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75)
〈 275화 〉 275 검투사키우기
* * *
3.
엄길동은 계산에 능했다.
매 시즌, 매 메타마다 어떤 NPC가 주류를 이끌 것이고 어떤 NPC가 카운터픽이 될지를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하고 이를 살려냈다.
요리사가 팬에 기름을 두르기 전에 요리과정과 시간분배를 이미 끝마치듯이 그의 제자키우기에는 단 한 번도 변수가 없었다.
“이렇게 감도 암 잡히는 건 처음인데?”
묵언검객. 그녀의 대단함이야 엄길동이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안다.
묵언검객따라잡기를 만들 정도로 그녀의 플레이에 가장 깊이 빠져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엄길동 본인이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드래곤이 얼마나 대단한 NPC몬스터인지도 이해하고 있다.
공포저항 전설등급.
투지 전설등급.
매력 최상급.
언변 최상급.
명성 최상급.
항마력 상급.
기력 상급.
마력 상급.
체력 상급.
기절저항 상급.
마비저항 상급.
이 많은 수치들이 모두 드래곤과 대면해서 즉사하지 않기 위한 최소조건이다.
[구름용 아지사하브의 구름궁전에 진입합니다.] [정보력 보너스 제공.] [조심하십시오. 아지사하브는 바람의 정령에 의해 구름의 운행이 망가지며 심기가 몹시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운 없는 날은 뭘 해도 안 된다더니, 큰 맘 먹고 보석 세 수레를 싣고 왔건만 날을 잘못 잡았다는 경고문이 떠올랐다.
“묵언검객님. 저희 날을 잘못 잡았는데 나중에 다시 오지 않으실래요?”
[드래곤이 만남을 거절할 것 같나요?]“아뇨, 그건 아닌데.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오늘은 드래곤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대면판정에서 기본적으로 페널티가 깔립니다.”
엄길동은 고위NPC와의 협상룰을 알려주었다.
“강한 NPC들은 선물을 바쳐서 호감도를 올려야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데, 기분이 나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선물이나 귀중한 선물을 줘야 합니다. 근데 알다시피 드래곤은 원체 난이도가 높아서…….”
[마차를 한 대 더 가져오면 되지 않을까요?]“당신 내 얘기 하나도 안 들었지?”
그의 걱정은 이해했다.
이미 충분히 큰 출혈을 감내한 엄길동도 이 이상은 자존심이 긁혀도 무리라고 할 정도로 때가 좋지 않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원인을 알면 결과가 보이듯이 해응응은 오늘을 피한다고 결과가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바람의 정령이 날뛰는 한 당분간 구름용의 기분이 좋아질 일은 없겠죠. 안 그런가요?]“듣긴 들으셨구나? 저 혼자 듣지도 않을 설명 떠든 줄 알고 조금 섭섭할 뻔했어요.”
[그럼 입성하세요. 오늘 가든 내일 가든 다를 거 없어요.]“다른 용들이 궁금하지는 않으십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이곳으로 왔다는 건 다른 용들은 공략이 더욱 어렵다는 뜻일 터.
해응응은 먼 길 돌아가서 헛고생만 하고 시간을 날릴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전진하세요.]“하… 진짜 묵언검객 따라잡기만 안 만들었어도 마차 돌렸다….”
응 듣기‘만’ 했어
엄길동 오늘 임자 제대로 만났네ㅋㅋㅋ
재산 와장창 ㅋㅋㅋ
구름용 아지사하브의 구름궁전.
구름으로 빚어낸 금색으로 빛나는 구조물에서 눈부신 금색 구름다리가 내려왔다.
아지사하브가 공물을 가득 싣고 온 수레를 보고 입성을 허가했음을 알리는 다리였다.
“그래도 재산 꼴아박은 보람은 있네요. 무색다리는 지상으로 내던져버리고 은색다리는 구름용의 부하만 보고 돌아간다던데.”
[드래곤이면 그럴 수 있죠.]“꼭 어디서 드래곤 본 적 있는 사람처럼 말하십니다? 되게 태연하시네.”
임금과 용을 동일시하던 제국의 황제는 자신이 입는 옷조차 곤룡포라 칭했으니.
곤룡포 중에서도 황색으로 물들인 금처럼 번뜩이는 황룡포를 즐겨 입던 황제는 천만금의 주인으로 무림의 온갖 보물을 취하기를 즐겼다.
황궁에 갇혀 지내며 그 부귀영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던 그녀가 그 성세를 모를 순 없다.
“이리로 오라.”
구름다리의 너머.
휘황찬란한 궁전의 접견실 저 끝에서 태양을 등진 곳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의 끝에 기거하는 자.
천상의 옥좌를 거머쥔 주인.
가장 높은 하늘에 군림하는 금색으로 빛나는 용Gold dragon.
그야말로 아지사하브Azhisahāb.
구름용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찬란한 권위를 지닌 드래곤이었다.
“푸르륵!”
수레에 묶인 말들이 고개로 연신 투레질을 하며 더 이상 나아가기를 거부했다.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꼴이 마치 용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엄길동은 그 의미를 깨달았다.
“말들이 더는 때려죽여도 못 가겠답니다.”
[내려서가죠.]발을 디뎌도 꺼지지 않는 구름을 신기하게 여기며 성큼성큼 걷는 해응응.
“아니 씹, 무슨 여자가 저리 겁이 없어? 진짜 십상남자시네. 같이 좀 가요. 나 무서워.”
[겁쟁이들의 쉼터로 돌아가실래요?]“누구 돈으로 여기까지 와놓고 마차에서 존버하라는 겁니까? 참나. 억울해서라도 이 악물고 따라갈 겁니다.”
그러시든가.
대담하게 앞장서는 해응응의 뒤로 이래도 되나 싶은 얼굴로 소심하게 좁은 보폭을 연신 내딛으며 바쁘게 뒤를 쫓는 엄길동.
거대한 알현실을 가로지르며 계단 턱에 발을 딛자 눈부신 빛이 난반사를 일으켰다.
“네 재주가 허락하는 만큼 올라보아라.”
시험하듯 권하는 아지사하브의 말에 엄길동이 몇 걸음을 내딛다가 눈을 감았다.
“와씨. 이거 눈 뜨고는 절대 못 올라가겠네.”
눈을 질끈 감고 발끝의 감촉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 엄길동.
그런 그의 뒷덜미를 누군가가 휙 붙잡았다.
“헉! 뭐, 뭐야!”
[살려준 거예요.]해응응의 형광펜에 눈을 껌뻑이고 있자니, 계단 너머 구름 사이로 파묻힌 제 다리가 보였다.
눈을 뜨자니 눈이 부셔서 앞을 볼 수도 없건만 눈을 감으면 구름 속으로 몸이 잠긴다.
기믹을 무시하고 계속 오르려 시도했다간 구름에 파묻혀서 궁전 저 밑으로 추락해서 진즉에 쫓겨나고도 남았다.
“분수에 비해 욕심 많은 자에게는 제 한 목숨만 건사하게 하려 했거늘, 좋은 동료를 두어 기회를 헛되이 날리지 않았구나.”
“와… 보석 세 수레를 먹튀당할 뻔했네.”
묵언검객 덕분에 간신히 먹튀를 면했다는 생각에 새삼 존경심이 자라났다.
어떻게 된 인간이 공포저항이니 기절저항이니 온갖 특성은 하나도 없는 뉴비인 주제에 고인물 스트리머보다도 더 적응력이 뛰어났다.
애초에 그녀가 아니었다면 구름궁전을 오를 일도 없었겠지만.
그림 예술이네
뭐가 보이기는 해??
와 구름용이나 묵언검객이나 눈뽕 지리네
황금색 테두리 간지 오지긴 한다
간지랑 시력을 바꾸면 어떡하냐고ㅅㅂ
간지(아무도 못 봄)
안 그래도 미모 오지는 분이 실루엣만 보이니까 천사가 따로 없네
신개념 화보촬영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림 하나는 대박이다.
엄길동은 검투사키우기 썸네일 사진으로 쓰면 딱이겠다며 스샷이나 열심히 찍었다.
“천상의 태양은 자격 없는 자는 올려다볼 수조차도 없나니. 흙의 자손치고는 제법이구나.”
[자격이라. 그건 내공을 말하는 건가요?]“자격은 하나의 힘에 구애받지 않는다. 진정한 권위란 옥좌가 아닌 군주에게서 비롯되듯이 말이다. 천상의 태양이란 천상의 옥좌와도 같지.”
그것은 비단 선글라스 한 장이면 끝날 가볍고 얄팍한 권위가 아니다.
‘신광?光. 단순한 태양의 빛이 아닌 저 또한 드래곤이 발산하는 내기, 마력의 광채이죠.’
엄길동에게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다고 한들, 아무리 뛰어난 지혜가 있다고 한들, 아무리 끈질긴 집념이 있다고 한들.
재산이나 지혜, 집념 따위로는 비할 수 없는 힘의 총량이 존재한다.
격하?下.
존재 자체로 상대를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로 만드는 아득한 힘.
무림에서는 그 힘을 절정고수를 넘어선 초절정고수로, 초절정을 넘어선 화경化?에 달한 고수로 칭한다.
내공이 극성에 달해 검기다발이 뭉쳐 검강을 이루고, 검강이 한층 더 밀도를 갖추어 검환을 이루는 경지가 바로 화경급의 고수이다.
‘놀랍군요. 무림에서도 목격하지 못한 영물을 넘어선 신물인 용이란, 실제로 구현된다면 이 정도의 강함을 지닌 존재인가요.’
초절정의 내공입문조건은 2갑자(120년).
화경의 내공입문조건은 3갑자(180년).
불과 60년의 차이지만 그 사이에는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기를 수용하기 위한 무수한 변혁과 혁신,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저 많은 내공을 쌓기만 할뿐인 무림의 노고수들이나 젊은 시절부터 영약을 잔뜩 취한 대문파의 고수들의 한계는 초절정.
진정한 초인의 경지, 초인경에 해당하는 화경은 한 줌의 초절정 사이에서도 지극한 확률을 뚫고 올라선 극소수에게만 허락된다.
‘그런 무림에서의 경지를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구름용 아지사하브가 발산하는 빛은 극성에 달한 내공이 육신의 한계를 초월한 용적을 담아낼 때 발산되는 고급 경지의 상징.
머리 위에 다섯 개의 고리가 생긴다 하여 일컫기를 오기조원五???.
머리 위에 세 개의 꽃이 핀다 하여 일컫기를 삼화취정三花?.
공력이 극에 달하면 일어나는 내공 수련의 고급경지가 외부로 현현하는 현상을 극으로 발전시킨 신광이니, 물리적 기술로는 당연히 막을 수 없다.
“십 보를 앞두고 멈추었구나. 그 이상을 나아갈 생각은 없느냐?”
[초상승의 경지는 행운유수처럼 자연스러워야 하죠.]행운유수行雲??.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
형태 없이 변화하는 자연물은 있는 그대로 흐르기에 자연이니, 무언가를 견디거나 억지로 참으려 들어서는 구름과 물이 될 수 없다.
무림인의 경지도 이와 같으니, 무리해서 한 발 나아가려 한다면 자멸을 재촉할 뿐.
지금의 해응응이 구름용의 신광을 앞두고 감당할 수 있는 간격은 열 걸음이 적절했다.
“분수를 모르고 정령을 격노하게 만든 흙의 자손과 같은 종족임이 믿기지 않는구나.”
[어여삐 봐주었다니 다행이에요.]“내 지상에 만연한 오만함에 심기가 좋지 않았으나, 바람과 구름에 어울리는 흙의 자손을 만나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소원을 하나 말해보아라.”
구름용이 물었다.
“천상의 빛을 담은 갑주를 원하는가? 누구도 너를 겨냥하여 맞추지 못할 것이다.”
“가장 높은 검의 영광을 누리겠는가? 누구도 네 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도 아니면 새로운 옥좌에 앉아보겠느냐? 너의 이름과 같은 왕국이 탄생하여 일개 흙의 자손을 넘어선 일국의 시조가 될 것이다.”
“무엇이든 좋다.”
“그대가 바라는 바를 말하여라.”
[묵언검객님이 구름용의 극상의 찬사를 이끌어냈습니다.] [바람의 정령의 분노 페널티가 상쇄됩니다.] [천상의 빛, 가장 높은 영광, 새로운 옥좌 중 하나를 청할 수 있습니다.]무언가 굉장한 것들이라는 건 알겠다.
하나같이 인세의 영웅들이 탐할만한 보구에 각국의 왕들이 두려워할 새로운 왕국의 탄생이 소원이자 보상으로 걸렸으니.
어느 하나도 꿇리지 않는 대단한 보상들이며, 구름용이 얼마나 커다란 호의를 보이는지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거, 건국신화?! 옥좌 고르세요! 무조건 옥좌!!”
“?”
“용이 수호하는 왕국의 탄생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겠어요?! 일국의 왕이 되면 제자 같은 건 골라잡아도 된다고요!”
소원권을 받은 당사자보다도 그 광경을 목격한 엄길동과 시청자들이 더 난리다.
혼자만 초연한 묵언검객의 반응에 엄길동과 시청자들은 점차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지?
진짜 아니지?
그런 애타는 시선과 채팅 앞에 해응응의 입가에 걸린 미소만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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