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62)
〈 262화 〉 262 엄청난 부담감
* * *
1.
마크2는 비밀리에 해남파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안전한 곳에 숨겨두는 것은 어떻겠냐며 민우성이 제안했다.
국가안보국을 동원해서 안가를 마련해 그곳에서 마크2를 보호 및 감시할 작정이었다.
[더 안전한 곳이 있어요.]“어디입니까?”
[제가 있는 곳이요.]“…….”
아무리 대단한 안가를 준비해봐야 해응응의 옆보다 안전한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설득력 넘치는 주장에 민우성은 납득했다.
하지만 이런 일상까지 납득한 기억은 없었다.
“비서실장. 마크2는 튀긴 새우요리를 먹고 싶습니다. 맛있는 요리가 궁금합니다.”
“비서실장. 마크2는 100연발 다연장 폭죽거치대를 가지고 싶습니다. 폭발의 위력이 궁금합니다.”
“비서실장. 마크2는……”
미운 다섯 살 애기처럼 도무지 끝날 줄을 모르는 호기심의 향연!
‘다 필요 없으니까 닥터 요한2세가 다시 데려갔으면 좋겠군.’
이러다가 현실에서 우주여행을 해보고 싶다며 우주왕복선을 사달라고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밀려온다.
부탁이야 안 들어주면 그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도 마크2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피치못할 이유가 있었다.
“비서실장. 마크 2는 벌꿀사탕의 맛이 궁금합니다. 혓속에서 굴리면 키스를 하는 것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는 말이 사실인지 알고 싶습니다.”
“안됩니다.”
어디서 로맨스소설이라도 *학습*하고 왔는지 별난 요청을 다 한다.
난이도야 다른 요청들보다는 낫지만 이렇게 뭐든지 다 들어주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는가.
이번에는 거절하자.
“안 돼?”
굳게 다짐한 마음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귀여운 목소리 앞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밤에는 양치질을 꼭 하고 주무셔야 합니다.”
“마크2는 비서실장의 헌신과 노고에 언제나 감사하는 것입니다.”
“……별말씀을.”
진짜 묵언검객은 그에게 이런 상냥한 말을 해주지도 않는다.
목소리를 내지도 않고, 귀염성도 없다.
당연히 애교도 부리지 않는다.
당장 저기 지나가는 길드장의 표정을 보라.
무언가를 꾸미는 소악당의 얼굴이 아닌가.
[이건 어디서 난 사탕인가요?]“초조. 이 사탕은 마크2의 소중한 벌꿀사탕입니다. 뺏어가지 않는 겁니다.”
잔뜩 경계하며 두 손으로 사탕막대기를 꼭 붙잡고 몸으로 바짝 당기는 마크2.
별 흥미 없다는 눈으로 해응응이 옆을 지나가자 마크2가 어깨를 내리며 안도했다.
긴장이 풀린 일순간.
해응응의 모습이 스슷 하고 흔들렸다.
그림자마저도 훔치는 소리 없는 발걸음.
한때 황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도둑 무영절투의 성명절기가 벌꿀사탕을 훔쳐냈다.
“앗”
마크2가 사탕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늘 굳게 다물어져있던 해응응의 입이 심술궂은 미소를 그리며 아 하고 벌어졌다.
앙
앙 하고 귀엽게 사탕을 입에 문 해응응이 진홍빛 혓바닥으로 사탕을 쪽쪽 빨고 문대며 사탕의 풍미를 가득 즐겼다.
[맛은 있네요.]마크2가 원망을 가득 담은 눈으로 해응응의 입가를 쳐다봤다.
사라진 벌꿀사탕은 해응응의 입속에서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벌꿀사탕은 다른 이의 입속에서 축축하게 젖어 더럽혀진 몸이 된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그렇게나 든든했으면서 평상시에는 전혀 어른스럽지 못하다니깐.’
보다 못한 민우성이 해응응을 힐난했다.
“길드장님. 아이의 먹을 것을 뺏는 장난은 너무 심했습니다. 길드장의 장난에 마크2가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까.”
움찔.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해응응도 민우성의 정당한 지적에는 힘으로 겁박하지 못했다.
이 또한 마크2를 민우성이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 길드장을 정당한 이유로 혼낼 수 있다니.
마크2가 아니면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는가.
[미안해요.] [신법훈련을 겸하고 싶었는데 조금 생각이 짧았어요. 다시 돌려줄게요.]먹던 사탕을 입에서 꺼내 내미는 해응응.
더럽다며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하건만.
마크2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분석. 본체의 아밀라아제를 채집할 수 있는 희소한 기회입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사탕을 덥썩 입 안에 집어넣는 마크2.
볼이 볼록해지도록 입안에 사탕을 밀어넣고 이리저리 열심히 굴리는 모습에서 민우성은 자신도 모르게 간접키스를 떠올렸다.
심장이 쿵쿵 뛰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무섭게 해응응이 민우성을 돌아봤다.
“…….”
“왜, 왜 그러십니까?”
해응응은 차가운 표정으로 수첩을 내밀었다.
[소아성애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마크2를 보고 설레는 일은 없도록 하세요.]“누가 소아성애자라는 겁니까!”
진짜 애기취급이냐고.
화를 내기도 잠시.
민우성은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심장박동 소리를 들은 건가?’
앞으로는 그녀를 보고 가슴이 설레기만 하더라도 전부 들킨다는 뜻이 아닌가.
‘언제부터 들었을까?’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눈을 마주칠 자신도 없다.
앞으로는 어떤 얼굴로 그녀의 앞에 서야 할까.
어느 날 갑자기 소경석이 본당으로 내려와서 권고사직서를 내밀고 앞으로 비서는 자신이 맡겠다고 하지는 않을까.
불길한 상상이 거듭 이어졌다.
자신의 속마음이 진즉에 낱낱이 까발려졌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그만큼 두려운 일이었다.
2.
소소한 악질짓을 하며 일상을 만끽하던 해응응이었지만 그녀도 나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힘이 필요하다.
반요곡에서도 그렇지만 이번에 마주친 닥터 요한2세의 힘은 기존의 각성자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본체와 분신체를 나눌 수 있는 분신능력.
마력을 이용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힘.
그밖에 얼마나 더 많은 응용법이 있는지를 전부 짐작하기도 어렵다.
‘당장 모르는 사람 모습으로 뱃속에 폭탄을 넣고 접근해서 자폭테러라도 한다면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적어도 해남파에서 자폭테러에서 무사할만한 실력자는 백소천이나 마크2, 주아영, 양귀호, 번개인간, 대쉬맨, 가시인간 급을 제외하면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련제자나 간부들도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시킬 방법이 필요해요.’
던전을 도는 건 하책이다.
질 낮은 탁기를 쌓는 건 수명을 앞당기는 짓.
내공심법 단련은 중책이다.
실력과 건강을 모두 챙기는 길이지만 자연지기가 희박한 현대지구에서는 습득까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단기간에 유용한 기를 쌓을 수 있는 방법.
그녀가 생각하는 상책.
그것은 게임을 통해 내공을 쌓는 것이다.
이는 심법수련만 주구장창 매달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기를 쌓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반요곡의 처형자를 잡는다거나, 보스들을 최고난이도로 잡는다거나. 그런 방법으로도 내공은 조금이나마 늘어나겠죠.’
대신 마음에 걸리는 요소도 있다.
반요곡의 최고난이도 진입 및 보스토벌완료에 요구되는 실력은 상당히 높다.
당장 튜토리얼 보스인 처형자의 클리어스펙부터 일류무사 내지 B급 각성자 이상의 강함을 요구하지 않았던가.
좀 더 쉽고 편리한 방법으로도 내공을 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적절한 실험대상을 골라서 반요곡이 아닌 다른 게임으로도 내공이 오를 수 있는지, 내공이 얼마나 오르는지 비교를 해야겠군요.’
내공이나 마력이 없거나 적은 사람.
현실에서 이를 직점 확인할 수 있는 사람.
나름 준수한 실력을 지닌 사람.
몇몇 얼굴이 떠올랐다.
그중 마크2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마크2는 닥터 요한2세의 기운을 받아 움직이는 불안정한 상태.
함부로 힘의 소모를 유발하고 싶지는 않았다.
김한나.
수련제자 치고는 자질이 나쁘지 않았다.
유력한 시험후보다.
주아영.
그녀가 직접 고른 수제자이자 문신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
아영이라면 실력도 신용도 모두 지녔다.
‘그런데 굳이 한 명을 골라야 할까요?’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실험대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럼 그냥 다 불러버리자.
그런 간단한 이유로 해응응이 벨을 눌렀다.
제가 없을 때 시키실 일이 있으시거든 이 벨을 눌러주십시오.
민우성이 넘겨준 벨을 누르고 기다리기를 잠시.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비둘기에 탄지공 날리고 싶네요.’
심심풀이 삼아 미련한 비둘기를 괴롭히는 상상을 하고 있자니, 문이 벌컥 열렸다.
“헉, 헉……. 부르셨습니까!”
“?”
민우성이 아니라 우지우였다.
의아해하는 시선을 깨달은 우지우가 불이 들어온 수신기를 품에서 꺼냈다.
“민우성 그 친구가 준 호출기입니다. 이게 울리면 자기가 없을 때 길드장님이 도움을 청하시는 거라던데 반 년 만에 처음으로 써보네요. 하하.”
반년 동안은 우지우가 손을 거들 일도 없이 민우성 선에서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건가.
새삼 느끼지만 민우성도 은근히 소경석 못지않게 유능했다.
“그래서 뭘 도와드릴까요?”
우지우는 궁금했다.
반년 만에 해응응이 자신에게 처음으로 시키는 일이 무엇일지.
기자들이 성가시니까 쫓아내라고 시킬까.
점심에 나가서 먹을 맛집 좀 알아보라고 시킬까.
소소하게 평범한 범주의 상상들.
돌아오는 해응응의 지시도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멀티게임 좀 알아봐주세요.]“네?”
[다섯 명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요.]‘이거, 내가 고르는 게임으로 다음 합방을 하겠다는 거 아니야?!’
부담됐다.
그것도 엄청 많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