커서 깔고 안기에는 엉덩이가 따갑더군…… 순도는 낮은 주제에 크기만 큰 쓰레기였다…….”
“이런 망할, 어쩐지 더럽게 큰 주제에 느낌이 안 오더라니. 급한 대로 자루에 넣었는데 그렇게 별로였습니까?”
“다음에는 좀 더 부드럽고 삼키기 좋은 크기의 요석으로 준비해라…….”
“알겠습..”
무언가 흘려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었다.
“잠깐… 잠깐… 잠깐. 삼키기 좋은 크기의 요석이라니요. 설마 그거 먹었습니까? 자루 안에 든 요석들 어쨌습니까! 그거 제가 몰래 먹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모은 요석들인데!”
눈이 뒤집어져서는 요석자루를 데굴데굴 굴리며 부기맨에게 화풀이를 하는 짐꾼.
겁도 없이 그 부기맨에게 하극상을 벌이는 짐꾼의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어디서 저런 깡따구가 나왔는지 그의 대담한 행동에 적기사마저도 움찔할 정도였으니, 요석을 빼앗긴 짐꾼의 분노는 그만큼 대단했다.
“이 도둑놈! 내 자루에서 당장 나가!”
자루를 거꾸로 뒤집어서 부기맨을 끄집어내려고 시도하는 짐꾼.
그 대담한 시도가 무색하게 나오라는 몸은 안 나오고 자루에서 나온 것은 주먹을 움켜쥔 검은 팔 수십 개였다.
“우리 그냥 말로 하면 안 될까요?”
짐꾼의 평화협정 제안은 무시당했다.
하극상의 결말은 주먹 수십 개에 마구 두들겨 맞기였다.
“그쯤 해둬라, 옷장요괴. 짐꾼의 요석을 탐한 건 사실이지 않은가. 주군께서도 보고 계신다.”
“그 방식이면 조만간 이 몸을 자루요괴라고 부르겠군…. 맞기 전에 부기맨이라고 불러라…….”
“……알았다. 부기맨.”
부기맨은 힘의 상당부분을 잃고도 여전히 부동의 서열 2위였다.
묵언검객에게도 손찌검을 참지 않고, 하극상을 시도한 짐꾼은 아예 복날 개 패듯이 두들겨 팼으니 부기맨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해질 만도 했다.
“지금은 만찬이 막 끝난 참이라 움직이지 않겠지만, 조만간 대요괴가 행동할 겁니닷! 여기는 일단 요새까지 후퇴하는 겁니닷!”
뚜따의 조언.
이에 잠시 외면했던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상승지대 전역을 감싼 적색기둥.
창공 높이 솟구친 기둥의 굵기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멍청하게 도시 주변을 얼쩡거리고 있다간 수많은 요괴들을 포식한 대요괴가 심심풀이 삼아 호잇 하고 내지른 힘에 당할지도 몰랐다.
그때 입을 피해는 부기맨의 손찌검이나 주먹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일 거라는 사실은 명백했다.
[도전과제] [부기맨을 승천의 기둥까지 데려온다.(달성)] [승천의 기둥을 파괴한다.(미달성)] [포식의 만찬을 저지한다.(미달성)] [소탕랭크 S] [토벌랭크 없음] [도전랭크 S] [종합랭크 2★/3★(+0%)] [JUST SURVIVED] [난이도가 변화하지 않습니다.] [승천의 기둥 토벌에 실패했습니다.] [하강지대의 수도권역 필드정복에 실패합니다.] [이벤트카운트가 추가됩니다.] [군세가 이전 필드인 요새로 퇴각합니다.] [대요괴가 조기각성을 이룹니다.] [생존한 요괴들 일부가 요새로 함께 퇴각합니다.]돌아가는 길.
어째서인지 자연스럽게 뒤에서 눈치를 보며 따라오는 요괴들이 많았지만, 재해 앞에서는 인종차별도 없다 하던가.
서로를 적으로 여겼던 관계도 뒤로한 채, 해응응은 대요괴의 부하들의 동행을 받아들였다.
‘모시던 주인이 산 제물로 삼으려 했는데, 미친 자가 아니라면 마음이 떠나야 당연하죠.’
저들도 덤빌 기운이 없지만.
해응응 본인도 더는 싸울 기분이 아니었다.
부기걸 이슈 때문에 잊고 넘어갈 뻔했는데 이거 묵언검객 첫 패배네?
ㄹㅇ
인간이 해발 3000m가 넘는 기둥을 부수지 못했다고 그걸 패배라고 부르지는 않아요.
응 아무튼 토벌전 실패야
그냥 절망의 집합체랑 뜨면 기둥 올라갈 수 있던 걸 괜히 기둥 부수려다 실패했죠?
몰살검객 무패신화도 이제 끝이야
그냥 평범한 묵언검객으로 돌아왔죠?
한 번 패배했다고 신이 난 시청자들이 불난 데 기름까지 끼얹고 있지 않은가.
설마 이걸 깨겠어? 싶은 국면마다 전부 깨버린 묵언검객 때문에 수도 없이 포인트를 날려버린 파산한 시청자들의 회심의 역습.
이때가 아니면 평생 묵언검객을 놀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놀림.
[▶게임을 종료합니다.]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종료했습니다.]아 잠깐
ㅋㅋㅋ 묵언검객 도망쳤죠?
필드에서만 도망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도 게임 끄고 도망갔죠?
한참 신이 난 악질시청자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묵언검객 조리돌림에 열을 올리지 않았던 시청자들은 기겁했다.
아니 병신들아 뭐해!!
니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왜 우리한테 야랄이야? 방송 우리가 껐어?
적반하장보소
요즘 방송주기 풀어졌다고 처돌았네ㅅㅂ
반년 휴뱅 또 맞으면 니네가 책임질 거냐고!!
아.
아
아아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시청자들의 후회가 이어졌지만 방송을 끈 해응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2.
시청자들의 놀림도 방종에 한몫을 하기는 했지만, 해응응이 방송을 종료한 주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지를 더 올려야 해요.’
인간이 아닌 요괴, 하물며 거대건축물 수준의 적이 나오는 반요곡에서는 내공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컸다.
백목귀나 거인챔피언처럼 만만한 필드보스를 잡아다가 요력을 뜯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의 반요곡은 지나치게 위험했다.
‘느껴지는 기운부터 심상치가 않았죠.’
상승지대의 핏빛기둥.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대요괴의 존재감.
그것은 멀리 떨어진 하강지대 입구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대단했다.
대요괴가 작정하고 그녀를 쫓아온다면.
그때는 한가하게 내공이나 모으고 다닐 때가 아니라 전군을 이끌고 도주를 해야 할 판국이다.
‘물론 현실에서 일류를 넘어선 절정까지 경지를 상승시킬 필요가 있겠죠.’
그러지 않고 경솔하게 반요곡을 켰다간 다음에는 부기맨이 옷장을 잃는 수준을 넘어서 세력 전체가 멸망하는 미래가 기다릴지도 모른다.
설령 게임을 키더라도 다른 게임을 클리어해서 내공을 모아야 할 시점이었다.
소위 말하는 내실을 다질 시간이다.
“길드장님. 게임을 종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급히 확인받아야 할 사안이 있으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영이 버스 태우자고 시작한 일이 어찌 이리도 귀찮은 일이 끊이질 않는지.
백소천한테 길드장 자리는 대충 떠넘기고 원로원이나 짓고 그 안에 틀어박히면 성가신 일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백소천이 안다면 기함을 내지를 생각을 하며 해응응이 문을 드르륵 열었다.
“일찍 나오셨…”
인사치례로 가볍게 말을 건네려던 민우성의 말문이 턱 막혔다.
평소보다 유난히 힘든 일을 겪고 와서 그런지 땀에 흠뻑 젖은 해응응.
쇄골과 목선을 동시에 드러내며 뒷머리를 묶어 올리는 모습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
“실례했습니다. 잠시 딴 생각을.”
재주 좋게 머리를 위로 올려 묶은 해응응.
그녀가 손가락으로 비녀를 퉁퉁 튕기며 가벼운 울림을 즐기는 사이, 민우성이 용무를 꺼냈다.
“길드장님이 현실에서 빌런조직과 함께 테러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목격담도 여럿 있는 상황입니다.”
[흑의종군 말인가요? 전 그 사람들이 뭘 하든 크게 관심 없어요.]“저야 물론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불법CCTV에 포착된 사진입니다.”
민우성이 내민 사진.
이를 본 해응응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저런 곳을 간 적이 있었나요?’
언제 이런 사진이 찍혔나 싶을 정도로 자신과 쏙 닮은 사진이 아닌가.
스스로도 기억을 의심할 정도로 자신과 닮다 못해 그냥 본인을 찍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그녀가 찍혀있었다.
“확인결과, 해당 사진이 찍혔을 때에 길드장님은 우주동물원에서 날치 인형탈을 쓴 시청자에게 날치가 왜 헤엄을 안치고 육지에서 쉬고 있냐며 괴롭히고 계셨습니다. 길드장님 본인의 사진은 절대로 아닙니다.”
해응응의 표정이 굳었다.
[우연히 닮은 사람일 가능성은 없겠죠.]“시설파괴 및 교전에도 개입했다면 분명 평범한 인간은 아닙니다. 모종의 수단으로 길드장님의 외형을 모방하는 사칭범입니다.”
민우성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짐작이 갔다.
[잡아야겠군요.]“아, 그런 건 아닙니다. 급한 건 경연 프로그램 쪽인데 십대길드가 장난질을 쳐서 해남파 참가자들 초빙강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 사칭범 얘기는 왜 꺼낸 건가요?]“그냥 알고 계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우성씨. 한대만 때려도 되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