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57)
〈 257화 〉 257 아무튼 빨리 와주세요
* * *
1.
정보가 들어왔다.
묵언검객 사칭범이 모 지방도시 시외의 농가에 숨겨진 실험소를 습격했다는 정보였다.
‘내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이 정도는 혼자서도 거뜬히 처리할 수 있다고 어필해봐?’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바보 같은 생각이다.
상대는 천하의 묵언검객을 사칭할 정도로 간이 대담한 자.
조직의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조사만 하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이번 습격에서는 단서도 발견됐다.
묵언검객 사칭범을 돕는 범인그룹 현장조력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작정하고 파헤치면 어떻게든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본부 : 현장조력자 사이에 B급 각성자 다수 발견. 해당조직의 직접적인 추적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 더 이상의 추적은 중지한다.
정보보안국에서도 손을 뗐으니 성과를 내려면 해응응에게 알리는 편이 가장 쉬운 해결책.
그러나 위험을 감수한다면 조금 어려운 해결책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두 분이 긴히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정말이냐? 이번 일을 성공하면 실력 좋은 성형외과에 꽂아준다는 약속.”
“이브님의 점수를 딸 비결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혼자서는 지난 제 2회 무술대회에서 정신방어 아티펙트에 마인드리딩이 걸린 것처럼 언제 어떻게 발각될지 모른다.
민우성은 조금 어려운 해결책을 위해 보험삼아 가시인간과 대쉬맨에게 접촉했다.
“오늘 일은 다른 이들에게는 절대로 비밀입니다. 특히 제가 보고를 올리기 전에 먼저 길드장님의 귀에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렇게까지 위험한 일이면 하고 싶지 않은데. 그냥 돌아가면 안 되냐?”
“성녀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진 않군요. 저도 썩 내키지는 않습니다만.”
겁쟁이에 성녀보이.
도움을 요청할 상대를 잘못 고른 건 아닌지 후회가 됐지만 나름 한 실력하면서 한가한 실력자는 이 인간들밖에 없었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어딜 가도 눈총을 받으니 달리 할 것이 없어서 수련을 하는 가시인간은 접촉 1순위였고, 때마침 휴방을 하는 대쉬맨은 포섭시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2순위 픽이다.
‘실력은 김제철과 번개인간, 양귀호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쪽은 조건이 맞지 않았지.’
한복남 김제철이나 번개인간은 수련제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빼낼 수가 없다.
양귀호는 못생기진 않아도 가시인간만큼 수련시간이 긴 독종이지만, 묵언검객을 워낙에 잘 따라서 입단속이 가능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매니저 이소혜나 내원 간부 우지우, 수련동 총교관 백소천은 두말 할 것도 없는 해응응의 측근들이니 접촉시도도 해서는 안 된다.
가시인간과 대쉬맨.
이 둘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가시인간님. 제 얼굴이 어때 보이십니까?”
“어, 혹시 잘생겼다는 소리 듣고 싶은 거냐? 그럼 미안한데 객관적으로 봐서 니가 잘생긴 편은 아니야. 존나 아무 특징 없게 생겼어.”
“성형을 받으면 저만큼은 되실 수 있습니다.”
“우지우는 잘생겨졌잖아. 길드장한테 시술 한 번만 해달라고 하면 안 되냐?”
“그럼 길드장님의 방송시청자들처럼 기약 없이 기다리는 괴로움을 느껴보시겠습니까?”
“방송은 아무리 늦어도 반년 안에는 켰으니까 나도 길어야 반년 존버하면 되지 않나?”
“길드장님에게 듣기로 역용술은 주기적으로 받지않으면 원래 얼굴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주기적으로 희망고문을 받고 싶으십니까?”
가시인간은 떠올렸다. 묵언검객의 시청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성형시술. 이번 일 끝나면 바로 알아봐주는 거야. 약속을 어기면 바로 묵언검객을 찾아갈 테니 그런 줄 알아.”
가시인간의 설득은 성공했다.
“말재주가 대단한데?”
대쉬맨이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과연 자신은 어떤 식으로 설득하려고 들까?
“대쉬맨님은 어차피 휴방이라 할 일도 없잖습니까. 그냥 오시죠.”
“…취급 차이 실화냐?”
“싫으면 안 오셔도 괜찮습니다. 이브님에게 점수를 딸 비결은 저만 알아두죠.”
“치사한 놈. 더러워서 돕는다. 쳇.”
약점이 있는 사람은 다루기가 쉬웠다.
은밀하게 길드를 빠져나가는 세 사람.
‘드디어 약점을 잡았네.’
담벼락이 스르륵 허물어지더니, 담벼락 문양 위장포 뒤에서 주아영이 나타났다.
생각을 하거나 거리를 너무 좁히면 귀신같이 접근을 눈치 채는 민우성이었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만,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언니 몰래 무슨 짓을 할 생각인진 몰라도 당신은 이미 끝났어. 이거 찍어서 언니한테 다 일러버릴 거야.’
약점을 잡을 생각으로 조심스레 뒤따르는 주아영. 녹화기능을 켠 스크린폰이 세 사람의 뒷모습을 멀리서 쫓기 시작했다.
2.
민우성은 국가안보국에서 입수한 마지막 정보를 토대로 목표의 추적에 성공했다.
‘다음은 상대의 신변을 확보하고 묵언검객 사칭범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차례군.’
마인드리딩 능력이 있으니 적절한 질문으로 필요한 생각을 떠올리게만 만들면 원하는 정보쯤이야 간단히 얻을 수 있다.
즉, 이번작전의 유일한 고비는 정보를 아는 인물을 확보하는 것.
비밀조직 각성자의 납치작전의 성패에 모든 것이 걸렸으니,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작전개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목표는 외국계 식품회사 JR바게트의 식품트럭기사로 위장중인 비밀조직의 전투원입니다.
가시인간님이 타이어를 터뜨려 차량을 정차시킨 뒤에 대쉬맨님이 대쉬능력으로 차량 안에 침투, 단숨에 적을 밖으로 꺼냅니다.
이후 적을 제압하면 뒷일은 제가 전부 책임지고 해결, 그대로 작전은 종료입니다.”
가시인간과 대쉬맨은 서로 이 작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으로 묻고, 둘이 같은 생각했음을 확인하고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데? 작전포인트까지 미리 수색했고. 무서울 정도로 솜씨가 좋아. 민우성 이 양반한테 밉보일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어.”
“역시 길드장의 비서인가. 깔끔하게 좋네. 혹시 평소에 내가 서운했다거나 그런 거 없지?”
“…….”
불만보다는 두려움을 먼저 보이는 두 사람이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튼 작전이 시작됐다.
CCTV도 지나가는 다른 차량도 없는 한적한 교외의 길목.
목표로 했던 JR바게트 사의 큼지막한 식품트럭이 정해진 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입니다.’
‘껌인데?’
가시인간의 가시사출이 타이어에 꽂혔다.
펑!
피슈우우욱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쪼그라든 타이어.
털털거리면서 어떻게든 더 달려보려던 트럭도 타이어 여러 개가 동시에 터지자 답이 없었다.
속도를 줄이며 멈춘 트럭을 향해 대쉬맨이 냅다 달려들었다.
운전석의 남자가 달려오는 대쉬맨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자, 그의 손 주변으로 얼음결정 다섯 개가 빠르게 모여들었다.
지이이이잉
서서히 내려오는 차창.
트럭에 붙기 전에 모양을 갖춘 얼음화살들이 먼저 쏘아졌다.
쩌정!
얼음화살이 꽂힌 지면이 빙판처럼 얼어붙었다.
그러나 그곳에 대쉬맨은 없었다.
수명이 다 되어가든 전등이 꺼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며 점멸하듯, 대쉬의 연속발현을 이용해 얼음화살을 모두 회피한 대쉬맨.
확실하게 죽인다고 다섯 발로 각기 다른 방위를 노려 동시에 날렸던 얼음각성자의 실책이었다.
‘차라리 몸 주변에 띄우고 한 발씩 날리는 전투법을 고수했다면 효율적이었을 것을.’
느껴지는 한기야 장난이 아니었지만, 제 능력의 진가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각성자에게 당할만큼 호락호락한 대쉬맨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뒤를 점한 대쉬맨이 민우성에게 받은 주사기를 각성자의 허벅지에 꽂았다.
“경적을 울리면 곤란하지.”
운전대로 쓰러지는 머리를 붙잡고 트럭 밖으로 끄집어낸 대쉬맨.
“추출기로 블랙박스에서 칩을 꺼내십시오. 차량에 침투한 모습이 들켜서는 안 됩니다.”
“진짜 내가 평소에 서운하게 한 거 없지?”
준비된 프로 습격자 민우성의 실용적인 조언.
대쉬맨은 민우성이 조금 무서워졌다.
“가시 다 뽑았어. 얼른 업고 튀자.”
가시인간이 타이어에 꽂힌 제 가시를 회수하고는 손짓을 했다.
가시인간과 대쉬맨이 가볍게 일을 성공했다며 기뻐하는 그때, 트럭 수송 칸을 잠근 걸쇠가 저 혼자 드르륵 걸리며 밀려나왔다.
“어어, 시발. 저게 왜 열려?”
“가시인간! 수송칸 앞을 공격하십시오!”
얼 타는 대쉬맨과 달리 즉시 공격을 지시하는 민우성.
가시인간의 가시가 수송 칸 앞 허공을 노렸지만 걸쇠가 밀려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소용없다. 그 걸쇠는 자성능력으로 안에서 열 수 있단 말이지.”
활짝 열린 수송 칸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동료가 있었나.”
“쯧. 모습을 보였으니 저놈도 데려가야겠네.”
대쉬맨의 말에 가시인간이 한팔 위로 가시를 잔뜩 띄우며 걸어갔다.
“할 수 있다면 해봐라.”
“하필이면 우리를 습격하다니, 운 없는 차량강도들이군.”
“길게 갈 것 없이 빨리 쓰러뜨리자고.”
“아, 이런. 타이어가 다 터졌잖아.”
“짜증나네. 죽일까?”
한 명. 만만하다.
두 명. 별 차이 없다.
네 명. 조금 귀찮지만 문제없다.
일곱 명. 이건 좀 이상했다.
우르르.
끝을 모르고 트럭에서 계속 내리는 각성자들.
그 수가 스무 명에 육박하자 가시인간의 자신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미친. 이게 다 뭐야?”
“죄송합니다. 트럭 수송 칸 안에 마력감지를 차단하는 보안설비가 갖추어져 있어서 내부에 각성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이거 몰래카메라지? 생일축하 하려고 모인 사람들 맞지? 내 생일 아직 멀었긴 한데 그냥 오늘 생일로 할게. 새사람처럼 새로 태어났다고 마음먹으면 그게 생일이지. 안 그래? 하하하하.”
트럭에서 내린 각성자 중 눈 밑에 다크써클이 깊게 드리운 남자가 가시인간의 너스레에 음산하게 대꾸했다.
“그래, 이거 깜짝 생일파티야. 일로 와. 우리가 니들 새사람 만들어줄게.”
“저, 형님…? 손에 든 연장은 내려놓고 말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새사람 만든다면서 능력은 왜 발동하고 계시죠?”
“죽으면 새사람 될 거야. 일로 와. 새빨간 생일날로 만들어줄게.”
미친놈들한테 제대로 걸렸네.
뒤에서 지켜보던 대쉬맨이 죽을상을 지었지만 말을 꺼낸 가시인간은 도리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새끼들. 조금 엄살 부렸더니 센 척은. 수만 많으면 단줄 알아? 내가 그 유명한 가시인간이야. 번개인간만큼은 아니어도 양학 잘해.”
3.
[최근문자기록]주아영 : 언니!! 여기 주소로 와주세요. 빨리요!!
해응응 : ?
주아영 : 가시인간이 각성자들한테 공격당하고 있어요.(사진첨부 : 두들겨 맞는 가시인간)
해응응 : 많이 아파보이네요. 맷집을 기르는 신종 외공수련법인가요?
주아영 : 그런 거 아니에요!
주아영 : 가시인간이 혼자서 다 쓰러뜨릴 수 있다고 당당하게 걸어갔다가 가시 뽑히고 엄청 불쌍하게 두들겨 맞고 있어요.
주아영 : 아무튼 빨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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