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58)
〈 258화 〉 258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요
* * *
1.
가시인간.
지난 제 2회 묵언검객배 무술대회 본선진출자이자 간부로 특채된 인물로, 그에게는 독보적인 특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못생김이다.
‘안타까울 정도로 외모가 개성적인 분이네요.’
적당한 못생김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지나친 못생김은 혐오와 공포를 일으킨다.
그것이 가시인간의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우지우를 논하며 자신도 성형을 시켜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하는 것은 곤란했다.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기적과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기적은 사람들의 절박함의 크기가 극단적으로 달라지죠.’
장강의 강바닥 어딘가에 십만 금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영약이 잠들어있다더라 하는 뜬소문이 돌면 흔히들 ‘그걸 믿냐? 병신.’ 하고 만다.
정말로 영약이 발견되어 장강수로채의 채주가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면 하급수적들의 가슴 속에도 풍운의 꿈이 일렁거린다.
나도 잘만 하면 운 좋게 강바닥에서 뭐라도 하나 건지는 거 아니야? 하고.
기적은 한 번으로 끝나기에 기적이니까.
그런데 만일 두 번의 기적이 찾아온다면?
그 기적을 무림의 일개 무명소졸인 자신조차 노릴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기 시작하면?
일상생활은 당장 때려치울 것이다.
당장 짐 싸매고 가장 가까운 강으로 뛰쳐가서 강바닥 더듬고 다녀야 할 판국에 10년 20년을 일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하루살이 인생을 얼마나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
기연을 찾는 이들이 전국 곳곳의 강바닥을 헤매고, 둘이 내려간 강바닥에서 혼자만 올라오는 비정한 칼부림이 매일같이 끊이지 않게 된다.
‘기연쟁탈전이라는 이름의 혈사는 다 그렇게 시작되었죠.’
무림에서 강바닥 기연메타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전문장비를 챙긴 수부들이 강이란 강마다 줄을 잇는다.
내공으로 호흡을 대체할 수 있는 무림고수들이 강바닥을 헤집으며 전국의 모든 강이 누렇게 뜨는 일도 부지기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거나 유력한 기연후보지가 좁혀지면 강 안팎에서 떠오르는 시체들로 강물이 붉게 물드는 일도 허다했다.
‘현대지구에서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번째 기적이 벌어진다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 시작되겠죠.’
현실의 트랜드팔로워들이야 모 기업의 어떤 아이템이 핫하다 하면 기업에서 찍어내는 상품을 돈을 주며 사먹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수천수만, 그 이상의 무림인들에게 안겨줄 1가구 1기연 보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용술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해응응이 손수 노력해서 얼굴을 뜯어고쳐야 하는 만큼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가급적이면 무공을 배우지 말고 성형시술을 받으러 갔으면 싶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하필이면 현대의학의 힘으로도 답이 없는 우지우의 얼굴을 고친 비교사진이 인터넷에 유행하다니, 현대지구의 정보력을 얕봤어요.’
하나도 문의전화와 방문행렬이 끊이지 않는데 둘은 어떻겠는가.
해응응은 성형시술을 원하는 전국의 못생긴 사람들이 해남파를 가득 메우는 광경을 매일 아침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못생긴 사람들에게 보통의 외모를 가진다는 것은 충분히 기연의 범주에 들 만한 일이다.
훗날 후손들이 이름을 붙인다면 ‘해남파 성형대란’정도가 붙지 않을까.
만일 외모기연을 베풀더라도 제자들에 의한 완전 자동화 역용술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는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 전문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역용술의 최고권위자 해응응 시술자가 일다경(15분)만 시간을 들여도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길드장님. 빌딩 옥상에서 비둘기를 탄지공으로 때리며 노는 일이 한 사람의 불행한 일생을 바로잡는 것보다 중요한가요?
묵언검객님이 게임을 즐기는 1시간 동안 못생긴 사람 4명이 인생을 구원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숨만 쉬어도 숨 쉴 시간 아껴서 시술을 해주면 안 되냐고 항의할 행렬이 벌써 상상된다.
괜히 무림고수들이 속세를 떠나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해응응은 생각했다.
빌딩 옥상 사이를 넘나드는 것도 사람들을 피해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고수의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은 아닌지.
어쩌면 가시인간도 경지가 올라 그런 고수감수성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저런 한적한 시골까지 내려가서 두들겨 맞고 다니는 이유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 새끼 또 가시 뽑는다! 부러뜨려!”
“악! 제발 그만해!”
“이 자식, 가시가 더 단단해졌어. 부러뜨릴수록 점점 더 단단해지다니, 저 얼굴로 살아가는 멘탈만큼 정말 단단한 녀석이야.”
“그만! 제발 그만해!!”
“가시를 피해서 급소를 찔러!”
“안 돼. 이 자식 발버둥이 너무 심해서 급소를 맞출 수가 없어. 게다가 얼굴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조준하기가 힘들어.”
“제발 그만하라고!!”
몸이 맞아서 아픈 건지.
마음이 맞아서 아픈 건지.
어쩌면 둘 다인지 모를 가시인간의 비명.
듣기에는 참 불쌍하고 딱하지만 해응응은 바로 도우려 달려 나가지는 않았다.
헬세살에서 와이즈와 테레사 2인조가 론 베르거와 실패작 10인과 싸우며 성장가능성을 보였던 때처럼, 지금의 가시인간도 가능성이 보였다.
무림인이라면 맞아서 서러운 것보다 남보다 약할 때 느끼는 서러움이 더욱 큰 바.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이 정도의 아픔은 견뎌내야 마땅하다.
‘무림인이 되도록 하세요, 가시인간.’
해응응의 걸음은 가시인간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느껴지는 대쉬맨에게로 향했다.
2.
가시인간과 달리 대쉬맨의 교전은 상당히 위험한 양상을 보였다.
눈을 사로잡는 커다란 무쇠창의 돌진.
창대를 받아치는 사이에 날아든 반투명한 공기폭탄을 반사적으로 쳐낸다.
“대쉬맨. 기막의 전개를.”
간신히 반응했다며 안도할 새도 없이 투명화가 걸린 철가루들이 대쉬맨의 코로 침투하기 직전에 얇은 기막에 걸려 가로막혔다.
‘길드장에게 마력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놓았기에 망정이지.’
마치 보호막 능력을 각성한 것처럼 요긴하게 쓰인 기막 덕분에 기습을 막을 수 있었다.
팔뚝을 검으로 그어 피를 만들어낸 대쉬맨.
그가 휘두른 팔을 따라 피가 튀더니 반투명한 철가루들이 붉게 물들었다.
‘오싹하군. 저런 철가루가 체내에 들어와서 날뛰었다면 1초도 버티지 못했겠지. 당했다면 무조건 죽었어.’
해응응에게 전수받은 기술이 아니었다면.
민우성의 경고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쉬맨이 민우성을 지키는 양상이지만, 실제로는 민우성의 적절한 조언이 대쉬맨을 살리는 상황의 연속.
민우성의 평정심을 눈여겨보던 히든포스 각성자가 미간을 구겼다.
“뒤의 놈이 우리 공격타이밍을 읽었다. 녀석을 먼저 해치워야해.”
“어려울 것 없지.”
“이제부터는 뒤의 녀석만 노리면 되겠군.”
B급 각성자 셋에게 포위당한 채로 민우성을 지키고자 한 걸음도 물러서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공격을 맞받아치는 대쉬맨.
미처 다 막아내지 못한 공세에 대쉬맨의 상의가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직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안도할 새도 없이 강렬한 현기증이 대쉬맨을 엄습했다.
“큭, 피가…!”
한 방울의 피에 섞인 극히 미세한 철분.
그 작은 철을 이용해 기막의 보호력을 낮추고 뇌로 향하는 혈액순환의 속도를 늦춰 의식을 아득하게 만든다.
이에 저항하고자 기막을 보강하면 마력의 소모는 더욱 빨라지고, 집중력이 줄어 자잘한 출혈이 늘어나고 자성조작의 위협이 더욱 커진다.
벗어날 수 없는 가불기.
속수무책으로 몰리는 악순환.
‘지금의 대쉬맨에게는 버거운 싸움이군요.’
민우성을 버리고 중거리 공격만 거듭하는 적에게 접근할 수도 없고, 수비를 굳혀봤자 피해만 점점 더 늘어난다.
이대로 출혈량이 일정수준을 넘겨서 조종당하는 철분의 양이 더욱 많아지면, 뇌로 향하는 혈액이 막히며 의식이 끊길지도 모른다.
뇌까지 갈 것도 없이 모든 마력을 소모하고 호흡기관으로 침투하는 철가루를 막지 못해 쓰러질지도 모른다.
‘자성조작 암기술. 각성자들의 기술도 극도로 연마하면 능히 무술에 비견될 수 있군요.’
당문의 암기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대단한 살상력을 지닌 기술.
쓰기에 따라서는 능히 A급 각성자도 도모할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연계다.
‘탄지공 정도만 쓸 수 있어도 제 자리에서 다 죽일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지만요.’
물론 해응응을 능히 도모할 수는 없다.
진정한 고수 앞에서 그들은 한낱 초라한 능이버섯이었다.
‘저 셋보다 나은 것은 뒤에서 지켜보는 남자군요. 분명 저 자가 이들의 대장이겠죠.’
다크써클이 짙은 남자.
이 전장에서 유일하게 누구도 공격하지 않고, 음산한 눈으로 그저 다른 이들의 싸움을 바라보기만 할뿐인 각성자.
그런 그조차도 해응응의 시선을 오래 사로잡지는 못했다.
‘제일 강한 적은 따로 있지만요.’
활짝 열린 식품수송트럭의 수송 칸에 걸터앉아 밖의 모두를 구경하는 자.
하얀 장포 위로 큼지막한 붉은 꽃을 새긴, 새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 편의 그림 같은 차림새의 여인.
‘이 사람인가요?’
거울을 보는 것처럼 놀랄 정도로 자신의 얼굴을 닮은 여자.
다크써클의 남자는 계속해서 경계하는 대쉬맨과 민우성이지만, 이 여자는 존재 자체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전장을 관조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겉모습은 따라했지만 실력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요.’
에잇, 하고 가볍게 쏘아낸 것처럼 맥없이 느릿느릿하게 날아가는 기운. 손가락을 튕겨 기탄을 날리는 기탄.
삼류 시정잡배들도 펼치는 돌멩이 튕기기 원툴 탄지공과는 격이 다른 일류의 탄지공.
그것은 무림인의 기량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투명한 공기폭탄이었다.
‘빠르다 하여 강하지 않고, 느리다 하여 약하지 않으니. 움직인다 하여 느낄 수 없고, 정지했다 하여 느끼지 못할 수 없죠.’
심득에 담긴 깊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름을 의미하는 둔검의 묘리가 담긴 일격.
그 일격을 다크써클의 남자가 터지기 직전의 반응에서야 겨우 감지해냈다.
“삼호. 전력으로 회피해라.”
“예? 뭐를……”
경고는 통하지 않았다.
삼호라 불린 자성조작 각성자는 폭발에 휩쓸린 직후에야 이변을 깨달았다.
“크아악!!”
몸통이 날아갈 것을 팔 하나를 내어주는 것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과도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부르르 떨며 기절했다.
다른 두 각성자도 이런 위험한 공격이 지척에서 터지기 전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 우뚝 멈춰 섰다.
“!”
일어난 현상만을 파악한 B급 삼인방.
발현직전의 징후를 읽어낸 다크써클남.
그에 비하면, 여자는 한 수 앞섰다.
‘알아차렸군요.’
속도는 각성능력에 비해 훨씬 느렸지만 위력은 그렇지 않았다.
느림 속에 담긴 거대한 힘의 진동.
그것이 터져 나오기 전부터 그녀의 사칭범은 허공을 둥실둥실 날아가던 탄지공의 궤적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서 왔을까.
탄지공이 터진 뒤에야 그 궤적을 역으로 쫓아 고개를 들어 올리는 사칭범.
트럭 바로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해응응과 시선을 마주했다.
사칭범의 동공이 크게 떨리며 감출 수 없는 동요가 일었다.
‘절반뿐이지만요.’
사칭범이 탄지공을 알아차린 것은 진동이 발현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이전에 일말의 진동도 없이 무회전 상태로 머리 바로 위에서부터 허공을 날아갔던 구간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사칭범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해응응의 일격이 그녀를 죽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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