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7)
〈 27화 〉 27 히든보스전과 단 한 번의 우위
* * *
1.
[Story mode]흰 수염을 기른 선인.
그의 인자한 미소와 여유로운 풍모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를 향한 강한 신뢰를 선사하였다.
매력Charm.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감정을 조종하는 불가해력.
그 신비한 힘이 묵언검객의 적의를 가라앉혔다.
[인간과 반요가 함께 하다니, 기이한 일이로구나] [선인! 네 죗값을 치를 날이 왔어. 오늘이야말로 당신을 죽이겠어!] [허어. 끝내 요괴의 본성이 골수까지 침식했는가. 안타깝구나.]본색을 드러내거나.
기습을 하거나.
빠르게 토벌전에 들어가리라 예상한 것과 달리.
선인은 시치미를 떼었다.
오히려 딱한 눈으로 묵언검객을 바라보았다.
[젊은 아이야. 요괴는 인간의 마음을 홀려 가지고 논단다. 무엇을 듣고 찾아왔는지는 몰라도 그 마음이 진정 네 것이라 할 수 있겠느냐?] [이 간악한 선인! 내 친구를 속이려고 애써봤자 소용없어. 네 죄는 이미 전부 알고 있어!] [너희는 가라앉는 대수림을 저지하고 있던 도인을 방해하고 있으니, 이러는 와중에도 숲은 점점 사라지고 있구나.]뭐임? 역시 선인이 착한 애 맞지?
몰루
중립기어 ON
아는 게 뭐야 이 밥버러지야
급발진 뭔데;
개빡치잖아 뭔 육수새끼가 몰루 이러고 자빠지니까
아니ㅋㅋㅋ 윗놈 진짜 왤케 화났냐?
선인 보려고 반요곡 켰는데 점프력 딸려서 늪에 다이브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븅신ㅋㅋㅋ
[새들의 지저귐, 벌레들의 울음소리, 덤불 사이를 달리는 토끼] [작고도 평화로웠던 숲에 찾아온 종말. 이는 역병의 기운 때문이니라. 바로 저 반요나 역귀들이 품은 그 역병 말이다.]선인은 우묵한 눈으로 인면지주를 바라보며
품에서 꺼낸 부적을 휘둘렀다.
파지직!
[아얏!]부적에서 이는 스파크에 깜짝 놀란 인면지주.
그녀가 물러서는 발치에
어느 틈에 날린 부적들이 촘촘히 박혀
퇴로를 가로막았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는
전기충격이 동반되는 부적에 봉쇄된 인면지주.
[이게 뭐야! 꺼내줘, 꺼내줘!] [이대로 저 가엾고도 사특한 아이를 멸하겠다. 비정하다 한들, 욕하지 마라. 저 아이가 살아있는 한, 이 숲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을 지어니.] [도와줘! 우린 친구잖아. 같이 복수하기로 약속 했잖아!]부적이 푸른빛을 발산하며
심상치 않은 뇌기가 원통형으로 솟아오르고
인면지주를 향해 조여들기 시작한다.
길어도 1분.
원통이 모두 조여들면
인면지주가 죽으리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다.
【상호작용 선택지】
[선인의 설득에 당신은….]1. 선인의 말을 믿는다.(인면지주 사망)
2. 인면지주의 말을 믿는다.(인면지주 생존)
푸른 뇌광이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뽐내며
허공을 수놓는 와중에
추함의 상징과도 같은 인면지주가
고통 속에 울부짖는다.
옳고 그름은 보이지 않지만
미추의 구분만큼은 극명히 대비되는 광경.
그 한복판 속에서.
[▶인면지주의 말을 믿는다.(인면지주 생존)]그녀의 검이 부적의 일부를 찢어
인면지주를 원통 밖으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파아앙
파지지지직
허공에서 한 점으로 응축한 전격이
아름다운 뇌광을 뽐내며 허공에 스파크를 잇다가
이내 점이 되어 사라졌다.
[어리석구나. 자연을 역행하는 역천의 존재를 본연의 모습 그대로 되돌리려 하거늘, 어찌 하늘의 뜻에 거역한단 말이더냐.]선인의 유창한 달변.
거기에 맞설 언변을 지니지는 않았을지라도.
해응응은 알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만으로 구분되는 세계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력의 정점을 찍은 그녀에게 꼬여들던
아름답고 잘생긴 무림인이 어찌나 많았던가.
정사지간의 무림에서
정파인을 자처하던 이들은 얼마나 또 많던가.
‘세상은 흑백으로 구분되지 않아요.’
아름다움 속에 추한 본색을 감춘 이들도
추한 외면 속에 아름다운 내면을 지닌 이들도
정파의 이름 아래 강호동도들을 착취하던 악인도
사파의 이름 아래 양민들을 보호하던 선인도
모두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옳고 그름은
모두 자신의 의지로 판단하는 것.
타인이 보여주는
강제된 정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가여움에 눈을 가리지 말고, 충동에 몸을 맡기지 말거라. 네 검이 향해야 할 상대는 바로 네 뒤에 있다.] [뒤가 아니야. 옆이겠지. 울기만 하던 나약한 아이는 이제 없어. 난 인간친구의 옆에서 함께 싸울 테니까!] [시간이 없다. 이러는 와중에도 이 대수림의 저 북단에 자리한 제단은 숲을 병들게 만드는 비를 생성하고 있단 말이다.]선인이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숲을 지키고 싶다면 이 선인을 믿어야 한다. 내가 답을 알려주겠다. 나를 믿고 따라라.] [절대로 믿어선 안 돼! 부족 사람들을 역귀로 만든 저 사악한 선인의 말을 믿지 마!] [이 숲이 어떻게 되어도 좋단 말이냐? 20년이나 요괴들의 침략을 막기 위한 최후의 교두보로 버텨왔던 숲에 종언을 고할 작정이냐!]새로운 정보.
무언가의 실마리.
섣불리 벨 수 없는 이유를, 경거망동하기 힘든 중요도를 보이는 선인.
인간의 마음을 충동질하는 교묘한 화술 앞에서
해응응은 마음속의 검을 곧게 세웠다.
‘헤아려야 할 것은 오직 한 가지.’
누구를 믿고 나섰는가.
그녀가 믿은 것은 인면지주.
그렇다면 인면지주의 적인 선인이 하는 말은
아무리 가치가 있고
이득이 될 여지가 있다고 한들
전부
남김없이
베어 마땅한 것.
【상호작용 선택지】
[선인의 거듭되는 설득에 당신은….]1. 선인을 믿는다.(인면지주 토벌)
2. 인면지주를 믿는다.(선인 토벌)
그녀의 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표를 베었다.
[▶인면지주를 믿는다.(선인 토벌)]촤아악!
단칼에 상반신의 절반이 베여나간 선인.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깊은 참상.
[어리석을 정도로 심지가 굳은 인간이구나.]푸른색으로 새겨진 선인의 네임태그
그 글씨색이
반으로 갈라진 상반신이
핏빛처럼 짙은 새빨간 색으로 물들며
엄청난 기세로 그 체구가 부풀어 올랐다.
쿠구구구궁
지면이 갈라지고
집이 통째로 무너지며
숲이 무너지고
흙먼지가 자욱히 비산하는
지진이라도 맞은 것처럼 격변하는 대수림.
그 중심지에서
전고 20m
전장 100m
건물 6층 높이에 시야 가득 펼쳐진
거대한 지네의 몸체를 지닌 특대형의 요괴
[요괴선인 미후라]인간의 흉내를 내던
그 간악한 괴물이 거대한 머리를 내려
묵언검객과 인면지주를 비웃었다.
[종의 차이를 초월한 우정이라니! 참으로 대단한 우정이구나.] [허나 그 끝이 죽음이라면 그런 우정 따위,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 것을. 너희의 유대가 죽음을 자처했구나.] [어린 반요여, 운명을 가혹하다 탓하지 마라. 복수를 향한 네 욕심이 너의 소중한 인간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니 말이다!]페이크보스 인면지주 토벌전에 이어
대수림의 진정한 요괴
요괴선인 미후라.
본색을 드러낸 요괴의 앞에서
히든보스 요괴선인 미후라 토벌전이 시작되었다.
2.
[Player mode]요괴선인 미후라는 단순히 몸의 크기만 거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거대한 꼬리를 들어올리자
마치 산처럼 솟구친 거대한 꼬리에
나무가 없는 바위지대 위로도 그림자가 드리우며
세상의 종말이 닥친 것처럼 거대한 중압감이 공포심을 선사하였다.
“아, 아아…!”
겁에 질려 완전히 얼어붙은 인면지주.
그 한심한 몰골에 해응응이 냅다 인면지주의 뺨에 싸대기를 날렸다.
짝
“아얏! 아프잖아!”
“….”
“뭐야, 그 표정은. 따, 딱히 쫄았다거나 한 거 아니거든!”
정신을 차린 인면지주가 재빨리 말했다.
“일단은 기회가 올 때까지 버텨야해. 저렇게까지 무식하게 큰 몸을 지녔다면 분명 지치는 것도 금방일 거야.”
고개를 끄덕인 해응응.
그녀와 인면지주가 반쯤 뒤엎어진 대수림의 잔해들을 밟으며
서서히 하강하는 거대한 다리의 범위를 피해
드리운 그림자의 범위 밖으로 질주했다.
아니 이게 무야ㄷㄷㄷㄷㄷ
거다이맥스 요괴 실화냐?
이거 최종보스전임?
아니 뭔 세 번째 필드부터 요괴보스가 나와
헐 대박;
선인이 진짜 요괴였어?
그보다 저거 이길 수는 있음?
혼란에 빠진 채팅방.
패닉에 휩싸인 시청자들과 달리
저 거대한 적과 수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사로잡고 있는 묵언검객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특유의 빠른 발로 공격범위 너머로 질주했다.
“자존심 상하네.”
모두가 대단하다고
어떻게 이런 히드보스전을 개방했냐고
묵언검객의 피지컬과
반요를 믿은 판단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이.
오직 한 사람
스피드마스터만이 진심으로 굴욕을 느꼈다.
‘빠르긴 해도 나만큼은 아니었어.’
묵언검객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그 또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이 시키는 대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
정석대로 플레이했던 스피드마스터에게는
게임 내의 시간이 없었다.
‘강하긴 해도 나만큼은 아니었어.’
이미 여러 필드를 클리어하고
반쯤 늪지대로 변해버린 대수림에서
심지어 선인의 요구대로 대수림의 북단까지 향해
제단을 지키는 페이크보스를 잡고
의식을 중지시킨 결과.
그를 기다리는 건
이미 늪지대가 되어버린 필드와
사라진 선인뿐이었다.
‘묵언검객이 할 수 있는 건 전부 나도 할 수 있었어.’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길을 즐기고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그것만으로도 즐길 거리는 풍부했으니까.
무려 10년.
반요곡 출시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그 긴 시간동안 제멋대로 반요곡의 끝을 보았다고 여기고
스스로 한계선을 그은 것이다.
“여러분, 내가 공약 하나만 할게.”
갑자기?
스선생님의 공약? 이건 못 참지
큰거온다
두둥등장
그래서 뭘 거시게요
“묵언검객이 하고 있는 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오오?
반요곡 하시려고요?
와 이걸 스센세가 참전한다고?
근데 지금은 쫌;
묵언검객 루트 진행 중인데ㄹㅇ
“물론 선구자인 묵언검객을 무시할 수는 없지. 그래서 공약을 걸 거야.”
상처입은 자존심
불타오르는 승부욕
선구자를 향한 존중
그 모든 감정에 타협할 수 있는
그만의 타협안.
“묵언검객이 한 번이라도 죽거나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반요곡 시작 안 해.”
그럼 죽으면요?
엔딩 보면요?
“대신 묵언검객이 한 번이라도 죽거나 엔딩을 본다면. 그때는 나도 반요곡 히든루트 공략 시작할 거야.”
제 방송도 아닌데 이런 공약을 걸면
언제 묵언검객이 죽나 지켜보려고
그의 시청자들까지 묵언검객에게 빨릴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이건 핸디캡이다.
당장은 네가 앞서나가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주춤거리거나 물러선다면
언제라도 따라잡고 저만치 앞질러나갈 수 있다는
정상급 피지컬 스트리머의 자신감.
시청자의 숫자도
플레이어로서의 실력도
반요곡을 이끌어나가는 진행능력도
모두 묵언검객을 앞지를 수 있다는
최고의 실력자만이 보일 수 있는 자신감.
와ㅋㅋㅋㅋㅋㅋㅋ
스센세 공약 클립 저장완료
무르기 없습니다?
얼마 만에 반요곡이야
스피드마스터가 공략하는 히든루트?
존나 기대된다 진심
근데 묵언검객이 죽어야 시작하잖아
저런 말도 안 되는 덩치의 요괴가 떴는데 안 죽고 배김?
무슨 6층 건물이랑 맞짱 뜨는 급인데
ㄹㅇㅋㅋ
검객이 아니라 철거용 강철구 동원해야지
이 이상 뜨거울 수 없으리라고 여겼던 열기가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묵언검객은 달리고 또 달렸다.
지면을 강타하며 내리꽂힌 지네의 몸체
그 위를 향해서.
‘최선을 다해봐라, 묵언검객.’
할 수 있는 최대의 피지컬로,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포텐셜을 끌어내서.
그녀가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는 오직 단 한 번.
그녀의 무패신화가
끝을 맞이하는 그날까지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