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82)
〈 282화 〉 282 마왕의 힘
* * *
1.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히는 엄길동.
그 모습에 해응응이 냉큼 담배갑을 제 소매로 되돌렸다.
[농담이에요. 뭘 진지하게 고민해요?]“하아. 묵선생님은 정말… 악질이시네요. 저보다 더 악질인 스트리머는 진짜 오랜만입니다.”
무슨 여자가 방송에서도 담배를 피우질 않나, 담배를 배우지 않겠냐며 권하지를 않나, 이리도 겁이 없단 말인가?
지닌 힘과는 별개로 사람 자체가 톡톡 튀는 성격 때문에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럼 원 없이 부수고 즐기셨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될까요?”
[하던 일은 끝내고 가야죠. 이 정도 간단한 일도 해내지 못하거든 아지사하브가 슬퍼할 거예요.]‘언제부터 화산폭발이 간단한 일이었지?’
해응응이 타다 만 아머드 잔해를 들고 화산봉우리로 향했다. 저 괴물딱지 같은 인간을 상대로 반항이 통할 리도 없고, 괜히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후속대의 공격만 받을 뿐이다.
엄길동은 마지못해 동력부가 살아있는 아머드 한 기에 탑승해서 장작 대신 잔해를 채워넣는 작업을 도왔다.
2.
아머드 무관들이 대패했다.
소식을 들은 아머드태종은 짧게 깎은 턱수염을 매만지며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태사부께서 우려하신 마왕답군. 타격대 선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진정한 재액다운 위험이니. 능히 일군이 나서야 마땅한 대적이다.”
“출정을 명하시겠습니까?”
“어림군의 출정을 허가한다.”
대장기 백호.
4세대 신형 아머드 10기.
3세대 구형 아머드 100기.
총포병 1000인, 중보병 4000인.
어림군 총관이 이끄는 5110인이 마왕이 출현했다는 휴화산을 향해 진군했다.
“대장님. 뭔가 뜨겁지 않습니까?”
“우리군의 사기가 그만큼 드높나보군. 군졸들의 타오르는 의지가 지휘관인 자네에게도 전해질 정도이니 말이네. 하하하.”
“아니, 그게 아니라 관측온도가 너무 높습니다. 지열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휘관은 심상치 않은 징후를 발견했지만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지축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솟구치는 주홍빛의 섬광이 화산 저 위에서부터 솟구쳤다.
화산액체와 고체상태의 암석파편이 뒤섞인 화산탄과 화산암괴가 비처럼 지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니, 병사들이 사방에서 퍽퍽 쓰러졌다.
“화, 화산이 폭발했다아아!!”
“마왕이다! 마왕의 공격이다아아!!”
“오 이런 맙소사.”
훈련된 정예병도, A급 군용장비들도, 정비된 기체와 파일럿 조작술도 모두 무의미했다.
대자연의 폭거 앞에서는 그 누구도, 무엇 하나도 그들의 생사를 도울 수 없었으니까.
압도적인 질량을 싣고 추락하는 화산암괴는 방패와 갑옷과 함께 정예병을 짓뭉갰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화산탄은 아머드 기체를 녹였다.
“당했다. 마왕 녀석, 우리가 화산지대에 진입하기만을 기다렸구나!”
포격처럼 빗발치는 공중분출물에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갑작스레 픽픽 쓰러지는 병사들에 의해 알려졌다.
“가스중독입니다! 대장님, 지금 즉시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보병들은 어찌한단 말인가!”
“이미 늦었습니다. 이러다가 기체에 탑승한 파일럿들까지 죽을 겁니다!”
대한철국의 정예병 오천이 총칼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바닥을 훑으며 시속 50km의 속도로 전진하는 이산화탄소 가스 앞에서 정예병들은 의식을 잃고 빠르게 질식사했다.
공동묘지처럼 떠오르는 수많은 [SIGNAL LOST]의 물결 앞에서 대장은 눈물을 참고 외쳤다.
“모든 기체는 지금 즉시 50m 이상 공중으로 상승하라! 이산화 탄소층이 깔린 지표면에서 떨어져서 공중잔해물을 회피하며 탈출한다!”
지시야 그렇게 내렸지만 빗발치는 잔해물을 모두 피하기란 무리였다.
대장기에 탄 어림군 총관인 이어준 본인조차도 당장 베리어를 강타하는 잔해물에 에너지 잔량의 30%가 날아갔는데 다른 이들은 어떻겠는가.
“사, 살려주십시오, 대장님! 크아악!”
“아, 안 돼! 이 각도로는 피할 수가.. 아아악!”
배리어 잔량이 낮은 3세대 기체들의 연이은 신호소실.
그마저도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이 용암분출구로부터 공중으로 솟구친 무지막지한 양의 화산재가 지상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콰!
[감지기기가 작동오류를 일으켰습니다.] [휘하 기체들의 신호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시각센서가 마비됩니다.] [위험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 즉시 위험권역 외부로 벗어나십시오.]연이은 경고문과 함께 들어오는 비상등.
쐐애액 하고 주변을 스치거나 카가강 하고 배리어 표면을 긁고 스치는 화산분출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잿더미의 지옥 속에서 위협적으로 기체를 스치고 흔드는 중량과 낙하물들의 소리에 공포만 더해졌다.
“우오오오오! 천년왕국이라 불리던 포니왕국조차도 우리 대한철국의 앞에 무너졌다! 기껏해야 화산 따위에게 패배할까보냐!!”
이어준은 배리어의 사출방향과 강도를 전방에 집중시키며 전속력으로 전진돌파를 시도했다.
쿵 쿠궁
배리어를 끈 후방에서 연이은 충돌로 기체가 흔들렸지만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이대로 잿더미에 짓눌렸다가는 눈보다 비중이 큰 잿더미에 눌려 기체가 멈추고 만다.
살기 위해서는 오직 전진뿐이다.
“우오오오오오오!!”
야수의 함성처럼 내지르는 포효.
극도로 상승한 아드레날린과 함께 본능적으로 회피하는 화산분출물들.
인기일체를 이루듯이 기체와 한 몸이 된 대장기가 마침내 잿더미의 권역을 벗어났다.
“다들 무사한가? 여기는 대장기. 생존한 기체는 즉시 응답하라!”
정상적으로 복구된 통신채널과 감지센서. 생존신호를 열람한 이어준은 화산재 속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압도적인 절망감에 휩싸였다.
“궤멸… 이라고?”
고작 다섯기였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기체는 고작 다섯뿐이었다.
그마저도 끝이 아니었다.
“대장님. 2차 화산분출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대장님.”
“크흑… 대적조차 할 수 없는 위력이라니. 이것이 마왕인가…?”
“대장님… 이건 개죽음 아닙니까?”
“대한철국은, 인류는, 이런 무시무시한 마왕을 상대로 살아남아야 하는 겁니까?”
무너지는 화산경사면을 따라 몰려오는 대량의 화산가스와 화산재.
거대한 구름 덩어리가 뭉쳐서 몰려오는 화산쇄설류火山???는 무려 시속 600km의 속도로 사방을 향해 몰려들었다.
다섯 기의 기체들이 빠르게 소실되었다.
지옥도를 헤쳐나오며 에너지 잔량이 없는 기체들은 두 발로 땅을 달리다가 휩쓸려 사라졌다.
비행고도를 한계까지 높인 기체들은 충분히 높게 달아나지 못해 먼지구름에 삼켜져 두 번 다시 떠오르지 못했다.
“대장님,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부디 무운을.”
비행고도를 높였지만 에너지가 소실되어 도중에 내려앉은 기체까지 신호가 끊기며 대장기는 어느덧 혼자 남게 되었다.
인세에 지옥이 있다면 그것은 이어준의 발아래에 펼쳐지고 있었다.
“하, 하하. 하하하. 천년왕국? 포니왕국? 말박이? 그딴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빌어먹을 말박이들은 갓 성인이 된 인간을 들판에서 납치할지언정, 제 집에 모셔두고 서방님이나 아내로 받들어 모시며 먹이는 챙겨주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만의 직업을 갖고 인간사회에서 살아가지는 못하더라도, 극진한 대접과 순애로 인마일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는 있었다.
마왕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었다.
이곳에 도사리는 것은 종의 번식도, 일방적인 욕망도 아닌 그저 죽음 뿐.
대지가 불타오르고 회색빛깔 잿더미에 뒤덮이며 모든 생명의 흔적이 남김없이 사라졌다.
[기체의 에너지가 1% 미만입니다.] [비행고도를 낮춥니다.] [기체의 에너지 잔량이 0.1% 미만입니다.] [지상에 착륙합니다.] [기체의 에너지 잔량이 한계입니다.] [배리어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배리어가 소실됩니다.] [구조신호를 보냈습니다.] [특별한 위험이 없는 한, 현 위치에서 48시간 대기하십시오.]탁한 비상조명 아래로 뿌옇게 가라앉는 먼지들.
가쁘게 오르내리는 가슴.
숨소리와 함께 차오르는 무력함과 절망감.
이어준은 흐느껴 울었다.
인류의 미래에 닥친 암운이 두려웠다.
그 앞에서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억울하고도 원통했다.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렀는데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마왕의 마수마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화산지진이 감지되었습니다.] [규모 8.2]가라앉는 대지.
기울어지는 기체 속.
이어준이 내지르는 비명은 후방 상황본부에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 참혹한 비명마저도 끝났을 때.
상황실은 극도의 공포에 잠겨 침묵이 이어졌다.
“이것이… 마왕인가?”
상황실의 보고를 뒤늦게 접한 아머드태종.
그는 인류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찾아왔음을 이제야 비로소 실감하였다.
이것이 마왕이었다.
* * *