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80)
〈 280화 〉 280 마왕검객의 강림
* * *
1.
무림에도 빔소드는 있다.
우선 절정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고, 내기를 검 끝에 형상화한다.
기공술을 더욱 정교하고 첨예하게 단련하면 검에 기를 코팅하는 검기가 검강으로 발전하고, 무기 없이도 검 모양의 검강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이 무림식 빔소드.
그에 비해 검투사키우기 식 빔소드는 훨씬 쉽고 직관적이다.
스위치를 ON으로 누르면 끝.
‘부러울 정도로 편리하네요.’
기의 비축이 중요한 그녀에게 빔소드의 필요성이 새삼 실감된다.
승천의 기둥 같은 괴물을 상대하려면 빔소드처럼 편리한 무기는 있으면 무조건 좋다.
“빔소드를 철검으로 막아?!”
적당히 힘 조절을 했다지만 그녀의 검을 버텨내는 저 빔소드를 보라. 얼마나 탐스러운가.
“저기요, 묵언검객님? 어째 놀면서 상대하는 걸로 보이는데 빨리 해치워주시면 안될까요?”
‘시끄럽네요. 한창 좋을 때에.’
무심코 일어난 약간의 짜증.
의식적으로 억제했던 힘이 실린 일순간, 빔소드가 찌그러지며 아머드무관의 팔 한쪽이 베여 허공으로 빙글빙글 날아갔다.
스겅 스겅 스겅
회전하면서도 출력을 잃지 않은 빔소드가 화산 반대편에 자리한 절벽 한복판에 파고들더니 그대로 시야 저편, 절벽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근력증강이 35인데 이게 날아가…?”
일격에 팔을 잃은 아머드무관 조태식이 겁에 질려 달아날 생각도 못하지만 빔소드를 잃은 충격에 마무리 지을 생각도 못하는 해응응.
끼긱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삐걱삐걱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에 엄길동의 손놀림이 다급해졌다.
▷[메인인터페이스]를 오픈합니다.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
▷전투 중에는 종료하실 수 없습니다.
▷안전지대에서 다시 로그아웃을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즉시탈출스크롤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전투 중에는 즉시탈출스크롤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강제즉시탈출스크롤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아머드무관의 공간이동방해역장이 공간이동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탈출 실패ㅋㅋㅋ
조작속도 개빠르네ㅋㅋㅋ
스크롤 북 찢는 소리 겁나 크게 들리네ㅋㅋㅋ
ㅈ됐다 형 뒤 좀 봐
묵언검객 표정ㅋㅋㅋㅋ
느릿느릿 뒤를 돌아본 엄길동.
그의 앞에 붉은색 글씨가 펼쳐졌다.
[어디 가세요?]“아하하, 제가 잠시 화장실 이슈가 생겨서 그만.”
[그래요?]해응응이 이놈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엄길동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뭔가 휑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내리자 흘러내리는 상의자락. 피부에는 얕은 생채기만 남긴 채 옷만 한 겹 베어내는 솜씨에 소름이 돋았다.
[아깝네요. 빔소드만 있었으면 생채기도 안 남기고 이쁘게 잘랐을 텐데.]“지, 지금도 이쁘게 자르신 것 같은데요.”
[다시 보세요.]팔짱을 끼는 해응응.
설마 하며 다시 고개를 내리자 상의가 퍼버벅 하고 터지며 걸레짝처럼 변했다.
“시바 검으로 뭔짓거리를 한 거야…”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요? 이미 지렸으니까 이제 안 가셔도 됩니다ㅎㅎ
아ㅋㅋ 이미 지렸으면 안 가도 킹찮지
이게 얀데레인가 먼가 하는 그거냐?
데레 어딧서 무친련아
빔소드 잃고 화풀이하는 묵언검객ㅋㅋㅋ
빨리사죄해 빨리사죄해 빨리사죄해
형곧죽겠어 형곧죽겠어 형곧죽겠어
ㅋㅋㅋ
이거 신작 공포게임인가요?
“저, 저기…”
조태식이 엉거주춤 남은 아머드 왼팔로 무언가를 꺼내었다.
“이거 드릴 테니까 저 그만 여기서 돌아가면 안 될까요?”
금속막대기 하나를 꺼낸 조태식.
해응응의 표정이 서릿발처럼 차가워지는 그때.
딸칵.
버튼을 누르자 막대기 끝에서 빔이 나왔다.
예비용 빔소드였다.
조공외교ㅋㅋㅋ
아ㅋㅋ 이거 예비가 있었네
빔소드를 받고 표정이 해맑아진 해응응.
그녀가 기쁜 얼굴로 빔소드를 쥐자 푸른색의 빔이 하얀 색으로 변했다.
‘역시. 제 생각대로 순수한 에너지는 내공과 결합이 가능했어요.’
빔소드를 내공으로 길들이기 시작하는 해응응.
?
?
저거 왜 길어짐?
색깔은 왜 계속 바뀌는데
무슨 빔소드를 엿가락처럼 가지고 노네ㄷㄷ
‘재밌는 무기네요.’
기껏해야 조금 단단하거나 내공을 불어넣어도 잘 견디는 수준의 검만 다루었던 해응응에게 빔소드는 혁신이었다.
몰살검처럼 베는 맛이 쏠쏠한 귀물도 좋지만 검은 모름지기 길들이는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너무 지고지순하고 참하기만 한 검은 나쁜 검객에게 인기가 없었다.
‘전 주인의 그런 자그마한 형태에 갇힌 것보다는 제 손 안에서 커다랗고 단단한 형태를 지니는 편이 검에게도 더 행복하겠죠?’
급기야 빔의 출력마저 자유자재로 전환하며 검의 밀도와 형태를 대검의 형상으로 전환하려던 그때, 퍽 소리와 함께 빔이 흔들리더니 사라졌다.
동일규격으로 빔의 사출을 제어하던 조정기가 외부압력으로 터지며 고장 난 것이다.
“왜 날 쳐다봐요?!”
엄길동이 기겁하며 훠이훠이 손을 휘젓자 해응응이 저 멀리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는 아머드무관 조태식을 돌아보았다.
열심히 도망친 조태식에게는 미안하지만 장난감이 고장 난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별처럼 빛나는 큰 물결의 시작.
시적인 아름다움을 머금은 신법은 그 부드럽고도 잔잔한 뜻과 달리, 물결치듯 지면이 요동치며 폭발과 굉음을 동반한 무시무시한 경공이 되었다.
기겁하며 벌떡 일어서서 달리는 기체의 속도가 추적속도를 떨쳐내지 못할 정도!
쾅!
끝내 기체의 두 다리마저 떨어져나가며 지면을 갈아엎듯이 쓰러진 아머드의 등판을 해응응의 두 발이 가뿐히 짓밟았다.
쾅
으적
와지직
검을 휘두르고 손을 뻗는 족족 찢어지고 뜯겨져나가는 동체파편들.
끝내 외부장갑을 모두 해체해서 조종석이 외부에 노출되었을 때, 파일럿인 조태식은 거품을 물고 기절한 뒤였다.
[길동씨. 곤란하게 됐어요.]한 손으로 기절한 조태식의 뒷멀미를 붙잡고 질질 끌고 오는 해응응.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며 엄길동이 물었다.
“전 좆 된 것 같은데요… 아, 아니. 농담입니다. 하하. 뭐가 곤란하신데요?”
[파일럿이 기절했어요.]‘나 같아도 기절하겠다, 무친련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기절한 사람을 고문하는 건 취향이 아니기라도 한 걸까?
[이 사람 좀 깨워주세요.]“왜 직접 안하시고 저한테 가져오세요? 그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 자지러져라 비명 지르는 그거 하면 정신이 번쩍 들 텐데.”
[툭하면 기절하는 이런 심약한 사람은 잘못 찌르면 심장마비로 죽어요.]“…그래서, 뭘 하려고 깨우는 겁니까?”
[더 많은 빔소드가 필요해요.]살고 싶으면 동료들에게 빔소드를 잔뜩 적재해서 가져오라고 전하게 해주세요. 그리 글자를 적는 해응응이 꿈에 나올까 무서운 엄길동이었다.
2.
“맙소사. 기체가 무슨 짓을 당한 거지?”
“저놈들이야. 저놈들 짓이 틀림없어.”
조태식의 지원요청에 현장에 도착한 아머드무관들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보았다.
절세의 미모를 지닌 검을 든 마왕검객과 생긴 것부터 두터운 로브를 뒤집어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상인.
[빔소드는 가져왔나요?]“하, 그딴 쓰레기 같은 근접무기를 가져왔을 리가 있을까보냐?”
“대세는 화력이다. 대한철국의 3억 5천만 주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내 모은 세금을 펑펑 터뜨리는 화력의 참맛을 외인인 너희가 알 수 있겠냐!”
존나 당당하게 외치네ㅋㅋㅋ
이놈들 순 탐관오리 아니야?
“주상전하께서 도착하기 전에 시간을 벌라 하셨다! 목숨을 걸고 막아라!”
“누구를 먼저 노립니까?”
“무기를 가져오라던 조태식의 말을 떠올려라. 분명 죽음의 상인 엄길동이 본국의 무기밀매를 노리고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다!”
“오오.”
“전하께서는 저 여자가 극도로 위험한 이계의 마왕이라 하셨지만 저런 천상의 미모를 지닌 여인이 어찌 마왕일 수가 있겠는가. 분명 죽음의 상인에게 속아 이용당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당상관 나리의 말이 옳습니다.”
“여자는 무관 한 명이 나서서 다치지 않게 잘 포박하여두고 모두 엄길동을 습격하라!”
잠자코 듣던 엄길동이 억울함에 펄쩍 뛰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난리야!”
전쟁지역에서 양진영에 무기를 팔아서 떼돈을 번 죄밖에 없는데ㅋㅋ
전쟁이 너무 빨리 끝나면 기껏 만든 무기를 더 팔 수 없다고 용병을 붙여서 전쟁을 장기화시킨 건 죄도 아니지ㅋㅋㅋ
맞아맞아! 평화협상으로 극적인 휴전이 맺어지려고 하니까 엘프용병 구해다가 귀족들한테 사이좋게 화살 한 대씩 박아준 건 상인들의 업계에서는 기본이라고!
“와 나 존나 쓰레기네?”
엄길동마저 과거를 돌아보며 잠시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과거행적!
엄길동은 고개를 붕붕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반성은 나중에 얼마든지 해도 좋으니 지금은 묵언검객에게 빌붙어 살아남아야 할 때다.
“묵선생님 도와주세요!”
[잠깐 아무거나 붙잡고 있어요.]얄미운 구석도 많고 곤란한 처지로 만들고도 싶은 엄길동이지만 자신을 도우러 온 스트리머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저들은 빔소드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를 무참히 배신하지 않았던가.
[조금 화가 났거든요. 난폭할지도 몰라요.]‘그럼 지금까지는 난폭하지 않았다는 거야?!’
기겁하며 지면에 넙죽 엎드린 엄길동.
그는 뭐든 좋으니 붙잡고 있으라는 해응응의 말이 왜 나왔는지 뒤늦게 이해했다.
스아아아.
기수식을 취한 묵언검객.
그녀를 중심으로 대지가 요동치며 바람이 끌려가더니, 엄청난 흡력에 몸이 붕 떠올랐다.
마왕검객이라는 별호에 걸맞은.
전율스러운 무력을 동반한.
가히 재해災?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마왕강림의 서막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