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6)
〈 26화 〉 26 신규토벌루트 돌입
* * *
1.
목숨을 구걸하는 인면지주.
그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는 호소.
그 일관적인 반응 앞에서.
반요곡을 시작한 이래
묵언검객의 칼끝이
처음으르 흔들림을 보이기 시작했다.
드드득
그녀의 마음속을 형상화하듯
떨림을 감추지 못하는 검신.
해응응의 속마음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고통 없이 죽이는 것만이 유일한 자비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면?
비참한 반요의 몸으로도
그저 살아가고
인간과 공존하고
인간의 흉내를 내는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존재들도 있었다면?
‘처형자나 수귀대장과는 달라요.’
이 반요는
명백하게 삶을 갈망하고 있다.
심지어 반요로서가 아닌
인간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을.
그러나 그녀는 반요.
노파의 얼굴과
거미의 몸을 지닌
인간과 요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반인반요.
【상호작용 선택지】
[반요 인면지주의 항복 선언에 당신은…]1. 어쩌다가 반요가 되었지?(히든이벤트 개방)
2. 친구가 되어주겠다.(동료영입)
3. 당신은 누구인가.(진명개방)
4. (죽음으로 자비를 베푼다.)
언제나와 같은.
이제는 세 번째로 맞이하는
필드보스 토벌 이후의 상호작용 선택지.
도망쳐어어어!!
네 앞에 있는 건 몰살검객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묵언검객이 4번을 고르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불쌍한 인면지주(25세)
향년 25세, 인면지주 여기에 잠들다.
스선생도 못 본 이벤트를 묵언검객이 발굴하네
그럼 뭐하냐고 발굴만 하고 다 죽이는데!!
ㄹㅇㅋㅋ
뭐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지는 게 없음ㅋㅋㅋ
아 꼬우면 너희가 직접 보던가ㅋㅋㅋ
피지컬이 안 되는데 어케 봐ㅅㅂ
이제는 모두가 예상했다.
묵언검객이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면지주의 목을 벨 거라고.
[▶(죽음으로 자비를 베푼다.)]이런 알림이 뜨더라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어쩌다가 반요가 되었지?]그래서 더 충격을 받았다.
묵언검객.
나아가 몰살검객이라고 불리는 이 스트리머가.
게임 도중.
방송 도중.
처음으로 타인에게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보여서.
몇 초간 얼어붙었던 채팅창이
그 내용을 읽을 수도 없을 속도로 정신없이 페이지가 휙휙 넘어갔지만
게임 속 묵언검객은
그 모든 광경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오직 눈앞의 인면지주와
자신이 처한 상황에만 몰입했다.
[25년 전, 대수림에는 인간부족이 있었어.] [나름 부족함 없이 살아온 부족이었지만]인면지주가 먼 과거를 헤아리듯
아득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강의 상류에서 피가 섞여 들어오고] [하늘에서 호우가 빗발치며] [역병까지 창궐하더니] [대수림 전체가 죽어가기 시작했어.]녹아내리는 대수림.
서서히 늪으로 잠기는 필드의 비화??.
숨겨진 이야기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때, 부족에 한 사람이 찾아왔어.] [그는 자신을 선인이라고 밝혔고] [역병을 막으려면 그보다 독한 병에 걸린 척, 병을 속여야 한다고 말했어] [믿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역병에 걸려 죽었고] [선인의 약을 마신 사람들은 역귀가 됐어.] [역병에 걸려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있다고도] [죽어있다고도]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몰골의 괴물이 된 거야.]필드 가득 존재했던 역귀들.
방금 전까지 그녀의 손으로 해치운 괴물들.
그들 모두가
한때는 인간이었으며
인면지주와 같은 부족민이었다.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아] [그분들도 늘상 말씀하셨거든]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고 싶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날 죽여도 괜찮아] [대신에 친구가 되어줘]그깟 친구가 뭐라고
저 지경이 되어서까지 친구를 원한 단 말인가.
아니면 저 지경이 되었기에
더욱 절실해지는 것일까?
친구라는 관계성이.
우두커니 선 묵언검객의 앞
거의 울음바다가 된 채팅창을 뒤로한 채
선택지가 떠올랐다.
【상호작용 선택지】
1. 친구가 되어주겠나?(영입제안)
2. 그렇게까지 친구를 바라는 이유가 뭐지?
3. 당신의 이름은?(진명개방)
4. (이 이상 망설임이 쌓이기 전에 벤다)
불길한 미래를 예감한 시청자들에 의해
채팅창이 폭동 수준으로 뒤집어졌다.
안 된다 이 악마야!!
인면지주 살려욧!!!
처형자도 가져가고 지하감옥 생존자도 가져가더니 이제 인면지주의 수급도 가져갈 셈이냐!!
몰살검객 멈춰!!!
멈춰!!!
제발 NPC 좀 그만 죽여!!
당신에게는 양심이라는 것도 없습니까?
과몰입협회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NPC와결혼하자협회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금발후타협회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엄마가 일 좀 하라고 내 머리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협회 수준 ㅆㅂ 와이라노
우리 줫됐네 진짜ㅋㅋㅋㅋ
빼박 뒤짐ㅅㄱ
물론 묵언검객은
시청자들의 의견에 휘말리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친구를 바라는 이유가 뭐지?]시발 차라리 죽여!
희망고문 머냐고 ㅠㅠㅠ
살리는 거 맞지? 살리는 거 맞지? 살리는 거 맞지?
존나 왜 자꾸 싸하냐?
진짜 어디로 튈지 예상이 너무 잘 돼서 무섭다
공포영화 주인공 보는 기분
살인마 시점 영화임?
ㅇㅈ
빗발치는 아우성.
공포어린 분위기.
[친구는 서로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 [부모님이 그러셨어]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해]이 앞, 파국이 기다리는 전개를 향해.
[나와 친구가 되어서] [우리 부락을 파멸시킨 선인을 죽여줘]마지막 선택지가 등장했다.
【최종선택지】
1. 기꺼이.(선인토벌루트 돌입)
2. 복수를 원한다면 이름을 바쳐라.(진명개방)
3. (가엾은 반요를 죽인다.)
이야기는 모두 들었다.
남은 건 그녀의 결단 하나 뿐.
요괴에게 당한 인간들의 말로가 어떤지는.
처형자가 직접 보여주었다.
힘에 취한 자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는.
수귀대장이 직접 보여주었다.
그러나 인간처럼 살아가길 원하는 반요를
진정 믿을 수 있는지는.
반요 인면지주는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세외무림의 도망자인 네가 마교의 교인들과 다를 것이 무어가 있단 말이냐!
자화요녀 해응응. 무림공적이라고 불리면 무조건 피에 미친 살인귀가 되어야만 하느냐? 네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네가 스스로 고르는 거다.
마교의 교인들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정한다.
정파무림과는 다른
흑도무림의 지존을 자처하는 마교.
그들이 보여주었던 의지가
선입견에 빠지지 않는 정신이
그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기꺼이.(선인토벌루트 돌입)]묵언검객과 조우한 최초의 생존자.
반요 인면지주가 그 영광의 수혜자가 되었다.
2.
인면지주는 거미줄 위를 넘나들며 앞장섰다.
“시간이 없어. 지금도 대수림은 가라앉아.”
“선인은 숲의 중심에 있어.”
“하지만 늦으면 길이 변해. 빨리 가야해.”
꾸준히 가라앉는 지형지물.
눈이 어둡고
걸음이 느리고
신중함이 지나치면
몇 번이고 길을 돌아가야 하는 스피드런 루트.
“와, 진짜 빠르다!”
“너도 요괴의 피를 마신 거야?”
좀처럼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반요.
그도 그럴 것이
해응응의 속도는 인면지주의 속도를 상회했다.
인간의 몸으로
반요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니
어찌 호기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짜 개쩌네
이게 스센세가 말한 고인물 스텝이냐?
발이 땅에 머무르지를 않네
진짜 0.3초 한번 툭 딛고 저만치 날아감
아무렴 어때 생존자가 나왔는데
ㄹㅇㅋㅋ
경축 ☆ 인면지주 생존 25분 째
5분간의 교전
5분간의 대화
15분간의 이동
등장 하나로 혼자 25분을 잡아먹은 인면지주는
최초의 생존자라는 메리트에 더해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방송시간 늘려주는 혜자
ㄹㅇ 평소였으면 벌써 보스 잡고 방송 끝났음
오늘부터 우리방 마스코트는 인면지주다
아니 씹 왜 니들 맘대로 그걸 정하세요
다수결로 정해 ㅅㅂ
ㅋㅋ 구글 투표 열렸다 링크참여 ㄱ
[찬성 87%] [반대 11%] [그 외 2%]응 민주주의가 이겼어 마스코트 인면지주야
이딴 게 민주주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맛첵스 씨발
해 냈 다!
마르크스 선생님 당신이 옳았습니다
2050년에도 실패한 민주주의
죽창 들어!!
응 죽창도 인면지주꺼야
투표는 87%가 찬성했는데 채팅창 화력은 반반임ㅋㅋㅋ 반대충들 개빡쳤노
마스코트추천으로 수직이착륙공격헬리콥터 적은 샛기 누구냐 자백해라
ㅋㅋㅋㅋ?
그 외가 알짜배기였네ㅋㅋ 여기에 엄길동의성욕은 왜 들어있냐
한편 묵언검객 본방의 87%가 지지하는
본방 마스코트 인면지주.
재투표 논란이 빗발치는 민주주의의 상징.
그녀는 채팅방의 혼란을 틈타서
“복수를 마치면 엄마아빠를 찾아다닐 거야.”
“마을 사람들도 본 적이 없대.”
“어디로 가셨을까?”
열심히 불길한 플래그를 찍고 있다.
제발 입 좀 다물어!!
안 봐도 보이는 불행한 스토리
인면지주 ㅈㄴ 해맑게 말하니까 더 불쌍하네
아니 이게 이런 NPC였어?
ㄹㅇ 나 때는 거미줄에 걸리니까 위에서 뭐가 슉 날아와서 덮치고 죽었는데
누군가는 동정하고
누군가는 당황하는
품은 감정은 달라도 몰입도 하나만큼은 같은
새로운 전개의 스토리
그 흐름에는 스피드마스터 또한 빠져있었다.
“이거 아주 방송천재네.”
게임실력만 천재가 아니다.
말 한 마디 없이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진행력이
장난이 아니다.
예정된 전개.
뻔한 흐름.
모두가 알던 반요곡과는 다른.
그녀만이 개척한
그녀만의 게임루트.
“보통은 선인 만나서 필드 끝에 있는 제단보물 찾으러 가잖아.”
그것도 스선생님이니까 가능한 겁니다
보통은 선인 만나고 퀘스트 받고 그냥 튀는데요
그걸 깨는 당신도 이상해
“그런가? 나도 쉽진 않았어. 맵 끝에 와서 보스 잡고 제단 부수니까 돌아갈 길은 사라져있지, 선인은 찾을 방법도 없지. 되게 찝찝했거든?”
의 변화가 끝나면
로 필드이름이 바뀐다.
늪의 선인.
그는 정작 그 이름과 달리
대수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이다.
대수림이 가라앉는 이유를 알려주고
제단의 위치와 파괴할 방법도 알려주지만
그 본인은 대수림의 중앙에서 숲을 지키기 위한 술식을 펼치기 위해
끝내 대수림과 함께 가라앉아 행방불명 되는
비운의 선역 NPC.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해왔다.
스피드마스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데 그 선인이 나쁜 놈이라잖아. 이거 뒤통수도 좀 얼얼한데?”
ㅇㅈ
이건 선인 말도 들어봐야 한다
우리 인면지주가 지금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예욧?!
우리 인면지주는 거짓말 안하거든요?
우리 인면지주는 사람도 안 물거든요?
미친놈아 내가 물렸어
넌 사람 아니잖아
씨발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 컨트롤 하수는 사람 아니긴 하지
스플뎀 개새끼들아
수귀자폭병이 몇 마리나 있는 거야 도대체
최소 만 명 이상한테 광역뎀 넣은 영웅자폭병;
선인을 향한 배신감과
달라질 전개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인면지주가 돌연 다리를 멈췄다.
“저기, 우리가 조금 늦은 것 같아. 길이 많이 멀어졌어.”
지반 한쪽이 가라앉아
징검다리가 중간에서 끊어진
밧줄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은 절벽 사이.
“정말 계속 갈 거야?”
척 봐도 20m가 넘는 거리.
한 발만 잘못 내딛어도 30m는 넘게 추락하지만.
묵언검객은 물러서지 않았다.
밧줄을 타고 순식간에 반대편에 도달한 인면지주.
그의 뒤를 따라
너무나도 당연히, 숨 쉬듯이 도약하며
밧줄의 중앙을 한 발로 딛고
정확히 전면을 향해 쇄도하여 줄을 통과했다.
“우와!”
인면지주의 해맑은 감탄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최단거리 지름길 주파에 성공한 묵언검객.
높다란 산등성이에 세워진
낡은 초가집을 앞두고
허름한 도복에 호리병 세 자루를 맨
누가 봐도 도사처럼 보이는 긴 수염을 기른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샌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왔다.
[선인]우호적인 NPC를 의미하는
파란 글씨로 쓰인 네임태그와 함께
묵언검객과 인면지주, 선인이 마침내 대면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