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59)
〈 259화 〉 259 그녀 또한 묵언검객이라면
* * *
1.
트럭 짐칸에서 내려온 사칭범.
남의 신분을 사칭하는 이 뻔뻔한 변신능력자가 과연 자신의 앞에서는 뭐라고 할까.
해응응은 속으로 예상반응내역을 뽑았다.
[예상반응]1. 엄청난 실력이구나!
2. 큭, 죽여라.
3. 이런, 들켰군.
엄청난 실력이구나!
첫 번째는 호승심을 느끼는 유형.
명문세가의 무사나 이름난 무림인, 무슨무슨 대의 대주나 부대주 지위를 지닌 자들에게서 반드시 들을 수 있는 단골대사다.
자신의 무공과 실력에 대한 높은 자신감과 달리, 삼초를 버텨내면 기특하다고 칭찬해줘야 하는 손풀이 유형으로, 종종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큭, 죽여라!
두 번째는 포기가 빠른 유형.
무림초출이나 정파무림의 도련님 아가씨들, 권세 높은 권력가의 자제에게서 높은 빈도로 들을 수 있는 단골대사다.
높은 자존감에 비해 실력은 떨어지지만, 붙잡아서 점혈을 하면 자지러져라 비명을 지르는 해응응 기준 가장 재미없는 유형이다.
이런, 들켰군.
세 번째는 나름 여유가 있는 유형.
정체를 감춘 습격자나 자객 따위에게서 거의 언제나 들을 수 있는 단골대사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제법 괜찮은 접전을 기대할 수 있다. 차근차근 몰아붙이면서 어떤 수를 감췄는지 바닥까지 끌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요?’
해응응의 그런 기대어린 시선에 등이 떠밀리기라도 한 듯이 사칭범이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본체. 저는 묵언검객 MkⅡ. 저를 개발한 닥터 요한 2세는 저를 마크2라고 부르십니다. 이후 마크2라고 불러주십시오.”
“…….”
자기소개.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는 반응이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요.’
정말로 드문 빈도로 마주치는 유형이지만 무림에도 자기소개 유형은 존재한다.
대주급 실력으로 으스대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소수집단인 대?가 여럿 모여 구성되는 집단의 단?을 이끄는 부단주나 단주.
이들의 정중한 자기소개는 조직의 권력을 과시하려는 1번 유형과 달리, 자신이 행한 업적을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림에서 자기소개 유형이 약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적의 앞에서 강하게 행동하지 않고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
이는 오직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부터 비롯된다.
[해남파 문주 해응응이에요.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될까요?]“알림. 닥터는 외부조직에 의탁하는 도중에는 외부인에게 기밀정보를 누설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마크2는 닥터의 경고를 이행합니다.”
[대답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때릴 거예요.]“예외수칙. 닥터는 마크2의 개체존속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탈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를 이행합니다.”
어딘가 다루기 쉬운 상대였다.
[묵언검객 MkⅡ. 당신은 변신계 능력자인가요?]“부정. 마크2는 닥터 요한 2세의 구현능력과 현대과학을 집대성하여 만들어낸 최고 걸작. 생명을 불어넣은 호문쿨루스입니다.”
[더러운 사술쟁이가 현대에도 있었군요.]“의문. 마크2는 본체의 감상이 나온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해석을 원합니다.”
[물러요. 인생은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뭐든지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달콤하지 않아요.]마크2가 해응응이 곧잘 그러듯이 고개를 모로 갸우뚱 기울였다.
입만 다물고 있어도 대성당의 명화나 위대한 조각가의 걸작처럼 근사한 칭호가 따라붙을 얼굴로 의도치 않게 끼를 부린다.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호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자세였지만 해응응은 예외였다.
쿵
“아얏”
머리에 꿀밤을 맞은 마크2의 표정이 불퉁해졌다.
[제 얼굴로 귀여운 척을 하지 말아요.]“불만. 마크2의 행동은 본체의 행동을 학습한 결과입니다. 마크2를 향한 모든 비난은 본체의 자아비판과 같습니다.”
[몸만 똑같다고 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가짜. 당신은 제가 될 수 없어요.]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했다고 느낀 마크2의 표정이 부쩍 차가워졌다.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 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 고집스럽지만 오히려 그래서 마음이 끌리는 면도 있는 미녀의 얼굴.
자신과 같은 얼굴로 자신보다 감정에 솔직한 모습에 해응응이 멈칫했다.
“부정. 마크2는 본체의 전투력을 얻기 위해 훈련 중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예의 테러도 성장을 위한 훈련인가요?]“긍정. 기관의 눈을 피해 연구소를 빠져나온 이상, 마크2는 전용훈련시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검증을 위해서는 실전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인간의 흉내를 내며 인간 행세를 하는 존재.
그 목적은 대상의 강함을 따라잡는 것.
겉모습도 강함도 전부 따라잡는다면 다음에는 뭘 따라하려고 들까.
상상에 따라선 조금 오싹해지는 상상이다.
강제로 게임에 빙의당하고 남자로서의 자신을 잃어버렸던 해응응에게는 더욱 소름이 끼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마크2를 탓하지 않았다.
‘저 아이 또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휘말린 존재. 저와는 다른 방식의 피해자에요.’
해응응이 느낀 감정은 동정심에 가까웠다.
자신과 같지만 자신만큼의 힘은 없는.
그런 주제에 타인에게 조종당하는.
무림에서의 자신을 쏙 빼닮은 마크2.
그것이 혈교에게 조종당하는 혈강시 시절의 자신과 무엇이 다른가.
[원치 않은 존재이지만 당신의 존재는 안타깝게 생각해요.]“알림. 본체의 감정표현에서 호의가 감지되었습니다. 본체는 귀여움에 약하다는 분석결과가 옳았음으로 판명.”
[강해지고 싶나요?]마크2가 냉큼 그렇다고 대답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해응응을 경계했다.
“의문. 꿀밤을 때리기 위한 빌드업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때리지 않을 테니 대답해봐요.]“긍정. 마크2는 본체만큼 강해지고 싶습니다.”
[왜죠? 당신이 힘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정답. 그것이 닥터 요한2세의 명령……”
[그건 대답이 될 수 없어요.]해응응은 진심을 담아 마크2와 눈을 마주했다.
마크2가 입을 우물거리다가 대답했다.
“슬픔. 닥터는 저를 실패작이라고 불렀습니다. 묵언검객의 힘을 지니지 못한 마크2는 닥터를 실망시키는 나쁜 아이입니다.”
[그리고요?]“추가. 닥터는 실패작인 마크2의 안전을 위해 기관의 눈을 벗어나 외부조직에 의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마크2는 닥터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전부인가요?]“기록. 불길한 괴물. 소름끼치는 년. 외모만 반반한 계집. 조직은 마크2를 업신여기며 무시했습니다. 닥터의 아이는 불길한 괴물도, 소름끼치는 년도, 외모만 반반한 계집도 아님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실패작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상대이지만 마크2의 이야기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닥터 요한 2세는 마크2에게 있어서 자신의 창조주이자 어버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낯선 세계에 떨어진 빙의자 해응응에게 해남파가 가족이 되어주었듯이, 갓 자아가 싹튼 마크2에게는 닥터 요한 2세가 가족이었다.
‘조직에서 받은 무시를 정정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봐서, 어쩌면 조직도 못난 가족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우습지는 않았다.
하찮아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이라도 무림에서 처음 마주한 조직이 혈교였다면, 그들이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였다면.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마크2의 기구한 운명과 불투명한 미래가 안쓰럽고 딱할 뿐이었다.
[무술을 펼칠 줄 아나요?]“가능. 현재까지 반요곡 플레이 데이터를 통해 분석, 학습한 무술이 13종 존재합니다.”
[보여주세요.] [만일 당신이 정말로 무술을 펼칠 수 있다면.] [그때는 당신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베풀어주겠어요.]“의문. 꿀밤을 먹이기 위한 빌드업을 의심…”
겉모습이 똑같아서 그녀처럼 대담한 성정을 지녔을 거라 생각했지만 모든 동물들은 종을 막론하고 아이일 적에는 겁이 많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상대가 먹이인지 포식자인지를 모르니 두려움을 품기 때문이다.
[당신이 학습해온 저는.] [반요곡의 묵언검객은 어떤 사람이죠?]하지만 그녀 또한 묵언검객이라면.
[적을 앞두고 물러서나요?] [두려워하며 경계하나요?]자신의 복제인간이라면.
[불의를 겪고도 주저앉나요?] [그저 힘이 없음을 탓할 뿐인가요?]무림인이기를 자처한다면.
“부정. 묵언검객은 직진밖에 모르는 13남자입니다. 학습데이터에 의거,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고 교전에 응합니다.”
이런 자리를.
이런 기회를.
고작 두려움 때문에 놓칠 리가 없었다.
그것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마크2에게.
힘없는 과거의 자신에게.
수많은 여정을 거친 끝에 발전한.
그녀가 전해주고 싶은 첫 번째 가르침.
물러서지 않는 마음가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