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66)
〈 266화 〉 266 언니는 왜 안와
* * *
1.
김한나는 억울했다.
“길드장님은 어디 간 거예요? 왜 우리끼리만 구르고 있어요?”
“몰라. 거기 책상 좀 들어봐.”
“바리게이트 치기 싫어! 창문에 나무판자 대고 못질하기도 싫어! 이야다! 이런 건 한나가 생각한 합방이 아니야!”
여자 넷이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목장갑을 끼고 빌딩 안의 가구를 들어다 나른다.
좀비가 드나들만한 창문은 못질로 막아두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방비를 굳힌다.
길드장 해응응의 눈에 띄어 실력을 인정받고 이몸, 대단할지도? 같은 씹덕멘트를 치며 인기몰이를 하려던 계획은 풍비박살 난 지 오래였다.
공익 싱크로율 100% ㅋㅋㅋ
어쩜 저리 지한테 딱 어울리는 직업이 걸릴까
폐급이 그렇죠 뭐
아이돌연습생을 보고 싶은 건지, 목수를 보고 싶은 건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뜩이나 속상한 한나의 마음에 제대로 멍을 들게 했다.
“그만 징징거려. 지수랑 지연이 보기 민망하지도 않아?”
“치. 누가 저 혼자 논대요? 이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고생만 잔뜩 하니까 그렇죠.”
그 말에는 묵묵히 일하던 예지수나 꾸중을 내던 주아영도 내심 동의하였다.
세상에 여자 넷이 모여서 목공질에 바리게이트 설치만 한 시간 째 계속하고 있는 방송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런 게 보편화된 세상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런 말 하지 마. 생존은 중요해. 바리게이트가 무너지면 밤에도 안심하고 잠들지 못하잖아.”
이런 게임이라도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차지연이 그런 경우였다.
이걸 적응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너무 무서워서 강제로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잘 계실까? 도시에 계신 것 같지는 않았는데. 밥은 잘 드시고 계실지 걱정이야. 문자라도 한 통 더 보내볼까…….”
“…지연이 넌 벌써 이쪽 세계 주민 같아.”
“한나가 보기에도 그렇다요.”
좀비해저드 초기부터 둘이 함께 지냈던 예지수와 김한나는 혼자였기에 외롭고 더욱 몰입이 되었던 차지연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홀로 낯선 좀비세계에 내던져진 그녀에게 주어지는 가상의 인간관계.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엄마의 존재.
그녀를 직접 구하러 온 주아영만큼이나 차지연에게는 마음을 지탱해주는 요소였다.
“지연이 엄마는 집에서 TV보고 계시는 읍읍”
“그냥 냅둬. 그런 생각 하면 힘 빠져서 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잖아.”
예지수의 태클에 김한나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기운찬 김한나야 이해 못할 감성이지만 차지연의 일반인 감수성도 고려해야 했다.
수련회장에 온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효심, 북받쳐 오르는 감정!
‘부럽네. 차라리 나도 엄마나 붙여주지.’
주아영은 좀비해저드의 랜덤시드 인간관계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아로 자란 그녀는 필요도 없는 남자나 붙여줘놓고 현실에도 가족이 있는 차지연에게는 엄마를 하나 더 붙여주다니.
부모 숫자에서도 양극화를 느끼는 사회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지 않았나 싶었다.
‘언니는 무사하실까?’
거리를 빼곡하게 채운 좀비들을 빌딩 안에서 내다보자니 벌써부터 소름이 돋았다.
저건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다.
당장 거리에 보이는 좀비만 해도 적게 잡아도 천 마리에 근방 좀비를 다 합치면 몇만 마리는 가볍게 넘을 것 같았다.
“우리 이제 뭐해요?”
“그러게…?”
급한 대로 바리게이트 설치를 마친 네 사람.
예지수의 물음에도 진이 빠진 주아영은 힘없이 벽에 기대어 허물어졌다.
차지연은 그새 가상엄마가 걱정되었는지 휴대폰을 꾹꾹 누르며 문자 작성에 여념이 없다.
“흐므므.”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근 사람처럼 풀어지는 소리를 내며 벽에 기대어 앉은 김한나.
그녀의 발이 고양이꼬리처럼 바닥을 탁탁 두들기더니 두 눈 가득 지루함이 어렸다.
여기가 패잔병 집합소인가요?
#피폐
파멸적인 텐션ㅋㅋㅋ
머라고 말 좀 해
얘들아 자니?
“아 축 쳐져. 분위기 뭐에요 진짜! 한나는 이런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는 못살아!”
“그럼 나갈래?”
“그건 아니고요.”
급 공손해진 두손 모으기ㅋㅋ
이걸 어케 나가냐고ㅋㅋ
참 기운도 넘친다고 흘겨보는 주아영.
그녀의 시선을 태연하게 받아넘기면서 김한나가 벌떡 일어났다.
“저희 다음 중간미션이 댄스배틀이거든요? 한나는 여기서 춤 연습 할래!”
힘차게 외친 한나가 넥타이를 풀어헤치더니 여경셔츠를 벗어던지고 치마 자크까지 풀었다.
“야, 너 미쳤어?! 몇 명이 보는 방송인데 갑자기 옷을 벗어제껴!”
한나의 엉덩이에 걸쳐 천천히 흘러내리는 치마를 덥썩 붙잡은 주아영.
치마를 올리려는데 웬걸, 허리춤에 큼지막하게 적힌 글자가 복부에서 시선을 강탈하였다.
“히히. 매직으로 배에 글씨 쓰고 왔지롱. 어때요? 한나 완전 똑똑하죠?”
“와… 진짜… 너 대단하다…….”
“그쵸? 그리고 치마 안 잡고 있으셔도 되요~ 한나도 생각이 있거든요? 제대로 안에 옷도 입고 있는 거 확인했다구요~”
풀어헤친 셔츠 위로는 가슴부터 팔을 덮는 긴팔크롭티가, 흘러내린 치마 밑으로는 치골이나 겨우 덮는 돌핀팬츠가 있었다.
성기노출만 아슬아슬하게 막는 요염하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한 옷차림.
김한나그녀는신인가김한나그녀는신인가김한나그녀는신인가
오늘부터 내 원픽은 한나야
한나가최고야한나가최고야한나가최고야
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눈나나죽어
크롭티에 돌핀팬츠 이거 못 참거든요
복부낙서ㄷㄷㄷ
와 ㅆㅂ 진짜 눈호강 제대로 하네
자발적 노출 실화냐고
복부에 그려진 참가번호 100번 김한나 글자 절대 못 잊을 듯
시청자들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김한나의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3천 명에서 7200명까지 미친 듯이 껑충 올라 뛰었다.
묵언검객과 동시간대 시청자 경쟁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정말 놀라운 기록이었다.
“에잇 에잇! 얍 얍!”
문제는 그 좋은 몸매와 화제도를 지니고 춘다는 춤이 100점 만점에 52점이라는 것.
ㅋㅋㅋ
몬가… 몬가 아니야
어떻게 배꼽이 보이는데 섹시하지가 않지?
“우씨. 연습이라고 했잖아요, 연습! 나도 연습하면 잘 출 수 있어!”
그걸 왜 우리한테 연습하시죠
연습 다 끝나고 보여주세요
어떻게든 꿋꿋이 채팅을 무시하고 춤연습에 여념이 없던 김한나.
추워 보이는데 그냥 셔츠 여며주세요
하필이면 저 녀석한테 저런 소릴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엄길동의 성욕조차 부담스러운 율동ㅋㅋㅋ
“씨이. 다들 나만 갖고 그래.”
김한나는 울상을 지으며 셔츠를 주워 단추를 채웠다. 춤을 추며 힘을 빼서 그런지 슬금슬금 쇼파에 기대더니 코코낸내 잠까지 든다.
“참나.”
어이없어하던 주아영도 어린 것이 어떻게든 스타각성자 한 번 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딱해서 담요를 덮어주었다.
평화로운 한때였다.
그렇기에 더욱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해응응이 앞으로 현실시간 24시간 동안 그들을 방치하리라는 미래는.
2.
자동시간경과로 시간이 지나가기를 몇 차례.
어느덧 현실시간으로 하루가 지났다.
“언니는 왜 안와!”
주아영이 지친 얼굴로 바리게이트 사이에 간이용창을 내질렀다.
좀비 한 마리가 쓰러졌지만 바리게이트를 두들기는 좀비들은 전혀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다.
“넵, 한나는 저희가 버려졌다고 생각합니닷!”
“시끄러! 창문은 제대로 막고 있어?!”
“당연하죠. 저 한나라구요? 큭큭. 완전 낙승이랄까? 조금 눈이 감기고 몸이 휘청거리고 공복도가 빨간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지만? 그것만 빼면 완전 멀쩡하다구요?”
“예지수!! 빨리 일어나서 쟤랑 교대해!!”
“우린다틀렸어요길드장님은열흘동안연락도없고좀비는계속오는데식량은점점줄어들고좀비는점점강해지고이러다우린다죽겠죠”
예지수 랩ㅈㄴ잘하네ㅋㅋ
호흡이 개오짐
멘탈이 터질수록 노래실력이 느는 버퍼
옆에서 저러고 있으면 자살 마렵겠는데 저게 어떻게 버퍼임
버퍼라고 했지 아군한테 버프 건다고는 말 안했음
아ㅋㅋㅋ
피로가 한계에 달한 김한나.
멘탈이 한계에 달한 예지수.
심지어 방금 내지른 무기마저도 부러졌다.
이제는 정말 한계다.
포기하고 쓰러지려는 주아영의 옆에 새로운 창대가 들이밀어졌다.
“하나 더 만들었어요!”
[차지연이 간이용창 제작을 완료했습니다.] [차지연이 바리게이트 보강을 개시합니다.]“엄마를 만나기 전까진 먼저 죽을 수 없어!”
빛지연! 빛지연! 빛지연!
쿨럭쿨럭좌 개떡상
가상엄마버프 효과 왤케 좋냐고ㅋㅋㅋ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하루를 못 넘기고, 운 좋게 아지트를 구해도 삼일 안에 뚫려버리며, 집단과 함께 버텨도 열흘을 넘기기 힘든 최고난이도.
그 가혹한 난이도에서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차지연의 뜻밖의 분투에 있었다.
“나 이번에 살아남으면 너희 엄마한테 지연이 낳아줘서 고맙다고 문자 보낼 거야. 진짜로.”
옮길 수 있는 가구는 전부 옮기고, 분해할 수 있는 물건은 전부 분해해서 바리게이트 보강과 장비제작에 사용한 차지연.
생존직업 의 면모를 120% 발휘하는 그녀가 아니었다면 열흘을 넘기지도 못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특수좀비야! 모두 피해!!”
층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근육질의 좀비.
[특수좀비 차저Charger가 돌진합니다!] [돌진경로에서 회피하십시오!]힘겹게 보강한 바리게이트가 일격에 와르르 무너지며 반쯤 허물어졌다.
“지연이 넌 예지랑 한나 데리고 올라가!”
“아영언니는요?!”
“어서!”
차지연은 주아영의 희생에 눈물을 머금고 결의를 다졌다.
‘힘이 부족해서 언니에게는 잔뜩 신세만 졌어. 이 이상 민폐가 될 수는 없어!’
차지연은 예지수에게 달려가 냅다 머리끄댕이를 붙잡았다.
“일어나!”
“악! 아프잖아!”
“아영언니가 우리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궁상 떨고 있을래?! 한나 너도 빨리!”
“이쿠욧~”
“시청자들이 한나 섹시댄스 보고 싶대!”
“정말?!”
아닌데요?
아니ㅅㅂ 왜 우릴 팔아요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눈물을 꾹 삼키고 위층에 마련된 비상피난처에 예지수와 김한나를 밀어넣은 차지연. 그녀는 필사적으로 휴대폰을 두들겼다.
차지연 : 길드장님. 정말로 저희 버리신 거 아니죠? 아영언니가 저희 지키다가 죽어가고 있어요. 살아계시면 제발 아영언니 좀 지켜주세요…….
배터리가 아깝다고 줄곧 아껴왔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답변이 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에서 진즉에 휴대폰은 잃어버리고 혼자 히든루트라도 개척하고 계시겠지.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어?”
차지연의 예상은 반만 적중했다.
묵언검객 : 걱정 말아요. 지켜보고 있어요.
차지연 : 네?? 어디서요???
묵언검객 : 방금 막 진화시킨 싱싱한 차저를 올려 보냈는데 아영이에게는 괜찮은 수련상대가 될 거예요.
“……진화시켜? 싱싱한 차저?”
이제는 이 사람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묻기가 두려워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