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71)
〈 271화 〉 271 날벼락
* * *
1.
엔터계의 강자 아산길드.
그들이 운영하는 아산엔터는 예로부터 데뷔를 희망하는 연습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저 언제까지 연습만 해요? 실장님도 아시잖아요. 제 실력 절대로 부족하지 않다는 거.”
“그래, 실력이야 있지. 근데 데뷔는 실력만 가지고는 안 돼.”
“쟤들이 저보다 뭐가 잘났는데요?”
“절박함? 얘기 끝났으면 돌아가. 실장님 바빠.”
소영아.
어렸을 적에는 국민여동생 소리도 듣던 아역배우 출신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수요가 뚝 끊긴 아이돌연습생이 되었다.
아니, 소영아도 알고 있다.
실장은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그가 원하는 것이 스폰계약이라는 걸.
‘걔들 어제는 새벽 다 되도록 안 돌아왔었지.’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보다 못난 연습생들이 다음 데뷔그룹에 뽑혔다는 소식에 낌새를 눈치 챈 소영아는 남몰래 뒤를 캤다.
그리고 알아냈다.
그들 앞으로 잡혔던 야간스케쥴이 존재하지 않는 가짜일정이라는 사실을.
‘몸 팔 정도로 절박하지 않으면 실력이 있어도 데뷔 하나 못 하는 거야?’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승부수를 던지겠다.
“저 이번 경연프로그램 나갈게요.”
“영아야, 거긴 티오가 많지 않아. 이번에 나갈 애들이…”
“아니면 저 연습생 이제 그만두려고요. 저 버릴 거예요? 한 번 써보지도 않고?”
어떻게든 그녀를 타락시키고 싶어 안달이 난 작자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지.
아니나 다를까, 평상시라면 온갖 이유를 다 대어가며 활동을 방해하던 작자들이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지 않게 곧바로 자리 하나를 내줬다.
“어쩐지~ 이렇게~ 될 거라는 예감 들~었어”
정당한 심사의 기회.
십대엔터가 주관하지 않는 유일한 오디션.
십대엔터가 지배하지 못한 유일한 경연.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여기서 뜨지 못하면 데뷔는 영영 불가능하다.
소영아는 경연에 목숨을 걸고 임했다.
【소영아 개인기록】
[1차 심사 7위] [2차 심사 4위] [중간과제 작곡미션 5위]그 결과,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십대엔터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위기록을 달성했다.
“영아야 너 아니었으면 우리 진짜 어쩔 뻔했냐? 나오길 잘했다 진짜. 오빠도 영아는 진즉부터 하면 되는 아이인 줄 알았다니깐?”
“이게 다 영아 실력을 알아본 내 공이지.”
“실장님 말이 맞습니다. 하하.”
이때다 싶어 헛소리를 하는 매니저도, 속을 뒤집어놓는 실장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영아만 가지고 저래.”
“한 거 아니야?”
“아… 그거? 쟤 정도 얼굴에 몸매로 했으면 치트키지. 혼자 도도한 척은 다 하더니.”
“걸레 같은 년.”
“킥킥.”
아산에서 넘어온 같은 연습생들도 어쩜 이리 미친년들만 모아놨는지.
하나같이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었다.
‘절박함’을 무기로 삼는 아산길드답게 경연에 나오는 연습생들도 막장이었다.
‘삐걱거리는 춤이나 고치고 지껄이지. 한심한 깡통 같은 년들.’
프로그램 촬영이 끝나고 찾아온 공백기.
“영아 넌 어쩔래? 숙소로 갈래?”
“아뇨. 전 따로 개인연습 할게요.”
엔터관계자들은 믿을 수 없다.
같은 소속사 연습생들은 더 못 믿는다.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딴 취급을 당하는 줄 알면 당장 그만두게 하실 분들이니까.’
그녀가 바라는 길은 누구도 지지해주지 않는다.
사방천지가 적으로 가득하다.
야심한 밤.
달빛을 조명으로 삼고 달빛에 드리운 놀이기구의 그림자를 청중 삼아 춤을 춘다.
빙글, 한 바퀴.
빙글, 또 한 바퀴.
4차 심사 본선진출전에서 본선후보에 들기 위해서는 단 한 치의 실수도, 부족함도 결코 용납할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단 한 번의 실수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진짜 절박함이 한 편의 춤사위를 끝마쳤다.
짝. 짝. 짝.
놀이터 입구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엿보고 있었어?’
차가운 밤공기를 잊을 정도로 올라왔던 열이 단번에 차갑게 식었다.
“밤늦게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많이 놀라게 했던 모양이군요.”
“누구시죠? 저 아세요?”
“소영아양을 아산엔터에서 꺼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민우성이 미소를 지었다.
2.
민우성은 씩씩거리며 찾아온 상대에게 메신저기록과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딸아이 뻘 연습생들에게 손을 대는 회장들이라. 추문이 터지면 여파가 적지 않겠군요.”
“다, 당신. 그 사진은 어디서…”
“출처 말입니까? 당신 휴대폰이 될 예정입니다.”
“뭐, 뭐라고?!”
“다시 말해줘? 당신 조질 거라고.”
아산엔터 연예3실 실장 조휘준.
그는 절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될 기록이 민우성의 손에 들려있다는 사실에 바짝 알아 붙었다.
“원하는 게 뭐야.”
“소영아. 밤무대에서 썩기엔 너무 아까운 아이입니다. 위약금은 줄 테니 곱게 넘기십시오.”
“그건 대표님께도 보고를 올려야…”
“올리십시오. 하지만 결정은 빨라야 할 겁니다. 이 정보가 언론에 새어나가기까지는 앞으로 20시간이 남았습니다.”
“!!”
혼비백산하며 급히 본사로 달려가는 조휘준.
급히 택시를 잡는 그의 모습에 귓가에 찬 무선이어폰으로 보고가 들어왔다.
표적이 저희 택시에 탑승했습니다. 도청을 개시합니다.
통화신호 탐지완료. 현재 아산엔터 본부장과 통화 중입니다.
국가안보국의 감시 앞에서 허튼 수작은 부릴 수 없다.
안보국의 힘을 사적인 곳에 남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해응응의 호의를 얻기 위해서라는 만능의 핑계 앞에서는 손쉽게 힘이 들어왔다.
‘실제로는 어떨까. 길드장님이 이 소식을 좋아하실까. 아니면 괜한 짓을 했다고 화를 내려나?’
어느 쪽이든 닥쳐봐야 안다.
일은 이미 저질렀으니 결과를 기다릴 차례다.
‘첫 수는 두었으니 다음 수를 둘 차례인가.’
민우성의 목표는 다섯.
소영아의 영입은 시작에 불과했다.
3.
경연프로그램에 예정에 없던 긴급미션이 추가되었다.
명목상으로는 느슨해진 경연프로그램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탈락자 선정미션이었지만, 실제로는 소속사에서 퇴출된 연습생들이 썰려나가는 미션이다.
박은지 연습생, 소속사에서 잘림, 무소속.
이런 자막을 달고 촬영장에 나오며 다른 멤버들과 척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지 않은가.
“우성씨가 미리 귀띔해주셔서 살았습니다. 이런 큰일을 미리 눈치 채지 못했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방송 내보냈다가 개판이 열렸을 텐데.”
“시청률을 생각하면 그 편이 더 자극적이지 않았겠습니까?”
“어휴, 말도 마십시오. 십대엔터가 굴욕을 당하고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적당히 한 수 접어주고 이래야지 아니면 피차 힘들어집니다.”
민우성이 연습생들의 퇴출소식을 미리 알려준 덕분에 경연프로그램을 맡은 PD도 큰 잡음 없이 위기를 넘겼다.
난리 통에 스리슬쩍 소영아의 소속사가 아산엔터에서 해남파로 바뀌기는 했지만 아산엔터가 입을 다무는 통에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렇게 간단히 풀려나다니…”
“열심히 하십시오. 소영아양을 영입하기로 결정한 걸 후회하지 않도록.”
“고맙습니다, 민실장님.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민우성 뒤를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소영아의 모습에 한나가 쪼르르 달려왔다.
“실력깡패가 왜 민실장님 따라다녀요? 갑질이슈? 인성이슈?”
“…어디서 이슈라는 단어를 배웠는지는 몰라도 함부로 쓰고 다니면 큰일 납니다. 그리고 소영아양은 오늘부터 우리 식구입니다.”
“민실장님, 우리 버리는 거야? 실력 좋은 외래산 아이돌연습생한테 밀려서 한나 퇴물 되는 거야?”
“퇴물이라는 단어도 금지. 어디서 이런 몹쓸 말들을 배워서 써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주변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군요.”
“이야다! 한나에게 단어선택의 자유를 허가하라! 허가하라!”
빽빽거리는 한나를 피해 길드장 집무실로 소영아를 데리고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이번 건은 시일이 급하다 싶어 선조치 후보고로 나섰습니다.”
민우성은 소영아와 적당히 입을 맞췄다.
아산엔터에서 소속사 아이돌을 스폰녀로 키우려고 했고, 이를 눈치 챈 민우성이 먼저 손을 써서 소영아를 빼돌렸다고.
실제로도 거의 그렇게 될 뻔했던 소영아야 당연히 입을 맞춰주었다.
[잘했어요.]십대엔터와 척을 지고 왔다는 말을 한다면 보통의 길드에서는 길드장의 책상 위에 얼마나 많은 잡동사니가 있는지, 머리에 맞으면 뭐가 제일 아픈지를 알게 될 것이다.
두렵기 때문이다.
십대엔터를 적으로 돌리고 입게 될 유무형의 피해들이.
엔터계가 각 길드의 이미지조성 및 대외홍보수단으로 전락했기에 힘 있는 길드의 눈치를 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감이 대박이시네. 그만큼 강하다는 걸까?’
해응응은 십대엔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과의 싸움을 꺼리지도 않았다.
귀찮은 일을 부하들이 알아서 대신 해줬구나, 하는 마치 결재서류를 보듯이 무심한 기색.
소영아는 그 강함이 부러웠다.
[게임 좋아하나요?]“네? 아, 네. 해본 적은 없지만 시키면 뭐든 열심히 할게요!”
뭐든지.
그녀 앞에서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 표현인지 아는 민우성이 흔치 않게 무표정한 얼굴이 꿈틀거리며 무너질 뻔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소영아는 돌아가도 좋다는 해응응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할 뿐이었다.
[우성씨는 잠깐 남으세요.]이대로 넘어갔으면 좋았으련만.
해응응은 민우성을 따로 남겼다.
‘역시 이번 일은 과했다고 생각하시나?’
데려온 아이 앞에서 혼을 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체면은 충분히 살려주었다. 이런 세심한 부분을 신경 써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다.
어떤 엄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민우성.
그를 향한 해응응의 눈에 묘한 기색이 어렸다.
[우성씨는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죄송합니다.”
[사과를 들으려는 게 아니에요.]해응응의 수첩이 팔락 넘어갔다.
[길드마다 엔터회사를 따로 차리는 것이 요즘 트랜드라고 했었죠?] [해남엔터를 세운다면 대표를 맡을 사람이 필요할 테고요.] [저희 길드 홍보활동을 로얄클럽에 전부 떠넘기는 것도 미안한 일이죠.]민우성의 눈이 커졌다.
[우성씨가 맡아주세요. 해남엔터 대표.]남들에게는 꿈에도 그리던 벼락승진.
민우성에게는 직업만족도 200%인 해응응의 비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날벼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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