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64)
〈 264화 〉 264 좀비해저드
* * *
1.
라~라라라.
게임을 시작하자 귓가를 가득 채우는 성량.
영문도 모르고 눈을 깜빡거리던 차지연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를 열람했다.
노래 잘 부르시네.
근데 좀비게임 아니었나?
그래도 오페라도 발성연습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데 조금만 더 보고 있을까.
덜컹덜컹!
그런 한가한 생각도 잠시.
관객출입문이 밖에서부터 덜컹덜컹 흔들렸다.
“뭐야, 짜증나게.”
“직원들은 일 안하나?”
관객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그제야 자신이 오페라 관람이 아니라 좀비해저드 합방을 하러 왔음을 실감한 차지연.
그녀의 시야 한편에 차지연의 개인팬클럽을 자처하는 흙먼지단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지연아 머해!ㅋㅋㅋㅋ
지금 한가하게 그거 보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아몰랑 우리 지연이는 오페라가 보고 싶다구욧!!
이 게임 초기설정이 몰입도 오지긴 해ㅋㅋ
뉴비는 절대 못 벗어나는 함정ㅋㅋ
여기서뭐해여기서뭐해여기서뭐해
빨리도망쳐빨리도망쳐빨리도망쳐
또 쿨럭쿨럭 하려고?
쿨럭쿨럭(각혈)
멤버 중에 젤 먼저 탈락하는 사람은 우리 흙먼지좌가 아닐까 싶다
탈락이라는 말은 쓰지 말아주세요 경연탈락이 연상되잖아요ㅠㅠ
젤 먼저 좀비되는 사람은 우리 흙먼지좌가 아닐까 싶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안해졌어요
편안함ㅇㅈㄹㅋㅋㅋ
느 아이돌연습생 좀비 되는 건 괜찮고?
“몰라요… 저 이거 뭘 어떻게 해요?”
시청자들을 향해 작게 소리 죽여 말하는 차지연.
그러자 옆자리 관객이 팔꿈치로 차지연을 툭 치며 주의를 주었다.
괜히 눈치가 보인 차지연이 민망한 마음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 극장에선 조용히 하라구욧!
아직 정신 못 차린 듯ㅋㅋㅋ
뭔지는 몰라도 시청자들의 반응에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 차지연.
“죄송합니다. 화장실 좀…….”
같은 열 관객들이 짜증섞인 눈으로 다리를 접으며 길을 내어주었다.
따가운 시선들을 피해 앗 뜨거라 고개를 숙이며 관객통로를 나온 차지연.
덜컹거리던 문의 반대편으로 나와서인지 문밖은 조용했다.
“그오오오오오!!”
“꺄아악!”
“오, 오지마! 오지 말라고오!!”
화장실에서 막 뛰쳐나온 좀비가 유니폼을 입은 직원을 덮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
도망쳐야해.
그런데 혼자서 어디로, 어떻게?
휴대폰왜샀어?휴대폰왜샀어?휴대폰왜샀어?
그렇지, 휴대폰!
미쳐 날뛰는 난이도에 비례하여 늘어나던 초기점수로 서로 연락이 가능한 도구는 필수적으로 구매하자던 주아영.
그녀의 제안으로 모두가 스크린폰의 원시형태인 휴대폰을 구매했었다.
[전원 OFF] [휴대폰을 작동합니다.]극장이랍시고 매너가 투철했는지 꺼져있던 전화기에 불이 들어오기 무섭게 부재중 전화와 문자기록이 미친 듯이 폭주했다.
[부재중 전화 43통] [미확인 문자 메시지 213건]“저 망한 거 아니죠?”
울상을 지으며 묻는 그녀에게 시청자들의 채팅이 쏟아졌다.
오똑해오똑해!
어떡해어떡해!
극장 아니랄까봐 오또케스트라 열렸네
엌ㅋㅋㅋ
어떻게 한 명도 안 도와주냐ㅋㅋㅋ
이럴 때만 단합력 좋은 시청자들ㅋㅋㅋ
마 묵언검객한테 시달리기만 하면 우리는 어디서 치유 받냐? 함 이럴 때도 있어야제
ㅇㅈㅇㅈ
도와줄 생각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채팅들!
4300명 중에 어떻게 한 명도 안도와주냐고 울상을 짓는 그때, 휴대폰에 [발신자 엄마]라는 표시와 함께 전화가 들어왔다.
당연히 엄마=마망검객=길드장님이라는 공식을 세우고 전화를 받은 차지연.
“가시나야! 니 어디꼬!”
“누구세요?”
구수한 말투의 엄마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누구세요?ㅋㅋㅋㅋㅋ
엄마는 가상엄마가 있어요
불효자 시뮬레이터 on
아ㅋㅋ 멘탈수치 조졌네
전화랑 문자 쥰내 많이 왔던 거 보면 멘탈관리 진짜 개빡셀 듯
인싸 특>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불리함
엄마가 있는 건 인싸가 아니에요
인싸 입문컷 낮아졌네ㅋㅋㅋ
“아이고, 애가 얼마나 정신이 없으메 지 엄마 목소리도 못 알아듣나! 니 빨리 도망치라.”
“네, 네…?”
“오늘 도시에 연극 보러 갔다 안했나? 거기 지금 억수루 위험하다코 텔레비전에서 말한다!”
영문도 모르고 가상엄마에게 휘둘리는 차지연.
길어지는 통화에 시청자들의 채팅도 길어졌다.
속보> 주아영 샤우팅 “차지연 얘는 통화 언제 끝나!!”
ㅋㅋㅋㅋㅋ
지연이는 인싸라구욧!!
아 킹반인은 원래 통화 오래 한다고ㅋㅋㅋ
근데 용케 좀비한테 안 들키고 슬금슬금 도망다니네
그럼 뭐해 오페라회관을 못 벗어나는데
좀비들을 피해 [STAFF ONLY] 문구가 붙은 문으로 들어온 차지연.
그녀는 어느새 가상세계의 랜덤시드 인간관계에 단단히 몰입했다.
“난 괜찮으니까 엄마도 안전한 곳에 가있어. 이만 끊을게. 응응. 엄마도 몸조심하고. 응 끊어.”
[통화시간 5분 11초]통화가 끝나고 10초가 채 지나기 전에 다시 전화가 걸렸다.
[발신자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풉.”
다시 봐도 웃음이 나오는 귀여운 닉네임이다.
악질사회자 주아영.
그녀의 존재는 제 1회 묵언검객배 무술대회 때부터 알고 있었다.
차지연은 주아영을 동경했다.
길드장 해응응을 동경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주아영을 동경하는 이들은 흔치 않았다.
그녀는 평범한 각성자연습생이었으니까.
그저 운 좋게 해응응의 눈에 띄었을 뿐인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차지연은 평범한 사람도 해응응처럼 대단한 사람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다.
그런 마음이 있기에 해남파 수련제자에 지원할 용기를 얻었고, 운 좋게 혼혈미인이라는 지원조건을 통과해 경연프로그램에 나왔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도 얻고 이렇게 길드장님과 주아영과 함께 합방도 했다.
이른바 성공한 덕후!
“언니 많이 걱정 하셨으려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전화를 받기 무섭게 주아영의 목소리가 귀청을 빽 울렸다.
“너 지금 어디야!!”
“오, 오페라회관 직원통로인데요. 언니는 어디..”
“서쪽 비상출구로 뛰어!! 당장!!”
“네??”
“거기로 생존자들 도망치면서 좀비들이 천 마리도 넘게 쫓아가고 있어!!”
아까 본 몇 마리가 전부가 아니었다고?
놀란 차지연.
주아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두두 하는 땅울림과 함께 비명이 물 밀 듯이 쏟아졌다.
“꺄아아아!!”
“아아악!!”
“문 닫아, 문! 문!!”
“이런 씨발, 안에도 있어!!”
“거기, 엘리베이터 같이 좀 타요!!”
“닫아, 빨리 닫아!”
“야!!! 같이 가 씨발롬들아!!!”
고성과 비명.
그 뒤를 잇는 좀비들의 맹렬한 추격소리.
“…조금만 버텨. 언니가 구하러 갈 테니깐!”
주아영은 길드장과의 사적인 친분을 과시하듯, 해응응을 언제나 언니라고 불렀다.
반요곡의 묵언검객이라고 하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길드장님이 직접 와주신다면 분명 어떻게든 될 것이다.
차지연은 직원통로를 통해 무작정 서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 누구세요?”
“예? 저어, 그..”
“여기 직원전용통로에요!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되니까 빨리 나가세요!”
아무리 상황파악이 느린 차지연이라도 여기서 길을 되돌아가면 죽는다는 건 알고 있다.
“미안해요, 설명할 시간 없어요!”
“오시면 안 된다니깐!”
달려드는 직원의 팔목을 붙잡아 가볍게 휙 비틀어 꺾고는 어깨로 받아넘긴다.
쿵!
자연스럽게 펼쳐진 권법과 유술의 연계에 종이박스 사이로 내던져진 직원.
“억!”
“미안해요! 저도 급해서 어쩔 수 없어요!”
예의상 인사 한 번 하고 달리는 그녀의 등 뒤로 비명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방애들은 뭐 하고 있음?
몰?루
안알랴줌
아영이가 방장이 묻기 전엔 말하지 말래
ㅇㅎ
본방 매니쟈 이소혜도 속보충은 임시차단 건다고 했음
“저, 저도 궁금한데요!”
지금 본방 매니쟈 이소혜 무시하는 건가요?
각성자‘연습생’ 차지연님이 현역 각성자 선배 이소혜의 말은 별 것 아니니까 무시하라고 하시는 건가요?? 그럼 알려드려야죠 ㅠㅠ
앜ㅋㅋㅋ
왤케 악질이야 다들ㅋㅋㅋ
타격감이 찰지잖아
ㅇㅈ
“씨이, 나가요! 다들 괴롭히기만 할 거면 그냥 나가라고!”
방송초보에겐 넘나 가혹한 악질들ㅋㅋ
어케 화를 내도 무섭지가 않지?
애가 착해서 그런 듯
묵언검객 방송은 안 이랬는데.
어떻게 이런 못된 채팅에도 한 번을 욱하는 일 없이 방송을 해왔던 걸까.
“아 진짜. 엄마 보고 싶어…….”
합방한다고 휴가라도 받는 것처럼 좋아하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실시간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를 경험하느니 차라리 경연프로그램이 나을 지경이다.
심호흡을 하고 비상계단을 연 차지연.
두꺼운 비상문 너머.
바깥세상의 소음이 날것 그대로 귀를 때렸다.
왜앵! 왜앵! 왜앵!
삐용삐용삐용!
크아악 캬아악 아아악
멀리 빌딩가에서 솟구치는 폭발과 폭음.
오페라회관 입구 쪽에서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니는 좀비들.
그 수라장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비상계단을 조용히 올라오던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쉿!
급히 손을 드는 차지연에게 현실사람처럼 실감나는 NPC시민들이 물었다.
“거긴 괜찮아요?”
“글렀어요. 전 여기서 나갈 거예요.”
“바깥도 갈 곳 없을 텐데.”
“구하러 오는 동료가 있어요.”
“기대하지 말아요. 여기보다 나은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오늘 퍼레이드랑 시위 겹쳐서 사람들 빽빽했으니까. 지금쯤이면 다들”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쾅 열리는 아래층 비상계단.
계단 너머로 우르르 나온 사람들에게 떠밀린 시민이 그대로 계단 밖으로 추락했다.
놀랄 새도 없이 서로 밀치다가 떨어지는 시민들의 너머로 그오오, 하고 낮고 사나운 포효를 내지르며 좀비들이 달려들었다.
좀비 울음소리 ㅅㅂㅋㅋㅋ
쉬움 난이도는 그어어였는데ㅋㅋㅋ
애들이 난이도가 오르니 기운이 넘치네
윽 추락사한 애들 괜히 봤어
와우; 고어필터 켜도 이 정도라고?
게임 개무섭네 진짜
옥상으로 가!!
지연이주거욧!!
급한 대로 옥상으로 달려간 차지연.
바보같이 오페라를 보고 있던 시간과 전화통화에 허비했던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현실이든 게임이든 세상은 언제나 뉴비에게 잔혹하기 마련이니.
“제발… 길드장님… 빨리 와주세요…….”
게임 내 멘탈수치와는 별개로 플레이어 본인의 멘탈이 먼저 터져버린 차지연.
그녀는 옥상 구석에 쭈그려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연약한 새끼동물처럼 벌벌 떨었다.
좀비해저드 1일차.
게임시작 30분경과.
플레이어 차지연, 오페라회관 옥상에 고립.
뉴비의 게임입문은 험난했다.
“그냥 이대로 로그아웃 해버릴까…”
진지하게 탈주를 고민하는 채지연.
그런 그녀에게 희망이 보였다.
와 이걸 포기 안하고 온다고?
존나 카리스마 있어
지연아 좀만 기다려! 큰 거 온닷!
누군가 그녀를 구하러 오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