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65)
〈 265화 〉 265 좀비해저드
* * *
2.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계단. 철제난간을 달리는 좀비들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을 때, 차지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저걸 어떻게 뚫고 올라와…….”
100m 달리기선수 하면 가장 먼저 우사인볼트를 떠올리던 그녀에게 앞으로는 최고난이도 좀비가 떠오르겠다 싶을 정도로 빠른 좀비들.
저 거친 괴물들이 십여 마리가 지상부터 옥상 사이의 외부비상계단을 점거하고 있다.
와 대박
저걸 권법으로 다 흘려 넘기네
개쩐다 ㄹㅇ
액션영화 한편 뚝딱
눈나나죽어
시청자들의 괴롭힘에 누군가 도와주러 온다는 말도 믿지 않았던 차지연.
수많은 소음과 괴성이 끝나고 계단을 오르는 단 하나의 발소리에 기대감이 일어났다.
“길드장님?”
“안됐네. 길드장님이 아니라서.”
“아영언니? 언니가 여길 어떻게…… 설마 방금 언니가 한 거예요?!”
덜컥덜컥.
“하씨. 문은 또 왜 안 열려. 야, 니가 잠갔어?”
“잠그긴 했는데 못 열어요. 좀비들이 두들기다가 가서 잠금장치가 고장났나봐요.”
“가지가지 하네. 야, 문에서 떨어져있어.”
피로가 가득 담긴 목소리.
타닷 하고 스텝을 밟는 소리.
뭘 하려는 걸까.
설마 이대로 버리고 가는 건 아닐까.
당장이라도 문 앞에 달려가서 버리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은 차지연이었지만 여기까지 먼 길을 온 사람이 그녀를 버릴 리가 없다.
그런 이성적인 판단이 간신히 문으로 향하는 걸음을 멈춰세웠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
쩌엉!
“엄마야!”
문을 강타할 때마다 주먹과 손바닥의 자국이 철문 위로 새겨졌다.
한 번에 뚫리지 않아 열이라도 받았는지 점점 속도와 세기가 늘어나는 주먹질.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찢겨지기 시작하는 철문에 차지연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기겁했다.
철문, 찢었다고.
생존꿀팁> 문이 열리지 않으면 여래신장으로 부수면 된다. 참 쉽죠?
악질사회자가 힘을 숨김ㄷㄷ
매니쟈들이 다 왤케 쌤?
초대매니쟈 채찍의 달인 이소혜의 뒤를 잇는 2대매니쟈 권법의 달인 주아영ㄷㄷ
철문이 구겨지네ㅁㅊ
저게 가능해?
권투선수들도 존나 패면 철문 부수긴 하더라
미쳤네
진짜 미쳤다.
끝내 문을 찢고 발로 걷어차며 사람이 나올 크기의 구멍을 뚫어버린 주아영.
다 박살내고 걸어 나올 수 있게 만들어놓으니 끼익 하고 안으로 기울어져 쿵 쓰러지는 문짝에 주아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와. 더 늦으면 언니도 답 없어.”
“네, 언니!”
문 부수는 소란에 이끌려 달려오는 좀비들도 있었지만 주아영의 걸음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차지연은 그녀가 어떤 식으로 이곳까지 왔는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리얼모드를 선택했습니다.] [신체관련 기능투자, 특성개방이 불가능합니다.] [현실의 신체스펙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분명 신체관련 기능투자나 특성개발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현실의 스펙 그 자체로 벌이는 싸움이다.
그런데도 좀비들이 달려드는 족족 팔이 꺾여 180도 휙 뒤집히고, 어깨가 부러진 채 근처 창문에 머리부터 박히고, 계단 너머로 붕 날아간다.
파바박!
조금 튼튼한 좀비가 체중으로 버티려 들면 단숨에 팔을 꺾어 부수고는 장저로 아래턱을 부수고 목과 머리에 쏜살같이 3연타를 꽂는다.
주르륵
귀에서 피를 흘리며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좀비의 머리에 깔끔하게 꽂히는 올려차기.
쿵
뒤로 나자빠진 좀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주아영이 손을 털었다.
“가자.”
그 모습을 멋있다고 느낀 건 차지연만이 아니었다.
진짜 개멋있네ㅋㅋㅋ
“가자” 나만 반함?
괜히 수제자가 아니었구나
비상계단 아래에 주차된 소방차.
큼지막한 차량에 차지연이 놀라 소리쳤다.
“언니, 소방대원 걸렸어요?!”
“아니? 눈 뜨니까 카페에서 소개팅하고 있던데.”
“네에?! 나, 남자는 어떤 남자였어요?”
주아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운전석에 올라탔다.
“괜찮은 남자였으면 여기 혼자 왔겠니?”
“아…”
“됐어. 그냥 짜증나서 푸념한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근데… 너 가방은 어쨌어?”
“가방이요? 앗!!”
“어디다 두고 왔어?”
“극장 좌석 밑에 두고 왔나봐요…….”
“으휴. 너 그거 없으면 시작아이템이랑 생존도구 하나도 없는 거 몰라?”
“죄, 죄송해요. 오페라가 너무 재밌어서 그거 보다가 그만…….”
ㅋㅋㅋㅋ
눈 뜨니까 앞에서 오페라공연을 하는데 이걸 어떻게 안 보냐고ㅋㅋ
나 같아도 개꿀잼 한편 관람 다했다
그리고 다 같이 극장 안에서 좀비가 되겠지
ㅠㅠ
빠져나온 게 어디야
ㅇㅈ
랜덤시드 걸린 애들 중에 차지연이 젤 운이 안 좋기는 했음
주아영도 가상현실게임을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차지연이 운이 없다는 것쯤은 알았다.
극장이라고 휴대폰까지 꺼져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전화로 연락할 수도 없는 상황이 흔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됐어. 이제 탈출했으니 숨은 돌렸어. 이제 애들이랑 합류하러 가기만 하면 돼.”
“한나랑 지수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다들 살아있는 거 맞죠?”
“하긴. 너만 상황 몰랐겠네. 가볍게 알려줄게.”
주아영이 시작 직후부터 정신없던 30분간의 일을 떠올렸다.
3.
[대한민국 가상대도시 연주] [xx동 카페 2층 야외테라스]“아영씨만 괜찮으면 우리 이거 다 먹고 캣카페나 가볼래요?”
“예?”
“에프터 신청이에요. 원래 이런 건 여자가 받아줘야 하는 거지만 아영씨가 워낙 마음에 들어서요. 너무 빨라서 부담스러운 신가?”
뿌연 시야 너머, 맞은편 자리에서 왠 느끼한 남자 목소리가 귀를 더럽혔다.
눈부심이 가라앉기까지 눈을 몇 차례 깜빡이고 있자니, 주아영의 발달된 청력에 사납게 달려드는 좀비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좀 해봐요!”
“저 사람 미쳤나봐.”
좀비사태 발생초기.
혼란의 중심지에서 눈을 뜬 모양이다.
‘와…… 언니. 진짜 그 설정으로 시작해버렸어.’
좋은 건 최저치로, 나쁜 건 최대치로.
게이지를 양쪽 끝에 극단적으로 맞춘 설정.
그 가혹한 설정은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거절할게요. 소개팅 할 시간이 아니에요.”
돌아온 시야.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쫌 잘생기기는 했네.
하지만 그녀 취향은 아니었다.
옆자리에 놓인 배낭을 뒤지자 미리 구비했던 아이템이 손에 잡혔다.
파라락!
[생존지도를 열람합니다.] [당신의 생존직업은 수색자입니다.] [동료 플레이어들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동료리스트(5/5)]1. 묵언검객
2.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3. 최고존엄귀염아이돌김한나쨩
4. 죄수번호115번예지수
5. 차지연
[난이도의 영향으로 모든 플레이어들의 시작지점이 반경 10km 이내에 흩어집니다.]와 거리 ㅈ되네
원래는 10m 이내 아니었음?
겁쟁이들의 쉼터 난이도 해보셨구나
응 아냐 하나도 안전하지 않았어
출시 3개월 차에 난이도 제일 미쳤다는 곰보겜인데 기대되네
주아영은 시청자들의 채팅은 잠시 뒤로 미루고 상황점검에 나섰다.
높은 난이도는 그만큼 보너스 포인트가 넉넉하게 지급된다. 어차피 죽을 거 시원하게 한 번 써보고 죽어보라는 악의가 느껴지는 풍성한 지원.
그 혜택을 주아영은 모두의 생존을 도울 지휘관으로서의 기능, 도구, 특성개방에 사용했다.
그중 게임 시작 전에 주아영의 적극적인 건의로 전원이 구매한 도구가 바로 휴대폰이었다.
김한나와 예지수의 위치는 다소 멀기에 우선은 둘을 서로 만나게 할 필요가 있다.
“아니 씨. 번호가 왜 이렇게 많아?”
변수다.
플레이어들의 전화번호와 게임 내에서 부여된 인간관계로 추가된 전화번호들이 잔뜩 뒤섞인 주소록이 눈을 어지럽혔다.
한나의 이름을 검색하고 나서야 겨우 전화를 연결할 수 있었다.
“한나야, 너 경찰서지? 옆 빌딩에 지수 있으니까 가서 챙겨! 벌써 좀비사태 시작했어.”
“힝. 못가요. 저 좀 꺼내주세요.”
“경찰관 아니야?”
“저 공익이래요.”
“…….”
뚝.
공익 오프닝ㅋㅋㅋ
ㅋㅋㅋㅋ
아 골 때리네ㅋㅋ
칼손절 실화냐?
한나 광광 우러욧ㅠㅠ
속보> 한나 근무중에 어딜 딴짓 하냐고 경장한테 개까이는 중
손절하길 잘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예지수에게 전화를 건 주아영.
너 이 새끼 생각이 있는… 정신 빠진…
“여보세요?”
통화 안 끊어?!
“언니,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
“…넌 또 왜?”
“눈 뜨니까 오피스에서 영문도 모르고 직장상사한테 혼나고 있어요!”
ㅋㅋㅋㅋ
멤버들 시작상황 실화냐?
얘들은 왜 사이좋게 혼나고 있어ㅋㅋㅋ
레전드들이네
난이도가 높으니 시작시점부터 미쳐 날뛰는데?
이거 개그게임임?
랜덤시드 시작직업 ㅈㄴ웃기네
묵언검객 속보는 왜 안 퍼옴?
들어가면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듯
아무래도 소개팅으로 시작을 끊은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이었나 보다.
“지수야 잘 들어. 근처에 경찰서 있는데 거기에 한나 있거든? 가서 한나랑 합류해.”
“제, 제가요?! 그치만 상사가 지금”
“바보야? 월급도 못 받는 직장에서 뭐 하고 있어. 시원하게 한 대 패주고 나와.”
뚝.
남은 건 언니와 차지연.
언니야 혼자서도 잘할 사람이니 차지연부터 챙기려는데 어째 전화가 연결되질 않았다.
“하씨, 얜 왜 이리 전화를 안 받아?”
속보> 차지연 극장에서 시작한 김에 일단 오페라 관람 중
ㅋㅋㅋㅋㅋ
그걸 왜 보고 있냐고ㅋㅋㅋ
오페라 재밌는데?
같이 보니까 볼만함ㅋㅋ
니들은 또 그걸 왜 같이 보냐고ㅋㅋㅋ
아영이만 딱 부러지게 게임하네
정리> 경찰서공익 김한나, 사축 예지수, 오페라관람객 차지연
개노답 삼자매ㅋㅋㅋ
“진짜 개노답이네…….”
“저기요. 좀 너무하신 거 아닌가?”
“예? 아직도 안 갔어요?”
“소개팅 중에 이건 아니죠. 싫으면 싫다고 처음부터 말을 하시지. 사람 무안하게 앞에 놓고 무시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아네.. 죄송합니다. 제가 좀 급해서. 계산은 제가 할 테니 이만 나가죠.”
갈길이 급한 그녀의 손을 남자가 덥썩 붙잡았다.
그 거친 손짓에 인상을 와락 쓴 주아영.
그녀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놔요.”
“아놔 진짜. 얼굴 좀 예쁘다고 사람 이렇게 무시해도 돼? 니만 잘났어?”
“마지막 경고야. 놔.”
“왜, 운동 좀 했냐? 그러다 사람 치겠다? 안 놓으면 어쩔 건”
콰당탕!
단숨에 남자를 엎어치기 한 주아영.
옆 테이블 손님들이 기겁하며 그녀를 돌아보는 그때, 때마침 카페 문이 열리며 피를 잔뜩 흘리는 사람이 들이닥쳤다.
“도, 도와주세요…….”
“꺅!”
“어머머, 저 사람 좀 봐. 교통사고라도 났나봐.”
사고는 거기만 났나.
깽값은 무조건 받는다. 합의도 없어.
이를 악물고 일어난 남자.
“어? 이년 어디갔어.”
두리번거리던 남자의 눈에 2층 테라스를 발로 디딘 주아영의 모습이 보였다.
“어어?”
폴짝 점프하는 주아영.
저거 미친년 아니냐며 기겁하며 테라스로 달려간 남자.
시체 한 구 보겠다는 예상과 달리, 때마침 지나가는 소방차 위로 착지해서 허리를 펴는 주아영의 모습을 발견했다.
와 점핑레빗!
점핑레빗으로 기른 도약력을 이렇게 써먹네
ㄹㅇㅋㅋ
남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시청자채팅.
흥미가 가득 담긴 사람들의 감상을 뒤로한 채, 카페 입구로 좀비들이 들이닥쳤다.
주아영이 카페를 벗어나기까지 고작 1분 차이로 벌어진 습격이었다.
4.
“뭐 그런 일이 있었지.”
“언니 짱이다.”
차지연의 눈에 존경심이 가득 어렸다.
“그런데 소방관들은 어디 갔어요?”
“좀비들 잡으려고 차에서 내리더라고. 바로 키 뺏고 훔쳐 탔지.”
“…….”
진짜 짱이시네.
차지연의 눈에서 존경심이 사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