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70)
〈 270화 〉 270 상대적인 평가
* * *
1.
예지수는 민실장님이 정말 좋았다.
예지수 : 실장님방송보고계시면제발저희좀살려주세요 경연프로그램참가하러가야한다고핑계라도대주시면안되나요 저이러다미칠거가타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꾹꾹 누른 휴대폰 문자메시지.
어디에도 발송할 수 없는, 그녀의 시야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만이 볼 수 있는 문자이기에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다.
그저 궁지에 몰린 사람이 엄마나 신을 찾고 기도하듯이 그녀가 바라는 기적을 적었을 뿐.
“민실장님은 신이야.”
“예지수양. 어디 아픕니까?”
기도는 이루어졌다.
기적이 이루어졌다.
예지수는 결심했다.
민실장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그런 각오를 민우성은 가볍게 흘려들었다.
“하긴 그 추운 빌딩 속에서 한참을 지냈으니 탈이 날법도 한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싶으면 숨기지 말고 바로 말해야 합니다.”
“실장님은 소원이 뭐에요?”
“갑자기 그건 왜 묻습니까?”
“실장님이 제 소원 들어줬으니까 저도 실장님 소원 들어줄래요.”
“…….”
민우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민실장님은 신이야!
민실장님 너무 좋아!
민실장님의 정장자켓이 되고 싶어. 그럼 매일 같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속마음을 알 수 없어서 당혹스러운 사람들과 달리, 예지수는 속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서 당혹스러울 정도로 열렬한 호의를 보여 온다.
평범한 호의도 아니다.
이 감정은 연심에 가까웠다.
‘실장’으로 쌓아온 호감도 스택이 이번 좀비해저드 구출로 빵 터졌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째서 자신에게 이 정도의 연심을 보이는지 두려워질 정도로 부담스러운 연심이었다.
스타각성자 지망생이자 아이돌 데뷔 가능성도 있는 혼혈미인 예지수의 연심은 평범한 남자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냉큼 받아들였다.
예지수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민우성도 평범한 남자는 아니었다.
“소원 같은 건 딱히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만 말해봐요. 응? 제가 나중에 크게 성공해서 민실장님 소원 정말로 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기세에 민우성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정 그러면 아프지만 마십시오. 그게 제 소원입니다.”
“민실장님은 지수가 아프면 슬퍼요?”
얘 진짜 아픈 건 아닌가?
민우성이 손을 슥 내밀어 예지수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군.”
“!!”
“열심히 도왔던 경연프로그램에서 해남파 직계제자들이 건강문제로 탈락한다면 슬플 겁니다. 거듭 당부하지만 건강은 각별히 주의해주십시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걸 느끼며 설레하던 예지수.
이마에 닿은 온기의 잔상을 떠올리며 행복한 여운을 느끼던 그녀가 수줍은 미소 대신 미약한 호기심을 보였다.
참 부지런할 정도로 변화가 심한 감정이다.
“직계제자요?”
“눈치 채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길드장님이 손수 무술을 전수하는 제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거액의 후원을 지불한 특별수련동 제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희는 길드장님한테 뭘 배운 건 없었어요. 좀비해저드에서 구른 기억밖에 없는데요?”
민우성은 고개를 저었다.
“생존기간동안 길드장님이 건물 밖에서 여러분이 감당할 좀비를 마리 수 단위로 통제했던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뭔가 저지르고 계신다는 건 지연이한테 들어서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계셨어요?!”
역효과인가.
길드장의 배려를 깨닫기 전에 겁만 더 먹었다.
민우성은 대충 얼버무렸다.
“아무튼 여러분에게 거는 길드장님의 기대가 크십니다.”
“실장님은요? 실장님도 저한테 거는 기대가 크나요?”
여러분과 저. 뚜렷한 간극의 차이를 외면한 채, 민우성은 방을 나섰다.
“차로 갑시다. 모두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앗, 치사해요. 대답은 해주고 가세요. 저 기대해요? 기대해요? 기대해요~?”
애교를 부리며 대답을 재촉하는 예지수를 무시한 채, 민우성은 성큼성큼 앞장섰다.
2.
‘미모의 여성인가.’
경연 프로그램 관계자용 관람석.
민우성은 특별심사위원석에 참석한 해응응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아름다움에도 내성은 있다.
처음에는 미녀와 눈만 마주쳐도 쑥스러워하던 남자도 막상 오랜 시간 미녀들을 보고 살다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해응응은 참 기묘한 여자였다.
협회의 표적.
속마음을 읽어내야 할 상대.
처음에는 지극히 냉정한 마음으로 접촉했고, 손만 닿아도 사람을 죽일 수십 가지 방법을 떠올리는 중국에서 넘어온 스파이라고 생각했다.
협회 정보라인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고 국가안보국에 포섭된 이후.
다시금 마주친 뒤로는 두려운 마음을 애써 숨기며 공포에 몸이 떨리지 않기만 기도했다.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로서 바라보는 감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우지우 대신 그녀의 곁을 지키며 신용을 얻고자 비서 노릇을 하기를 약 1년.
어느새 그녀을 독점하고 싶다는 욕심을 품은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무엇이 계기였을까.
보도블록 위의 하얀 선을 보면 폴짝 올라서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 때문에?
바람에 훅 불어 날리는 민들레씨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옆모습이 쓸쓸해보여서?
‘아름다움에도 격이 있다는 건가.’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래는 아름다움들과 달리, 해응응의 아름다움은 갈수록 무르익었다.
날이 갈수록 얼굴을 마주치는 것도 조금씩 부끄러워지는 것이, 보통의 미녀에게 갈수록 적응이 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속을 모르겠는, 점점 더 그 아름다움을 실감하는 여자.
“이런 여자를 어르신들은 진국이라고 하죠?”
심사위원의 말이 꼭 제 마음을 읽는 것처럼 공교로워서 민우성이 흠칫 놀랐다.
“맞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것처럼 해남파 참가자들이 나날이 한계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김한나, 예지수, 채지연. 해남아이돌즈 그룹의 참가자들에게서는 무언가 각오가 느껴져요.”
중간과제 조별댄스배틀.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는 호평일색이다.
민우성이 해응응에게 매번 색다른 매력과 깊이를 느끼듯이, 심사위원들은 해남아이돌즈의 발전에서 매력과 깊이를 느꼈다.
심사위원들 다음은 특별심사위원.
무게를 잡으며 특별심사위원석에 앉은 특별심사위원들 사이로 유독 한 사람이 점수가 적힌 막대기를 뒤적였다.
어지간하면 10점에서 8점 사이로 점수를 주는 보스나 7점부터 4점 사이로 점수를 주는 십대엔터 측 전문가들과 달리.
언제나 주는 점수가 들쑥날쑥한 해응응다운 익숙한 모습이다.
[3점]어쩐지 부산스럽게 뒤적이더라니. 그마저도 2점과 3점 사이에서 고민을 했던 모양인지 반대손에는 들지 않는 막대기까지 쥐어져있다.
이소혜에게 귀띔으로 들었을 때에는 설마 했지만 정말로 연습생들을 탈락시켜서 게임하러 데려가려는 속셈일까?
그런 배신감 어린 제자들의 시선이나 충격에 빠진 사람들의 시선과 달리, 민우성은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는 일 없이 평소대로 무표정했다.
“어이, 민실장. 댁네 길드장 좀 이상하지 않아? 왜 자기 애들한테 점수를 짜게 줘?”
“남들과 기준이 다를 뿐, 길드장님이 불공정한 편파판정을 하실 분은 아닙니다.”
민우성은 알고 있다.
언뜻 무질서하고 어지럽게 보이는 길드장의 판단기준에는 언제나 ‘무인’으로서의 에고가 중대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아니나 다를까, 심사평가의 자세한 기준을 알려줄 수 있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그녀다운 대답이 툭 튀어나왔다.
[3성이에요.]3성이니까 3점.
합동댄스에서 무슨 무공을 기준으로 성취도를 측정하는 건지는 몰라도 세상만사를 무공으로 판단하는 저 대담함만큼은 존경스럽다.
당사자들은 판단기준을 듣고는 3점도 높게 나왔다며 안도했지만 외부인이 보기에는 영 아니었는지 비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쟤들 단단히 찍혔나본데?
끈 떨어진 연? 그런 건가.
얼굴은 반반한데 우리 쪽에서 채가도 괜찮지 않으려나? 인지도가 상당하던데.
김한나 쟨 노출 좋아하던데 밤무대로 돌리면 딱이겠네.
쟤들 스폰 돌리면 돈은 그냥 쓸어담겠는데? 어르신들이 좋아하겠어.
머릿속을 더럽히는 생각에 민우성은 머리가 쿡쿡 쑤시는 두통을 느꼈다.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한 마음의 소리.
마치 협회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간 것처럼 머릿속이 더럽혀지는 기분이 든다.
‘한동안 잊고 있었군. 순수한 욕망의 덩어리들 특유의 추악한 사고방식을.’
자신이 만들지 못하는 건 타인에게서 빼앗는다.
타인의 꿈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한다.
밤무대도 스폰도 모두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팔아 들이미는 뒷세계의 일.
한나와 지수, 지연이가 그런 세계를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민우성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특별심사위원 묵언검객님의 점수평가를~ 발표~ 합니다~~!”
점수차를 좁히기에는 이미 늦은 대결.
모두가 실력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며 이야기하는 댄스배틀.
아무리 해응응이라도 이번만큼은 십대엔터의 승리를 평하리라 예상한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그녀의 푯말은 또 다시 이변을 불렀다.
[3점]해남파와 십대엔터의 춤 실력이 다르지 않다.
그런 해응응의 평가에 장내에 술렁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3점이라는 박한 평가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품던 이들이 얼굴을 붉혔다.
3점이 불신의 증거이자 참가자들을 밤무대로 세우는 상상을 해야 할 점수라면, 그들의 소속사 아이돌연습생들도 같은 수준이라는 뜻 아닌가.
“이건 너무하네.”
“변별력이 없잖아.”
“너무 싸고 도는 거 아닌가?”
야유라도 했다간 목이 날아갈까 무서워서 조심스레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십대엔터 관계자들.
“이렇게 되면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묵언검객님이 보시는 3성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해응응은 차분히 펜을 움직였다.
[일련의 무공을 실수 없이 펼쳐낼 수 있는 수준. 무공의 숙련의 초입에 들어선 경지를 저는 3성이라고 규정해요.]“아하. 그 말씀은 각 팀 모두 춤은 숙련되었다는 뜻이군요. 실력차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려운 질문도 아닌지 막힘없이 나오는 답변.
[분수에 넘는 상승무공에 도전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과 실력에 맞는 무공에 도전해서 적당한 성취를 낸 것.] [둘의 성취도에 차이가 없다면 그 또한 모두 3성이라고 할 수 있죠.]해응응의 통렬한 지적에 더러운 생각을 떠올리던 관계자들의 표정이 구겨졌다.
저 춤은 내가 시킨 건데.
저건 위에서 실력차이 확실하게 벌리라고 오더 내려온 춤이잖아.
아 옘병. 어쩐지 애들이 이 춤 말고 다른 거 하면 안 되냐고 하더니.
마냥 좋은 점수로 포장하기 급급했던 다른 심사위원들과 달리, 양팀의 실력차이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내린 평가.
당사자들보다 그 평가를 사무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 우리 실장 저 답답한 인간 진짜. 내가 그렇게 안 된다고 했는데.
거 봐라. 우리팀 에이스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연습할 시간도 부족해서 제 실력 발휘 못한다고 했잖아. 부끄러워서 못 살겠네 정말.
와……. 어떻게 저리 잘 알아보지?
3점을 받은 십대엔터 참가자들은 고난이도 춤을 강요한 관계자들을 원망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저 배은망덕한 년이 어딜 야려?
키워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하나 좀 실수했다고 새끼들이 건방지네.
아 조졌네. 다른 소속사에서도 우리 애들 탐내는데. 이거 때문에 갈아타는 일은 없겠지?
관계자들의 생각을 엿보며 민우성은 차갑게 조소를 지었다.
민실장님 너무 좋아!
그런 해맑은 생각이나 품는 순수한 아이를 상상모독한 죗값을 어찌 물지 않을 수 있으랴.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베일 각오를 한 자만이 칼을 들라고.
집안단속도 못한 주제에 주제넘게 욕심을 부렸다면 그 대가를 치를 차례다.
민우성은 결심했다.
저들은 우리 애들을 건드릴 상상만 했지만 그는 십대엔터의 연습생들을 십대엔터에서 이탈하도록 만들겠다고.
총칼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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