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79)
〈 279화 〉 279 적습이에요
* * *
1.
정령석을 보자마자 해응응은 느꼈다.
운명적인 끌림을.
‘이건 먹어야 해요.’
구음절맥의 치료제.
극음지기를 잠재우기 위해 필요한 극양지기.
태양화리의 내단을 대신할 수 있는 영약.
머리보다 몸이 먼저 느꼈다.
문신이 새겨진 아랫배가 쿵쿵 날뛰었다.
저걸 가져야 한다고.
몸의 외침이 옳았다.
영약을 먹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음을.
‘내공상승에 따른 절맥증 악화의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리스크 없는 막대한 힘이란 카드게임의 노코스트 고스펙 카드와도 같다.
흔치 않은 기적이라는 뜻이다.
“내 제자지만 너는 흙의 자손보다는 새끼용에 가깝구나…….”
“?”
“욕심만 더럽게 많아서 받아먹기만 하는 주제에 너무 약해서 화가 나도 속 시원하게 때릴 수도 없다는 말이다…….”
“…….”
“용들의 사회에서는 말썽을 저지른 새끼용에게 벌을 주기 위해 시련을 부여하지……”
“시련을 마치기 전에는 용족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니, 네 경우에는 제자취급을 받지 못할 것이다…… 네게도 시련을 하나 부여하겠다…….”
해응응은 긴장한 얼굴로 구름용을 바라보았다.
용의 시련.
과연 얼마나 커다란 시련이 찾아올까.
최소 화경급 고수가 내리는 시련이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리라.
2.
엄길동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 언제까지 하고 계실 겁니까?”
[아지사하브가 만족할 때까지요.]드래곤이 내린 시련.
그것이 무사수행이라거나 토벌임무였다면 엄길동도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하루 종일 화산에 불 지르기 하고 있을 거예요? 존나 에바잖아요.”
ㄹㅇㅋㅋ
구름생성 시뮬레이터 멈춰!
화산폭발 시뮬레이터 아님?
무친련들이 구름 만들자고 대륙을 불사르려고 하네ㄷㄷㄷ
이 정도면 악룡 아니냐?
구름용의 시련은 상심한 구름용의 기분을 달래기 위해 대량의 구름을 만들기.
[구름을 어떻게 만드는데요?]“이 몸이 어렸을 적에는 화산을 폭파해서 화산재로 구름을 만들고는 했지…….”
“…….”
방법이 조금 과격하기야 하지만 오히려 용답게 화끈해서 좋은 구석도 있다.
[쿨해서 좋지 않나요?]“쿨은 개뿔, 용암 근처에만 가도 숨 막혀 죽겠고만. 그냥 대충 근처 광장에서 솜사탕이나 뽑아다가 갖다 주자고요. 달달한 구름이라고 좋아할 텐데.”
[아지사하브를 솜사탕으로 꼬드기면 그만인 아이 취급하지 말아요.]해응응은 용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이것이 그녀만이 지니는 환상은 아니다.
무림과 동양에서 용이란 우화등선의 상징!
지극한 경지를 이루어 자연경에 도달한 무림인이 세속을 뛰어넘은 신선들의 신계로 등선할 때에야 비로소 용과 같은 경지가 되었다고 믿는다.
화경 위로도 현경, 생사경, 자연경에 달하는 긴 성장의 끝에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현상이 우화등선이니 그야말로 전설 속의 경지가 아닌가.
[용은 세속의 모든 욕망을 초월한 존재에요. 분명 저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겠죠. 분명 구름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아무리 생각해도 화산폭발이 필요한 이유는 세계멸망 외에는 떠오르지가 않는데요?”
[게다가 이건 길동씨네 시청자들이 알려준 방법이기도 하다고요.]엄길동이 웃는 낯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식겁한 표정으로 소리를 죽여 시청자들에게 아우성을 쳤다.
“이 미친놈들이 저 괴물딱지 같은 양반한테 무슨 헛바람을 불어넣은 거야! 당장 사실대로 불어!”
^^;
몰?루
우린잘못없어!
이산화황 입자를 살포하면 인공구름이 만들어진다는 말은 한 적 없다구!
화산을 폭발시키면 이산화황 입자가 잔뜩 살포된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고!
켈리건 화산이 휴화산이지만 적당한 충격을 가하면 금방 폭발할 수 있다고 사진첨부에 가는 길까지 안내한 적도 없는걸?
“니들이 다 부추겼잖아!!”
아 왜 우리한테 그러냐고ㅋㅋ 화산폭발 썰 먼저 풀었던 건 구름용 아님?
ㄹㅇㅋㅋ
우린 과학고증 상 화산폭발과 구름생성의 상관관계를 알려줬을 뿐이라고~
엄길단.
이 무친 것들이 해응응에게 교묘하게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정보를 뿌려서 그녀의 행동과 심리를 조종해버렸다!
그 겁 없는 행동에 기겁을 해야 할지 감탄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가 이것이다.
해응응의 검에 시뻘건 기운이 어리더니 내지르는 검격을 따라 시뻘건 검기가 날아가 화산구덩이 속을 강타한다.
━쿠구궁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듯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저 깊은 지저에서부터 일어나는 땅울림.
검기를 날려 화산폭발을 자극한다는 정신 나간 짓거리가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골때리네 진짜. 검에서 빛은 왜 나고 검기는 또 왜 날아다니는 겁니까?”
[깨달음을 얻으면 돼요.]“실은 저도 오늘 아침에 깨달음을 얻었는데요. 휴화산에 폭발을 가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깨달음이에요. 이걸로는 뭘 할 수 있을까요?”
[깨달음을 얻으면 기분이 좋아져요.]“그리고요?”
[깨달음을 얻으면 기분이 좋아져요.]“그건 그냥 기분 탓인 거잖아!”
깨달음이 뭐 별건가.
기분이 좀 좋아지고 뭔가 가능하겠다 싶더니 ‘이게 되네’ 해버리는 건데.
수많은 깨달음을 겪었던 해응응은 그만큼 깨달음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달관하는 자세를 지녔고, 작은 깨달음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런 깊은 뜻을 헤아리기엔 엄길동의 경지가 아직은 부족했다.
‘무림인이 아니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문득 작은 호기심이 일었다.
엄길동은 얼마나 강할까?
[스트리머는 몇 살부터 하셨나요?]“갑자기? 그래도 이런 근황토크는 나쁘지 않아요. 칭찬해드리죠.”
설마 화산폭발에 쓸 내공을 회복하려고 잠시 쉬는 중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엄길동이 크게 안도하며 대화에 응해주었다.
“한 10년 됐죠. 제가 올해로 28살이거든요.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스트리머 생활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아마 맞을 거예요.”
[늦은 나이부터 시작하셨네요.]“어딜 봐서 늦었다는 거야?! 쥰내게 빠른 편인데. 묵언검객님 기준은 참 여러모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요. 그럼 묵선생님이 보기엔 몇 세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해응응은 자신 있게 단언했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아요. 5살부터는 시작할 준비가 되어야 하죠.]“키즈채널부터 섭렵하시려는 겁니까?”
애들이랑 부모들한테 인기는 있겠네.
문득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5살의 해응응은 어떤 모습일까.
애기들 특유의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보조개가 이쁜 아이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올려다보는 이쁘장한 여자아이의 모습.
엄길동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뭐 5살부터 시작해도 나쁘진 않겠네요.”
[그렇죠?]“그래서 묵선생님은 몇 살에 스트리머 업계에 데뷔하셨죠?”
[묵비권을 행사하겠어요.]“5살은 아니죠?”
불리한 화제가 되자 냉큼 고개를 돌리고 화산을 기웃거리는 척 딴청하는 묵언검객. 그 뻔뻔한 능청스러움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쫑끗.
갑자기 해응응이 귀를 쫑긋거리더니 화산으로 오르는 길을 돌아보았다.
“어? 방금 귀 쫑긋하신 거 맞죠?”
[지금 그게 중요한 때가 아니에요.]“아니 사람귀가 쫑긋거렸는데 이것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 뭐가 있어요!”
화산폭발?
화산폭발은 중대사항 맞지
그래서 귀 쫑긋 어떻게 한 건데??
짜잔~ 실은 묵언검객은… 고양이인간이었습니다!
와~ 하나도 놀랍지 않았어요~
어째서?
하는 짓거리가 ㅈ냥이랑 다른 게 없는데 어디서 놀라야해??
아ㅋㅋ
긴장감 없이 드립과 농담을 주고받는 화기애애한 채팅창.
이에 웃으며 함께 드립을 치던 엄길동의 얼굴 측면으로 눈부신 빛이 어렸다.
?
?
머임? 엄길동 드디어 미러볼이 된 거야?
시청자들이 그 빛에 의아함을 드러내는 다음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빔이 엄길동을 덮쳤다.
지이이이잉!!
화산 저 아래에서부터 날아온 레이저.
적색 빔사출이 끝났을 때, 엄길동은 바닥에 엎어진 채로 검 한 자루로 자신을 지켜준 해응응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적습이에요. 정신 차리세요.]“아! 저 이거 알아요. 아머드병기입니다. 레이저가 탑재된 기체는 그 중에서도 상당한 최신예기, 대한철국의 주전력에게만 허락된 병기에요!”
“죽음의 상인답게 견문 하나는 밝구나. 힉센 공국의 악마, 엄길동.”
걸음마다 바위를 으깨고 지면을 주저앉히며 쿵쿵 걸어오는 이족보행로봇 아머드.
푸른색의 관복을 형상화한 청색아머드에 무장파츠를 장착한 4세대 최신형 아머드기체가 기체의 얼굴 위로 파일럿의 홀로그램을 투사했다.
“본관은 대한철국의 종4품 참상관으로 종군중인 아머드무관 조태식이다. 주상전하의 아침 조회에 참여할 상참의 권리를 지니고 있지.”
오~ 태식이~~
길동이는 나가있어
나가있으라는 게 강제로그아웃 말하는 거였냐고
아 저 새끼 리그에서 봤는데 개같이 단단함
아머드무관들이 다 그렇죠 머
[죽음의 암상인? 그런 부끄러운 별명을 지니고 다니는 건가요?]“그러는 묵선생님도 종말의 거인 같은 별명 가지고 있거든요?”
채찍시뮬레이터에서 화려하게 날뛰었던 전적을 떠올린 해응응은 부끄러운 칭호 대결로 들어가서는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화제를 돌렸다.
[저 로봇은 뭐죠?]“이해찬의 제자가 세운 대한철국의 철갑병입니다. 그 또라이자식만 아니었으면 원래는 풀플레이트갑옷이나 입은 깡통자식들이었는데…”
설마 기술혁신으로 메타를 뒤집는 미친놈이 나타날 줄을 어느 누가 알았으랴.
아머드무관은 그런 기술혁신의 혜택을 1선에서 받고 있는 개사기 검투사였다.
“빔병기는 레이저빔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저 자식들 근접전에서는 빔소드를 써요.”
빔소드. 생각지도 못한 무기가 언급되자 해응응은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저도 쓸 수 있나요?]“스위치만 누르면 켜졌다가 꺼지니까 쓸 수 있지 않을… 아니, 지금 저걸 뺏으려는 겁니까?”
남들은 아머드무관이 눈에 보이기만 해도 도망치기 바쁜데 무기강탈부터 생각하다니, 정말 배짱 하나는 보통이 아닌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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