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67)
〈 267화 〉 267 묵언검객이 좀비게임을 즐기는 방법
* * *
1.
해응응은 백화점에서 눈을 떴다.
제자들이 랜덤시드 역할배정에서 단단히 곤욕을 치루었듯이 해응응의 시작도 만만찮았다.
“그러니까 아가씨가 도미를 훔치려던 모습이 CCTV에 이미 다 들켰다니깐요! 그만 포기하고 순순히 따라오세요!”
해응응의 시작은 도미도둑이었다.
ㅋㅋㅋㅋㅋ
도미도둑ㅋㅋㅋ
도둑고양이 냐루ㅋㅋㅋ
불만이야 당연히 있었다.
왜 하필 도둑이란 말인가.
그것도 도미도둑.
뭔가가 품에서 꿈틀거린다 싶어서 옷 속에 손을 넣어보니 미끌거리는 물고기 특유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정말로 도미가 있었다.
훔친 기억도 없는 물건을 훔친 도둑이 됐다.
쾌?락 없는 책임.
억울함은 둘째 치고 감촉이 더럽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고기 특유의 물비린내가 허리춤부터 오른손에 가득 묻어나고, 허리는 물고기 때문에 축축하게 젖고 끈적거렸다.
순간 엉뚱하게도 식욕이 당겼다.
‘도미……. 맛있을까요?’
마지막에 생선요리를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 떠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저 도미는 저희 도미가 틀림없습니다.”
요리사 모자를 쓴 수산코너 직원이 그리 진술하니 보안 직원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입맛까지 다시고 딱 봐도 잡아먹으려고 훔친 현행범이네. 가중처벌 받기 싫으면 도망칠 생각 꿈도 꾸지 말고 당장 따라오세요!”
해응응이 도미를 들이밀었다.
비린내도 나고 축축하고 끈적거리는 도미.
자극받은 식욕과는 별개로 별로 가지고 싶은 아이템은 아니었다.
알았으니까 이것 좀 가져가.
“이미 죽은 도미입니다. 손때도 타서 상품가치도 없습니다.”
“들었죠? 그거 들고 따라오세요. 경찰에 증거품으로 제출할 거니까 버리거나 훼손하지 마시고요. 훔친 도미가격 10배로 벌금 나올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무너진 길드장의 체면ㅋㅋㅋㅋ
뭔 시작이 이래ㅋㅋㅋ
도미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되냐고
감각링크 도미 감촉ㅅㅂ
ㅜㅑ
찰져?
굳어버린 슬라임 들고 있는 기분임. 손에 젤 바르고 안 닦고 굳은 것처럼 기분 나빠
비유보소
젤은 왜 발랐을까?
머리모양 만들려고
설마 아랫머리는 아니지?
?
듀라한이세요?
아 ㅋㅋ 난 이해했다
채신머리가 없으시네요
이게,,, 그 유명한,,, 채신스타일이라고,,,?
난 상상 안 할래
보안실로 들어오자 보안요원이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도미도둑이 있으니 얼른 인계하러 와달라는 통화에 해응응도 심사가 복잡해졌다.
‘황궁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도 무영절투의 성명절기도 배운 제가 도미도둑, 그것도 현행범 취급이라니. 어이가 없네요.’
차라리 걸리기 전이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숨겼을 텐데.
CCTV까지 찍혔다니 맥이 빠졌다.
3층 주차장 연결통로에서 폭력사건 발생. 근방 보안직원들은 즉시 출동 바란다.
“어? 뭐지? 와…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고 있네. 진짜 백화점은 빌런집합소라니깐.”
“…….”
그래도 이 게임은 도미도둑 시뮬레이터가 아닌 좀비해저드. 좀비사태가 시작되자 백화점은 순식간에 좀비들의 맛집코너로 전락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만 하도록 창문도 없이 만들어진 백화점에서 사람들은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다.
각층 주차장으로 탈출한 이들은 몇몇 살아나갔지만 1층으로 나간 이들은 주변을 배회하던 좀비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일 뿐이었다.
“에스컬레이터랑 엘리베이터 작동부터 멈춰! 셔터 내리고! 이런 시발… 이걸 어쩌지.”
빠른 대응으로 1층과 지하가 이어지는 길을 모두 폐쇄했지만 이미 지하로도 좀비들이 몇 마리 들어온 상황.
보안요원이 총알 없는 권총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삼단봉을 들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래서 보안요원들 장비지급도 제대로 못하는 근본 없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어, 당신. 어디가!”
[걱정 말아요. 도미는 훼손하지 않을 테니까.]도미를 들고 CCTV에서 본 좀비의 위치를 향해 걸어가는 해응응.
보안요원은 그녀가 걱정됐다.
관절이 뒤틀리고 경련을 일으키다가 벌떡 일어나서 사람들 덮치고 다니는 미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판국에 그깟 도미도둑이 대순가.
무엇보다도 이 여자는 예뻤다.
가장의 실직으로 인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도미를 훔치러 나온 불운한 새엄마, 여성판 장발장이 떠오를 정도로.
‘그렇다고 1kg당 20만원이 나오는 최고급 돌돔을 쌔비냐고. 장발장 이놈도 무슨 일가족이 잘라먹는 거다이맥스 바게트라도 훔친 거 아니야?’
약간의 불안함과 커다란 괘씸함을 담아서 그녀를 뒤쫓던 보안직원.
그는 목격하고 말았다.
“그우오오오!!”
“꺄아악!!”
“살려주세요!!”
미친 듯이 날뛰는 좀비와.
퍽!
그런 좀비의 머리를 뭉개버리는 도미의 위력을.
도미(무기)
좀비 잡는 생선 실화냐?
원래 꽁꽁 얼린 생선이 단단하긴 해
그렇다고 그걸 둔기로 쓰는 사람이 있냐고ㅋㅋ
저 도미는 안 얼었는데?
??
어케했노ㅁㅊ려나
홀로 지하에 침투한 모든 좀비를 잡은 해응응.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를 받으며 그녀가 보안직원에게 걸어왔다.
함께 박수를 치던 보안직원이 당황했다.
‘왜, 왜 나한테? 설마 복수하려고?’
해응응은 좀비 피가 뚝뚝 흐르는 도미를 들었다.
히익, 하고 고개를 수그린 그에게 해응응이 들어올린 도미를 내밀었다.
[자, 멀쩡하죠?]뭐지? 자랑인가?
[깨끗하게 썼어요.] [모양도 안 무너졌고, 색도 멀쩡하고.]빌드업이 심상치 않다.
보안직원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요?”
해응응이 당당히 펜(훔침)으로 글씨를 썼다.
[반품해주세요.]“되겠냐 그게!!”
반품을 거절한 도미는 해응응의 무기가 되었다.
2.
좀비사태 2일차.
수산코너 뒤 냉동창고에서 해응응과 남자들이 우르르 나왔다.
“어머머. 다 큰 처자가 남사스럽게 남자들이랑 창고에서 뭐 하다 나온 거야?”
“아지매, 정신차리소. 그런 거 아입니다.”
요리사 모자와 앞치마로 무장한 남자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크기와 길이가 들쑥날쑥한 물고기가 한 마리씩 들려있었다.
1m20cm 길이의 튼튼한 삼치, 1m50cm의 기다란 은갈치, 1m10cm의 다금바리.
이벤트용으로 준비된 커다란 물고기들을 숏소드나 롱소드, 대검처럼 치켜든 직원들의 모습은 전장에 나서는 전사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우리의 1차 목표는 백화점 1층 셔터 주변의 시체를 치우고 셔터를 끝까지 내리는 것. 2차 목표는 1층 내 좀비들을 소탕하기다. 다들 힘내자!”
“오오!”
“도미여신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오오!”
“도미!”
“도미!”
“참돔!”
“참돔!”
“가즈아!”
스포츠구단처럼 도미의 이름을 외치며 출전하는 남자들.
ㅋㅋㅋㅋ
스포츠구단이냐고 ㅅㅂㅋㅋ
어떻게 사람 별명이 도미녀
좀비 아포칼립스에는 꽁꽁 얼린 물고기를 무기로 사용하면 된다… 메모.
저희집에는 고양이 장난감용 30cm캣닢물고기밖에 없는데 어떡하죠?
캣닢물고기를 밖에 던지면 털뭉치가 호다닥 달려 나가서 미끼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야 ㅈ됐다 우리집엔 머 있나 보니까 3cm도 안되는 멸치볶음밖에 없음
ㅋㅋㅋㅋㅋ
멸치들이 이래서 안 돼
20cm 붕어로는 뭐 잡을 수 있죠?
윗집 털뭉치
시청자들이 묵언검객의 방송에 들어가면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무기에 혼란스러운 구호, 긴장감 넘치는 좀비들과의 구역쟁탈전, 선봉에서 맹활약하는 해응응까지.
불거리와 즐길거리가 이렇게까지 풍성한 방송은 정말로 흔치 않은 것이다.
‘다 필요 없으니까 혼자 좀 다니고 싶은데요.’
아무튼 NPC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소탕에 걸리는 시간이 앞당겨졌다.
넓은 백화점을 홀로 구석구석 개척하고, 죽은 좀비 시체를 카트에 실어서 주차장 창문 앞까지 날라다가 밖으로 던지고.
필요한 물자를 보급하고 출입구를 봉쇄하는 작업은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과정이었다.
‘원래는 백화점도 버리고 갈 생각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따라주면 버리고 가기도 그러네요.’
곧 상할 음식부터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전문요리사가 솜씨를 발휘해 냄새부터 기깔 나는 꼬치구이를 구워서 들려준다.
감칠맛 나는 양념과 물어뜯으면 육즙이 딸려오는 꼬치구이도 해응응의 발을 묶는데 한몫 했다.
‘오랜만에 음식을 먹어서 그런 진 몰라도 좀비들이 육식동물인 이유를 알 것 같네요.’
3.
좀비사태 4일차.
“틀렸어. 온 사방이 좀비야.”
“어떡해. 저기 맞은편 건물에 사람들 있어요.”
“아. 시간 끝났다.”
“누가 계산대에서 동전 좀 털어와요.”
“드라이버를 찾으라니깐? 뚜껑만 열면 투입한 동전을 계속 넣어서 무한대로 볼 수 있다고.”
백화점 7층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지상을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해응응은 가장 큰 망원경을 독차지했다.
모두의 아이돌 도미녀라고 우대를 받은 건 아니고, 전날 있었던 일 덕분이었다.
‘식량배급제라니, 속이 빤히 보이는 짓이죠.’
시 의원이라며 거들먹거리는 건 좋지만, 마교도 힘없는 놈들은 권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식량배급을 주장하고 싶다면 그만한 실력을 보이라면서 좀비 세 마리를 잡아다가 같은 방에 풀어준 해응응.
네 마리가 된 좀비를 홀로 모두 처리한 이후, 식량배급은 그녀의 권한이 되었다.
[적당히 눈치껏 알아서 먹죠.]백화점 그룹에 특별한 애착이 없는 해응응은 그리 말했고, 그녀가 특별한 미련이 없음을 눈치 챈 사람들은 그녀를 붙잡고자 자진해서 식사량을 줄였다.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득이 되었으니 죽은 시 의원만 빼면 다행인 일이었다.
‘좀비가 포식을 하면 강해진다는 설정이 저걸 말하는 걸까요?’
어쩌면 모두는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막 해응응의 눈에 띤 특수좀비와 며칠 뒤부터 특수좀비에게 시달릴 합방멤버들.
그들에게는 해응응이 망원경으로 특수좀비를 목격한 이 순간이야말로 악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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